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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 - 미칠수록 행복해지는 12명의 취향저격자들
이봉호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취향의 발견, 그 첫번째 챕터를 차지한 사람은 이 책을 쓴 작가 이봉호 자신이다. 줄곧 소설만 읽었던 20대의 시간, 누군가를 만나면 어제 책을 읽었을까 읽었다면 무슨 책을 읽었을까부터 궁금해하는 사람, 타인의 책장을 들여다보고 싶어하고, 그럼에도 절대 내 책장의 책은 빌려주지 않으며, 책만 읽어도 일당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문화중독자에게서 나를 발견한다. 이봉호는 독서가 "총천연색의 우주를 스스로 그려나가는 일종의 설계과정"(p15)이라 믿는다.
좋아하는 일만 골라서 할 수 있다면.. 참 좋은 말인데 실행에 옮길 수가 없다. 뭐 먹고 살 것인가 라는 당면한 문제가
산적하다. LP 2만장을 모으며 음악에 올인한 김경준은 그런 면에서 운이 좋은 남자다. 그는 자신의 취향대로 취미에 올인해 대한민국 최고의 포크음반 컬렉터로 등극했으며 동시에 포크음반제작자로 자리매김한다. 질투는 나지 않는다. 취향저격자 외길 인생 25년, 감히 넘어다볼 수 없는 연륜인 것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처럼 앞으로도, 지금처럼, 별일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진심 어린 응원에 마음을 더한다.
몰입보다 순환에 비중을 두는 "뭐든지 두루두루" 타입의 남자는 어떻게 마라톤에 빠져들었을까? 처음 참가한 마라톤 대회에 대한 기록은 있는데 그 대회에 어떻게 해서 참여하게 되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어쨌든 그는 달리는 걸 좋아한다. 소주 3병을 흡입하고 남산 달리기를 하는 남자, 토요일 밤 12시를 지나 달리는 걸 최고로 치는 남자,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원이라도 한 바퀴 뛰고 올까 라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생각만.. 먹고 살 걱정이 없는 문제 앞에서도 실행은 힘이 든다. 젠장ㅠㅠ
공포영화 마니아, 블로그 글쓰기의 달인, 소설가를 꿈꾸는 예비작가, 아마 바둑고수, 로봇 덕후, 음주애호가 그리고 다시 책으로 귀환하는 12명의 취향 저격자들을 만났다. 취향을 다져온 시간이 벌써 십 년, 이십 년은 족히 넘는 사람들이라 취향발견자라기 보다는 취향 완성자의 느낌으로 생을 탄탄하게 다져놓은 듯해 부러웠다. 물론 취향과 취미에 몰입해온 그 시간들이 마냥 기쁘거나 즐거웠던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당장 독서광 이봉호만 봐도 잠자는 시간, 밥 먹는 시간, 각종 친교의 시간을 줄여가며 책읽기에 매진한다. 나도 하고 있어서 알지만 좋지만 피곤한 일이다. 종종 타박과 불화를 낳기도 하고. 그럼에도 "삶이란 취향의 연속이며 취향이란 빛나는 삶을 보장해주는 든든한 응원군이자 다정한 벗"이라는 말은 얼마나 멋들어지는지. 들어가는 페이지 속 작가의 말에 기대어 확장되고 성장해나갈 나의 취향 나의 인생을 커다랗게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