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 카인드 찰리 파커 시리즈 (구픽)
존 코널리 지음, 박산호 옮김 / 구픽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난 여기까지다. 이만하면 됐다.

존 코널리는 '모든 죽은 것'을 시작으로,

'무언의 속삭임'은 내용이 기억도 나지 않는 걸로 미루어 간신히 읽었던 것 같고,

나머지는 버거워 스킵했었다.

 

얼마전 우연한 기회에서 '다크 할로우'를 읽으면서 옛날 버거웠던 감각이 되살아났는데,

'킬링 카인드'를 끝으로 존 코널리는 마감하려 한다.

10여권 그의 작품들이 있다고 하는데, '안.물.안.궁.'이다.

 

책은 무조건 읽고 보는 편이라 취향 따윈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 취향은 아닌가 보다.

그동안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나 '프레드 바르가스' 따위의 책들을 좀 읽었던지라 단련이 되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책의 뒷표지를 보면 '워싱턴 포스트'를 인용, '내가 읽은 가장 불안하고 기묘한 이야기'라고 나오는데,

불안하고 기묘한 것을 뛰어넘는,

나는 뭐라고 표현하기 복잡, 힘든 감정들을 추스리기가 힘들었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아픔과 고통과 분노 같은 어두운 감정들이 모여 있는 저수지 같은 곳이 있다. 우리는 필요할 때마다 거기서 그런 감정들을 끌어낼 수 있다. 굳이 그 속까지 깊이 들어갈 필요도 없다. 거기에 살짝 발을 발을 담그기만 해도 대가를 치러야 하고, 매번 그럴 때마다 자신의 선하고 고결하고 품위 있는 일부를 조금씩 잃게 되니까. 매번 그걸 이용할 때마다 그 암흑 속에 더 깊이 들어가게 된다. 기이한 생물들이 돌아다니는 그곳은 인간의 내면에서 타오르는 빛을 받고, 오직 살아남고 죽이고자 하는 본능만이 그곳의 연료가 된다. 그 웅덩이에 뛰어들어 검은 물을 마시다 보면 언젠가는 너무 깊이 들어가 다시는 물 밖으로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거기에 굴복하면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다.(135쪽)

 

악에 맞서 싸우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에 침몰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그런가보다 하겠는데,

찰리파커는 뭐랄까, 실수가 많은 사람 같다.

정의를 외치지만 적당히 정의롭고,

어린 시절의 치기를 부끄러워 할 줄도 모른다.

아내와 딸을 불의의 사고로 잃었다고 하지만,

너무도 쉽게 애인을 만든다.

주변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데도,

계속 조심하지 않고 사건 사고를 만든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모든 사람의 취향이 나같지는 않을 터.

암울하지만 문장도 아름답고 박산호 님의 번역도 훌륭하다.

 

한가지 생각해볼 것,

우리가 흔히 '로스 맥도널드'라고 알고 있는 그를 '로자'라고 번역한 것과,

'라비'가 '랍비'를 영어식으로 부르는 거라는 건 알겠는데,

내겐 랍비가 더 익숙해서 어색하게 느껴졌다.

 

정영목 님의 글에서도 읽었지만,

이럴 경우 원작을 따라야 하는지, 독자를 배려해야 하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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