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 낯선 세계를 건너는 초보자 응원 에세이
강이슬 지음 / 김영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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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처음 초 걸음 보)

: 처음 내딛는 걸음


사람은 죽기 전까지 몇 번이나 초보가 될까요?


-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p241



강.이.슬

처음 만나는 작가님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의 방송작가님이셨다.

놀라운 토요일, SNL 코리아, 인생술집까지.

재미없는 프로그램이 없었잖아.

에세이에 취약한 독자지만

이번 작품은 기대해도 좋겠는걸?

초보 인간을 응원하는 히어로를 따라

냉큼 페이지를 펼친다.

나날을 콩트로 채우는 부류셨구나.

감탄과 함께 터지는 웃음.

너무 웃기다 ㅋㅋㅋ


나만큼이나 나를 믿고 싶어 하는 존재가,

나만큼이나 나를 살리고 싶어 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없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죽을 때까지 나는 나를 떠날 수 없으므로,

평생을 나랑 살아야 하는 나는 죽을 때까지 함께할 사람이

이왕이면 멋지고, 사랑스럽고, 든든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꿈은 강이슬이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강이슬의 영원한 믿을 구석이 되는 것이다.


_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p33


초보 딱지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건 역시나 운전.

만우절의 거짓말 같던 첫 운전의 역사에 빵 터졌다.

조카 유모차 모는 것보다 쉽다는 강사의 말에

조카 유모차를 지금처럼 몰았으면 수갑 찼다고 생각하는 이슬님.


"저는 진짜 갱생 불가 머저리인가 봐요!"

"저 같은 게 운전은 왜 한다고 했을까요?"

"강이슬! 이 멍청한 등신아 똑바로 좀 해!"

"저는.... 지금 그냥 콱 죽고만 싶네요."


열받아 언성을 높이는 강사 앞에서 광분하며 소리친다.

남의 일이 아니라서 독자인 나도 웃다가 울었다.

내 면허는 언제쯤 빛보려나ㅠㅠ

애인 집 앞에 불쑥 찾아가 별 보러 갈래?

이런 질문 나도 해보고 싶다고❤


+ 미용실, 운전학원 왜 때문인지 기 죽는 곳.

별로면 별로다,

불만이 있어도 말을 못하겠다.

다들 그러신가요?


후회를 안하는 법.

'끝까지 잘하기'도 물론 있지만

'일단 해보고 미련 없이 포기하기"도 있다.

'했으면 어땠을까' 궁금해하기보다

'나랑은 맞지 않는 일이구나'

깨닫고 포기하는 쪽이 훨씬 명쾌하다.

'포기'도 성과다.

_미래를 구하러 온 초보인간, p106


엄마랑 하는 섹스 만담,

아빠와 함께 피는 담배,

꼰대인 걸 증명하듯 놀랐지만 그려 세상이 변했응께.

시선을 조금 달리했더니 따숩고도 다감한 이야기다.

채식 도시락이란 단어를 봤을 때

딱 떠오르 건 금방 싸겠다는 거였지만 알고 보니 한 시간.

채소를 씻어서 탈수하고 통에 담는 과정으로만 생각한게지.

나쁜 일이 생기면 나도 코메디 영화의 에피소드인냥 웃어야겠다.

치킨, 배부르다고 남겨 버리는 그런 짓도 하지 말아야지.

한때는 생명이었던 존재니까.. 육식인간이라 미안해ㅠㅠ

바른생활길잡이에서 잘 거절하는 법도 가르쳤어야 한다에는 공감동감.

책 택배 야무지지 못하다고 서점들 욕했는데 진짜루 안그래야지.

제로웨이스트는 불가능이어도 가벼운 포장의

택배를 응원하는 건 나라도 할 수 있으니까.

초보 지구 지킴이 여기도 있어요🤗


우울이 빠진 글은 깊이가 없다고 얘기한 어느 냥반과 나는

취향이 극명하게 달라서 새벽 세 시 감성이라면 질색팔색이다.

