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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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산다는 것은 그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었다.

특별히 어디 아픈 곳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게,

이 모진 세상에서 나 혼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는 날들의 연속일 때가 있었다.

 

세상에서 지독히 쓸쓸하고 외로워본 사람은 안다.

그 하루만큼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오히려 안도할 일이라는 깨달음이 주는 묘한 쾌감을.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이름은 매트예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시작했다.
“내 이름은 매트고요,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그리고 빌어먹을 일이 벌어졌다. 내가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난 이 책의 명문장은 뭐니 뭐니 해도 이 마지막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하루종일 지독히 많은 사람과 만나고 부딪치며 살아가지만,

상대방에게는 고사하고,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할때는 얼마나 있을까?

맑은 거울을 들여다보듯,

또는 물무늬가 없는 샘물이나 우물물을 들여다보듯,

자기 자신을 돌이켜보고,

나는 과연 뭐라고 할 수 있을까?

뭐라고 하는 것은 고사하고,

과연 내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을까?

 

이 책은 서너 번 읽은 것 같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었는데,

그동안은 '오즈의 마법사'의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소원을 이루어가듯...

이 책을 통하여 수많은 삶의 군상들을 보았었고,

나의 삶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하였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양철나무꾼은 잃어버린 마음을 찾은 후,

사랑하는 애인을 다시 찾아갔으나 그 애인은 양철나무꾼을 따라나서지 않는다.

그녀는 이미 그녀의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가 있는 거다.

 

매튜 스커터는 이 책의 끝에서,

자기 자신의 존재를 시인하고 인정한다.

그의 그런 용기가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얘길 하는 이유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존재나 자아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비춰주는 아상,

다시말해, 상대방이나 친구도 참 중요하다.

상대방이 어떤 멍석을 어떻게 깔아주느냐에 따라,

타인이 지옥이 되기도 하고,

세상이 살만한 곳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암튼, 내 자신을 솔직히 맘껏 펼쳐보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친구가 이 가을 고맙고,

그런 친구가 있어, 이 가을이 마냥 쓸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ㆍㆍㆍㆍㆍㆍ여기 오면 그는 신을 벗고 긴장도 풀어요. 숙명적인 인연이란 걸 아세요?"

"글쎄."

"그건 환생과 관게있는 거엥. 환생을 믿으시는지 모르겠네요."

"거기에 대해서는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걸."

"그렇군요. 환생을 믿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가끔 챈스랑 내가 전생에 서로 아는 사이였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꼭 연인이나 남편과 아내 같은 사이가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어쩌면 오누이였을지도 모르죠. 그가 내 아버지였거나 아니면 내가 그의 엄마였을 수도 잇겠죠. 아니면 우리가 동성있을지도 몰라요. 하나의 생에서 다른 생으로 갈 때 성이 바뀔 수도 있다니까요. 말하자면 우리가 자매라든가 아니면 그 비슷한 사이였을 수도 있다는 거죠. 진짜로요."(204쪽)

 

 

 

"매튜? 한 가지만 약속해."

"뭔데?"

"술 마시려거든 꼭 내게 먼저 전화해 줘."

"오늘은 마시지 않을 거야."

"알아. 그래도 마실 생각이 있으면, 만약에 마실 거라면 내게 먼저 전화해. 약속하지?"

"알았어."

  업타운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그 대화가 생각났다. 바보같이 약속을 하다니! 그래, 적어도 그 약속이 그녀를 기쁘게 해 주었다. 그 약속 때문에 그녀가 기뻤다면 나쁠 게 뭔가.(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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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2 1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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