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파크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2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2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空手來 空手去  世上事 如浮雲    

成墳土 客散後  山寂寂 月黃昏

'인생무상'이라는 시 제목을 들먹일 것도 없이, 다른 건 모르겠으나 난 혼자 노는건 자신 있다.
짬뽕공 튀듯 통통거리면서,
이리 저리 넘나들며 엉뚱한 상상을 하면서 심심해 하지 않고 혼자 노는건 자신 있다.
아니 어쩌면, '스'스로 무리에 떨어져 나와 '따'가 되려는 경향이 농후한 '스''따'인지도 모르겠다.

요 며칠, 전혀 영양가 없는 엉뚱한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람에...
나름 바쁘고 분주하게 혼자 놀기의 진수를 제대로 경험해 주셨다, ㅋ~.

아무래도 영화 '관상'을 재밌게 본터라, 책으로도 읽으려고 쟁여두어서 더 그런 것 같은데...
'블랙 에코'가 처음 시작이었고,
이 책 또한 '에코'라는 단어를 포함한 '에코 파크'가 제목이어서 그랬는지,
해리보슈가 어떻게 생겼었더라?@@ 싶어 다시 찾아 보았다.
'블랙 에코' 20쪽에서 찾아냈다.

보슈는 몸집이 크지 않았다. 키는 180센티미터에 많이 모자랐고, 몸도 가느다란 편이었다. 기자들은 기사에서 그를 호리호리하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점프슈트 밑의 근육은 마치 나일론 끈 같았다. 자그마한 몸집 때문에 힘이 가려져 있을 뿐이었다. 머리를 희끗희끗하게 물들인 흰머리는 대개 왼쪽에 더 치우쳐 있었다. 그의 눈은 거무스름한 갈색이고, 감정이나 속내를 드러내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블랙 에코' 20쪽)

'블랙에코'를 읽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번역된 순서가 뒤죽박죽이라서,
그때까지 읽은 전작을 통틀어 해리 보슈의 외형에 대한 가장 자세한 설명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해리 보슈도 세월과 함께 나이를 먹어,
그 안에 파란 색인표가 붙은 개별 파일들이 여러 개 담겨 있는 것을 보았지만 너무 멀어서 읽을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최근 갖고 다니기 시작한 돋보기를 끼지 않은 상태에서는 전혀 불가능(35쪽)해 졌으며, 
담배를 끊은 지 여러 해 되었다지만,
꼭대기에 도착하자 그는 숨을 헐떡였다. 그의 뒤를 바짝 쫒아온 레이첼은 그처럼 산소 부족 현상을 보이진 않았다. 그 이전에 25년 동안이나 피운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346쪽)고 하는데,
왠지 작가 마이클 코넬리도, 주인공 해리 보슈도, 그리고 열혈 독자인 나도 그렇게 그렇게 나이를 먹는것 같아서...
그렇게 그렇게 아무 계획이나 대책도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아서...
마음 한구석이 시려웠다.

암튼 '관상쟁이' 흉내를 내서 '해리 보슈'의 장래를 예측해 본다면,

부모 복, 처자식 복도 지지리 없고,
재산도 없고,
빽이라고 그러던가? 기대고 비비고 구를 언덕 또한 없다.
그런 넘(子)이 정과 낭만은 주체 못할 정도로 넘쳐나서,
평생 외롭고 고독할 상이다.

관상쟁이 흉내를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하는데,
내가 누군가?
궁금한게 많아서 먹고 싶은것도 왕 많은 오지랖 아줌이 아니던가?

사실 관상쟁이가 아니라도,
해리 보슈가 여지껏 해온 꼬락서니를 보면...말년이 명약관화하지만 말이다.

해리보슈와 함께 나이 먹고 늙어 가는 동지로서,
부디 기우(杞憂)이기를 바라면서 한마디 오지랖을 펼치자면,
해리 보슈 아자씨, 노령 연금은 들어놓으셨예예?

미국은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공적부조가 발달한 나라도 아니고,
명색이 형사이니 공무원 연금이 나오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글쎄~(,.)
물론 지금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의료보험법을 고칠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하니 나아지기야 하겠지만,
과도기로 한동안이었지만 공무원 월급도 한때 중단됐었던 걸로 알고 있다.

