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술집 바가지 3 - Novel Engine POP
아키카와 타키미 지음, 시와스다 그림, 김동수 옮김 / 영상출판미디어(주) / 2019년 2월
평점 :
품절


 

 

도쿄 변두리의 작은 선술집 바가지. 덤터기를 씌워 제 값 보다 높게 받는 바가지 상술에 분노할 수 밖에 없는 고객 입장상 선술집 바가지는 상호부터가 너무너무 비호감이다. 어떻게 이런 이름으로 가게를 낼 생각을 할 수 있는거지?

미네와 카오루 자매가 운영하는 선술집에 의아했던 것도 잠시 포렴에 적힌 이 상호가 단골손님들의 선심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아니 바가진줄 알면서도 단골 한다고요? 내 주머니에서 돈 빼서 포렴까지 만들어줬다고요? 뭐야뭐야, 선술집 바가지 대체 뭐야, 바가지라는 거야 안바가지라는 거야~


선술집 바가지의 1대 주인장이었던 미네의 아버지는 손님을 앉혀두고 툭하면 얘기하곤 했단다. 어디서든 살 수 있고 집에서도 충분히 해먹을 수 있는 요리에 술을 파는 우리집은 이미 충분히 바가지라고.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편의점에만 가도 살 수 있는 술과 집에서 내 손으로도 해먹을 수도 있는 요리를 하나 아깝지 않게 돈내고 먹으러 가는 건 그만큼 그곳의 음식이 맛있다는 증명 아닐까? 그런 바가지라면 엎어쓰고 나오겠다는 의미로 손님들은 선술집 바가지라는 상호를 붙여주었는가 보다. 버젓이 "바가지"라는 간판이 붙은 가게에 너무 많은 손님이 들지는 않으리라는 단골의 응큼한 속셈도 있었을테고 말이다. 손님들의 그런 독점욕(?)까지도 사랑스럽게 생각하는 미네와 카오루는 부모님의 사망 후에도 유지를 받들어 주말을 제외하곤 매일매일 성실하게 장사에 임하고 있다. 일본 내외의 다양한 술들과 계절에 꼭 맞는 재료들로 엄선한, 그러나 크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 요리들은 (어디까지나 글로 읽었을 때 얘기고 나보고 하라면 못하겠지만 ㅋㅋㅋ) 활자로 보는 나도 침을 꼴딱꼴딱 삼키게 할만큼 맛있고 다양하다. 일상물보다 모험물을 더 좋아하는 내 구미에도 딱 맞는 간의 손님들의 얘기도 잔잔한 재미를 더한다. 좋아서 화나서 싸워서 화해해서 피곤해서 그리워서 행복해서 술이 생각나는 밤들이 세상 모든 어른들에겐 있지 않겠는가. 크게 폭음하고 위가 뒤집어져서 요즘 술을 자제 중인데 '아효 딱 한잔만 하고 싶다!!!'는 유혹이 1, 2 ,3권 읽는 내내 계속됐다. 특히 야키교자 만들어 구워먹는 얘기에 식욕 폭발. 냉동실에 만두가 없으면 불안한 사람이 난데 하필이면 집에 맥주도 있었고요. 냉장고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꾸욱 참았다. (나야 잘했어, 쓰담쓰담)


암만 봐도 3권이 완결인 것 같지는 않아서, 그도 그럴 것이 구시대적 표현으로 국수 먹게 해줄 것만 같은 남녀가 넷이나 있는데 냄새만 줄창 피우고 다된 요리를 보여주지 않았단 말이지. 이런 애매함으로 완결일리 없어 라고 주장하고 싶다. 호감이 있음에 분명한 단골 아키와 료는 말할 것도 없고, 나이 서른에 자기가 반한 것도 모르는 것만 같은 주인장 미네와 은근한 철벽 카나메의 향후 진행 상황이 궁금한 건 저뿐인가요? 그런가요? 바가지의 단골손님들은 아니지만, 그야 중학생들이다, 자매 같은 친구들 사키와 린의 우정도 계속 보고 싶고, 성인으로 발 딛여 첫 술잔을 선술집 바가지에서 기울였으면 좋겠는 료의 후배 노리의 첫 술도 궁금하다. 한 때는 게이샤였던 유메와 소꿉친구 시이의 재회의 회포가 바가지에서 풀리는 것도 목격하고 싶고, 무엇보다 다음 독서 때는 위가 건강해져서 미네와 카오루의 새로운 요리들 새로운 술을 안주 삼아 나도 기분 좋게 취하고 싶다. 선술집 바가지가 근방에 있다면 풀방구리 쥐나들 듯 하겠지만 없으니까!! 대신에 시리즈로 다음 권들이 쭈욱 나와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와 출판사에 기대를 무럭무럭 날려보내며 그렇지만 싫었던 두 가지 사항도 고민 끝에 같이 첨부하며 길었던 이번 리뷰도 끝!


 

미네가 카나메에게 먹인 후쿠시마 복숭아는 쪼끔.. 심하게 많이.. 아니었다고 본다.

후쿠시마의 맛있는 복숭아 농장이 망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건 국가가 보상할 일이지 일본 국민들이 몸으로 감당해야 할 일은 아니라고 봐서ㅠㅠㅠㅠ

작가의 선의를 존중하지만 개정판이 나오게 된다면

이 부분을 심도 깊이 고민하고 내용 수정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


첫방문에 주인장한테 반말하던 카나메의 첫인상도 쪼끔 비호감.

아가씨한테 아저씨나 할아버지가 초면 반말 직찍 날리던 건 90년대 초반에 끝난 얘기 아닙니까?

엄청나게 고연령자면 바뀐 시대에 적응을 못하시나보다 하겠지만 카나메 나이 고작해야 서른 중반;;;;

아기 고양이들 구해주는 장면으로 점수 회복했지만 작가 문제인지 번역가 문제인지 딴 책에선 부디 이러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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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2019-02-2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제가 알고 있는 (잘못 알고 있을 확률도 높지만) 약간의 상식은 일본에서는 딱 봐서 연장자처럼 보이면 반말하는 게 일반적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일본 사람 밑에서 약 2년간 일한 경험이 있어서요 물론 일반화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나중에 일본 문화,사회를 더 알게 되면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

캔디캔디 2019-02-24 14:13   좋아요 0 | URL
일본은 또 그런 문화이군요. 제가 일본 문화를 몰라서 뭐 이런 무례하고 촌스러운 남자가 다 있나, 왜 번역을 이런 식으로 했을까 하고 살짝 분개했는데 그전에 일본 문화부터 알아볼 걸 그랬습니다. 몰랐던 정보까지 부끄럽지 않게 알려주시고 댓글 넘 감사해요 진우님~

vango 2019-02-2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드라마로 제작되었습니다 유튜브에 가시면 보실 수 있어요 자막이 없어서 내용은 모르겠지만 분위기는 따뜻해 보여요

캔디캔디 2019-02-24 14:13   좋아요 0 | URL
책도 굉장히 오붓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요. 주인공 미네씨도 매력적이구요 ㅎㅎ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올라오면 보기 편할텐데 어디서 볼 수 있는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