강이슬 작가님의 이야기는 안그래서 좋았다.

긍정, 유쾌, 햇볕에 달달 구워진 조약돌마냥 따끈하고 몽실몽실.

한여름의 스페인의 같은 사람이 쓴 글이라는

오지은 작가의 추천사에 공감 백배 날린다💯


내 남은 인생 중 몇 번이나 초보로 설렐 수 있을까?

긴장하고 겁먹는 순간이 싫어서 낯선 일엔

도전하지 않는 내 성향에 반성했다.

초보자에게 나는 얼마나 관대한 사람이었나

돌이키니 새삼 나도 참 속좁고 예민했더랬지 후회도 되고.


매주 빼먹지 않고 챙겨보는 놀토인데

놀토의 기획과 3주년에 대한 작가로서의 소회를 보고 나니

프로그램도 더 가깝고 특별하게 느껴진다.

식당에서 쌈 싸먹는 분이 작가님일 가능성이 농후!

오늘은 유이씨와 손나은씨가 출동한다던데

까먹지 말고 꼭 시청해야겠다🎦


+김영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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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양장) 명화로 보는 시리즈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선종 편역 / 미래타임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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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나이 서른다섯.

그 시절 서른다섯이란 나이가 가졌던 의의를

신곡의 첫문장으로 체감한다.

"인생길 반고비에서 정도를 벗어났다"고 말하는 그는

1300년, 부활절을 사흘 앞둔 금요일 저녁에

어두운 숲을 헤매고 있었다.

두려움에 덜덜 떨다가 용기를 내어 길을 나선 단테는

표범(정욕), 사자(교만), 늑대(탐욕)에게

위협을 당하며 정신을 잃는다.

단테가 깨어났을 때 그의 앞에는 낯선 남자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로마의 위대한 시인 베르길리우스였다.

하느님의 사자로 단테를 찾아온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지옥과 연옥, 천국의 문 앞까지 인도한다.

제일 첫 방문지는 지옥.

신곡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고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지옥은 위에서 아래로 점점 좁아지는 9개의 원의 형태로

지하로 내려갈 수록 죄가 더욱 중해진다.

기독교의 사후세계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인만큼

성경 속의 인물이 대거 등장할 것 같지만

성경은 안읽고 그리스 로마 신화만 줄창 읽은 독자의 눈에는

온통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인물과 괴물, 신들만 보인다.

지옥문의 수장을 서는 자도 심판자들도 그리스로마 신화의 익숙한 인물들이다.

카론, 미노스, 케르베로스, 하데스, 플레기아스, 미노스,

메두사와 알렉토, 티시포네 같은 복수의 여신들, 미노타우로스,

켄타우로스, 케이론, 하르피아, 안타이오스 등등.

암캐와 타락천사, 루시퍼 정도가 신화와는 별개의 존재일까?

교황파인 겔프당의 지도자였던 단테였기에

단테의 지옥에는 황제파인 기벨린당 소속 인물이 유독 많다.

그중 인상 깊은 인물은 9옥에서 먹고 먹히는 죄를

받고 있는 중인 우골리노 백작과 루지에르 대주교다.

기벨린당 소속이면서 겔프당의 피사 정복을 도왔던 백작은

훗날 기벨린당 소속의 루지에리의 포로가 된다.

백작과 세 아들은 감옥에 갇힌 채 굶주리는데

배고픔을 참지 못한 백작이 아들의 시신을 먹는다.

허나 이는 그 혼자의 죄로 볼 수 없음이니

원흉 루지에리 대주교 또한 지옥에 떨어지게 되고

그들은 서로의 살을 뜯고 먹히며 고통을 받는다.

그밖의 기벨린당 인물들은 별 볼 일 없는 죄로

공감도 가지 않고 기억에도 남지 않았다.

단테는 절친한 친구였던 구이도의 아버지도 무덤의 망령으로 등장시키고 (싸웠나?)

트로이에서 로마의 시조 아이네이아스와 싸운 오디세우스도 불지옥에 빠트린다.

