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친구가 문자로 "점심은?"하고 묻길래,
넘 힘들고 지쳐 "별로~--;"라고 대답을 했더니,
"허걱, 점심으로 별을?"하는 답문자가 돌아왔다.
발상의 전환이 참 신선하게 느껴졌고,
그렇고 그런 일상에 통통 스카카토처럼 느껴져,
그 후 배시시 해시시 거리고 다녔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난 별★ 하면, 이 책이 생각난다.
그림에도 불구하고
이원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글쟁이 다섯과 그림쟁이 다섯이 만난 그 순간 들이, 한권의 책으로 결실을 거뒀는데 그게 '그림에도 불구하고'란다.
그중 '별'을 직접 언급한 '이원+윤종석'의 글과 그림을 조금만 옮겨보도록 하겠다.
ㆍㆍㆍㆍㆍㆍ매달려 있다는 것은, 움켜쥔 것이, 놓지 못하는 것이 있다는 뜻. 애절해서 반짝인다. 별은 옷에 박혀있다. 대지처럼, 별이 거기 태생이라는 거다.
별은 크지 않게, 많지도 않게 그러나 그곳에 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놓여 반짝인다. 별은 등에도 배에도 목에도 있지 않다. 별은 가슴에 있다. 심장이 뛰는 곳에 잇다. 별은 가슴에 있다. 심장이 뛰는 곳에 있다. 별은 심장의 다른 이름. 시간의 다른 이름. 별이 놓이는 곳에서 심장이 뛴다.
별이 있는 옷은 정교하게 접을 수 있다. 정교하면 더없이 간명해진다. 어느 방향으로 접어도 별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어느 방향에도 시간이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10~12쪽)
별을 주머니에 키링처럼 넣고 다니며 아무도 모르게 만지작거리고 싶고, 별사탕을 입속에 놓고 살살 굴려가며 맛보다가 딱 깨물고 싶고, 대놓고 훈장처럼 달고도 싶은 순간이 있다. 누구도 그것이 별이라는 것을 몰라도 좋다. 그 순간 내가 알면 된다. 열정이 출렁거리고, 모험심이 생기고, 별을 갖기 위해서는 어떠한 대가도 달게 치루겠다는 마음이 커지는 시간 - <가슴에 별을 달다> 선언하는 포즈에서 별은 나타나기 시작.(20쪽)

(윤종석, 작품명 'she'80X130cm,acrylic on canvas,2009)
윤종석의 옷은 말한다. 침묵으로 말한다. 소리 없이 말한다. 소리 없는 말로 말한다. 그러므로 옷은 입이다. 소리로 말하지 않고 입으로 말한다. 좀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입 모양으로 말한다.
윤종석의 작품에서, 얼굴은 옷 속에 들어 있다. 입이 극단의 시간에 닿고 있어, 얼굴은 입에 삼켜진다. 사랑의 본질을 붙잡은 그것은 수줍지만 완강한 입이며(둘이 만나 완성되는 하트, 그것은 하나의 사랑이 아니라 <두개의 사랑>이다. 두 개의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 비로소 사랑은 게속된다), 꽃마이크(she)는 하고 싶었으나 참아온 말이 너무 많이 쌓여 쏟아내도 쏟아내도 계속 터져 나오는 입이며, 공격적인 색으로 웅크린 형상은 (<보호색을 입다>) 사실은 가장 연약한 입이다.
옷 속에 들어있는 얼굴에서는 극단의 시간에 닿고 있지만 고함, 비명, 통곡이 나오지 않는다. 얼굴은 입의 깊은 곳에 삼켜져 있기 때문이다. 화가는 기억의 소리를 온몸으로 받아낸 후 끝내 사라지지 않는 최소한의 것만 내려놓는다. 그것이 '입'이다.(30쪽)
'이원+윤종석'의 글과 그림, 별 또는 옷이 좋았던 것은,
그동안 내가 별에 대해서, 또는 옷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생각을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때까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정리되지 않았었는데,
문정희 시인의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를 읽다가, '머풀러'라는 詩를 발견했는데...
