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엮다 오늘의 일본문학 11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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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엮다>가 일본 서점대상 1위를 차지했다고 했을 때, 그리고 그 이야기가 사전을 만드는 편집부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했을 때 그 이야기가 재미 있어봤자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을하며 그냥 흘려보냈었더랬다. 요즘은 모든 것이 전자사전으로 대치되어 사전 자체도 보기 힘들 뿐 아니라, 단어들만 쭉 나열되어 있고 그것이 무미건조하게 설명되어 있는 사전의 글을 만드는 일은 그냥 생각해봐도 별 재미가 없는 일일거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다 누군가의 리뷰를 읽게 되었고, 그 리뷰가 나의 마음을 움직여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리뷰어의 말대로 이 책은 감!동!적!이었다.  

 

 

말은 때로는 무력하다. 아라키나 선생의 부인이 아무리 불러도 선생의 생명을 이 세상에 붙들어 둘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하고 마지메는 생각한다. 선생의 모든 것을 잃어 버린 것은 아니다.

말이 있기 때문에 가장 소중한 것이 우리들 마음속에 남았다 

_ 327-328쪽 

  

 

 

소설은 겐부쇼보에서 37년간 사전 만드는 일을 한 아라키와 대학교수직을 그만두고 사전 편찬의 외길을 걸어 온 서전편집부 고문 마쓰모토 선생의 대화로 시작한다. 둘은 함께 수많은 함께하며 사전 만드는 일을 해왔고, 이제 마지막으로 <대도해>라는 편집부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 새 사전을 만들 계획을 세운 참이었다. 워낙 장기 계획이기에 대를 이어 만들 새 편집자가 필요했고, 그 후보로 마지메를 추천한다. 말은 잘 못해도 상대가 책이면 차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마지메가 대도해 편집부에 승선하면서 본격적인 사전 만들기에 돌입한다. 

 

사전 만드는 일은 용례채집카드를 만들면서 시작한다. 언어라는 것은 생물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기도 하고, 뜻이 변하기도 하며,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기 때문에 단어집을 만들어 매일같이 체크하며 꼭 넣어야 하는 것, 애매한 것, 채택하지 않아도 될 만한 것들을 수시로 체크한다. 전문가의 설명이 필요한 것은 각계 전문가들에게 그 단어를 뿌리고, 편집부에서 원칙을 정해 그 용어 설명을 받아낸다. 여기서 단어 설명은 객관적이어야 하고, 간결해야하며, 분명해야 한다. 이 작업도 만만치 않다. 아무래도 사람들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수많은 논의가 오간다. 예를 들어 '남자'에 대한 설명을 '여자의 반대'라고 하면 얼마나 허무하겠는가. 또 '연애'를 '특정 이성에게 특별한 애정을 느껴 고양된 기분으로..'라고 설명하면 동성간에 느끼는 특별한 애정의 감정은 설명될 수 없기 때문에 조금 더 면밀한 정의가 필요해진다. 그렇게 너무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체크하고 토의하며 더욱 더 객관적이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 설명을 위해 고치고 또 고친다.    

 

그렇게 용어채집만 수 년, 그 사이 편집부에는 새로운 후배들이 들어오고 신입이었던 마지메는 편집장의 자리에 오를만큼 편집부도 변화한다. 5교는 기본이고, 단어 하나가 빠진 것이 발견되었을 때는 모든 사람이 일주일간 밤샘 작업을 하며 다른 실수가 없는지 처음부터 다시 뒤진다. 종이 하나, 장정 하나에도 몇 년간의 개발을 통해 사전과 어울리는 것으로 만들고, <대도해> 기획부터 편찬까지 1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바뀐 시대의 트렌드에 맞춰 끝까지 단어 선택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그렇게 <대도해>라는 사전이 탄생하기까지 15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사이 마지메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기도 하고, 마쓰모토 선생은 건강악화로 사전 완성을 목전에 앞두고 세상을 떠난다. 사전 편집부에 있다 다른 부서로 좌천된 니시오카는 밖에서도 끊임없이 사전 편집부를 지원하고, 그 사이 들어 온 신참 기시베는 이해할 수 없는 편집부의 모습에 방황하지만 어느새 가장 중심부에서 사전을 만들고 있게 된다. 사전 만드는 것도 결국 사람의 일인지라 하나의 목표를 위해 끈끈하게 뭉친 이들의 이야기는 감동을 다가온다.  

