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키즈 -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
패티 스미스 지음, 박소울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백하자면, 나는 평생 나이 따위는 먹지 않을 줄 알았다.

어렸을때부터 좀 조숙하여 빨리 나이 먹기를 바랐었고,

빨리 나이먹기를 바라는 그 나이가 스무살쯤이었던 것도 같다.

어렸을때는 스무살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스무살이 되어서 본 세상은 핑크빛도 아니었고...아무 제약없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는 더 더욱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책 <저스트 키즈>는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이란 부제 속의 '로버트 메이플소프'라는 이름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패티 스미스'가 바로  몇년 전 지산락페스티벌에서 보았던, 일흔의 할머니와 동일인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던 나는, 로버트 메이플소프 쪽이 흥미로웠다.

그는 흑인 남성누드사진과 조지아 오키프처럼 성기를 연상시키는 꽃 사진 등을 찍은 사진작가에다, 동성연애자라고 알려져 있던 터였고, AIDS로 죽은 후에도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놓고 이런 저런 뉴스를 만들고 다니는 '뉴스 메이커'였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사진 등 그들의 예술적 명성으로가 아니라, 그냥 이런 저런 흥미로운 기사 거리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던 나는...금방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매력 속으로 빨려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일흔 할머니가 젊은 날을 회고하며 쓴 회고록이 아니라,

그녀 '패티 스미스'의 삶 자체의 기록이고,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젊은 날을 살아가고 있는 발자취이기 때문이다.

스물도 안된 나이에 만나,

로버트 메이플소프와의 20여년의 젊은 날을 열정적으로 살아가고,

그를 먼저 보내고 30여년을 그녀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그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내가 젊은 날을 회고하는 회고록이 아니라고 한 이유는,

그녀의 삶의 방식이나 태도 또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 어느 하나 바뀌지 않고 여전하기 때문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진부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려 하는지,

그녀는 우리가 젊음이라고 부르는 그것들을 하나도 흐트러짐 없이 간직하고 있다.

 

먼저, 책을 읽고 이토록 감동을 받았으니 책에 대해서 얘기해야 겠다.

난 흔히 노래를 하거나,

그림 또는 사진을 하거나,

글쓰는게 본업이 아닌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서 좀 당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데...

그런게 기우라고 할만큼 글의 완성도가 높았다.

물론 패티 스미스는 시인이니까 문학적 완성도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솔직히 외국 작가의 시 따위가 선입견 없이 그대로 감동을 주기는 힘들었던 경험에 미루어,

이 책도 그럴거라고 생각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책이 워낙 좋고 완성도가 높다보니,

패티 스미스 그녀가, 작가로서 우리에게 들려주려했던 것, 그 이상의 것을 느끼고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필 충만하게 느끼고 감동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역자 박소울도 한 몫하는 거 같다.

글을 읽고 있으면,

진짜 좋은 책이고,

시적으로, 철학적으로 아름다운 것이...완성도가 높은 책이다...라는 느낌과 더불어,

그런 책을 정말 아름답게 환상적으로 번역해 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건 역자가 저자에게 어느 정도 이상의, 존경과 경의를 표하지 않으면 나와주기 힘든 그런 '헌사'를 보는 느낌이다.

박소울, '소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음 뿐 아니라, 영혼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문장의 연금술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완전 콩밥 먹는 기분이에요."내가 말했다.

"그래, 그치만 우리는 자유의 몸이라는 거지."

그가 우리 농담에 화룡점정을 찍었다.

같은 부분은 역자가 두 언어를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쥐락펴락 할 수 있기에 가능한 번역이 아닌가 싶다, 멋지다~!

 

 

암튼, 마음을 열고 감상할 준비만 하면 되는데,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멈칫거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이 글을 쓴다.

 

사실, 이런 얘기를 하면'너 좀 밥맛이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내가 이 책이 흥미로웠던 것은,

'패티 스미스'의 예술적 영감과 자유로운 영혼과 상상력이라고 하는 것이 나랑 좀 닮았다는 생각에서...였다.

난 언제부턴가 흔히 말하는 남녀 간의 사랑이나 종교 간의 사랑, 이딴게 아닌...

그냥 흔히들 말하는 우정이나, 소울 메이트, 따위에 관심이 있었다.

