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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ㅣ 고블 씬 북 시리즈
정지윤 지음 / 고블 / 2021년 12월
평점 :
요한의 친구 J가 죽어요.
같은 아파트에서 함께 자란 형제 같은 친구인데 이럴 수가.
경찰은 J가 술에 취해 공원 호수에 빠져 익사한 거래요.
고등학생의 음주 사망 사고였기 때문일까요?
J의 가족은 가타부타 말도 없이 조용히 아파트를 떠나버렸어요.
친구의 석연치 않은 죽음으로 괴롭기만한 요한.
엄마는 요한의 속도 모르고 성적이 떨어진 것만 두고 뭐라고 해요.
세상에는 아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도 있다는 걸
바로 얼마 전에 그 일을 목격했다는 걸 잊어버린 게 틀림없어요.
아..어른이란....
엄마는 바닥친 성적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과외쌤을 붙여요.
첨엔 반항심에 심통을 부려가며 쌤 속을 무던히 썩였는데요.
그런데 이 쌤이 좀 빙글빙글한 괴짜인 거에요.
네가 정말 바라는 게 뭐냐고 묻더니요.
J의 죽음을 조사하는 걸 도와주겠다지 뭔가요.
아니 뭘 또 그렇게까지;;;;
처음엔 요한 꼬실려고 쌤이 떡밥 좀 던진 건 줄 알았어요.
근데 아주 진취적으로 J에 관한 가설을 검토하더라구요.
거기다 다재다능하고 확장현실 기술력이 빵빵한 쌤의 친구 재즈까지
재미있는 일에는 빠질 수 없다며 사건 해결에 동참하지 않았겠어요.
요한은 아주 신바람이 났어요.
금방이라도 J가 죽은 진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여. 기. 서. 잠. 깐.
J의 죽음을 쫓는데 뭣 때문에 확장현실 기술력이 필요한 거죠?
이거 소년 탐정 같은 이야기 아닌 건가요??
네엡, 아니었습니다>_<
세상 끝 아파트가 있는 곳은 2022년의 대한민국이 아니에요.
현실에 가상을 씌운 증강현실이 실제화 된 근미래 세계에요.
사람들은 더는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다니지 않는데요.
기기에 꽂는 텐서칩을 자기 몸에 심었기 때문이에요.
나는 나인 동시에 PC이고 스마트폰이고 VR 글래스인 셈이에요.
요한이 살고 있는 베니스힐 아파트 주민들은 이런 현실을 거부했어요.
내 자식 몸에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길 줄 알고 칩을 심어? 떽!!
확장현실 차단장치도 설치하고 보호구역도 지정하고
기술로부터 안전한 청정 구역을 만든 것까진 좋았는데
이럴 수가, 다른 집 다 오를 때 우리 아파트 가격만 떨어지네요?
텐서칩 몸에 심어 죽은 사람도 없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었던 거죠.
분양 입주민은 이제라도 보호구역을 파기 하고 싶대요.
임대로 사는 주민은 월세고 전세고 오를테니 무조건 지금 이대로가 좋다구요.
관리사무소는 확장현실 보호구역 해제되면 실직자 되요.
베니스힐과 J의 죽음에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도청을 하긴 했는데
이렇게까지 이해 관계가 얽혀있을 줄이야.
그렇대도 이런 갈등이 어떻게 J의 죽음으로 이어지는건지는 도대체 모르겠거든요.
쌤과 재즈는 증강현실로 아파트 주민회의 때 J를 출연시키자고 해요.
이른 바 장화홍련 전법을 쓰자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 끝 아파트에서 유령을 만나는 법』
여기 제목 속 유령이 과연 요한이 바랐던대로 J가 맞았을까요?
그렇게 쉬웠으면 제가 별을 다섯 개나 줬을까요??
130 페이지 남짓한 중편 소설인데 어쩜 이렇게 긴장의 밀도가 높죠?
본격적인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거듭 등장하며 독자를 쫄리게 하고 설레게 하고 즐겁게 하고 안타깝게 만들어요.
고블씬북을 처음 읽을 때엔 중편이라 안타까운 작품들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세 권째 읽고나니 어쩌면 중편이기 때문에 이렇게 아쉽고
다음 이야기가 고픈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르독자로서 신뢰하고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가 생겼다는 기쁨이 커요.
고블의 고블 씬 북! 믿고 읽어 보시길 바래요.
저도 다음 권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고블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