 

책을 읽다보니 나에게도 사전에 얽힌 추억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처음 사전을 선물받았던 날 제일 첫 글자는 무엇인지 궁금해 첫 장을 펼쳐봤고, 몸의 은밀한 부위는 어떻게 설명되는지 궁금해 조심스레 그 단어들을 찾아봤고, 한 단어를 찾으러 페이지를 열었나 그 주변에 눈에 띄는 처음 보는 단어에 한참을 그 설명을 읽었던 기억이 났다. 잊고 있었지만 나도 사전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고, 어쩌면 그 사전 덕분에 지금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 었다.  

 

누군가가보면 참으로 하릴없고 부질없고 지긋지긋한 일이지만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언어가 계속해서 보존되고 전승되며 진화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옮긴이의 글에는 이 책을 위해 저자가 몇 년간이나 출판사의 사전 편집부로 출근을 했다고 한다. 저자의 멋진 작업에 큰 박수를, 그리고 지금도 사전을 만들고 있을 세상의 모든 사전 편집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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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리는 돌아눕기 시작했다 - 사랑과 결혼, 그리고 헤어짐에 관한 위험한 인터뷰
데이나 애덤 샤피로 지음, 이영래 옮김 / 중앙M&B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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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그 사랑 때문에 헤어지는가. 사랑하는 이들, 사랑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읽어볼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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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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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받은 책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일본 서점 대상 수상작은 웬만하면 찾아서 읽는 편이다. 일본 서점 대상은 서점 직원들이 1년간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을 꼽아 주는 상으로 비교적 다른 문학상과는 달리 대중적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재미있다는 것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고백>, <밤의 피크닉> 등 그동안 만났던 서점대상 수상작 대부분이 그래왔고 1위 수상은 못했지만 후보에 올랐던 대부분의 책들이 그랬기에 서점 대상은 신뢰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 책 <64 육사>를 읽은 것도 당연히 그 때문이었다.  

 

2013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를 수상. 너무나 화려한 이력에 주제마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추리스릴러였기 600쪽이 넘는 엄청난 분량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게다가 책을 여는 곳에 있는 손 글씨로 쓰여 있는 저자의 말은 더욱 이 책을 대하는 자세를 경건하게 만들었다. 집필기간만 10년, 이 책에 모든 것을 건듯한 저자의 애정이 마구 느껴졌다. 

 

배경은 D현시의 경찰청. 그곳에서 홍보담당자로 있는 전직 형사 미카미가 소설의 주인공이다. 며칠 전 집을 나가 연락이 두절된 딸 아이와 비슷하다는 연락을 받고 시체보관소에 달려가 시신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미카미는 지금 홍보관이지만 예전에는 형사부 소속으로 직접 현장을 뛰어다니는 형사였다. 형사들은 경무부인 홍보관을 권력의 끄나풀이라고 무시하고 경멸하지만, 미카미는 언젠가 다시 형사부로 돌아갈 것이라 굳게 믿고 지금을 잘 무사히 버텨내고 있을 뿐이다.  

 

그런 어느날 14년 전 D현을 발칵 뒤집었던 미제사건 64 시찰을 위해 경찰청장이 D현경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64사건은 쇼와 64년에 일어난 일곱 살배기 소녀 유괴 사건으로 미카미 역시 추적반으로 함께 범인을 쫓았지만 몸값만 빼앗기고 결국 싸늘한 주검의 아이를 발견한 최악의 사건이었다. 모두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고 범인 검거를 하지 못해 형사들에게는 죄책감마저 느끼게 하는 이 사건을 다시 재시찰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이렇게 이야기는 64사건을 중심으로 숨겨졌던 비밀들이 밝혀지며 진행된다. 물론 그 안에 예상치도 못한 반전도 있고, 그 스토리도 굉장히 탄탄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600쪽의 방대한 이야기는 사건 자체가 아닌 사건을 둘러싼 형사들, 경찰청 내부의 이야기에 대부분을 할애한다. 형사부와 경무부간의 갈등, 홍보담당관과 언론사 사이의 갈등, 일반 형사와 고위직 형사들의 갈등, 형사들 간의 미묘한 신경전 등 경찰소설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경찰 내부를 아주 세밀하게 묘사해내고 있다. 그래서 소설의 중반부까지도 사건은 전혀 진행되지 않은채 홍보담당관과 언론사 사이에 실명 공개 논란을 다룬다. 내가 왜 이들의 알력 싸움을 이토록 자세하게까지 들어야 하는지 모를정도로 말이다. 