우정이나 소울메이트, 영혼의 파장이 똑같은 친구 따위에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게 되면...

그때부터는 좀 구질구질해지고,

예술하는 사람들 특유의 자유로운 영혼이나,

사람들이 말하는 영혼의 교감 따위는,

오래된 문헌에나 등재되는 기념물쯤으로 전락해 버리고 마는걸 보아왔다.

그런데, 이들은 친구였을 때나, 연인이었을 때나, 애인이었을 때나, 부부였을때나, 같은 예술을 하는 동료였을때마저도...

일정한 파장, 아니 둘 만의 독특한 파장으로 그들만의 우정과 사랑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나가는 걸 보니,

이 책이 더 아름답고,

그들의 우정과 사랑이 더 존경스럽다.

진짜 좋은 책이다.

석탄 난로 옆에서 비로소 편안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기도는 여느 신자와는 달리 침묵 속에서 이뤄졌고, 말을 하기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듣는 행위에 가까워졌다.(16쪽)

겉으로 보기에는 전과 다름없이 축 처진 열두 살 소녀에 불과했지만, 전시회를 보고 나서 내면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었다는 것을, 인간이 창조한 예술에 깊이 감동받았고, 예술가란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25쪽)

작업환경은 형편없었고, 일을 할 때면 나는 늘상 작품을 만드는 몽상에 빠졌다.나는 예술가의 세계에 속하기를 간절히 소망했다. 예술가들의 가난과 옷 입는 스타일이나 작업 과정이나 생각 모두를 갈망했다. 언젠가 예술가의 정부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어린 마음에 그것보다 로맨틱한 건 없어 보였다. 디에고의 뮤즈이자 그 자신이 에술가이기도 한 프리다 칼로에 나 자신을 투사했다. 예술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곁에서 그를 보조하면서 나 자신의 예술 세계를 가꿔가는 꿈을 꾸게 되었다.(27쪽)

 

그녀는 이렇게 어렸을때부터 나름대로의 에고를 갖고, 나름대로의 예술 세계를 꾸준히 가꿔 나간다.

그러니 그녀의 명성이 어느날 자고 일어나보니, 하루 아침에 모든게 바뀌어 있는 그런 류는 아니었던 셈이다.

나름 예술적 자질도 가졌었고, 본인이 노력도 했고, 그랬기에 오늘날의 그녀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ㆍㆍㆍㆍㆍㆍ, 한 사람이 꼭 다른 사람을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진지했다. 말하자면 로버트가 마약을 해서 상태가 좋지 않다면 니는 반드시 맑은 정신을 유지해 로버트를 지켜줘야 했다. 내가 저조하면 로버트는 정상이어야 하고, 한명이 아프면 다른 한명은 건강해야 했다. 같은 날 둘 다 동시에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조심했다.(72쪽)

 

그의 탐닉에 나도 동참하고 싶었다. 그는 피코트를 입고 파일럿의 실크 스카프를 걸쳤다. 내게 제2차 세계 대전이란 원자폭탄과 『안네의 일기』의 이미지밖에 없었기 때문에 선뜻 동조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가 나의 세계로 거리낌 없이 들어와준 것처럼 나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그가 왜 이렇게 갑자기 변하게 됐는지 궁금하고 혼란스러웠고 조금은 화도 났다. 온 아파트 벽돌과 침실 천장을 모조리 마일라 필름으로 덮어버렸을 때 나는 정말 신경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싶었다. 나보다는 그 자신만을 위한 행동으로 느껴졌다.ㆍㆍㆍㆍㆍㆍ뭔가 화가 나거나 마음이 맞지 않을 때에 내가 입을 닫아버리는 편이긴 했지만, 지금 그 모습은 전혀 그답지가 않았다. 나는 더 이상 그가 어떤 기분인지 알 수가 없었다.(98~99쪽)

나 또한 나와 취향이 비슷한 친구를 만나서,

그(또는 그녀)가 나의 세계로 거리낌 없이 들어와 준것에 대해 감사한다.

하지만 난 거기까지이다.

내 변덕이 널을 뛰어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것이 짬뽕공 같다고 하여,

내 기본적인 성격이나 취향 또한 그렇게 하루 아침에 바뀔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그(또는 그녀)의 성격이나 취향도 그렇게 하루 아침에 갑자기 바뀌진 않을 거라고 믿고 싶다.

