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아이 펭귄클래식 21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전유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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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동화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주 어린 시절, 혹은 너무나 유명해 자주 화자되는 이야기를 빼고는 동화는 거의 읽지 않았는데 요즘은 <소공녀>라든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든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동화들을 찾아 읽게 된다. 어른이 동화를 읽는다는건 왠지 모르게 어색하다. '동화 : 童話, fairy tale'의 사전적 정의 역시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기초로 해서 지은 이야기로서 아동문학의 한 부문"이듯 동화를 읽는 어른은 아직 정신적으로 미숙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동화를 읽고 그 안에서 감동을 받는 나는 아직 어른이 된 게 아닌가보다. 

오스카 와일드 역시 '아름다움'을 꿈꾸는 (앞에 이야기 한 관점에서 보면)소년이었다. 아일랜드 태생의 소설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현실에서의 고민을 동화라는 장르를 통해 표현했다. 구구절절 이야기를 하고,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어떤 지침을 주는 것보다는 간결하고 상징적이며 짧은 이야기 속에 압축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넣을 수 있는 동화라는 장르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현실에 대한 비판과 자신의 예술철학을 동시에 담은 동화를 통해 현실의 참혹성, 매말라가는 사랑, 착취하는 우정, 우스꽝스러운 권력을 보여준다.

이 책은 그런 오스카 와일드의 9편의 단편을 모아 놓은 오스카 와일드 단편선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주고 초라한 모습으로 철거된다는 이야기인 <행복한 왕자>를 비롯해 인간의 이기심을 빗댄 <자기만  아는 거인>, 사랑의 잔혹성을 꼬집는 <나이팅게일과 장미꽃>, 자만심을 경계하는 <별에서 온 아이>, 속이 아닌 겉을 중시하는 사람들 <공주의 생일>,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착취하는 <헌신적인 친구> 등 한편 한편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이 담겨 있다.

많은 이야기들이 지금의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헌신적인 친구>에서처럼 '친구'라는 이유로, 내가 너에게 이만큼을 줬으니 너도 이만큼을 해줘야 한다는 명목으로,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는 고려하지 않은채 이기적인 부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이팅게일과 장미꽃>에서처럼 누군가는 나를 위해 가슴에 가시가 박히는 고통을 겪고 있는데 나는 그 피로 피어난 장미꽃을 받아 그냥 말려 죽이고 있는 건 아닌지, <공주의 생일>처럼 나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짓밟고 있는건 아닌지를 생각하게 한다. 

<어부와 그의 영혼>이나 <비범함 로켓>처럼 고도화된 상징과 추상화로 이해가 조금은 어려운 이야기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으면서도 자꾸만 뭔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의 서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따라서 와일드의 단편들은 당대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이며, 단순히 '좋은  이야기'를 듣는 어린아이보다는 세상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순수함을 잃은 독자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이다" 내가 동화를 읽는 이유도 시기와 질투가 가득한 이 세상에서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잃고 싶지 않은 작은 발버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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