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코스믹코믹 - 빅뱅을 발견한 사람들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1
아메데오 발비 지음, 김현주 옮김, 로사노 피치오니 그림, 이강환 감수 / 푸른지식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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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페이지의 얇은 책이다. 빅뱅의 증거로 얘기되는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한 아노 펜지아스와 로버트 윌슨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허블, 아인슈타인, 프리드만, 르메트르, 가모프 등의 관련 업적을 설명한다.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대화를 통해 논의가 전개되는 장점이 있지만, 짧은 분량에 거의 대부분이 대화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해 잘 모르는 이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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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반전소설 중 하나로 평가 받는 <Catch-22>. 블랙 유머와 부조리한 상황이 도처에 있다. 시간적 순서가 뒤섞여 있을뿐더러 저자의 현란한 영어 구사 때문인지 잘 읽히지 않아 오랫동안 붙잡고 있다. 풍자와 부조리는 좀 덜하지만 책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급박한 장면 하나를 다음에 옮겨 놓는다. 주인공은 폭격수인 Yossarian이다. 다음 장면에서 그는 임무 수행을 위해 B-25 폭격기를 타고 대공포화 속을 비행 중이다.


... Then he realized he was sopping wet. He looked down at his crotch with a sinking, sick sensation. A wild crimson blot was crawling upward rapidly along his shirt front like an enormous sea monster rising to devour him. He was hit! Separate trickles of blood spilled to a puddle on the floor through one saturated trouser leg like countless unstoppable swarms of wriggling red worms. His heart stopped. A second solid jolt struck the plane. Yossarian shuddered with revulsion at the queer sight of his wound and screamed at Aarfy for help.

  "I lost my balls! Aarty, I lost my balls!" Aarfy didn't hear, and Yossarian bent forward and tugged at his arm. "Aarfy, help me," he pleaded, almost weeping. "I'm hit! I'm hit!"

  Aarfy turned slowly with a blind, quizzical grin. "What?"

  "I'm hit, Aarfy! Help me!"

  Aarfy grinned again and shrugged amiably. "I can't hear you," he said.

  "Can't you see me?" Yossarian cried incredulously, and he pointed to the deepening pool of blood he felt splashing down all around him and spreading out underneath. "I'm wounded! Help me, for God's sake! Aarfy, help me!"

  "I still can't hear you," Aarfy complained tolerantly, cupping his podgy hand behind the blanched corolla of his ear. "What did you say?" 

  Yossarian answered in a collapsing voice, weary suddenly of shouting so much, of the whole frustrating, exasperating, ridiculous situation. He was dying, and no one took notice. "Never mind."

  "What?" Aarfy shouted.

  "I said I lost my balls! Can't you hear me? I'm wounded in the groin!"

  "I still can't hear you," Aarfy chided.

  "I said never mind!" Yossarian screamed with a trapped feeling of terror and began to shiver, feeling very cold suddenly and very weak.

  Aarfy shook his head regretfully again and lowered his obscene, lactescent ear almost directly into Yossarian's face. "You'll just have to speak up, my friend. You'll just have to speak up."

  "Leave me alone, you bastard! You dumb, insensitive bastard, leave me alone!" Yossarian sobbed. He wanted to pummel Aarfy, but lacked the strength to lift his arms. He decided to sleep instead and keeled over sideways into a dead faint. (pp. 288-289)


... 그러자 요사리안은 자신이 축축히 젖고 있음을 깨달았다. 꺼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요사리안은 사타구니를 내려다 봤다. 시뻘건 얼룩이 그의 셔츠 앞을 타고 위로 재빨리 기어오르고 있었다. 마치 그를 집어삼키려고 솟아오르는 거대한 바다괴물 같았다. 맞았다! 흠뻑 젖은 바짓가랑이 하나를 타고 피가 흘러내려 바닥에 고였다. 셀 수 없이 많아 막을 수 없는, 꼬물거리는 빨간 벌레무리들 같았다. 요사리안은 심장이 내려앉았다. 두 번째로 비행기가 확 흔들렸다. 요사리안은 자신의 부상이 야기한 기묘한 광경에 진저리치며 아피Aarfy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다. 

  “불알이 사라졌어! 아피, 불알이 사라졌다고!” 아피는 듣지 못했다. 요사리안은 앞으로 수그려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 “아피, 도와줘.” 요사리안은 거의 울먹이며 간청했다. “맞았어! 맞았다고!”

  아피는 무표정의 의아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돌아봤다. “뭐라고?”

  “나 맞았어, 아피! 도와줘!”

  아피는 다시 미소 지으며 정겹게 어깨를 으쓱했다. “뭐라는지 안 들려.” 그가 얘기했다.

  “여기 안 보여?” 믿을 수 없다는 듯 요사리안은 소리치며, 사방으로 흘러내려 이제 밑에서 퍼지며 흥건히 고이고 있는 피 웅덩이를 가리켰다. “나 다쳤다고! 제발 좀 도와줘! 아피, 도와달라고!”

  “뭐라는지 아직도 안 들려.” 아피는 참을성 있게 얘기하며 그의 두툼한 손을 희멀건한 귓바퀴 뒤에 대고 둥글게 모았다. “뭐라고 그랬어?”

