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삼국지연의보다 재미있는 정사 삼국지 1~2 세트 - 전2권 - 20만 유튜브 독자들을 소환한 독보적 역사채널 써에이스쇼의 삼국지 정사 삼국지
써에이스 지음 / 원너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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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한 책들에서는 장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십장시의 부패로 나라 안팎이 어지럽던 때 과거 시험에 떨어진 장각이 산에 들어간다. 풀뿌리 캐어 먹고 살다가 도를 깨치는데 도사 장자가 준 태평요술서 덕분이다. 장각은 하산 후 태평도를 창시하고 전국각지를 떠돌며 주술을 부리고 부적을 쓰며 신자를 모은다. 수십만에 달하는 장각의 신자들이 각지에 집결해 황건을 머리에 두르고 난립을 하는데 이가 바로 황건적의 난이다. 한나라 멸망의 직격탄이자 부패한 정치가 부른 난세의 시작이며 영웅호걸들이 각양각색의 드라마를 쏟아내는 포문을 열어주는 역사적 사건 되시겠다. 그런데 여기,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잘 보면 시작부터 구라가 섞여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수나라 때 생긴 과거시험을 한나라 사람 장각이 어떻게 보고 떨어질 수 있었냐는 거다.

써에이스 작가는 정사 삼국지를 바탕으로 초반부터 팩트를 제대로 짚어주며 시작을 한다. 황건적의 난이 일어난 시대적 배경, 난을 토벌한다는 명목으로 각지의 군벌세력이 어떻게 힘을 갖고 위촉오 삼국시대로 나아갈 수 있었는지, 영웅들의 시대가 시작되어 저물기까지 낯익거나 익히 알던 것과는 다르거나 낯선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내가 읽었던 이문열의 삼국지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일본작가의 삼 권 완결의 삼국지는 제갈량의 출사표로 끝이 났는데 써에이스 작가의 정사 삼국지는 출사표를 4부로, 그 뒤 5부 사마염의 삼국통일까지 알려 주며 끝난다. 재미있는 건 소설 삼국지와 정사 삼국지는 인물 비중도 사건 비중도 완전히 다르다는 거다. 삼국지 하면 복숭아 나무 아래서 형제가 되기로 맹세를 한 유비, 관우, 장비부터 생각이 나고 역사도 이들을 중심으로 진행이 됐던 것 같은데 정사 삼국지에서는 비중이 참 작다. 그 유명한 복숭아 나무도 없고 장비의 존재감은 거의 실종 상태다. 가만 보자, 장비가 책에 한번인가 등장을 했던가? 병졸들한테 채찍질 하다가 열받은 군인들이 들고 일어나서 장비를 죽여버렸을 때 한번 나왔고, 아차, 하후패가 촉나라로 귀순할 적에 또 한번 언급이 됐다. 유선의 아내가 하후씨의 후손이었기 때문에 유선이 애기를 안고 당신 후손이오 하는 일러스트와 함께 50년 전의 장비가 등장한다. 장비가 땔감 줍는 여자를 납치해서 아내로 삼는데 그가 하후패의 사촌 여동생이었던 것;; 팩트로만 보니 장비한테 정이 똑 떨어지네?