웬걸... 내 마음 속에 들어왔었나 싶게, 내 마음을 나보다 더 맞춤하게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문정희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8월
머 풀 러
- 문 정 희 -
내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길에 나서면
사람들은 멋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녀의 상처를 덮는 날개입니다
쓰라린 불구를 가리는 붕대입니다
물푸레나무처럼 늘 당당한 그녀에게도
간혹 아랍 여자의 차도르 같은
보호벽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요
처음엔 보호이지만
결국엔 감옥
어쩌면 어서 던져버려도 좋을
허울인지도 모릅니다
아닙니다. 바람 부는 날이 아니어도
내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길에 나서면
사람들은 멋있다고 말하지만
미친 황소 앞에 펄럭이는
투우사의 망토처럼
나는 세상을 향해 싸움을 거는
그녀의 깃발입니다
기억처럼 내려앉은 따스한 노을
잊지 못할 어떤 체온입니다
(문학의 도끼로 내 삶을 깨워라, 81쪽)
나로 말할 것 같으면, 패션에 신경을 엄청 쓴다.
몸에 붙이는 악세서리를 주렁주렁 거는 건 피부 트러블이 있어서 못하는 대신,
패션에 엄청 신경을 쓴다.
그렇다고 엄청 비싼 부띠끄의 옷을 입거나 화려하고 현란한 의상을 입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옷은 단순하게 입되 디자인으로 파격을 준다든지,
무채색의 옷을 입되 길이를 초미니로 입는다든지,
또는 머풀러나 모자 등으로 액센트를 준다.
그게 나의 상처를 감추는 위장이고 보호색이고 하다는 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했었는데,
문정희 시인은 '머풀러'에서 '별'과 등가로 얘기하고 있다.
그리고는, 시를 사랑하고 시를 왼다는 것은 마음에다 별 하나를 매다는 것이다. 이 산만한 세상에서 내가 아름다운 인간이라는 자존을 스스로에게 조용히 속삭여주는 것이다.(113쪽)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인은 마음에 은하수 별길을 매달고 사는 사람이리라~.
난 마음에 은하수 별길을 매달고 사는 사람은 아니고,
가끔 시집을 사는 것으로 반짝이는 가짜 별이라도 매달려고 노력을 한다.
밥하늘에 반짝이는 것 중에는 인공위성도 있다더라, ㅋ~.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제목이 맘에 들어 구입한 시집.
외국 시인의 시는 아무래도 정서가 달라서 그런지, 겉도는 느낌을 어쩔 수 없다.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아담 자가예프스키 지음, 최성은.이지원 옮김 /
문학의숲 / 2012년 10월
별
몇 년이나 지난 후 너에게 돌아왔다.
회색빛의 아름다운 도시,
과거의 물속에 잠겨
변하지 않는 도시.
이제 나는
철학과 시와 호기심의 학생이 아니다
너무 많은 시를 써 대던
젊은 시인도 아니다
이제는좁은 골목과 환상의
미로에서 헤매고 잇다
시간과 그림자의 지배자가
내 이마 위에 손을 올려놓는다.
그러나 나를 인도하는 것은 아직도
밝은 별,
밝음만이 나를
잃거나 구원할 것이다.
얼굴
저녁 무렵의 광장에서 빛나고 있다, 내가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이. 나는 게걸스럽게 쳐다보았다,
사람들의 얼굴을, 저마다 다른,
각자 뭔가를 말하고, 설득하고,
웃고, 아파하는 얼굴들을.
나는 생각했다, 도시는 집을 짓는 게 아니구나,
광장이나 가로수길, 공원이나 넓은 도로를 짓는 게 아니라
등불처럼 빛나는 얼굴들을 짓는구나,
늦은 밤, 구름처럼 피어나는 불꽃 속에서 땜질을 하는 용접공의 점화기처럼 빛나는 얼굴들을.
내용은 금방 파악이 안 되어도,
오랫동안 입속에서 둥글리며 읊조리다 보면,
뭔가 몽글몽글 마음 속 한가득 차오르는게 있다.
암튼, 시 한편 외지 못하더라도...
단지 소리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은하수 별길은 아니어도,
졸졸졸 맑은 물 흐르는 물길 하나 열리는 느낌이다.
'★로'를 '★을'로 슬쩍 발상 전환했을 뿐인데,
그리하여 내 마음에 졸졸졸 맑은 물 흐르는 물길 하나 만들어준 친구에게,
이 페이퍼를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