마호메트는 턱부터 항문까지 갈라진 채로 등장하는데

이슬람 국가에서 단테의 신곡은 혹시 금서일까나?

판매량은 어쨌든 바닥일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죽은 자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자도 지옥벌을 받는데

읽다 보면 자기 원수나 맘에 안드는 인물은 죄다 지옥에 갖다박은 느낌이다.

사심작렬 양심무엇 ㅋㅋ 하고 최초에는 웃었지만

가만 생각하면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자기 이름 내걸고 너네 모조리 지옥행이라며

교황 누구누구씨들과 정치가 누구누구씨들도 대놓고 저격한 거니까.

제노바와 고향 피렌체 등 아예 도시 자체를 싸잡아 비난하기도 하는데

피렌체 밖에서 망명 중이었다곤 해도 나라면 못했다.

베아트리체를 첫사랑이라는 이유로 천사로 만들거나

자신의 시로 작곡한 찐친과는 연옥에서 재회하는 것만 봐도

보통 사사로운 양반이 아닌데

그런 점이 정감도 가고 재미있게도 느껴진 건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이 완역본이 아니어서인 것 같다.

완역본에서는 모르는 인물로 마구마구 페이지를 채우는

단테 때문에 짜증 대폭발, 옹졸하다 비난하며 몇 번이고 포기각을 세웠기에;;

이점은 편역본의 강점인 게 분명하다.

지상에서도 게을렀던 단테의 친구이자 악기제작자인 모씨는

연옥에서도 허랑방탕하게 까부러져 누워있다.

신곡 안에서도 제일 귀여운 장면이랄까?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는 아가리에 세 영혼을 문 대마왕 루시퍼가 있다.

정적과 기타 민간인(?)들을 사심 가득 등장시켰던 단테도

9지옥에서만큼은 세계인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는 공인(?)을 대면하게 한다.

예수를 은화 30냥에 팔아넘긴 가룟 유다.

카이사를 암살한 브루투스.

브루투스를 도운 카시우스.

반가운 마음 반 의아한 마음 반이다.

유다야 그렇다쳐도 브루투스와 카시우스가 그 정도의 죄인이라고??

참고로 카이사르는 제 1지옥 림보의 정원에서 유유자적 산책 중이시다.

단테와 베르길리우스가 지옥을 탈출할 때 루시퍼의 수북한

겨드랑이 털에 매달려 거꾸로 올라간다는 설정이... 살짝 충격이었다.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로지를 정도로 겨털이 그렇게 긴 거야??

민음사판 읽을 때는 털사다리에 대해 읽고도 이해를 못했었나 보다.

북반구엔 땅이 있지만 남반구의 땅은 바닷속으로 파고 들어갔거나

북반구로 달아나 땅이 비어있다고 말하는 중세 세계관도 새삼 신기하게 다가왔다.

미래타임즈 출판사의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나로써는 두 번째로 만나는 신곡이다.

민음사의 박상진 역자 번역의 완역본이 첫회독이었는데

희곡어투에 대한 이질감이 큰 독자의 경우

역자를 가리지 않고 완역본은 읽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신곡의 원제목이 "Commedia", 희곡 또는 희극인 걸 잊어선 안되겠다.

완역본 신곡을 읽다 보면 나 돌대가리인가 라는 비애에 빠지기도 십상인데

장면이 잘 그려지지도 않을 뿐더러 모르는 인물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

단테가 살았던 당시의 피렌체의 정세 등도 주석 없이는 파악이 안된다.

편역본에는 당연하지만 이런 함정이 없다.

완역본을 읽으려는 독자를 말리려는 생각은 없지만

편역본의 장점도 분명하기에 아직 신곡을 읽어보지 못한 독자나

완독에 급급해 내용 파악이 힘들었던 독자에게

이선종 편역자의 <명화로 읽는 단테의 신곡>을 추천한다.