  요사리안은 꺼져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무 많이 소리를 지른 데다가 어쩌지 못하는 분통 터지는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갑자기 지쳐버렸다. 그는 죽어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됐어.”

  “뭐라고?” 아피가 외쳤다.

  “불알이 사라졌다고 말했어! 뭐라는지 안 들려? 사타구니에 부상당했다고!”

  “뭐라는지 아직도 안 들려.” 아피가 훈계하듯 얘기했다.

  “됐다고!” 요사리안은 공포의 감정이 조여드는 것을 느끼며 소리쳤다. 갑자기 매우 춥고 기운이 쑥 빠지는 것을 느끼며 요사리안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아피는 안타깝다는 듯 다시 고개를 저으며 음란하고 허여멀건 한 귀를 요사리안의 얼굴에 거의 처박았다. “더 크게 얘기해봐, 친구. 더 크게 얘기해보라고.”

  “내버려둬, 이 바보자식! 이 멍청하고 무신경한 바보자식아, 날 그냥 내버려두라고!” 요사리안은 흐느꼈다. 아피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었지만 팔을 들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요사리안은 그냥 잠을 자기로 하고 옆으로 누워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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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key7 (Paperback) - 『미키7』원서 / 봉준호 감독 영화 <미키 17> 원작
에드워드 애슈턴 / St. Martin's Griffin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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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학소설의 특별함은 위험한 일을 하는 '소모품expendable' 인력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다. 소모품은 죽을 때마다 복제되어 삶을 이어간다. 이를 통해 역설적으로 한 번만 사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책에서 언급되는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를 통해 '복제'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난 인간의 진정한 복제는 가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설령 기억을 포함한 모든 것이 복제된다고 해도 그가 이를 통해 영생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책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해피엔딩이지만 결말은 좀 다르다. 책을 읽으며 봉준호 감독이 <미키 17> 영화를 위해 각색을 참 잘 했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시니컬한 성격이 책에도 잘 나오긴 하지만 영화와 같이 사회비판적 블랙코미디 느낌은 훨씬 덜 하다. 


언젠가는 인류도 책에서 묘사하듯 지구를 떠나 '디아스포라'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것이 물론 내 생애에는 아니겠지만. 지구가 점점 거주하기에 부적절해지는 건 아닌지에 대해 다들 걱정하는데, 언젠가 그러한 순간이 분명 닥칠 것이다. 그럼 선택지는 다른 곳으로의 이주밖에 없다. 사실 '소모품' 주인공 얘기보다는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이러한 디아스포라 사회 얘기와 반물질 엔진에 대한 얘기가 내겐 더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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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생'의 정의를 달리하여, 복제된 삶을 영생으로 여기는 이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한다. 하지만 복제품이 삶을 이어가는 것은 기억이 이어질지라도 '나'라는 기준에서 볼 때 영생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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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 Me Everything (Hardcover) -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 선정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Random House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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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늙어가는 이야기. 사람이 어떻게 서로에게 온기를 나누어주는지에 대한 이야기. 사람이 어떻게 고통을 극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어떻게 굴복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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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오페라 렉처 사이언스 KAOS 13
임명신 외 지음 / 반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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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와 외계행성부터 운석충돌로 인한 지구멸망 시나리오, 별과 은하의 일생, 그리고 외계생명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천문학 분야에 대해 각 분야의 국내전문가들로부터 강연을 듣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다. 카오스재단에서 강연을 묶어 펴내는 렉처 사이언스 시리즈를 이 책까지 두 권 읽었는데, 첫 번째로 읽은 <기원, 궁극의 질문들>보다는 좀 더 만듦새가 좋다. 그림과 본문이 따로 노는 것은 많이 해소됐으며 오타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천문학은 낭만적인 사람이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른바 '산업'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천문학 연구의 수준이 한 나라의 철학과 국력을 나타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전의 아무런 존재감이 없던 수준에서 벗어나 근래에는 천문학 연구에도 많은 기여를 하는 듯 싶다. 


이 책은 나름 전문적이며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보여준다. 하지만 넓은 분야를 간단히 소개하는 개관이기 때문에 이 책에 참여한 저자들이 각자 펴내는 좀 더 상세한 책이 있다면 읽고 싶다. 


다음은 이석영 교수가 쓴 에필로그에서 가져왔다. 


  얼마 전 TV에서 재밌는 장면을 봤습니다. 어린아이에게 사랑이 뭐냐고 물었더니 주저 없이 "갑자기 꼭 껴안아 주고 싶은 거"라고 답했습니다. 그 장면이 너무 귀여워서 여러 번 되돌려 봤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보다 몇 배 넘게 산 그 아이의 엄마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뭐라고 답을 할까요? 아마 잠시 머뭇하다 "잘 모르겠어" 하고 답할 것 같습니다. 아이의 엄마가 그 아이보다 정말 몰라서 모르는 걸까요? 살면서 배우는 것은 결국 큰 의미가 없는 걸까요? 우리가 과거에 모르던 것까지 이제는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이고, 그건 아는 것 못지않게 값진 겁니다. 우리 인류는 앞으로 많은 것을 알게 됨과 동시에 더 많은 모르는 것이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261~262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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