동생에게 삼국지 읽은 거 맞냐는 의심을 받기도 하고 내가 생각해도 두어번 삼국지를 읽은 것치고는 인물도 사건도 너무 기억을 못해서 삼국지 읽었는데요 라고 말하기 뻘쭘한 게 사실이었다. 관도대전을 삼국지에서 읽은 기억이 아예 없었고 그래서 관도대전과 적벽대전을 구분도 못했다;;; 근데 이제는 적벽대전 때 제갈량의 기지로 조조군으로부터 취득한 십만 개의 화살이나 화공전이 실은 황개의 지혜였다는 걸 안다. 그 황개가 화살을 맞아 강물에 빠졌는데 아군이 황개인 줄 몰라서 측간 앞에 버려뒀다가 죽을 뻔 한 것도 알고. 불쌍한 황개 장군ㅠㅠ 써에이스 작가의 정사 삼국지는 간결하고 핵심적인 설명 더하기 사건마다 찰떡 같은 일러스트를 붙여 독자의 기억력을 빵빵하게 채워주는데 내가 볼 땐 이게 제일 큰 장점같다. 장비의 죽음이나 황개를 기억하는 것도 모두 다 일러스트 덕분! 권수가 두 권인 것도 마음에 든다. 삼국지 하면 우선 길다라는 생각부터 들어서 읽기 부담되는게 사실인데 써에이스 작가의 정사 삼국지는 표지부터 이건 좀 쉽겠군, 만만하게 읽을 수 있겠어,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소설 삼국지와 실제 역사를 비교하며 읽고 싶은 독자들, 삼국지를 읽는 게 처음인 독자들, 부담없이 삼국지를 읽고 싶은 독자들이 보면 참 좋을 책,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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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양장) - 개정판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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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읽었는데도 열 두번은 읽은 것 같이 익숙한 소설 이방인. 번역 논란을 불러왔던 새움의 이방인이 2020년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어 만나게 됐다. 이방인을 요약본 내지는 감상문으로 밖에 만나오지 않았던 나조차 알고 있는 첫문장. "오늘 엄마가 죽었다."가 이정서 역자의 번역에서는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로 번역되어 있다. 엄마인데, 뉘집 똥개도 아니고 다름아닌 엄마인데, 이 무미건조함은 대체 뭐지? 삭막하기 그지없는 어투가 주는 전자의 강렬한 인상이 새움의 번역에서는 조금 누그러지는 듯도 하다. 하지만 "아니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가 부추기는 다음 문장의 무심함에서 충격은 번뜩 되살아난다. 그리고 연이어 벌어지는 장례식에서도 뫼르소의 침착성과 냉담함은 두드러진다.

눈물 없이, 담배 한 개비와 밀크 커피 두 잔으로 엄마와 일별한 뫼르소. 엄마의 낯 한번 확인하지 않고 한낮의 벌판을 걸어 묘지에 묻은 그는 한숨 자고 일어나 수영을 하고 여자를 만나고 오락 영화를 보며 남녀의 유혹이 주는 긴장감에 들뜬다. 죽은 엄마를 거의 생각하지 않은 채로 일상으로 복귀한다.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았나? 아무 애정이 없는 사이였나?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은 편린이 뫼르소의 기억에 간간히 나타났다 사라진다. 타고나기를 감정이 희박한 그런 남자였던 것이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무색무취. 내성적이고 인생에 아무 기호가 없는 것만 같은 뫼르소가 아랍인을 쏘았을 적엔 그래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뫼르소의 성향상 상대가 칼을 빼든다 해도 맞대응 할 것 같지가 않았던 탓이다. 뫼르소가 돌아서 달음박질 치는 장면도 떠오르지는 않지만 한 발을 쏘고 잠시 텀을 둔 후 네 발을 연사하는 장면은 다시 떠올려봐도 기묘하다. 그러나 살해 장면에 다다라서도 가장 충격적인 건 역시 첫 문장이다. 이러한 충격은 오직 독자의 몫만은 아니었는데 이후 그가 처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뫼르소는 허벅지를 꼬집어서라도 장례식날 울음을 터트려야 옳았다.

체포되어 수감되고 재판을 받게 된 뫼르소는 말한다. 아랍인을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불쑥 대꾸하기를 "그것은 태양 때문" 이었다고 말한다. 햇빛으로 이글거리는 해변 전체가 주던 압박감, 마치 웃고 있는 것만 같던 아랍인의 얼굴, 지근대던 이마, 피부 밑에서 울리던 정맥, 한 걸음 더 나아가도 결코 벗어날 수 없었던 한낮의 햋볕, 다섯 번의 총성. 뫼르소의 변명 탓에 법정에 웃음이 일 때 나는 그날의 해변을 떠올렸다. 어쩐 일인지 정말로 그것은 태양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고 나는 뫼르소의 편에서 생각했지만 이때까지도 한 가지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뫼르소의 살인이 정당방위로 해석될 여지 또한 충분하다는 점이다. 해변을 내리쬐는 햇볕에 독자의 시야마저 무너졌던걸까. 불타는 칼, 이미 두 차례 레몽(포주 이웃)의 팔에서 피를 본 그 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역자 후기를 읽고서야 재판 과정 중 어디에도 등장하지 않았던 칼을 떠올렸다. 그리고 장례식에서 울지 않아서, 모친의 나이를 몰라서, 관 옆에서 담배를 피워서, 모친을 묻고 돌아와 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뫼르소를 파렴치한 사이코패스로 몰아가는게 얼마나 합당하지 않은 일인가를 생각하게 됐다.

