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번역서, 하드커버 원서, 페이퍼백 원서]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읽고 있는데, 놀라운 번역을 하나 발견했다. 아인슈타인이 자연법칙을 의인화하여 종종 말하곤 했던 "Old One"을 "악마"로 번역한 것이다. "Old One"의 독일어 원어는 "Der Alte"(= the old)라는데, 여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악마'라는 뜻은 들어 있지 않다. 기존에는 'Old One'을 그냥 '신'으로 번역했다[1]. 아인슈타인은, 널리 알려진 바대로, 유대인임에도 전통적 인격신을 믿지 않았다. 굳이 '신'을 얘기할 때 그는 스피노자의 '신'을 염두에 두었다. '신'이 자연에 편재하는 범신론을 생각했던 것이다.


책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1920년대를 거치는 동안 다른 연구자들이 내놓은 통일이론들 때문에 아인슈타인은 자연의 모든 힘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기술해줄 '악마'의 비밀공식을 밝혀내고 말겠다는 마음이 동했다. (번역서 224페이지)

  Throughout the 1920s, other researchers' unification theories had whetted Einstein's appetite for unraveling the secret formula of the "Old One" that would describe how all the forces of nature meshed together. (원서 112페이지)


위와 같이 "Old One"을 '악마'라고 번역하니, 아인슈타인이 마치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음험한 '파우스트 박사'처럼 느껴진다. 왜 이런 무리수를 두었는지 역자에게 물어보고 싶다. 원래 의미를 살리고 싶었으면 어떻게 번역하는 것이 좋았을까. 말 뜻 자체는 '늙은이'인데, 친근하게 '노친네'라고 하면 너무 나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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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컨대, 데이비드 린들리 저, 박배식 역의<불확정성> 207페이지를 보면 '신Old One'으로 번역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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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9-07-02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원한 한 주 되시고, 더위 조심하세요.^^

blueyonder 2019-07-03 10:2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