그리고 난 그(또는 그녀)의 성격이나 취향만큼이나, 그의 인격과 개성도 존중한다.

내가 그(또는 그녀)를 친구로 생각하고 내 안에 들인것은 그(또는 그녀)가 그(또는 그녀)이기 때문이지,

그(또는 그녀)가 나와 닮았기 때문은 아니다.

나와 닮은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로 족하다.

그(또는 그녀)를 좋아하는 것이고, 그(또는 그녀)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만약 저 구절에서처럼,

갑작스런 친구의 변화에 선뜻 동조하기 어렵다면,

깨끗이 두손 들고 쿨하게 포기하면 그만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지 못한다면,

나와 닮은 그를 좋아했던게 아니라...

나에게 맞춰주고,

그리하여 내 맘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어서 좋아했다는 얘기밖에 되질 않는다.

 

우울하고 저조한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나는 예술을 창조하는 목적이 무엇일까 고민에 빠졌더랬다. 누구를 위한 걸까? 신을 모방하는 것에 불과한 일일까? 아니면 우리 자신과 소통하는 행위일까? 그래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바는 무엇일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나 뉴욕현대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같은 에술의 위대한 감옥 안에 우리의 작품을 가두는 행위인 걸까?

진정성을 갈구했지만 내 안의 모순을 인정해야만 했다. 왜 작품 활동을 하는 걸까? 자아실현, 아니면 그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본래의 의도나 의미보다 내 태도가 더 과장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고 앉으면, 베트남 전쟁같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바깥세상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이 어떤 의미도,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인 운동에 가담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바가 세상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또 다른 형태로 관료주의에 영합하는 일이 아닐까 싶은 불안에 휩싸여, 가능하면 세상 돌아가는 데에도 깨어 잇고 정의로운 운동에도 참석하려고 노력하였다.

로버트는 이런 자기성찰적인 물음에 대해서 조금도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는 단 한순간도 자신의 예술적 욕구에 대해서 의심을 품지 않았다. ㆍㆍㆍㆍㆍㆍ신념과 수행이 완벽한 조화를 이뤄 걸작이 태어나고 영적인 안정에서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피카소는 사랑하는 바스크 지역이 폭격당하자 껍질 속에 숨어 있지만은 않았다. 『게르니카』라는 대작을 통해 스페인 내전의 참상과 민간인에게 가해진 고통을 만천하() 폭로했다.(90~91쪽)

좀 길지만, 이 부분을 옮긴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우리가 예술을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

예술은 '미'의 추구가 목적이다.

어떤 이는 말 그대로 아름다움을 미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진정성을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아름다움에 신념과 행동이 더해져야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만히 보면 패티 스미스는 평생을 두고 로버트 메이플소스를 사랑했지만,

그래서 쌍둥이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닮게 행동했었지만,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영감을 주는 사이이기도 했지만,

미를 대하는 신념과 행동까지도 일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그녀 안에 들이되

그가 아무런 경계나 거리낌없이 움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넓은 멍석을 깔아준다.

경계를 만들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 같고,

어쩔 수 없이 경계를 만들게 된다면 성긴 그물로 만들어 바람 따윈 걸리지 않게 하는 수 밖에...

 

 

접힌 부분 펼치기 ▼

 

Take me now baby here as I am
Pull me close, try and understand
Desire is hunger is the fire I breathe
Love is a banquet on which we feed

Come on now try and understand
The way I feel when I'm in your hands
Take my hand come undercover
They can't hurt you now,
Can't hurt you now, can't hurt you now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lovers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lust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lovers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us

Have I doubt when I'm alone
Love is a ring, the telephone
Love is an angel disguised as lust
Here in our bed until the morning comes
Come on now try and understand
The way I feel under your command
Take my hand as the sun descends
They can't touch you now,
Can't touch you now, can't touch you now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lovers ...

With love we sleep
With doubt the vicious circle
Turn and burns
Without you I cannot live
Forgive, the yearning burning
I believe it's time, too real to feel
So touch me now, touch me now, touch me now
Because the night belongs to lovers ...

Because tonight there are two lovers
If we believe in the night we trust
Because tonight there are two lovers ...

펼친 부분 접기 ▲

 


댓글(5)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1-18 1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1 21: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4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27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17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