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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 지음, 지승호 인터뷰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5월
평점 :
인터뷰집의 경우, 두가지 관점에서 읽힐 수 있다.
인터뷰어의 입장과 인터뷰이의 입장.
보통은 인터뷰 거리가 있는 인터뷰이에게 집중하게 마련이어서 인터뷰어가 도드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이사람 정도가 되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국내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 그인만큼,
많은 팬과 지지층을 확보하고 있고,
이쯤되면 흔들릴 법도 한, 초심을 잃지않고,
한권의 책을 쓰기 위해서 인터뷰이의 삶과 전공영역을 진솔하게 인터뷰하고,
거기다가 인터뷰이가 쓴 책이나 논문이 있다면 다 읽어보고,
인터뷰이가 만들거나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 각종 영상물이 있어도 다 찾아보고,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단 인터뷰이의 마음이 편안해 질 것이다.
지난번에 읽었던 기생충 관련 서적의 연장선 상인줄 알고 별로 흥미가 없었던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 싶었던 건,
내가 가끔 즐겨듣는 '라디오 북클럽, 방현주입니다' 에서 소개하는 걸 듣고 '혹~' 하여서 인데,
방현주는,
"지승호 선생님의 책으로 인터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하는가 하면,
이권우는 인터뷰어의 조건으로,
"너무 많은 일치감을 느끼면 독자들은 흥미를 잃기 때문에, 인터뷰이와의 대척점도 드러내 줘야 한다."
라고 하면서, 지승호의 장점을 추켜세운다.
한권의 책을 내기 위해 자기가 낸 책과 논문들을 다 읽고 하면,
자연 인터뷰이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게 '지승호'라는 이름만이 갖는 신뢰의 힘일 것이다.
기생충 얘기 같은 경우는 의학으로 분류되지는 않더라도,
전문 분야여서,
의학이나 생물, 기생충 등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들이 공부하기엔 버거웠을텐데,
이런 노력이 그의 이름에 힘을 실어준 것 같다.
솔직히 난 왜 서민의 '기생충같은 인생이야기'라는 이 책이, 이 시점에서 나와줘야 했는지를 모르겠다.
그가 유쾌한 것도 사실이고 유머러스한 것도 사실이다.
이곳저곳 방송 매체에 유쾌함과 유머 코드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서울대 의대를 나온, 기생충학 박사라는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기생충학 교수라는 직업과,
언론사에 사회적 성향을 띤 예리하고 날카로운 글을 쓰며,
매년 10편 이상의 엄청난 연구 논문을 쓰는 학자이고,
엄청난 다독가,
인 것과의 두드러진 대조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나의 개인적인 호 ㆍ불호의 취향은 있지만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개인의 일생과 전공 영역의 성과를 가지고 일대기 성격의 인터뷰집을 내기에는,
그가 너무 젊고,
우리가 그의 가능성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니, '우리'를 '나'로 바꿔야 하는걸까?
나만의 기대가 큰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