사람이 외롭든 외롭지 않든 간에,
혼자서 일하고 혼자서 노는건 할 수 있지만,
혼자서 나이 먹고 늙어 가는 건 좀 구질구질하지 싶고,
혼자서 돈도 없이 아프기까지 하면 못할 노릇이다 싶은데~--;
우리의 해리 보슈 아자씨는 나이 먹고 늙어 가는 걸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해리 보슈가 나이 먹고 늙는 걱정을 잠시 접어두고,
일단 에코파크가 어떤 곳인지를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겠다.
LA 다운타운과 한인 타운 사이에 있는 곳으로,
요즘 류현진이 활약하고 있는 다저스 스타디움이 바로 옆에 있다.
지금은 많이 변모했다고 하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흑인과 라틴계 주민들이 주로 모여 살던 빈민가였다.

해리 보슈는 에코파크에서 편모슬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베트남 전쟁에 땅굴쥐로 참전했다가 군인에서 형사가 된다.
형사가 되어서도 온갖 우여곡절과 산전수전을 다 겪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면 좀 단단해지고 무감각해 지기도 할텐데,
십수 년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한 미해결 사건에 연연해 하며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유약한 면모를 가진 걸로 되어 있다.

내가 해리 보슈가 어떻게 생겼었는지 돌이켜보고 싶었던 이유는,
언젠가 (블랙 에코'였던 것 같다~@@)
그가 베트남전쟁에서 땅굴쥐를 했었다는 전력이 그의 뒤에 트라우마로 따라 다녀 마음 아팠었는데,
이 책 '에코 파크'에서 다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난 해리보슈가 강력계 형사라는 이유만으로 건강한 신체와 강인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내맘대로 미루어 짐작했었다.
땅굴쥐의 선발요건은 왜소한 신체조건이 우선라고 하는데,
땅굴쥐였다가 살아남은 자는 얼마 되지 않고,
그들마저도 정신적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다는데, 말이다.

결국 해리보슈는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가족도 그렇고, 환경도 그런데다가, 본인 스스로도 노력을 하지 않으니,
평안하고 안녕한,
그리하여 심신 양면으로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는 요원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그의 외로움과 고독함을 두고,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열고 내보이지 못하는걸 보고...자초했다고들 하는데,
난 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다.
에코 파크 태생이라면 비일비재한 어머니와 단 둘뿐이었던 불우한 어린시절이 그렇고,
그가 잠시 있었다고 하는 매클래런 청소년원이 그렇다.
그렇게 홀로 외롭게 컸고,
홀로 외롭게 청소년기를 맞이하였고,
군대를 다녀오고,
살아남아 형사가 되었다.

한번도 가정의 화목함을 경험해 보지 못한 그로서는,
한번도 아버지이나 누구, 자신이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그(또는 그녀의) 그늘밑에서 평안하고 안녕함을 경험해보지 못한 그로서는,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나이가 들면서,
해리 보슈는 에고(ego) 내지는 자아가 강해진 걸로 묘사되는 걸로 미루어,
아내와 이혼 하고 딸도 생기고,
실직이 되었다가 다시 복직하기도 한다.
돋보기를 사용하는것과
담배를 끊은것,
그리고 예전처럼 커피를 양손에 들고 다니지 않고,
술을 냉장고에 채워넣는 걸 까먹기도 한다는 점 따위 말고,
그동안은 '감정이나 속내를 거의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고 했었는데,
딸을 잃은지 13년 된 여자와 전화로 자신의 딸 자랑을 하는 푼수를 유감없이 떠는 등,
삶의 더께가 더해가는걸로 미루어,
그가 쌓아올린 외로움과 고독함의 벽으로 인한 단절 또한 점점 커져만 가는걸 짐작하고도 남겠다.
인간관계는 차치하고라도,
강력계 형사인 그가 직업적으로 전혀 지장이 없을지...
지금까진, 그럭저럭 버텨왔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 염려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법~!
그동안 외로움 방지책으로 사용하던 담배를 끊은 것이나,
커피와 술을 줄인 것이나,
속내를 드러내고 헛헛하게 비워내기도 하는게,
보기에 따라서는 삶의 더께가 더해가는걸로 보일지라도,
그는 나름 이 외로운 세상을 건너가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다.
한꺼번에 상대를 향하여 마음을 활짝 열지는 못하지만,
이건 딱히 상대로부터 내가 거부당할까봐 두려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어느 누구에게고 마음을 열어본 적이 없어서 마음을 여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내 경우엔 그랬다.

