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식당 -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老鋪 기행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중앙M&B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토요일 오전 내가 즐겨듣던 '라디오 북클럽, 방현주입니다'가 일요일 오전 6시무렵으로 바뀌고,

그 시간에 여행작가가 '노중훈의 여행의 맛'이라는 코너를 진행한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엉덩이가 무거운 '방콕'족이어서,

여행이라고 하면 '아들의 현장학습 제출용을 빙자하여서'가 고작이었던 터라,

여행 프로그램이라면 귀 담아 들었을 리가 만무하니 충분히 귀를 비껴가고도 남았을텐데 기억에 남는 것은,

진행을 참 따뜻하면서도, 맛깔스럽게 하고 있어서였다.

 

그리하여, 그리 많지 않은 나의 여행 경험에 대입시켜 봤을때,

그렇고 그런 여행을 의미있고 기억에 남는 것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화려하고 훌륭한 잠자리와 진수성찬이 아니라,

여행지의 본질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지방색이 있되 편안하고 소박하여 여독을 풀기에 적당한 그런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 경우엔,

여행작가라고 하면 어떤 여행지를 소개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음식과 맛집을 소개하는지에 따라 호ㆍ불호가 나뉘는데,

그는 나의 사랑 '박찬일'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아흑~~~~~~!!!!!!

 

내가 박찬일의 그것을 좋아하는 것은 당근 글이 좋기 때문이지만,

난 글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수식이 화려한 것 보다는 소박하고 수더분한걸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박찬일의 미문은 내게 넘치는 감이 있지만, 뭐~(,.)

 

하지만, 그는 행동으로 말을 하는 요리사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요리와 와인을 배워 왔으면서도,

우리 땅에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이탈리아 음식을 만드는 등,

슬로 푸드, 로컬 푸드 개념을 양식당에 최초로 적용하며,

재료의 원산지를 꼼꼼히 밝히는 방법 등을 처음 쓴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아스파라거스 대신 진도 대파를,

수입 연어 대신 제주 고등어를,

수입 쇠고기 대신 남원 흑돼지를, 메인으로 쇠고기 스테이크 대신 내장 부산물 요리를 내놓는단다.

(책 날개 안쪽)

 

그런 두 남자가 아침 시간에 나와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여행이라는 소재가 잘못하면 몇몇 사람들의 그것이 되어,

보통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소재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그것은 따뜻함과  사람 위주의 철학이 담겨져 있어서 그런지,

전혀 겉돌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그런 두 남자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 낸 책인 것이다.

그들이 소개하는 음식 중엔,

변호인을 통해 알게 됐던 돼지국밥이 있었다.

한 사람은 '변호인'을 안 봤다고,

다만 사흘 밤낮을 국물을 우려내는 과정만을 지켜봤다고 팩트를 얘기함으로써,

정치색을 용케 배제하는 대신,

보지도 않고 먹어보지도 않고 음식을 진국으로 만들어 버린다.

 

서서갈비를 얘기하면서,

갈비는 원래 고기가 적은 부위로 다른 부위를 붙일 수밖에 없다며,

얼마전 회자됐던 대법원 판결을 논리적으로 설명한다.

 

따로국밥과 토렴하는 얘기 등을 할때도 마찬가지로 화려한 수사를 하나도 섞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이 둘을 계속 꾸준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을 하게된건,

허균의 '도문대작'을 인용하는 걸 듣고나서였다.

 

암튼, 그렇게 풀어낸 얘기들이고,

그게 책으로 탄생했다.

'백년식당', '요리사 박찬일의 노포 기행'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우리나라는 식당 수가 많기로 세계에서 일들을 다툰다. 그 때문인지 '식당이나 해볼까'하는 말을 흔하게 한다. '~이나'라는 말에는 식당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함축되어 있다. 음식솜씨가 좀 있으면 주위에서 식당 해보라는 말을 농반진반으로 한다. 또 실제로 그렇게 열기도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다. 음식은 맛있는데 경영에 어두웠다고 진단한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 되는 식당은 음식이 맛없기 때문이다. 경영 못한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니지만, 음식 맛이 없었다는 평가는 죽어도 싫어한다. 불행히도 그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맛있는 식당은 안 망한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이 살아남는 이유다. 손님에게 욕하고 불친절해도 맛있으면 잘된다. 맛있어서 오래된 식당, 그것을 우리는 노포(老鋪)라고 부른다. 그야말로 세계에서 식당 제일 많고 그만큼 제일 잘 망하고 그만큼 맛없는 식당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수십 년을 버틴 식당이다. 그 세월만으로도 가치가 있다.(5쪽)

 

노포가 희귀하다면서 엄살을 떠는데,

30년만 되어도 노포 축에 드는데, 이 책에서는 50년은 너나들이하는 집을 골랐단다.

그러면서 노포를 취재한 걸 두고 살짝  공치사 한다.

 

노포에는 이런 공통점이 있단다.

첫째, 맛있다.

둘째, 주인이 직접 일한다.

셋째, 직원들이 오래 일하는데,

        그건 필요조건이라기보다 결과적인 면인데,

        직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란다.

        한마디로 '사람 대우'를 해주니까 오래 다니는 것이다.

 

이 얘긴 바꾸어 말하면, 대박집 '노포(老鋪)'가 되고 싶다면,

경영에 어두우니 어쩌니 이딴 말 하지 말것이며, ㅋ~.

맛이 있어야 하며,

주인이 직접 일해야 하며,

사람 귀한 줄 알고 '사람 대우'를 해주는 그런 곳이면,

대박집이 될 것이고, 노포(老鋪)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지금 승승장구하는 대기업이라도,

사람을 사람대접 할 줄 모른다면,

언제 쪽박을 차게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땅콩 리턴으로 물의를 빚은 그 항공사의 경우,

과거 여승무원들에게 긴바지 유니폼을 제일 먼저 도입해  배려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음식은 사람이 먹는 것이다.

내가 박찬일을 애정하는 이유는,

슬로 푸드, 로컬 푸드 개념이,

우리 땅에서, 그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가 왜 중요한지를 알고,

소신을 갖고 '양식'을 요리하는 사람이라서이다.

 

노포(老鋪) 뿐만이 아니라, 어느 회사고 어느 일터에서라도,

심시어 논밭에서 자라는 농작물들도 알고 대우를 해주면 그에 상응하더라.

자연은 그런 것이더라.

사람을 자연에 포함시킬 것이냐,

자연에서 제외시켜, 'OO만도 못한~' 소리를 듣도록 할 것이냐는

각자의 몫이 아니고, 상호적인 문제겠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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