책에서 딱 한 번 등장하는 이방인이라는 단어는 2부 3장, 검사의 입에서 거론된다. "예, 배심원들님께서는 참작하실 겁니다. 또한 이방인이 커피를 제안 받을 수는 있지만, 그 아들은 자신을 낳아 준 분의 시신 앞에서 거절해야만 했다는 것에 대해 판단하실 겁니다."(p126) 끝끝내 거짓 없었던 뫼르소의 침묵과 사회의 관례를 따르지는 않았으나 어디까지나 진실이었던 무감정, 죽음에 다다라 다시금 냉정을 되찾은 뫼르소의 절제를 마주하고 나면 "참작"의 주체가 판사나 검사, 배심원, 독자가 아니라 실은 뫼르소였음을 알게 된다. "당신은 마음의 눈이 멀어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오."(p163) 라고 신부는 얘기하지만 실로 마음의 눈이 먼 것은 누구였더란 말인가. 뫼르소에 대한 편견을 한꺼풀 벗어던진 시야로 책을 덮는다. 이방인에 대한 찬양에 크게 공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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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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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책을 읽으면 좋을까... "실상 내가 독자가 관심있게 봐주기를 바란 것은 누가 행복하게 되고 누가 불행하게 됐나보다는 어떠어떠한 것들이 허성 씨 가의 조용한 몰락에 작용했나 하는 것이다. 부자도 가난뱅이도 아닌 보통으로 사는 사람의 생활과 양심의 몰락을 통해 우리가 사는 시대의 정직한 단면을 보여주고자 했을 뿐이다."(p27) 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의 독자도 아닌 내가 발문 후기를 보며 괜히 뜨끔뜨끔한다. 내가 책을 딱 이렇게 보기 때문이다. 누가 행복하게 되고 누가 불행하게 되었느냐가 내 독서의 주요 관심사다. 마땅히 권선징악으로 흘러야 하고, 불쌍한 우리 누구는 더는 고생하지 말아야 하며, 끝은 반드시 해피엔딩. 이런 바람을 안고 책을 읽다가 내 뜻대로 막이 내리지 않으면 상심하여 쳐다보기도 싫어한다. 대판 욕을 하거나 실컷 재미있게 읽어놓고서는 내심 별로였다며 악담을 가득 담은 막장 리뷰를 쓴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하니 넘 부끄럽고요ㅠㅠ 그렇게 흘러갈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 그 사건 속 치열한 운명, 어쩌면 과오, 내지는 착오, 더불어 선택의 의미들을 왜 되짚어 보지 않았을까? 작가가 더 좋은 작품으로 독자를 만나기를 희망하듯 독자인 나도 점점 더 잘 읽는 독자로 성장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까칠함과 유머에 반해서... 상 하나를 받아도 편하게 감사하다 하실 때가 없다. 왜 나를? 내가 이 나이에? 거절하려고 단어 찾고 있었는데 시간이 벌써?? 내가 상주는 사람이면 식은땀이 뻘뻘 났을 것만 같이 수상 소감이 꺼칠꺼칠하시다. 반면 책이 출간될 때는 고개 숙여 출판사에 감사하는데 이것도 읽다 보니 어라?? 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너무너무 예의를 차리시는 것이 출판사랑 약간 거리를 두시려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러다 빵 터진 서문 하나가 있었다. 2009년에 출간된 성장동화 <이 세상에 태어나길 참 잘했다>라는 책에 실린 서문이다. "느리기로는 출판사가 나보다 더해서 이 원고를 넘긴지가 2년은 되는 것 같은데 이제야 책이 나온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그림을 보니 기다리느라 삐친 마음이 절로 풀렸고, 경과한 시간 때문에 내 글을 남의 글처럼 객관적인 잣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도 결과적으로는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준비하는 시간만큼 수고도 많았을 어린이작가정신에게 감사드립니다."(p162-163) 참고로 이번 박완서의 모든 책을 출간한 출판사가 작고 착하다고 작가님이 칭찬하신 적이 있는 바로 그 작가정신이다. 옮겨 쓰고 보니 나만 웃음이 난 것일 수도 있겠다 싶다. 참고로 나는 작가정신 서포터즈, 이것은 지각서평ㅠㅠㅠ

 

