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작가에게 - 글쓰기 전략 77
제임스 스콧 벨 지음, 한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영어가정법을 공부할때, 꼭 외우게 되는 문장이 있다.

 

이몸이 새라면, 너에게 날아갈 수 있을텐데...

 If I were a bird, I could fly to you.(가정법과거)

나는 새가 아니라서 날아갈 수 없다.

As I am not a bird, I can't fly to you.(직설법현재)

 

이 문장을 얘기하면서 '소망'이나 '희망'에 힘을 주어 얘기했던 거 같다.

뱃속에 집어넣고 다닐때부터였을지,

또 예전에 영어공부에 열을 올릴때부터 지켜보았을지는 모르겠는데,

울아들 녀석이 (솔직히...지켜봤는지는 기억에 없다~--;)

일곱 살땐가, 새가 아니어도 날 수 있음을 실현시키려다가,

지(=자기) 친구 다리를 부러뜨려 놓는 사건이 있었다.

다빈치가 조상쯤 됐었는지,

제법 도면까지 그려 날개옷을 만들어,지(=자기)가 달고 난게 아니고,

지 친구에게 입혀 나는 연습을 시키다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우리동네에 고지대 낭떠러지가 없는 것에 감사하며 이런저런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그렇게 날고 싶으면, 니가 입고 날지?"
"엄만, 유명한 박사들이 자기가 마루타되는 거 봤어?
 박사들은 그저 만들뿐이야."

 

한때 장르소설을 열심히 읽어댈때는,

번역의 질을 놓고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서...

잠깐 번역을 해볼까도 싶었으나,

시도해보니 이론과 실재는 너무도 달랐다.

그리하여 그게 쉽게 넘볼 수 있는 게 아님을 깨닫고 나서는, 헛된 망상을 접었다.

 

'작가가 작가에게-글쓰기 전략77'이란 제목의 이 책을 처음 만났을때는,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하였었기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쪼개 이 책을 일부러 읽을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다시 만났는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쓴 '김은숙'작가가 뒷표지에 써놓은 이런 말이 시선을 잡아 끌었다.

참 신기한 책이다. 분명 작법 책인데, 스펙터클 하다가, 아슬아슬 하다가, 로맨틱 코미디처럼 콩닥거린다. 그간의 작법 책들이 작가 지망생들에게 흥미롭지 못했던 이유는 현실은 무시한 채, 허황된 꿈과 용기만을 주려했기 때문이다. '매일 써라, 열정을 가져라, 상상력을 키워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고, 이젠 지겹다. 하지만 '작가가 작가에게'는 냉정하고 현실적이다. 무엇을 매일 써야 하는지, 주인공의 열정이 중요한지 작가의 열정이 중요한지, 키워놓은 사상을 어떻게 배치하는지 직설화법으로 역설한다. 장담하건(대) 이 책의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당신은, 책 한권을 읽은 것이 아니라 책 한권을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드라마 '시크릿 가든'작가) 

또 내가 우리나라 장르소설 작가 중 좀 좋아하는 한유주가 번역하였다.

다시말해, 이 책은 작법 책이긴 하지만 구태의연하지 않아 재밌고 스펙터클하였고, 그리하여 아슬아슬하게 읽혔다.

'글쓰기'자리에 '자기 자신'이나 '삶'을 대입시키면 '자기계발서'나 '인생지침서'로 읽어도 무방하겠다.

 

요즘 대세는 '힐링'이란다.

잘하지 못해도 괜찮고,

충분히 좋다면 아주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위안을 했었던 내게,

''충분히 좋다'는 결코 '완벽하게 좋다'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17쪽)' 라는 문구는 강하게 다가왔다.

허를 찔린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잘이나 잘못이라는 단어는 충분이나 불충분이라는 단어와 호환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선을 다했는데, 나의 온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는데...결과가 잘못 나올 수도 있는 거고,

그거면 충분하다 싶지만, 그게 필요충분에 꼭 맞춤한 조건이 충족되어지는 완벽한 상황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이론에만 빠삭하고 몸소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울아들은,

'공부만 빼고 뭐든지 다 쉬울 것 같다'면서,

공부 외의 잡기로 삐딱선을 타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는데,

공부 외의 잡기를 향하여서 실습을 하려고 하지 않고,

이론만으로 튼튼한 기본기를 다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까지...영락없는 모전자전이다.

'충분히 좋다'는 자기만족은 다른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완벽하게 좋다'는 아닌 것이다.

이건 다시말하면, 공부가 되었든지 공부 외의 잡기가 되었든지 간에...

