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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 마음 아픈 사람들을 찾아 나선 ‘행키’의 마음 일기
임재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1월
평점 :
<인생이 적성에 안 맞는걸요>
제목을 참 잘 지었다.
보자마자 입에서 나오는 투정 한 마디.
"내 말이."
내 말이 딱 그 말, 종종 생각한다, 사는 게 적성에 안 맞는 것 같다고.
어느 소설 주인공처럼 그저 이끼 낀 돌이고 싶다고.
작가 임재영님은 정신과 의사다.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는 말을 증명하듯 두 번에 걸쳐 큰 우울증을 앓았다. 병이 사람을 골라서 온다고 생각했던 철없던 시절을 비웃듯 마음의 병을 앓았고 전공을 고민하는 때를 거쳐 힘들게 정신과 의사가 되었는데 또다시 우울증이 찾아온다. 정신과의사의 이상증세, 스트레스, 번아웃 같은 독특한 이력에 병원을 벗어나 트럭을 몰고 다니며 거리의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는 더 독특한 이력을 얹고 장애를 가진 둘째 아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다시 병원으로 돌아간 안타까운 경험이 더해진 후 작가는 이 책을 썼다. 환자=피해자라는 등식으로 내가 벌을 받은걸까? 무슨 잘못을 했다고 이런 해를 입은걸까?등등을 생각하며 힘들었던 적도 있지만 마음 충전소를 몰고 다니며 거리거리를 누비는 동안 그는 제자리를 찾는다. 그리고 알려준다.
①'에라이 효과'에 빠지지 말자. 새로 산 흰바지를 입고 나선 길, 몰상식한 운전자로 인해 새바지에 흙탕물이 튀었다고 '에라 될대로 되라' 하고 마구잡이로 웅덩이를 밟고 다닐 필요는 없다. 기분이 나쁘다고 옷을 더욱 더럽히지는 말자. 옷을 아끼려던 처음의 마음을 잊지 말고 스스로를 피해자라 여겨 지나치게 분노하지도 말고 본심을 지켜내자고 말한다. ②역지사지의 함정을 기억해라. 입장 바꿔 생각한단들 모두가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일 수는 없다. 상대가 내 얘기를 들을 때도 내가 상대 얘기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와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고 싶을 때는 내 경험 따위 몽땅 비워버리고 그저 상대의 얘기를 들어주라. 상대의 기분을 물어봐주는 편이 미주알고주알 떠드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굳이 내 얘기를 들을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대에게 흉금을 터놓을 필요도 없다. 침묵은 말없음이 아니라 또다른 말의 형태임을 잊지 말 것. ③잊는 것은 잃는 것과 같아서 행복을 잊을 때 내게 있는 행복을 상실할지도 모른다. 책장에 마구잡이로 꽂아넣고 나면 그 책이 있는지 없는지 기억도 안나고 찾기도 힘든 것처럼 행복에도 정리정돈이 필요하다. ④이벤트처럼 욕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습관도 나쁘지 않다. 욕하는 일을 저질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압력밥솥에 김을 빼듯 욕 한 방으로 응어리를 풀 수 있다면 어줍잖은 상담보다 나을 수 있다. 작가님도 강의를 가면 욕하는 법을 종종 알려주실 때가 있다고. 그래서 나도 오늘 귀여운 강아지 "시바"를 여러번 찾았다. 주문처럼 시바를 외우다 웃음이 터져버린건 안비밀!
기왕지사 태어난 거 적성에 안맞아도 인생 즐겁게 살아보자 최선을 다해 응원하는 책.
그래도 내일엔 인생에 적성 좀 찾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