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이 겹치는 삼겹살 데이라고 'ㅇㅇㅇ데이'마케팅에 동참하자고 친지들을 부추겼더니,

강남 갔던 제비가 오는 삼짇날이라길래,

(원래는 음력이지만, 어차피 오는 봄을 맞이하는 건데 좀 빠르면 어떤가 싶어~그냥 넘어가주시고~(,.))

메뉴를 제비 바비큐로 바꾸자고 했다가 엽기녀라는 소리를 들어주셨을 뿐이고~--;

 

하지만 난 어느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웹서핑을 다니며,

컴 모니터의 사진상으로 봄맞이를 잘 해주고 있었다.

그때까지는~.

 

견지망월(見指忘月)라고 했던가?

달을 보라고 손을 들어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본다는 뜻으로 본질을 간과하고 엉뚱한 것을 본다는 뜻이라는데,

봄 소식, 꽃 사진에 눈이 호사를 누리는데도 마음이 환해지는 것도 잠시 한켠이 애잔한 것은,

사진 속에서 꽃의 앞날을 읽어버렸기 때문일까,

꽃 때문에 배경으로 전락해버린 그것의 속내를 짐작해 버렸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프레임 너머의 사진을 담는 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인지도 모르겠다.

 

제비가 봄을 알리는 전령이어서 생각이 난 건지 모르겠는데, '깃발'이라는 시의 유치환이다.

그는 '행복'이라는 시에서 '우체국'에서 편지를 쓰는게 행복이라고 노래한 시인답게 5,000여 통의 연애 편지를 쓴 시인으로도 유명하다.

 

'낮달'이라는 시에서 보면 '보다(가) 남은 연정의 조각'이고 '지워도 지지않는 마음의 어룽'이라고 노래하고 있는데 제법 멋들어지다.

그러고 보면 편지를 통해 전하는 건 단순히 말 몇 마디가 아니라, '보다 남은 연정의 조각'이고 '지워도 지지않는 마음의 어룽'이며 온갖 공감각의 통합일지도 모르겠다.

 

혹 손가락을 바라보느라고 달을 바라보지 못하면 어쩌나 염려하는 이들도 있던데,

나는 거기서 한술 더 떠서,

곱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느라 어긋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곳이 달 옆의 인공위성이면 어쩌나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5000여통 연애편지를 쓴 유치환의 상대가 한명이 아니었다는 이면을 알게 된 후에, 그가 마냥 멋들어져 보이지는 않았으니 하는 말이다.

 

감이 익기를 기다려 감나무 밑에 입 벌리고 누워있을 수는 없지만,

봄이 오고 꽃이 피기를 기다린다면,

어디 나무 밑이고 달이 지고 해가 뜨는 들판이라도 어슬렁거리고 볼일이다.

 

 

 

 

 

 

 

 

책마실을 다니다가, 유치환을 아나키즘으로 분류한 책을 보았다.

5000여통의 연애편지를 썼다는게 각인되어 그랬겠지만,

의외였는데, 생각해보니 말 된다. 

온갖 공감각을 시로 표현해 내는 사람을 시인이라고 하는 것이니 말이다.

 

자연 생각은 '윤동주'로 구렁이 담을 넘는데,

난 영화에선 '동주'보다 '몽규'가 매력적으로 비췄었을 뿐이지만~--;

 

문예지에서 시를 가급적 배제하라는 몽규를 향하여,
세상을 바꿀 용기가 없어 문학뒤로 숨으려는 것 아니냐는 몽규의 비난을 향하여,

'시도 자기생각을 펼치기에 부족하지 않다'며 반박하는 '동주'는 멋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함께 하겠다는 동주를 향하여,

'너는 시를 계속 써라, 총은 내가 들테니'라고 말하는 몽규가 더 매력적으로 비춰진 건 어쩔 수 없다.

 

생각이 단순히 생각으로만 머무르지 않기 위해선, 추진력과 행동이 뒷받침되는 저력이 필요하겠고,

행동이 힘을 얻기 위해선, 지혜와 진심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되면, 사상누각이고 속빈강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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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4 14: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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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8 16: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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