장인정신을 표출할 것, 결점을 없앨 것, 더 훌륭한 글을 쓰려는 노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글쓰기 뿐만 아니라...자기 자신이나 삶을 관리하는데 있어서도 통용되는 프로페셔널의 조건이지 싶다.

적어도 '공부 빼곤 다 쉬울 것 같아요'에서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를 끄집어내 주는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설적인 광고인 데이빗 오길비가 말했듯, "오늘날의 업계에서는 창조한 것을 팔 능력이 없으면 굳이 창조할 필요도 없다."

 ㆍㆍㆍㆍㆍㆍ출판업자는 사실 소설을 출판하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 그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기를 원한다.ㆍㆍㆍㆍㆍㆍ

이 모든것들은 사랑하는 것들을 쓰지 못하게 하는 제약이 될까? 물론 그렇지 않다. 항상 두 눈을 크게 뜨고 당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써야 한다.(24쪽)

하지만, 무조건 공부해라, 공부해라...한다고 해서 먹혀들어가지 않듯,

글이란게 무조건 써야한다고 해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닐게다.

항상 두 눈을 크게 뜨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쓸 수 있듯이,

마찬가지로 공부도 무조건 하는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고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내서 그 분야를 열심히 해야 능률이 오른다.

내가 하고싶고,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내기...까지가 오히려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다.

 

난 그걸 무르익는다고 하고 싶다.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무조건 쓰는게 아니라,

참고 뜸을 들이고, 무르익혀서...

쓰지않고는 못 배기겠을 때까지 기다려보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영웅은 글쓰기의 어려움과 출판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잘 알고 있다. 바보는 그 두 가지가 단번에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미 자신을 작가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31쪽)

기타리스트를 예로 들어보자.

간신히 코드를 잡고, 손가락의 굳은살도 박이지 않았으면서도...

유명 기타리스트들의 뮤직비디오나 동영상 따위를 보고,

그들이 연주에 몰입하다 필 충만하여 기타를 집어던지는게 좀 멋있어서 흉내를 낸다고 치자.

유명기타리스트들이야 기타와 함께 울고웃고한 시간이 있으니...그냥 집어던지는 것 같아보여도 어떤 낙법이 있을테지만,

그냥 무식하게 흉내를 내서는...애먼 기타만 박살나고 만다.

 

기타리스트나 소설가 따위를  '일반적인'과 '유명한'으로 나누는 기준은,

굳은살이 박이도록 열심히, 꾸준히 하는 것과 더불어,

자기 자신의 위치를 돌아보고 주제파악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나 덧붙이자면 사소한 비난 쯤은 감수할 수 있는 의연함, ㅋ~.

깊이 뿌리 내린 나무는 웬만한 비바람에 끄덕하지 않는다.

  당신이 받을 만한 사소한 비난들을 스스로 예상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LA의 유명한 느와르 소설가 로버트 크레이스는 "이 세상은 적개심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그를 싫어하는 독자들이 이메일을 보내오면, 미리 고용한 비서를 통해 그런 이메일들을 가려냈고, 그것들은 읽지도 않았다.

  성공이나 실패에 연연하지 마라. 그렇다고 자만심과 혼동해서도 안 된다.(50쪽)

 

언젠가 로버트 크레이스를 읽었을때,

물론 소설이 좋았지만, 참 멋지다고 생각한 건 '저자 후기'에 기록된 그의 일상을 보고나서였다.

 

참 규칙적이고 시간관리와 자신의 건강관리가 철저한 사람이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일정시간을 정해놓고 운동과 글쓰기 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었는데,

그 빡빡한 일정이 일반인으로 치자면, 철인3종경기를 하는 수준이었다.

자신의 경험이 그대로 녹아있는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엘비스 콜(좀 건들거리는 느낌이 있지만...ㅋ~)도 그렇고 조파이크도 그렇고,

그렇게 살아있는듯 완벽하고 멋진 인물로 그려낼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그의 친구 '마이클 코넬리'도 규칙적이고 철저한 자기관리는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이건 바꾸어말하면, 자기를 돌아보는 자기반성은 하되,

지나치게 연연하거나 집착하면 안된다...가 될 수 있겠다.

자기를 돌아보는 자기반성은 필수적이지만,

지나치게 연연하거나 집착하게 되면, 자기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자신감이나 자긍심과 자만심은 다른 이름이다.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라고 책 전반에 걸쳐서 누차 강조하고 있고,

나의 경우를 돌이켜보아도 확실히 독이었다.

 

거절하는 법을 배워라.

