2013 신춘문예 당선소설집
임지현 외 지음 / 한국소설가협회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경솔함, 비양심 그리고 무책임🌲

<당신의 아름다운 세탁소>란 제목을 보고 세탁소에서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인가? 하고 짐작을 하고 책을 펼쳤다.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다.옷을 맡긴 여자의 경솔함과 무책임으로 한 가정이 파탄에 이른다. 그리고 개업하기 전 빌린 돈 삼천만 원을 변제하지도 않고 가족을 두고 가출한 남자.

​윤지완은 필명이고 본명은 윤선영이다. 기르는 고양이 이름이 '지완'이라 필명을 그대로 썼다고 ~~^^ 만화가가 꿈이었고 게임중독에 빠져도 보았다고 한다. 2013년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지금은 글쓰기에 집중...

​이 책을 통해 인간의 경솔함과 무책임함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았고 경솔함이 지나친 나에게 교훈이 된 책이었다. 단편소설 함께 읽기의 일환으로 구입하게 되었는데 나머지 단편들도 하나씩 꺼내 읽어봐야겠다.
윤지완 작가님에게 깊은 감사드린다.
2020.1.6.월



둥근 밥상에 마주 앉은 아내와 딸아이는 숟가락을 막 내려놓는 참이었다. 남자는 방으로 들어가 아내와 딸 사이에 앉았다.(중략) 비좁은 살림방이었다. 아내가 식은 국 대신 따뜻한 국을 새로 내왔다. 남자는 밥을 덜어 국에 말았다. 클리닝기를 벌써 돌렸어요?(p297)

​아내는 남자의 일손을 덜기 위해 일 년 전 원동기 면허를 땄다. 세탁일 뿐만 아니라 수거와 배달까지 남자 혼자 도맡은 것이아무래도 버거웠다.(중략) 아내는 싹싹하고 사교성이 좋았다.(p298)

옷을 찾으러 왔어요. 여자가 말했다. 남자는 손에 들고 있던 타월을 내려놓고 되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중략) 맡긴 지 좀 오래됐거든요. 여자는 다른 대답을 했다. 언제 맡기셨는지요? 여자는 3년쯤 된 것 같다고 말했다.(p299)

며칠 후 여자는 다시 세탁소를 방문했다.(중략) 영수증 하단에 남자의 세탁소 상호가 뚜렷하게 인쇄되어 있었다. 남자는 당혹스러웠다.(중략) 찾으며 어디로 연락드릴까요? 남자가 물었다. 먼저 연락 주실 필요 없어요.(중략) 여자는 고개를 틀어 남자를 흘끗 쳐다보았다. 남자는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오한이 들었다.(p301-302)

개업 직후의 기억을 더듬다가 남자는 홍을 떠올렸다. 그리고 홍의 장례식이 끝난 뒤 세탁소로 자신을 찾아왔던 홍이 여자에대해서도, 한 달 사이 여자의 배는 팽팽하게 불러 있었다. 해산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세탁소 근처의 카페에 마주 앉았을 때, 여자는 남자 앞에 홍의 수첩을 내밀었다. 귀퉁이가 해진 검은색 수첩이었다.(p303)

차용증은 없지만 돌려주실 거지요? 홍의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중략) 오토바이 사고로 죽기 한 달전, 홍은 세탁소 개업 때문에 급전이 필요했던 남자에게 삼천만 원을 빌려주었다. 고작 한 달인에 우리 사이에 차용증 따위를 굳이 써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던 것은 남자가 아니라 홍이었다. 수첩에 적힌 기록 같은 것은 법적 효력이 없었다. 그리고 홍과 여자는 아직 혼인 신고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을 남자는 알고 있었다.(p304)

여자가 세탁소를 다시 방문한 것은 두 번째 방문이 있은 뒤로 꼭 한 달이 지난 뒤였다.(중략) 남자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팠고속이 울렁거렸다.(p305-306)

아가씨, 아무리 시간을 줘도 못 찾는 건 못 찾는 거예요. 여자는 아내의 말을 잘랐다. 제 옷이라면 이러지 않아요, 빌린 옷이라 주인에게 꼭 돌려줘야 한단 말이에오.(중략) 빌린 거니까 돌려줘야 한다.... 홍의 여자도 그런 말을 했었다.(중략) 홍에게 빌린 삼천만 원에 대해 아내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p307)

사흘이 지나도 남자가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경찰서로 가서 실종 신고를 했다. 남자는 마치 솔벤트처럼 대기 중으로 휘발되어 버린 듯했다. 여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뀔 때까지 사라진 남자도,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간 여자도, 세탁소에 나타나지 않았다.(p310-311)

다시 온다더니 왜 안 왔어요? 아내가 굳은 얼굴로 물었다.(중략) 전화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바빠서 깜박 잊고 있었네요. 여자는 조금 곤혹스러워하면서 덧붙였다. 죄송해요, 그 옷은 다른 곳에서 찾았어요.(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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