나랑 작가님이랑 비슷한 부분이 있네?.... 이를 테면 이런 거 "비좁은 서가에 30여 권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나는 아직 읽지도 않았지만 앞으로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을 솎아내지 않으면 안 되었다."(p80) 새책 자리를 만드느라 헌책을 정리할 때 나는 내가 읽고 꽂아둔 책부터 보지 않고 안읽은 책들을 먼저 본다. 아직까지 안읽었고 아마 1, 2년 안으로도 안읽을 것 같은 책들을 먼저 선별하는데 몇 년 안지나 후회하는 때도 있지만 대개는 내보낸 책이 뭐였는지 기억도 못한다. 의외로 잘 못보내는 책은 아주 재미있게 읽은 책이나 엄청 표지가 예쁜 그런 책이 아니라 너무 힘들게 읽어서 읽을 때 많은 자욱을 남긴 책들이다. 작가님의 책장에 솎아내고 또 솎아낸 후 남겨진 책들이 뭐가 있었을지 궁금해졌다. 또 하나 비슷한 거. "틈만 나면 은근히 주변 정리를 하는 게 일이다. 정리라고 해도 무얼 가지런히 하는 게 아니라 주로 없애는 일을 한다."(p136) 꽉 찬 서랍보다 빈 서랍이 흐뭇하고 시효가 지나면 메모도 후다닥 버려버린다는 작가님, 옛날 일기장도 과감하게 (실은 부끄러워서) 버린 적이 있는 터라 이 마음 잘 알지. 혼자 공통점을 발견하며 신나한다.

 

그간에 출간된 박완서 작가님의 책들 속 서문과 후기를 우표 크기만한 컬러 표지 사진과 함께 모아놓은 책이다. 이렇게 뜻깊은 책이 이렇게 아름답게 나와서 세상에 계시지 않는 작가님도 무척 흐뭇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문 하나 후기 하나 모두 다 생각할만한 거리가 있고 가슴 아픈 후기도 없진 않지만 대개는 즐거웁고 따숩다. <나의 아름다운 이웃>을 읽을 적만 해도 작가님 책 중에 읽은 책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서문 하나를 보고 불쑥.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책이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에 방영될 적에 재판되어 다시 책머리를 써주신 게 있는데 이걸 읽은 적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금박으로 스티커가 붙어있었는데 티비를 보아서 아는건지 실제로 본 건지 확신이 안선다는 게 함정. 중학생 때 책방에서 빌렸던 기억도 있어서 한때는 이 책 읽었어요! 라고 말하곤 했는데 말하다 보니 또 아닌 것 같아서 안읽었어요! 정정을 했는데 아 깜깜한 기억력이여. 책을 펼쳐보면 분명하게 알 게 될 것 같아 올해에는 꼭 만나볼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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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드래곤 클럽 I LOVE 그림책
케이티 오닐 지음, 심연희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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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해 보세요. 강아지처럼 아주 작은 드래곤인데 머리에 있는 사슴 같은 뿔에서 잎차가 자라는 거에요. 재스민 티 드래곤, 캐모마일 티 드래곤, 인삼 티 드래곤, 루이보스 티 드래곤, 얼그레이 티 드래곤, 히비스커스 티 드래곤, 생강 티 드래곤, 페퍼민트 티 드래곤. 뿔에서 나는 차의 종류에 따라 나뉘어지는 드래곤들이라니 작가님은 이런 귀여운 생물들을 어떻게 생각해 내신 걸까요? 드래곤 소개 보면서 듀근듀근 하는 날이 올 줄이야. 꺄악, 넘 귀여워서 반할 지경입니다>_<

거대하고 어마무시한 체구에 번쩍번쩍 빛이 나는 비늘, 네 개의 커다란 발톱과 박쥐 같은 날개, 도마뱀 같은 몸통의 전통 드래곤들과는 너무너무 달라요. 해츨링이라고 하는 새끼 드래곤들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걔네는 오크 씹으면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게 일이잖아요. 티 드래곤들도 차를 키우면서 먹고 자고 합니다. 신선한 과일, 치즈, 아몬드, 올리브, 뿌리 채소와 곤충 같은 걸 먹고요. 식성만 봐도 알겠죠? 완전히 종이 다르다니까요!

그야 성격이 예민해서 털을 빗거나 (티 드래곤들은 털도 있어요!) 차를 수확할 때 주인을 물기도 한다지만요. 전통파 드래곤처럼 불을 뿜거나 독가스를 풀어헤치지는 않는단 말이죠. 길게는 천년도 사는 드래곤들은 주인을 아주 많이 사랑해서 인간이나 고블린인 주인이 먼저 죽으면 상심으로 가슴앓이도 한답니다. 하지만 일단 새로운 주인을 신뢰하게 되면 새주인을 사랑하려고 최선을 다 한대요. 귀여워 귀여워 어쩜 좋냐 티 드래곤. 진짜 티 드래곤 같은 생물이 있다면 저 열두 마리도 더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실제로 티 드래곤을 만난 그레타의 마음이 어땠겠냐구요.