  작가들 스스로 홍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도서관이나 학교나 작가 회의 같은 모든 행사의 초대를 받아들인다. 우리는 수천 마일을 여행할 것이며, 고작 30부의 책을 팔기 위해 계속해서 미소를 짓느라 사나흘 이상 글을 쓰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당신이 신인이거나 아직도 이름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중이라면 이런 일들에도 시간을 투자할 만하지만, 언제나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54쪽)

시간안배와 시간활용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기 자신을 알리고 홍보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상품값어치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일의 효율성을 생각하여 시간안배와 시간활용을 잘 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책 30부를 팔기위하여 사나흘 동안 글을 못쓰고 일상이 흐트러지는 걸 감수해도 좋은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질투하지 말고 분노하라...라는 말의 뜻을 처음엔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처음엔 타인을 향한 부러움과 샘이, 왜 많은 작가들의 생명을 갉아먹는 못된 괴물인지를 모르겠었다.

그러다가 부러움과 샘이라는 것은 타인이라는 대상은 존재하지만,

타인의 어떤 능력을 놓고 부러워하고 샘을 내는지의 경계는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타인을 보고 부러움과 샘이 난다면,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어떤 점을 놓고 부러워하는 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하고,

부족한 부분을 나아지게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야 하는데,

그 부분이 나를 의기소침하게 하거나, 나의 장점마저 건드리지 않도록 슬기로워야 겠다.

자기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켰을 때에 의미가 있다.

  그러니 부러운 마음이 들 때마다 오히려 긍정적인 좋은 면을 보려고 하라.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당신이다.

ㆍㆍㆍㆍㆍㆍ

  당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해라. 부러움이 당신을 지나치게 힘들게 한다면, 한 시간 정도는 오히려 부러움에도 긍정적인 측면이 이을 거라고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화해서 당신의 느낌을 토로하라. 그러나 한 시간이 지나면, 컴퓨터 앞이나 노트 앞으로 돌아와서 다시 글을 쓰도록 하라.(67~68쪽)

 

여기서도 마찬가지이다.

부러움에 치여서, 부러움에 잠식당하여, 나 자신의 글쓰는 일상이 흐트러지면 안되는 거다.

내 자신과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작가들이 다수 마술적인, 그러나 요란하다고는 할 수 없는 시적인 문체를 가졌으면 한다. 나는 단어들과 문장들이 공명하는 소리를 듣고 싶다.  - 존 D. 맥도널드(101쪽)

요란하지 않지만 시적인 문체는...작가의 개성적인 문체를 두고 얘기하는 것일게다.

작가 나름대로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작가의 단어들과 문장들에 공감할 수 있어야 공명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ㆍㆍㆍㆍㆍㆍ전문가는 기분이 내키지 않더라도, 매일매일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자신이 응원하는 농구팀인 레이커스가 패배했기 때문에 혹은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수술을 거부하는 외과의사는 없다. 또 변호사가 범죄자에게 고용된 처지를 비관해 마음대로 재판을 연기하고 진짜로 결백한 의뢰인을 만나게 될 날을 꿈꾸면서 해변으로 떠날 수는 없다.

(106쪽)

이 책을 읽은 소감을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어떤 일이 되었건 간에,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야 자신의 분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들이 그 일을 쉽게 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

남의 일이 쉬워보일 수 있는 것은,

그 일을 사랑하고 좋아하여 즐기면서 할때이다.

그러니, 나도 내 일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나가 사랑하고 좋아하여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함이 먼저이다.

 

훌륭한 번역자이기도 한, 이윤기 님의 소설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 우리가 직선이라고 여기는 것이 과연 직선이겠는가?
  혹시 곡선의 한부분을 우리가, 자네 말마따나 대롱시각으로 보고는 직선이라고 하는 것은 아닐 것인가?

  자네는 혹시 큰 곡선을 작은 직선으로 본 것은 아닐 것인가?"

 

요즘 난 본질의 주변을 겉돌면서, 본질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나왔다고 자책하곤 한다.

모든 건 내 주변에 그대로 있는데...,

변한 건 내 자신의 마음가짐 뿐인데 말이다.

내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 잡는게 먼저이다.

 

10센트(10퍼센트)(126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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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1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3-01-21 21:33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님의 소식이 궁금했습니다.
일단은 제 사정이 열악했고,
그리고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부담일 듯 싶어서...
그냥 모른 척 했습니다여.^^

그래도 그렇게 그렇게 한걸음씩 내딛는 님의 모습 보기 좋습니다여.
좋은 소식이 있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으니...가끔 안부 남겨주세여.
헤에~^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