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와 '칠칠 최북'을 번갈아 가면서 읽는다.
화두는 어제가 좋은 서평, 좋은 글이었다면...오늘은 그 연장선 상에서 '좋은 그림'이다.
글은 쓰레기 같이라도 내 감정을 표현해 내지만,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란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모르면 용감하다고...
그림도 서평이나 글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화단에서 얘기하는 진짜 좋은 그림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경험과 삶을 얼마간 반영한 그림이 난 좋다.

최북의 이 그림 '공산무인도'를 놓고 사람들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은 무성의하다고 하고,
내가 애정하는 손철주는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하는데,
최북의 대표작으로 꼽는 이가 있다는 걸 주목할만 하다.
이유는 다름아닌, 그림 속의 시 한수 때문이란다.
최북이 인용한 '空山無人 水流花開'는 어떻습니까? 빈산에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이 없는데 물은 흐르고 꽃은 핍니다.ㆍㆍㆍㆍㆍㆍ'공산무인 수류화개'가 가지고 있는 속뜻은 과연 무엇일까요?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자연은 원래 스스로 그러한 것이기 때문에, 인가니작위적으로 그 자연의 섭리에 가입할 수 없는 것이다.' 보십시오. 물이 흐르고 꽃이 지는 것은 자연이 원래 그렇기 때문입니다. 빈산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도 물은 저절로 흐르고, 꽃은 필 때 알아서 피며, 떨어질 때 알아서 떨어진다,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화가 최북은 자연이 가지고 있는 원래 그러한 이치를 그림 속에 표현해 본 것이죠. 다른 사람들은 물이 흐로고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제 가끔의 흥에 겨워 그렇게 탄성을 지르거나 한숨을 쉬는데, 최북은 그렇지 않은 자연의 딴 마음을 그려 보고 싶었던 겁니다. 물은 저절로 흐르고, 꽃은 필 때면 저절로 피는 것이다. 인간이 피어라 한다고 피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슬프다고 떨어질 꽃잎이 안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심상을 이 그림에 드러낸 것이죠. 그래서 최북의 이 그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획득한 겁니다. 어떤가요, 결코 만만한 산수화가 아니지요.
실은 '서서비행'과 관련한 페이퍼의 어울리는 음악으로 내가 골랐던 음악은 '임재범'의 '비상'이었다.
임재범 - 2집 비상
임재범 노래 / 새한(km culture)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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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상
작사/채정은
누구나 한번쯤은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순간이 있지
그렇지만 나는 제자리로 오지 못했어.
되돌아 나오는 길을 모르니
너무 많은 생각과 너무 많은 걱정에 온통 내 자신을 가둬두었지.
이젠 이런 내모습 나조차 불안해보여.
어디부터 시작할지 몰라서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날고 싶어
감당할 수 없어서 버려둔 그 모든건 나를 기다리지 않고 떠났지.
그렇게 많은 걸 잃었지만 후회는 없어.
그래서 더 멀리 갈 수 있다면
상처 받는 것보단 혼자를 택한거지.고독이 꼭 나쁜것은 아니야.
외로움은 나에게 누구도 말하지 않을 소중한걸 깨닫게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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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페이퍼를 쓰는 동안 마음이 바뀌어 내가 요즘 끼고 듣는 'The one'의 '그남자'를 페이퍼에 올려 같이 듣고 싶어졌다.
이 노래로 말할 것 같으면, 예전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OST로 남자 버전 '그남자'와 여자 버전 '그여자'가 있다.
아마, 백지영이 '그여자'로 부른걸,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남자 주인공이 '그남자'로 바꿔 불렀었나 보다.
그때도 분명 같은 가사였을텐데,
미처 그렇게 아슴아슴하고 절절한 줄 모르다가,
The one이 부른 버전을 듣는데...제대로 몰입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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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남/여)자
한 (남/여)자가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 (남/여)자는 열심히 사랑합니다
매일 그림자처럼 그대를 따라다니며
그 (남/여)자는 웃으며 울고 있네요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람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계속해야 네가 나를 사랑하겠니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남/여)잔 웁니다
그 (남/여)자는 성격이 (소심합니다)
그래서 웃는 법을 (배웠답니다)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얘기가 많은 상처투성이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이렇게 바라만 보며 혼자
이 바람같은 사랑 이 거지같은 사랑
계속해야 네가 나를 사랑하겠니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남/여)잔 웁니다
그 (남/여)자가 나라는 걸 아나요
알면서도 이러는 건 아니죠
모를 거야 그댄 바보니까
(조금만 가까이 와 조금만)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널 사랑하는 난 지금도 옆에 있어
그 (남/여)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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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노래에 제대로 몰입한 이유는,
그 (남/여)자는 성격이 (소심합니다)
그래서 웃는 법을 (배웠답니다)
라는 구절 때문이다.
주변에서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들을 간혹 보고 듣기는 하지만,
오랜 사회생활에 닳고 닳아서 (좋게 말하면 둥글려져서) 그런지,
'성격이 아무리 소심하기로 웃는 법을 배워야 할 사람이 있을라고~'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한때 나는 사람들의 웃음을 부러워 했었다.
사람들이 흩뿌리는 웃음을,
내리쬐는 햇살이랑 동격으로 여겼고,
그들이 흩날리고 가는 웃음의 조각들만을 모아서라도 좋으니...
나도 밝고 (넉넉하지 못하면) 잔잔하게라도 웃어보고 싶었었다.
나의 웃는 모양새는 '배시시 해시시 자연스럽게'가 아니라,
얼굴을 찌그러뜨리며 억지로 마지못해 웃는 흉내를 내는 꼴이었다.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얘기가 많은 상처투성이가 아니라,
친구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마음을 열고 다가가 얘기를 한 친구가 없었다.
그러면서 내게 다가오는 이를 향하여 난 도리어,
이를 드러내 놓고 얼굴을 터트려가면서 웃지 못한다고 툴툴거렸었다.
그대도 나도 성격이 소심한가 보다.
그래서, 그대도 나도 웃는 법을 배워야 하나 보다.
그래도 다행이다.
그대도 나도 성격이 소심하다는 걸 수긍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배우기만 하면 제대로 웃을 수 있게 될테니 다행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행인건,
친한 친구에게도 못하는 상처로 얼룩진 그 얘기들을,
그대에게는 버선목 뒤집어 보이듯 털어놓을 수 있다는 거다.
암튼,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이 책은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의 강의록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으로 읽을 것이 아니라, 강의실에 가서 그의 구수한 입담에 빠져보고 싶다.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랑 달리 추가된 내용은, 초승달과 그믐달의 구별법 정도인것 같다.
손철주가 공개한 특별 구분법을 살짝 공개하면 이렇다, ㅋ~.
"초승달을 모르는 사람은 낫 놓고 'ㄱ'자도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초승달은 'ㄱ'자 형태거든요. 그믐달은 'ㄴ'자 쪽입니다. ㆍㆍㆍㆍㆍㆍ초승달은 해가 지고 난 뒤에 저 서쪽 하늘에 뜬 것을 잠시 볼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해가 지고 나면 얼마 안 있어서 지게 됩니다. 그리고 아침에 해가 뜰 무렵에 뜨는 것이 초승달입니다.

어제 저녁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하늘에 떠 있던 조각달.
손철주의 초승달ㆍ그믐달 구별법 특강을 참조하여 달의 이름과 시간대를 가늠해 보시기 바란다.
퀴즈로 내볼까?^^
속속들이 옛 그림 이야기 (체험판) : 팸플릿 1
손철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6월
칠칠 최북
민병삼 지음 /
도서출판 선 /
2012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