주석없이 딱 한 권으로 신곡을 파악할 수 있게끔 압축 정리해 놓은데다

구스타브 도레, 윌리엄 블레이크, 아돌프 부그로 등

유명 화가의 삽화를 300점이나 실어 이해를 돕는다.

삽화 덕분인지 신곡의 내용이 더욱 명료하고 인상 깊게 머릿속에 남아

완역본을 다시 읽을 용기도 생겼다❤

리뷰가 넘나 길어져서 연옥, 천국편 얘기는 생략.

독서에 계절감도 무시 못할 요소인 걸 확실하게 느낀 게

6월 초여름에 읽는 민음사의 신곡은 불지옥이 지독했는데

1월 한겨울에 읽는 미래타임즈의 신곡에서는 얼음지옥이 한층 살벌하다.

불지옥과 얼음지옥 중 더 실감나게 만나고 싶은 곳을 찾아

계절을 따라가며 읽어도 좋을 것 같다.

​+미래타임즈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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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아키타케 사라다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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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무슨 일이죠?

출판사들의 계절 유행이 바뀐 건가요?

혹시 이것도 이상 기온의 영향??

여름의 전유물인 줄만 알았던 호러 소설이

겨울에도 속속 출간 중이에요.

현대문학의 『므레모사』,

고블의 『얼음 속 엄마를 떠나보내다』,

창비의 『리틀 아이즈』,

12월부터 오늘까지 만난 호러소설들이에요.

말할 필요도 없이 다들 재미난 소설이지만요.

이번 RHK가 물어올린 대어만은 못할 겁니다.

『후회하는 소녀와 축제의 밤』

은 2018년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과 통합된

믿고 읽는 일본 호러 대상 마지막 수상작이란 말이죠!!

제 이야기 좀 들어보실래요?

배경이 되는 곳은 일본 시골의 한 고등학교.

시작하는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언제나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걸로 유명한(?)

수학교사 사카구치 입니다.

구관의 빈 교실에 열쇠를 찾으러 간 그는

끼릭, 까릭까릭, 바닥을 긁는 기묘한 소리를 듣게 되고

낮에 만난 한 학생의 엉뚱한 경고를 기억해 냅니다.

"여기에는 분명 그게 있어요."

몰래, 한 장씩, 나무바닥의 나무판을 뒤집는 "그것"의 정체는?

사카구치 선생이 한밤에 겪은 오싹한 소동을 만나보세요.

아사이는 벌써 삼개월 째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어요.

밤이 되면 숨이 잘 안쉬어질만큼 가슴이 아픈데다

방구석에는 아사이를 먹잇감처럼 노려보는 지네가 있거든요.

사촌누나의 경고를 기억하며 신사 근처에도 가지 않고

지네를 피해 온동네를 밤새 달리기까지 해요.

지네에 먹히기 전에 과로사 할 것 같은 괴로움ㅜㅡㅜ

그런 아사이에게 같은 고등학교 선배가 다가와 말해요.

"벌레는 마음에 둘 것 없어요. 안심해요."

사촌누나를 믿을 것이냐 학교 선배를 믿을 것이냐.

아사이는 과연 꿀잠 자는 달콤한 밤을 되찾을 수 있었을까요?

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여섯 살의 이토가와.

철봉을 돌다가 새 원피스의 리본이 뜯어져 버려요.

엄마에게 혼날 생각에 끙끙 앓는 아이 앞에 나타난 한 남자.

"새 옷을 가지고 싶어?"

똑같은 옷을 줄테니 거래하자는 이 미스터리한 남자는

10년 후 이자없이 대가를 받아가겠다고 말한 후 사라집니다.

거래도 이자도 대가도 뭔지 몰랐던 어린 아이를

제대로 속여먹은 이 후안무치한 남자는 누구일까요?

16살 드디어 10년 째인 오늘

다시금 남자를 만난 이토가는 무사할 수 있을까요?

"그쪽은 머리를 기르는 편이 좋겠어요. 최대한 길게."

의문의 동급생은 어째서 이토가와에게 이런 말을 했던 걸까요?