대장장이의 딸 그레타는요. 더는 사람들이 검을 만들지 않는데 왜 계속 검을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요. 엄마는 검을 아름다운 물건이라 하시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쓸모가 없는 걸요. 최고의 대장장이 딸이라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수련은 하지만 목적의식이 없어서인지 그레타의 검은 제대로 완성되지를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레타는 길을 잃은 티 드래곤 재스민을 만나게 되고 재스민의 귀여운 외양에 포옥 빠져서 티 드래곤의 생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요. 티 드래곤을 기르는 법까지 배우고픈 욕심이 생겼는데 다행히 마음씨 좋은 사육사 헤세키엘을 만나 티드래곤과 함께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을 나게 되지요.

하반신 장애를 가진 채 티드래곤을 양육 중인 에릭, 예언자가 되기를 포기하고 수도원에서 도망쳐온 미네타, 탐험과 모험을 포기한 채 에릭의 곁에 남아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한 헤세키엘, 그리고 수많은 티 드래곤에 둘러 쌓여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레타는 대장장이로써 티 드래곤 사육사로써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는 여러 가르침을 받게 됩니다. 그건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하라는 지시의 형태가 아니라 티 드래곤의 차가 가진 어떤 특성, 차를 마신 사람이 사육사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 기반한 거였어요. 그레타가 에릭의, 헤세키엘의, 미네타의 차를 마시며 그들과 어떤 기억과 추억을 공유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동화책으로는 꽤나 파격적인데 제 착각이 아니라면 이 책에서는 성별도 별 의미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캐릭터 상품까지 인기를 끌며 후속작이 출간됐을 정도로 아주 예쁜 책이랍니다. 저도 가입할 자격만 된다면 티 드래곤 클럽의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활동하고 싶을만큼 책과 인물들, 티 드래곤들이 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그 중에서도 인삼 티 드래곤, 이 친구랑 같이 살면 숨만 쉬어도 건강해질 것 같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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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래? I LOVE 그림책
다비드 칼리 지음, 벵자맹 쇼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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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어른들은 절대로 안 그런가요? 어른들은 절대로 못된 짓을 하지 않나요? 어른들은 절대로 이기적이지도 않고요? 어른들은 절대로 틀리지도 않지요? 어른들은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시간 낭비하는 일도 없이 365일 24시간 내내 계획대로 부지런한 거 맞죠? 누구랑 다투는 일도 없고 약올리거나 샘내지도 않고 아마 언제나 곧잘 착한 사람이겠죠? 어른들은 언제나 옳으니까요? 그죠? 이거 맞나요???

 

아이들에게 퍼부어지는 어른들의 잔소리를 잔뜩 모아놓은 그림책이에요. 읽으면서 어찌나 뜨끔뜨끔 하던지요. 할 일은 툭하면 미루고요. 일년에 몇 번 만나지도 않는 친구랑 전화로 싸운 게 엊그제에요. 아직까지 안풀고 혼자 씩씩대고 있습니다. 엄마 잔소리 듣기 싫다는 이유로 엄마가 전화 안하면 제가 먼저 전화도 잘 안해요. 책 한 자 더 읽어야 할 시간에 휴대폰 들고 놀기 일쑤에 요즘 들어서는 절대로 일찍 자지도 않는걸요. 자식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자식이 있었으면 엄마는 안하면서 왜 나보고만 하래?? 곧장 대거리를 하고 저는 저대로 이노무 자식 버르장머리 없이 어른한테!! 요놈요놈!! 했을 거에요. 생각해 보면 저도 한창 클 때 엄마는 안하면서 아빠는 안하면서 속으로 많이 꽁시랑거렸거든요.

 

어른들은 절대 안 그래?? 아니요 어른들도 절대 그렇습니다. 어른인 우리한테도 힘든 일을 아이들에게 너무 강요하지 않기로 해요. 자책할만큼 너무 혼내키지도 말고요. 어른들이 실수하듯 아이들도 어느 때고 실수 할 수 있다, 내가 실수했다고 혼나면 서러운 것처럼 아이들의 마음도 그럴 것이다, 그런 이해로 아이들을 품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귀엽고 웃기고 늦잠 잔날 아침 투덜투덜 이불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어른들의 모습에 공감이 팍팍 가서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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