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 - 뇌과학이 알려준 아이에 대한 새로운 생각
신성욱 지음 / 어크로스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며칠전 아침 할 일 없이 텔레비젼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소설 '토지'의 배경이 된 경남 하동 평사리의 너른 들판을 보게 되었다.

잘 가꾸어진 전통 한옥이 한채 줌 인 되더니,

그 집의 주인과 친구들이라고 하여, 나이 아흔 안팎의 어르신 세 분이 앉아 계셨다.

세분은 한동네에서 나고 자란 친구분들이신데,

오늘날까지 우정을 유지해 오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대뜸 하신다는 말씀이 '참는다'였다.

 

근데 그 참는다...라는 말이 울분을 참는다 거나, 눈물을 눌러 삼키는 '억지로'의 그런 느낌이 아니라,

그냥 훨훨 털어버리는 무념무상의 해탈인듯 자연스러웠다.

그동안 참는다는 말은 '참아내다' 따위의 '힘든 과정을 이겨내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나로서는,

'기꺼이 참는다' 느낌은 참으로 놀라운 것이었다.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한번 들인 습관과 버릇이 무서우니 습관과 버릇을 잘 들여야 한다는 것일까?

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기의 주장이 강해진다는 걸, 이른바 괴팍해진다는 걸 경험으로 너무 잘 알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 자신부터가 한살 한살 더 먹는게 무서울 정도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펴야 하는데,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게 미덕인양,

머리에 넣어둔 그것이 나이가 들수록 무거워지는 것마냥,

고개를 숙이고 자기 자신만 들여다 보는 것일까?

그러다보니 에고(ego)가 생겨나게 되고,

후벼파서 상처만 덧나게 만들고,

상처가 옹이가 되어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더라~--;

 

고개를 숙여 안을 들여다 보진 않더라도, 시야를 넓게 확장시키지 못하면,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처럼 편견과 선입견에 갇혀,

그동안 내가 봐온 세계만이 전부인 줄 아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런데, 세분이 보여주신 '기꺼이 참는다'는 말은,

나 아닌 다른 사람, 개념을 확장시켜 다른 존재, 자연물 전체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되는 셈인데,

이건 내 안과 내 주변, 내가 봐온 세계가 전부라는,

내가 그동안 쌓아올린 단단한 벽을 허물고 고정관념을 탈피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경지이고,

그렇게 봤을때 이건 신선의 경계없음 내지는,

경계가 생기기 이전 어린 아이의 순진무구라는 말로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 책 '조급한 부모가 아이 뇌를 망친다'는 그러니까,

거칠게 말하자면 그동안 잘못 알려졌던 뇌과학 신화에 반기를 든 책이다.

이른바 '3세 신화'와 '우뇌 신화' 따위의 잘못된 믿음이 '조기교육'으로 이어졌고,

이런 '조기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이 뇌를 망친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현대 뇌과학에 조금만 관심을 갖다보면,

이 스트레스가 인간 아이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있어서 뇌발달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문제입니다. 아이들이 발달 단계에 맞는 적절한 자극 대신 과도한 자극, 즉 문자 학습 등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됩니다. 이 코르티솔이 신경세포의 발달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아이의 뇌에 스트레스는 천적입니다.("41쪽)

 

어떤 단체에서 건강 실태조사를 해서, 언어발달 지체, 정서발달 지체, 호천적 자폐 성향을 보인 아이들의 문제의 원인으로,

아이들에게 전이되는 부모의 과도한 스트레스와 아이들의 과도한 조기교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꼽았다.

 

인간의 뇌의 발달 과정을 보게 되면,

파충류의 뇌, 감정의 뇌, 생각의 뇌, 순서로 발달한다.

이중 파충류의 뇌는 아이가 태어날때부터 생명활동을 해야하니 이미 거의 완성 되어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다음 감정의 뇌, 즉 대뇌변연계를 약 12세까지 집중적으로 발달시킨다.

 

건강한 뇌라는 것은 그러니까, 각 나이단계 별로  파충류의 뇌, 감정의 뇌, 생각의 뇌가 조화를 이루는 뇌이다.

그런데 조기교육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감정의 뇌를 (집중적으로 발달시켜야할 그때) 발달시키지 못하고, 생각의 뇌만 발달시키게 되는 부조화를 초래하게 되는 셈이다.

 

이 말은 바꿔 표현하면,

약 12세가 될때까지는 감정의 뇌를 집중적으로 발달시켜주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아이의 뇌를 제대로 키우고 발달시키는 것이 되는 셈이다.

