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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휘어진 그래서 지키는 - 이권우의 책읽기와 세상읽기
이권우 지음 / 황금비율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마다 읽을 책을 마련하는 방법이 각양각색이겠지만,
난 서평집을 읽거나 다른 사람이 쓴 리뷰를 보고 고른다.
지금은 읽지 않고, 아니 읽지 못하고 쌓아올린 책탑이 오늘 무너질까 내일 무너질까 노심초사하느라,
아주 많이 자제하는 편이지만,
다른 사람의 리뷰나 페이퍼, 또는 서평집 따위는 책을 고르는 나만의 '보물찾기'비법이다.
뭐, 그렇다고 하여...다른 사람의 리뷰나 페이퍼, 또는 서평집의 내용을 정독, 숙독하는 것은 아니고...
책을 많이 읽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나 하고 경향을 탐색하고 훔쳐보는 정도라고 해야 겠다.
독서 취향이 나와 비슷하면 비슷해서 좋고,
독서 취향이 나와 다르면 다른대로,
눈에 띄는 책들을 골라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만들면서 내내 행복하니까 말이다.
'이권우'는 <죽도록 책만 읽는>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책 <책, 휘어진 그래서 지키는>을 읽다가 그의 전작들을 다 찾아 꼼꼼히 챙겨 읽어보고 싶어졌다.
지난주 토요일이었던것 같다.
라디오를 이리저리 돌려 듣다가 '방현주의 라디오 북클럽' 이라는 프로그램을 듣게 되었고,
그 방송의 '책마을 소식'이라는 꼭지를 그가 진행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읽지않은 책에 대하여 말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을 정도로,
책을 읽지 않거나 대충 발췌하여 읽고도 독서를 한듯 만용을 부리고 서평을 써댈 수는 있지만,
그가 책을 소개하는 방법은 다소 주관적인 견해가 개입되어서,
절대로 읽지않은 책을 막무가내로 소개하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그가 내세우는 주관적인 견해가 책에 어떤 대단한 영향을 미치겠는가...라고 하겠지만,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고,
그가 특별한 서평가나 독서가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한사람의 책을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서 보다 친근하고 가깝게 느껴졌다.
나도 이곳 알라딘 서재에 둥지를 튼지 제법 되었다.
내가 리뷰나 페이퍼를 쓸때 지키는 원칙이 하나 있다.
인터넷 검색 몇번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줄거리나 내용은 될 수 있으면 적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다.
그 책이나, 그 책을 읽을 때의 상황과 관련된 주관적인 느낌을 기록해 두기위해 노력한다.
읽지 않은 책을 가지고, 내맘대로 작문을 하거나 추측난무한 글들은 쓰지 않는다.
칭찬 일색의 주례사 서평이나 리뷰, 댓글을 달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인 주관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서평이나 리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목적과 방향이 없이 온통 책들로 도배된 책소개 페이퍼가 참 싫어,
그런 글은 보려고도 쓰려고도 하지 않는다.
암튼, 내가 이권우를 가지고...유난스럽게 호들갑을 떠는 이유는, 나와 묘하게 독서 취향이 겹치기 때문인것 같다.
난 아직 <정보는 아름답다>류의 책에 관심을 갖고 소개하는 서평을 또 못봤다.
도표나 그림으로 표현해서 내용을 더 극적으로 바꾸는 예도 있다.ㆍㆍㆍㆍㆍ주문하면서 눈치보지 않으려면 이 항목을 보면 좋다. 마로키는 에스프레소+초콜릿 파우더+ 우유 거품으로 이루어진다. 많이 마시는 카페 라테는 에스프레소+ 따뜻한 우유+우유 거품이다. 역시 많이 마시는 카페 모카는 약간 복잡하다. 에스프레소+초콜릿 시럽+따뜻한 우유+휘핑 크림이다. 아이리시는 에스프레소+물+위스키+휘핑크림이다.(42쪽)
<정보는 아름답다>라는 책을 가지고 '주문하면서 눈치보지 않으려면'하면서 너스레를 떠는게,
의뭉스러운것 같으면서도 맛깔나다.
책은 어찌보면 지극히 고전적인 도구이다.
<정보는 아름답다>라는 책은 어찌보면 이렇게 고전적인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발달하면서 가뜩이나 책을 읽는사람, 개 중에서 종이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다.
이런 추세 속에서 어떻게 하여야... '도표나 그림으로 표현해서 내용을 더 극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하는,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 할 수 있고,
그리하여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 수 있을지...
대책과 보완책을 강구하는 의미에서도 생각해볼만 하다.
이 시대, 우리가 왜 소설을 읽고, 책을 읽어야 하는지 일깨워 주는 전율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49쪽)
이렇게 멋진 프로포즈를 해대는데, 그가 권하는 책을 안 읽고 견디겠는가 말이다.
이 책을 통하여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된 것은, '강신주'이다.
이권우가 꼬집어 얘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강신주의 책들을 읽은 이권우라면...
그리고, '푸페이룽'의 '장자교양강의'라는 책을 소개할 정도의 내공이라면,
강신주의 장자 해석법이 푸페이룽의 그것과 닮았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권우는 아무것도 모르는듯 은근슬쩍 퉁치고 넘어간다.
ㆍㆍㆍㆍㆍ양의 동서를 넘나들며 장자를 이해 가능하게 풀어 준다는 점에서 <장자교양강의>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그렇다고 이 책이 오로지 비교 철학 관점에서만 장자를 풀고 있다고 오해하지는 마시길. 붕이 왜 하필이면 남쪽으로 날아갔다고 했는가 하면, 구대 중국인들은 남쪽을 빛의 상징으로 이해했다는 점을 근거로 해, 지혜를 추구하고 장자를 풀이하고 있다.장자를 무성한 이야기 책으로 읽어도 된다. 그래서 통이 크고 깊이가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기만 해도 된다. 그런데 이왕이면 푸페이룽의 새로운 해석에 기대 읽으면 더 흥미로울 터다. 이야기 안에 담겨 있는 삶의 지혜라는 알맹이를 만나게 되니까 말이다.(46쪽)
이권우가 좋은 이유는 또 하나, 같이 읽어볼만한 책들을 적절하게 권해준다는 것이다.
안 좋은 점은, 제대로 지름신 강림이다.
읽어 없애기보다는, 읽고 싶어 새로 들이는 책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 책을 향하여서만 지름신을 보내시진 않는다.
세상은 변하는 법이다. 굳이 석가가 남긴 마지막 말이라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인정한다. 이즈음에는 그냥 변한다고 말하면 적절하지 않은 듯싶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한다고 해야 할 성싶다. 그런데 묘한 일이 있다. 다 변하는 듯 싶은데, 변하지 않는게 있으니 말이다. 여기저기서 고전이라는 우물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길어 올리는 풍경을 보면 딱 그렇다.ㆍㆍㆍㆍㆍ한마디로 만시지탄이나 반가운 일이다. 본디 세상일이 그런 법이다. 근본으로 되돌아가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마르지 않는 샘이 고전이다. 문제는 그곳으로 달려가지 않는 데 있다.(59쪽)
이쯤되면 눈치 챘겠지만, 고전을 향하여서도 골고루다.
옛말에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지만,
이권우가 권하는 책들이랑 놀다가는 파파 할아버지, 호호 할머니가 되는 것은 눈깜짝할 새일 것 같다.
나이 들면서 가장 무서운 새가 '눈깜짝할 새'가 아닐까?
이권우를 소개하는 것까지만 내몫이다.
이권우가 권하는 책들은 내 소관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