새로운 여성 캐릭터가

이뤄낸 서정적 결말이 압도적이다.

-미야베 미유키

일본 소설 속 공포의 형태는

이 작품으로 한껏 다채로워졌다.

-기시 유스케

작가님은 여름하면 호러지 라는 생각으로 글을 쓰셨다는데

한국 독자들은 계절을 묵혀 겨울에 만나는 함정에 빠지긴 했어요.

근데 이 함정에 빠져 호러의 참맛을 깨우쳤습니다.

찬바람 쌩쌩 불 때 읽는 겨울 괴담의 오싹오싹한 맛!

얼죽아가 이해되는 냉기의 카타르시스!!

한 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이 주인공인 연작 소설이구요.

세 개의 각기 다른 에피소드와 인물들이 네 번째 이야기

"축제의 밤"에서 한데 뭉쳐 미스터리한 소동을 마무리 합니다.

후회하는 소녀가 누구인지

축제의 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비밀~

이 책 한 권이면 긴 긴 겨울밤도 반토막이에요.


📕알에이치코리아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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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살아보자 - 풀꽃 시인 나태주의 작고 소중한 발견들
나태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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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살아보는 거다.

우선 1년을 살아보는 거다.

그러다 보면 더 많은 날들을 살 수 있겠지.

올해도 좋은 일, 나쁜 일, 힘든 일들이 있을 거야.

그렇지만 그런 일들과 함께 잘 살아보아야지.

이렇게 오늘도 나는 뜨락의 꽃들한테 배운다.

_봄이다, 살아보다 중에서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

영국 시인 셸리의 시에서 한 문장,

"바람이 분다, 살아보아야겠다."

프랑스 시인 발레리의 시에서 또 한 문장,

그렇게 두 가지 시에서 따온 문장으로

『봄이다, 살아보자』는 나태주 시인의

에세이 집 제목이 탄생했다.

호숩게 자전거를 타다

길 잃은 아낙을 택시 태워보낸 날,

아빠가 선생질해 근근이 먹고 산다던

아들의 일기장 문구가 떠오른 날,

책을 많이 봐 닳아버린 지문을 마주한 날,

기르고 가르치고 애쓰는 과정없이 생긴

며느리와 사위에 대한 고마움이 들던 날,

아내에게 맞절하며 설을 맞은 날,

삼시세끼 손님이 드는 밥집처럼

삼시세끼 독자가 드는 시집을 만들고 싶던 날,

풀꽃 시인이라 불러주는 모든 "너"들이

떠오르는 날들에 쓰여진 글들이

소복소복 꽃이파리처럼 쌓인 에세이집이다.

억지로라도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유정하고 고달파 아름다운 인생이라는데

무정해서인지 자꾸만 삭막해지는 마음이

시인의 글자들과 어우러지며 조금쯤 윤기가 돈다.

작은 생기들이 돌아온 느낌이다.

이래서 많은 독자들이 풀꽃 시인의 글을 찾는가 보다.

"잘한 것도 없는데 또, 봄을 받았다고"

페리테일 작가님의 책 제목을 빌어

시인께 응답하고픈 겨울의 낮.

해가 쨍쨍해서인지 설도 안지난

1월이 꼭 초봄 같이 따뜻하다.

안녕, 안녕, 봄!

3월이 아직은 까마득해도

나태주 시인의 글을 열어

이르게 봄맞이를 해보자.

봄이다, 살아보자.

+ 집 나이란 단어를 이 책으로 처음 접했다.

만나이 말고 한국식 나이를 집나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봄이다살아보자 #나태주 #한겨레출판사

#하니포터2기 #에세이집 #풀꽃시인 #에세이

#풀꽃시인나태주의작고소중한발견들

+한겨레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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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가 아니면 죽음을 스토리콜렉터 99
제프 린지 지음, 고유경 옮김 / 북로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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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터너인 책이 주는 불꽃 카타르시스가 있어요. 읽고 나면 스트레스가 빵 뚫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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