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멜랑콜리아 - 상상 동물이 전하는 열여섯 가지 사랑의 코드
권혁웅 지음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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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멜랑콜리아>를 처음 서점에서 만났을 때,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던 나의 연인을 만난 듯한 가느다란 설레임을 느꼈다. 그리고 책을 집어 들어 서문을 다 읽어 내려갔을 땐, 사랑의 불꽃이 달아올라 미친듯이 서로를 갈구하고 욕망하는 폭발할 것 같은 열망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땐, 모든 사랑의 감정을 소비해버리고 지나간 연인에 대한 추억을 곱씹는 사람처럼 아련한 아픔이 밀려왔다. <몬스터 멜랑콜리아>는 이렇게 하나의 사랑이 다가왔다 사라지는, 모든 사랑의 감정을 담고 있었다.

 

자, 그렇다면 이토록 놀라운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이 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시를 공부하던 저자 권혁웅은 어느날 ‘신화’세계에 빠져든다. 은유와 환유는 시와 신화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요한 동력이었고 그 때문에 본격적으로 신화 세계를 공부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저자는 놀라운 것을 발견한다. 시가 개인적인 감각들을 담아냈다면 신화는 집단적인 몸의 감각을 생성, 변화, 유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의 논리란 결국 사랑(욕망)을 동력으로 삼는 사랑의 논리였고, 우리는 상상 속 괴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논리를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동물들에게 혐오감을 느낄 때 어떤 사람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는 느낌은 혹시 접촉하면
그들이 자기 마음을 꿰뚫어 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다.
자기 안에 뭔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동물과 흡사한 것이 있어 동물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의식,
그것이 인간의 마음 깊은 곳에서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_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29쪽

 

<몬스터 멜랑콜리아>는 그렇게 탄생했다.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 겪는 수많은 감정들을 담고 있는 상상 속 괴물들을 첫사랑, 고백, 기다림, 유혹, 질투, 외로움, 고백 등 16가지 사랑의 키워드로 나누고 분석했다. 신화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문학과 철학, 미학, 심리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며 우리의 사랑을 대변하고 있는 괴물들의 이야기를 말한다.

 

신기하게도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사랑의 감정이 신화 속 괴물들에게 있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오딧세이아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퀴클롭스처럼 사랑에 눈이 멀고, 그리스와 이집트의 문장에 등장하는 제 꼬리를 입에 문 뱀 우로보로스처럼 하나의 몸이 된다. 사랑을 하는 순간에는 목이 잘리자 젓꼭지가 눈이 되어 몸으로 싸우는 형천처럼 질투에 분노하기도 하고, 지옥을 지키는 문지기 케르베로스처럼 끊임없이 상대를 기다리기도 한다. 사랑을 잃게 되면 허전함과 외로움은 가슴이 뻥 뚫린 사람들만 살아간다는 상해경 속 관흉국 사람들에게서 발견한다.

 

“신화 자체가 사랑의 논리를 구현하고 있으므로 다른 괴물들도 그 기괴한 외양 너머로 동일한 사랑의 논리를 숨기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괴물들이 보여 주는 것은 몸의 몸이며 사랑의 사랑이다. 모든 괴물은 순수한 멜랑콜리아를 구현한다.” 고 저자는 말한다. 감히 이 책을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몬스터 버전이라 당당히 말한 저자의 포부처럼 이 책은 색다른 시도를 멋지게 구현해냈다. 내게 이 책은 신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색다른 방향으로 제시해준 책이었으며, 지금 하고 있는 내 사랑의 의미를 다시 새겨볼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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