 

우리는 아이의 뇌를 제대로 키우고 발달시키는 것이 아이의 머리가 좋아지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아이의 머리가 좋아질 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고,

그 어떤 것도 불사할 태세이다.

 

태교나 영재교육에 목숨거는 이들에게,

뇌가 원하는 것은 노는것이고,

맘껏 놀때(free play,190쪽) 뇌가 가장 잘 자란다는 말을 들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린이 놀이 운동가 편해문 선생님은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돌려줘야 할 세가지라고 하여 다음의 것들을 꼽는다.

마음껏 놀 수 있는 안전한 장소,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 함께 놀 수 있는 친구(191쪽)

여기에 더하여, 미국 국립정신보건원의 제이 기드 박사를 비롯한 뇌과학자, 뇌연구자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어라, 아이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라.'(170쪽)같은 우리 할머니들이 들려주셨던 것과 같은 조언을 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하고 싶었던 것은,

아이의 뇌가 침팬지의 뇌와 같으면서도 다르다는 것이었다.

아이의 뇌와 침팬지의 뇌에는 모두 언어를 담당한다고 여겨지는 특별한 신경회로가 있단다.

그런데 침팬지는 몇개의 단어를 이어붙일뿐이지만,

인간 아이는 단어와 문장, 무엇보다도 마음이 담긴 인간의 언어를 말한단다.

그러면서 저자의 시선은, 이런 반성과 통찰로 이어진다.

지금 우리는 아이에게 인간의 언어를 가르치고 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인간의 언어를 깃들게 하는 인간만의 풍부한 언어적 풍경이 과연 아이에게 주어지고 있는가.(215쪽)

 

인간에게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있으니까 나 아닌 다른 사람, 개념을 확장시켜 다른 존재, 자연물 전체에도,

나처럼 마음이 있다는 것을 대입시킬 수 있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나 아닌 다른 사람, 개념을 확장시켜 다른 존재, 자연물 전체에 대한 통찰과 이해와 배려도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대화에서 말이 차지하는 부분이 15~20%이고 나머지는 태도와 표정이라는 것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 개념을 내 삶에 치환시켜보자면,

스트레스는

인간 아이 뿐만 아니라 인간 어른인 나에게 있어서 뇌발달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였다.

 

현대인의 병은 진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지만,

증상을 봤을 때도 주변 사람이 봤을때는 대단해 보이지 않고,

본인 스스로도 죽을 만큼 아프다던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블랙아웃되어 쓰러져 보기전까지는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다.

그런데 해주는 처방이라고 해주는 것이 어찌보면 장님 뜬구름 잡는 격인 스트레스받지 않기, 마음 편히 먹기, 규칙적인 생활하기, 운동내지는 산책하기, 햇볕쬐기, 이런 변변치 않은 것들이다 보니까...설렁거리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린다.

 

그러다가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하고, 아침 저녁 출퇴근길에 잠깐 햇볕을 쪼여 주고 바람을 맞아주고, 살짝 다리를 움직여 걸어주고, 스트레스를 덜받고 웃으려 노력하고, 하는 마음만으로도...편안해지는 걸 경험하게 되고는 참 놀라워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일상에서 지키기가 어려운 게 아니고, 지속시키기가 어렵다.

그러니 방법은 계획을 너무 거창하게 잡지 않고 볼 일이었다.

 

다시말해, 인간아이이고 인간 어른이고 간에,

스트레스를 안 받는 유일한 방법은...'맘껏 놀기'인 셈인데,

이말은 바꾸어 말하면, '기꺼이'이고, '제 멋에 겨운' 것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공부가 경험이 되어 일상 생활에 녹아 들어 즐기면 될 것이고,

어른들은 즐기며 일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따라 천국도 되고 지옥도 된다고 하지 않던가?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고,

난 일이 놀이가 될 수 방법은 '마음에 맞는 사람'이더라.

 

최민식이 이순신으로 분한 영화 '명량'에선 이걸,

소박한 흰죽을 앞에 두고, 또는 토란 한알을 손에 쥐고선,

'함께 할 수 있어 참 좋구나' 라고 얘기하더라.

 

세상에는 말이 되지 못한 말도 많고,

말 같지 않은 말도 많다.

하지 않느니만 못한 말도 있고,

아니 들은만 못한 말도 있다.

 

마음에 담아두고 겉으로 말이 되어 나오지 못하더라도,

그게 뜻이 있고 염원이 담겨있다면 하늘을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아~,

이쯤 얘기했으면 알아들었겠지...

놀면서 쉬엄 쉬엄 합시다, ㅋ~.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