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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술사 : 마크 트웨인 단편집 ㅣ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3
마크 트웨인 지음, 신혜연 옮김 / 이소노미아 / 2019년 3월
평점 :
김어준을 챙겨듣기 위하여 팟캐스트를 검색하다가,
'지.라.시.'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거기 '웃음이 묻어나는 편지'라는 코너 시작 부분에 웃음에 관한 격언이 나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격언 한줄을 마크 트웨인이 담당해도 좋겠다 싶었다.
책의 끝부분 편집 여담에 등장하는 "인간에게는 아주 효과적인 무기가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웃음"(205쪽)이라는 인용구를 보면서 든 생각이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여러가지 면에서 획기적인 책이지만,
내가 고전을 아우르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좀 재미없었다.
이 책의 덕목으로 얘기되는 '덜하지도, 넘치지도 않은 번역' 이,
내겐 약간 겉돌게 여겨졌다.
책의 처음 등장하는 '최면술사'의 경우, 화자가 어린 남자 아이 정도되는 것 같은데,
내겐 여성의 어투로 읽혔다.
누가 내게 어린 남자 아이와 여성의 어투가 어떻게 다르냐고 한다면 딱 꼬집어 얘기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린 남자 아이의 호기로움과는 비교되는 여성의 섬세함을 지녔달까?
암튼 내겐 그렇게 읽혔다.
'최면술사'의 일부이다.
힉스는 타고나기를 정직한 사람이었지만, 나는 그런 거추장스러운 덕목이 없었거든요. 몇몇 사람의 말에 의하면 그랬다는 얘기입니다. 힉스는 눈에 보이는 것을 본 대로 얘기했지만, 나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보았고 최대한 살을 덧붙여 얘기했어요. 힉스는 상상력이 형편없었지만 나는 남들보다 갑절은 뛰어난 상상력의 소유자였거든요. 타고나길 차분한 성품인 그와 달리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었습니다. 말로 표현하려고 하면 말문이 막히기 일쑤였죠. 반면 나는 내가 본 환상에 사전에 나오는 온갖 미사여구를 쏟아붓고 혼까지 남김없이 다 털어 넣었답니다.(25쪽)
앞의 여덟편은 산문이고, 뒤의 두편은 단편 소설이라는데,
사실 그 경계도 잘 모르겠다.
또 하나는 공들여쓴 것 같은 글과 대충 쓴 것 같은 글이 혼재한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정도로 글쓰기가 쉬운가, 글을 묶어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내기가 쉬운가, 하는 씁쓸한 생각을 했다.
내가 마크 트웨인에 대해선 1도 모르면서 오늘날의 정서로 옛날 글을 판단하려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이 태어나기까지 편집과 출판에 들인 공은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단정한 하드커버와 띠지, 책배의 파란색 컬러링 따위는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특히 책배의 컬러링은 수작업이라는데,
1쇄독자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2쇄부터는 없어진단다, 아쉽다.
암튼, 마크 트웨인은 해학과 기지의 작가로 알려졌는데,
난 이 책에서 해학과 기지의 뉘앙스를 잘 읽어내지 못하였다.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를 쓴 마크 트웨인의 다른 면을 보고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봐도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