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 독보적 유튜버 박막례와 천재 PD 손녀 김유라의 말도 안 되게 뒤집힌 신나는 인생!
박막례.김유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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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율'이었나,

'죽을 수도 살 수도 없을 때 서른은 온다'는 제목의 명언집이 있었다.

그때 그 제목을 보며 서른이란 나이의 정체성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이번에 1947년생, 우리 나이로 일흔 셋의 할머니가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제목의 책을 내셨다.

 

심심할때면, 아니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우울할때면,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서 봤다.

지난 가을이 경계가 되어 웃음을 잃어버렸지만,

산 사람은 살아지더라고 세월은 그렇게 흘러만 갔다.

우울의 늪에서 빠져 나와야지 할때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를 찾아서 보고 생각 없이 한 번씩 웃기도 했다.

 

언젠가 얘기했었던 것도 같은데,

박막례 할머니 말고 즐겨보는 유튜버는 '리도동동'이다.

이 사람은 영화를 좀 제대로 배운 것 같은데,

홍콩 영화의 아류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웃음 코드를 지녔다.

여기선 리도동동의 아버지 켈빈의 활약이 눈부시다.

리도동동의 아버지 켈빈은 박막례 할머니 만큼의 연세는 아니신 것 같지만,

유튜버의 연령대를 올려놓는데 한 몫을 했다.

 

유튜브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난 먹방이라던가, 여행, 젊은 친구들의 브이로그, 라이브 방송 따위로는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데,

이런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등장하는 영상이 오히려 편안하게 와 닿는다. 

물론 이런 영상의 촬영, 편집, 업 로드 까지를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하면 더 좋겠지만,

중간에 손녀나 아들 젊은 감성이 끼어들어 올드함을 중화시키는 것도 같고,

이것들도 고도의 전략이라는 생각도 든다.

 

영상 속에 보여지는 할머니는 쿨하고 멋져서 부러움의 연속이었는데,

책을 통해서 할머니의 간난신고를 알게 되었다.

할머니가 그동안 편하고 여유로운 삶만을 살았다면,

유튜브 속의 그런 행복한 영상, 긍정적으로 즐기고 누리는 영상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할머니가 이렇게 탄탄한 유튜버가 될 수 있었던 또 한가지 이유는 CJ라는 대형기획사랑 손을 잡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장 짠하고 마음 아팠던 부분은 독일에서 있었던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의 삼성 행사에  참석한뒤 남긴 글을 보고나서이다.

 

난 진짜 다음 생엔 결혼 안 하고 기계랑 살 거다.

기계가 다 해주더라?

진짜 남편 데리고 살면 손해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해줘야 되고 빨래 해줘야 되고 옷 다려줘야 되고 밤에는 좋아하는 드라마 못 보고 스포츠 틀어야 하고ㆍㆍㆍㆍㆍㆍ.

기계하고 살면 그런 일 없겠더라. 걔는 말도 없고 일 다 도와주고 조용하고 바람도 안 피고 좋겠더라.

남자하고 살면 항시 마음이 불안할 때가 있더라.

내 남편도 결국 바람 나가꼬 나갔다. 아주 죽고 없어져버리니까 마음이 편해.

ㆍㆍㆍㆍㆍㆍ(273쪽)

 

책 뒤에 보면 '막례쓰 명언 대찬치'라고 해서 이런 구절들이 나온다.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북 치고 장구 치고 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여. 내가 대비한다고 해서 안오는 것도 아니여. 고난이 올까 봐 쩔쩔매는 것이 제일 바보 같은 거여. 어떤 길로 가든 고난은 오는 것이니께 그냥 가던 길 열심히 걸어가.

*귀신이고 나발이고 난 무서운게 아무것도 없어. 다시 내 인생을 돌아다보기 싫어. 내 인생이 제로 무섭지. 네 인생만치 무서운 게 어디 있어.

*이쁜 것은 눈에 보일 깨 사야 돼요. 내년에는 없어요. 뚱뚱하고 날씬해 뵈는 것에 집착하지 마세요. 내 맘에 들면 사는 것이니까.

*다이어트면 다이어트지. 다이어트 음식 같은ㆍㆍㆍㆍㆍㆍ놀고있어. 살 빼려면 처먹지를 말어.

*화장품은 웃으면서 바르세요. 주름이 쫙쫙 펴지게.

*꽃은 꺾으면 안 돼. 놓고 봐야제.

*여행 갔다 오고 나면 세상이 확 달라져. 내가 한 10년은 젊어진 것 같고 내가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된 것 같고,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하는 거야.

*다친 것도 추억이여. 내가 도전하려고 했다가 생긴 상처라 괜찮아.

*여행은 눈으로 하지만 추억은 돈으로 만들어야 된다아?

 

뭐, 자서전이나 이런 건 아니어서 그리 심각하진 않았고,

지극히 상업적인 측면도 배제할 수 없었지만,

박막례 할머니만의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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