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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 이브 생로랑 삽화 및 필사 수록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브 생로랑 그림, 방미경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월
평점 :

"모든 소설 속 사랑에 빠진 여자"
" 모든 연극의 주인공"
"모든 시집 속 막연한 그녀였다."
(p374)

1987년에 출간된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장편소설,
마담 보바리❤
플로베르 탄생 200 주년을 맞아
이브 생로랑의 삽화와 필사본이 수록된
특별한 책이 북레시피에서 출간됐다.
15세 사춘기 소년에게 마담 보바리는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까?
무엇이 예술가적 감성으로 가득찬
소년에게 13장의 그림을 그리게 하고
1장 전체와 2장 초반의 일부를
열심히 따라 쓰게 만들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을 펼치곤 깜짝 놀랐다.
불륜 소설인 줄만 알았던 책 속에서
지루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몸을 내던지며 몸부림치는 여성을 만난 것이다.
행복을 향한 마밤 보바리의 전투적인 삶이
자주 몽상에 잠기는 수줍고 내향적인 소년에게
충격이자 희열이며 공감이고 깨달음이었을까?
내게 그런 것처럼??

엠마는 사는 내내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너무 지루해!!!
의사인 샤를과 결혼한 걸 그녀는 죽도록 후회한다.
섬세하지도 문학적이지도 낭만적이지도
뭣보다 부유하지도 않은 이 남자와 함께하면
행복할 수 없다는 깨달음에 엠마는 가슴을 뜯는다.
..라고 쓰면 보통은 비유일테지만 엠마는 아니다.
엠마는 허영심, 애정, 환상, 욕망이 좌절될 때마다
기절하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신경발작을 일으키거나
통증을 견디지 못하고 몸져 눕는다.
의사인 샤를이 아내가 죽을까봐 매번 겁먹는 걸 보면
그녀의 고통이 과장이나 거짓도 아니었던 것 같다.
(시어머니는 쇼한다며 흉을 보지만;;)
욕망의 선로가 육체에 직통으로 깔린 엠마에게
욕구를 억누르고 불행한 삶에 안주하는 건
그녀가 깨달았든 깨닫지 못했든
자살과 다르지 않은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느끼기로 엠마는 살기 위해 탈주를 벌인다.
수도원에서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아버지의 집에서 남편이 있는 새 가정으로,
서기 레옹과의 플라토닉한 사랑을 은신처 삼아
육체적 열망에 눈 뜨게 만든 귀족 로돌프의 품으로 달음박질쳐
재회한 레옹을 정부처럼 거느리고 향락하는 삶을 향해
엠마는 도피를 시도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그때마다 영혼이 깎이는 듯한 아픔에 휩싸인다.
함께 도망치기로 한 로돌프가 당일 아침
제 마차에 짐을 싣고 엠마의 집앞을 쏜살같이 지나쳤을 때
엠마는 마차의 뒤꽁무니를 보고 미쳐버렸다.
돈 좀 빌려달라는 간청에 레옹이 잠적했을 때도 넋이 나간다.
영문도 모르는 채로 그런 엠마를 위로하는 사람이
엠마가 그토록 무시한 남자 샤를 뿐이라는 것은
무참하고 슬픈 아이러니다.

그래서 엠마가 불쌍하냐고?
놉!!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어도 패배할 수는 없다"는
산티아고 노인이 하던 말의 표본 같은 여자가 엠마 보바리니까.
"싸움이 끝나고 노예처럼 뼈 빠지게 해야 할 일만 잔뜩 남은 순간"에
엠마는 지루한 삶에서 완벽하고 완전하게 해방될 방법을 찾는다.
그 어떤 빚쟁이도 연인도 여타의 인연과 욕망도 붙잡을 수 없는 곳으로
성공리에 이룩한 도약은 넌덜머리가 나도록 엠마다웠다.
솔직히 엠마에게 이보다 더 걸맞는 결말이 또 있을까?
내 기준 이건 찐 해피다.
대상이 정신 나간 여자 한정일 때긴 하지만.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이는 샤를과 엠마의 딸 보바리 양이었다.
엠마가 욕망에 헌신한 결과 샤를은 알거지가 되어
아내의 정부에게 비웃음과 동정을 받는 속에 죽었고
보바리 양은 고아가 되어 친척집을 전전하다
일찌감치 방직공장에 취직해 밥벌이를 하게 되니까.
엠마가 레몬수로 다듬던 정갈하고 예쁜 손과는 달리
보바리 양의 손은 거칠고 마르게 노동의 흔적을 묻혔겠지.
엠마의 허상과도 같았던 외로움과는 달리
진실로 홀로 남은 세상에서 고군분투해야 했으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째서 엠마가 싫지 않을까?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하고 극도로 이기적이고
사치와 향락과 퇴폐에 쩔어 살았던 이 여자가
나는 웬일인지 밉지 않아서 좀 당황스럽다.
갈구하고 헌신하고 애정하고 욕망하는 거대한 에너지가
나라면 귀찮아서라도 못했을 숱한 일들을 벌이는 엠마가 신기하다.
꿈꾸기도 민망한 엠마의 숱한 계획들에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저토록 또렷하게 원하는 게 있다니 말이다.
실제로 만난다면 가까이 하기엔 절대 거부인 당신이지만
문학 속의 그녀라 잊지 못할 주인공의 한 명으로 엠마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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