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의 해석 - 머리를 쓰는 즐거움
루돌프 키펜한 지음, 이일우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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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숨기려하면 더 캐고 싶고, 캐내려 하면 더 숨기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다. 아무도 풀지 못하는 암호를 만들려는 사람과 무엇이든 풀어내려고 하는 암호 해독자. 인류의 역사는 이  둘 간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다.

‘암호’라는 세계만큼 흥미로운 분야도 없다. 한때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다빈치 코드>도 숨겨 놓은 곳곳의 상징을 풀어내어 놀라운 사실을 밝혀내는 내용이었으며,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선덕여왕>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복야회의 암호가 등장해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암호는 역사를 뒤집기도 하고, 역사를 만들기도 하는 무시무시한 힘을 지닌 존재다. 

<암호의 해석>은 이러한 힘을 가진 암호가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 왔는지, 그리고 그 암호가 어떠한 원리에 의해 만들어졌고, 어떻게 그 비밀의 베일을 벗게 되었는지를 전해주는 책이다. 수학적 논리와 일정한 공식에 의해 풀 수 있는 암호에서부터 수많은 것들과의 관계와 고차원적인 계산 능력을 결합시켜서만이 풀 수 있는 암호까지 매혹적인 암호의 세계가 펼쳐진다.

수학적인 계산 보다 역시 재미있는 건 문장 속에 숨겨 놓은 메시지를 해독하는 부분이다. 아주 평범한 문장 속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는 거다. 컴퓨터가 등장하기 이전의 사람들은 엽서에, 책 속에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몰래 숨겨놓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있던 수용소에서 로스앤젤레스 FBI에게 배달된 엽서는 앞 두 단어 속에 피해상황에 대한 정보를 담아냈고,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실제로는 프랜시스 베이컨 경이 썼다고 의심하던 피비언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BCOAN을 숨겨 놓은 구절을 밝혀낸다(피비언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실생활에 사용되고 있는 암호들도 있다. 계좌번호라든지, 우리가 쓰는 신용카드, 전자신분증 등에도 수식화 된 암호들이 있다. 원리가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수학적 이해를 필요로 하지만 어떠한 원리가 숨어있는지 살펴보는 재미는 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눈을 피해 쪽지를 주고받다 친구들과 암호를 만든 적이 있다. 걸리더라도 선생님이 내용을 모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자음과 모음을 쭉 늘어놓은 다음 원하는 글자를 뒤에서부터 세서 썼다. ‘ㄴ’을 쓰고 싶으면 앞에서부터 2번째 있는 글자이니, 뒤에서부터 2번째 글자를 찾아 ‘ㅍ’을 쓰는 방식이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문득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수학적 암호보다는 텍스트 속에서 암호를 찾는 게 내게는 아직까지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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