  

책이란 것은 독자들이 제목과 표지를 보고 기대했던 바를 내용이 충족시켜줬을 때 만족스러운 독서가 된다. 그런데 만약 그것이 어긋나고 게다가 어긋난 것이 지루한 방향이었다면 아무리 좋은 내용의 책이라도 그 독서는 남는게 없는 나쁜 독서가 된다고 믿는다.  이 책은 내게 후자의 책이었다. 뭔가 다른 게 있을거라며 끝까지 읽어내기는 했지만 이 책은 내겐 상당히 버거운 책이었다. 심리묘사나 경찰 내부의 디테일 묘사에서는 탁월한 감이 있으나, 추리스릴러로서 주는 속도감이나 박진감, 이야기의 전개는 많이 부족했다. 잘 쓴 책과 재미있는 책은 역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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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천명관의,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바로 <고령화 가족>이랍니다. 영화화 소식 접하고 한참을 기다렸는데 꼭꼭 보러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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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화 시대의 경영 피터 드러커 라이브러리 2
피터 드러커 지음, 이재규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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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시작했다. 회사 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정규직이 되기 위해 수많은 서러움과 불평등을 감수해야 하는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그린다. 그리고 그 안에서 슈퍼 갑 비정규직 미스김을 등장시켜 사람들이 그토록 되고 싶어하는 정규직을 무참하고도 통쾌하게 짓밟는다. 정직원으로 특채 입사도 노예 따위는 되고 싶지 않다며 거부하고, 회식 참여도 일의 연장선상이라며 당당하게 시간 외 수당을 청구한다. 미스김은 많은 비정규직의 히어로가 된다.

 

여기서 미스김이 회사에 얽매이지 않으며 스스로 비정규직임을 자처하며 그토록 당당할 수 있는 건 그녀만의 능력, 그녀만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대채할 수 없는 전문성, 회사가 원하는 것을 정확하고 빠르게 가져다 줄 수 있는 능력, 맡기면 실수 없이 완벽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그녀의 능력은 회사가 그를 원하게 만들었고, 회사의 이름이나 직함 없이도 스스로 비정규직의 길을 걸으면서도 당당하게 살 수 있게 했다.

 

이제 기업도, 사람들의 인식도 변하고 있다. 어차피 회사란 내가 평생 몸 담을 수 없는 곳이다. 또 직함이라는 것이 예전에 지녔던만큼 큰 의미를 지니지도 않게 됐다. 그래서 예전 사람들은 다음 승진을 하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를 물었지만, 이제는 다음에 어디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더 갖추어야 하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피터 드러커의 책 <대변화 시대의 경영>은 바로 그러한 지금 이 시대에 경영자들은 어떻게 기업을 이끌어나가고 조직원들의 동기를 부여시켜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조직이 아닌 개인의 능력에 집중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15년 내지 20년 전,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을 무렵에 이들의 질문은

"다음의 승진을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합니까?" 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다음에는 어디로 갈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라고 묻습니다. _ 18쪽 중에서

 

 

피터 드러커는 이제 자기 자신의 역량 뿐 아니라 자기가 일을 맡길 사람들, 그리도 동료와 상사의 장점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저 '우리의 엔지니어'가 아니라 반도체를 다루는 조, 자동차를 만지는 메리 처럼 집단적 노동력이 아닌 개개인을 대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 근로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스타급 세일즈맨이 승진을 하고 나서는 맥을 못 추는 경우가 있는데 그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그와 전혀 상관 없는 관리직으로 발령을 냈기 때문이다. 

 

이제 그 누구에도 명령할 권한도 없고, 그 누구도 남에게 지배당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경영자는 남을 지배하는 것도 그렇다고 지배하지 않는 것도 아닌 이 상황에서 그들의 능력을 활용하고 인재들이 각각의 영역에서 그들의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경영하는 법을 배워야만한다. 조직원들의 마인드가 바뀌고 있다면 경영자도 이제 그 전의 방법은 버리고 새로운 경영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이 책에서 다양한 기업 사례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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