그래서 '외로운 사람만이 외로운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법'의 동의어는,
'술도 마셔본 사람만이 마신다'이거나,
'사랑도 해본 놈이 한다'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보슈는 이런 친밀감을 갈망했고 그것이 주는 해방감을 즐겼다. 그는 레이첼도 이런 기분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그에게 준 선물은 그를 세상사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과거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았지만 입가의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174쪽)

이랬던 그가,

"그런 얘기가 아니예요, 해리. 자기 생각과 똑같은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죠. 그런 건 참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여잔 남자한테 안전한 느낌을 원해요. 함께 있지 않을 때도 말이죠. 당신이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걸 본 내가 어떻게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겠어요. 내가 그런 식으로 하고 하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난 지금 경찰 대 경찰로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얘긴 난 결코 평안과 안전을 누릴 수 없다는 거예요. 어쩌면 밤마다 당신이 영원히 못 돌아오는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될지도 모르죠. 그건 못할 짓이에요."
ㆍㆍㆍㆍㆍㆍ
"위험한 직업이잖소."
그가 변명조로 말했다.
"당신은 누구보다 잘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아요. 잘 알죠. 그렇지만 오늘 내가 본 당신의 행동은 너무 무모했어요. 나는 무모한 사람에 대해 걱정하기 싫어요. 그런 일 아니라도 걱정할 게 너무 많은데."
보슈는 한숨을 토해냈다.(415~416쪽)

레이첼 월링의 이렇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걱정에 한숨부터 토해내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어지니까 말이다.

같은 얘기지만,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게 아니다.
그리고 나이를 먹는다고 아무나를 향하여 마음을 열게 되지도,
단지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그 (또는 그녀)를 맞아들이게 되지는 않는다.

결국 해리 보슈는 나이를 먹었을 뿐 아직 어른이 될려면 한참 멀었거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적어도...누군가를 오랫동안 공들여 품어갖고 마음 속에 들이는 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다.
아니다, 그 얘기가 그얘기다, ㅋ~.

난 이런 사람들의 습성, 내 그것이랑도 닮아 좀 아는데,
자신의 벽을 너무 높고 견고하게 쌓아 놨지만,
어떻게든 한번 균열이 생기면 겉잡을 수 없어져 버릴까봐,
강한게 아니라 강한 척 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견고하고 단단해져서 자기 자신을 우기거나 타인에게 강요하는게 아니라,
말랑말랑하고 유연해져서 숨통이 트이듯 여유롭고 성글어 지는게 아닐까 싶다.
모쪼록 해리 보슈가 한숨을 토해낼 수 있게 된 그곳으로, 
레이첼 월링, 그녀와 소통 '또한' 도모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책을 읽은 감상은 이쯤에서 마무리해야 겠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우울하였다.
하지만 나의 개인적인 감정이 책에 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는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난 언젠가 '하찮은 장르소설'이란 표현을 반어법처럼 썼다가,
알라디너 누군가의 오해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하찮은'이란 단어는 장르소설이 처음 생겨난 배경이,
가판대 옐로우 페이퍼가 시작이었다고 한데서 가져다 붙인 수식어였었는데,
오해를 받은 걸 보면,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부적절한 표현이었나 보다.
어찌되었건, 난 그 '하찮은 장르소설'에 울고 웃으며 목숨걸고 연연해 하는 일개 중생일 뿐이다.
난 누구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장르소설이 발전하고 대접받을 수 있는 여건이 되길 기대하는 한명의 독자이다.

번역이 이상하여 원서와 비교하게 만든 시작은 이 문장 때문이었다.


* 5 foot 6=>1 foot이 12inch이고 뒤의 6은 12inch에 못미쳐 그냥 적어준것이니까,
              5X12=60 inch+6inch=66inch=167.64cm
* 142 pounds Xo.45=63.9
  환산프로그램을 돌리면, 64.410117 =>둘다 어림잡아도 64kg정도이다.


원서와 비교한 건 한두 쪽인데,

난 꽤 촘좀하고 질긴 그물을 가진 낚시꾼이었나 보다.
하지만,
그러나,
다 부질없지 싶어...해리 보슈처럼 한숨을 토해 내는것으로 이만 총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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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3-10-19 17:58   좋아요 1 | URL
황색 신문, 황색 언론... 그런 말이 하찮은... 이란 말과 연관되는군요.
장르 소설 리뷰가 가을처럼 깊습니다~ ^^

그렇네요.
168에 65킬로면 적당하지만, 158에 그무게면, 똥똥하단 소릴 들을테니, 덩치가 작은~은 안 맞겠습니다.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