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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4. 억지로라도 웃는 게 효과가 있을까?
군대에 있을 때 일이다. 아침에 점호할 때 한 명을 불러 앞에 세우고 크게 웃으며 선창하면 나머지 부대원들이 따라서 억지로 크게 웃으며 후창했다. 신기한 것은 억지로 웃는 게 무슨 효과가 있나 싶었는데 점호하면서 억지로 웃다 보면 내가 억지로 웃는지 진짜로 웃는지 헷갈릴 때가 있었다.
이 현상을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는 상호 점화 효과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있다. 그가 책에서 소개하는 실험들과 결과를 읽다 보면 놀랄 때가 있는데 이 실험도 그랬다. 노년과 관련된 단어들을 외우며 걸으면 실제로 걸음걸이가 느려졌고 걸음걸이가 느린 상태를 유지하며 단어를 인식하게 했더니 노년 관련 단어들의 인식 속도가 빨랐다는 실험이다. 즉 "당신이 노년을 생각하게 되었다면 노인처럼 행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그렇게 행동하면 노년에 대한 생각이 다시 강화된다." 이렇게 인지와 행동이 상호 연결돼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즐거우면 미소를 짓는데, 미소를 지으면 즐거워지기도 한다."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억지로라도 웃는 것은 효과가 있다. 아침마다 회사 출근하는 것이 너무나 싫고 마음이 힘든 분들이 있으시면 일어나자마자 크게 억지로라도 웃으며 하루를 시작해보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싫었던 상사가 이직을 하거나 바뀌지는 않겠지만, 일단 내 마음이 좀 더 긍정적으로 바뀌는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억지로라도 꼭 매일 웃어라!
5. 가깝고도 멀어야만 하는 당신 : 돈
돈에 대한 이야기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더 주의를 집중시키게 한다. 이번에는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돈과 관련되어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자본주의 사회는 피도 눈물도 없이 오로지 돈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이다. 그래서 사회를 경험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이 세상은 눈 뜨고 있어도 코를 베어 가는 세상이라고 가르친다. 두 눈 뜨고 있는 것으로 부족하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세상을 살아가라고 하는 것이다. 돈, 돈, 돈을 점점 외치는 이 자본주의 사회가 정말 사람을 더 삭막하게 만들고 이기적으로 만드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 이 책은 힌트를 주고 있다.
실험 내용은 간단하다. 문제를 풀면 보상을 하는 실험인데, 중간에 과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는 사람을 돕기 위해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돈을 보상으로 한 집단은 다른 집단에 비해 도와주는데 훨씬 주저하고 망설였다. 추가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한다.
"이 연구결과들의 주제는 돈에 대한 생각이 개인주의, 즉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간섭하거나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를 꺼려하는 개인주의를 점화시킨다는 점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심리학자 캐슬린 보스는 결과의 의미를 논의하길 자제하며 그 해석을 독자들의 몫으로 남겼다. 심오한 그녀의 실험은, 주위가 온통 돈을 떠올리는 것들로 가득한 문화에서 생활하는 것이 우리의 행동과 태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실험이 완전한 해답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돈돈돈을 외치는 환경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준다. 부자와 관련된 인터뷰를 읽다 보면 간혹, 부자들 중에는 모든 현상을 돈과 관련지어서 생각하다 보니, 다른 이들보다 먼저 좋은 아이템을 발견하고 사업과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모든 것을 돈과 연결 짓는 건 위 실험에 따르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 비록 돈을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다른 부정적인 영향 또한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돈에 대한 생각을 금기시하는 것도 위험하다. 왜냐하면, 책에 따르면 경제적 야망을 가지고 목표를 높게 정할수록, 실제로 10,20년이 지났을 때 그들의 실질 소득이 다른 이들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부를 누리고 싶다면, 경제적인 목표는 높게 잡고 실제적으로 계획을 세우며 실행하되, 꼭 인간다움과 사랑, 이타주의 등의 마음을 중심에 세우고 있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돈만 좇고 추구하는 탐욕으로 가득 찬 괴물이 될 수도 있다.
6. 낯익음이 주는 착각
인지적 편안함을 주면 사실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닭의 체온'이라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접한 사람들은 "닭의 체온은 144도이다(다른 아무 숫자도 좋다)"라는 문장을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더 컸다."
또한, 인용하는 출처가 어려운 이름인 것보다 쉬운 이름일 때 사실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는 실험 결과도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인지적 편안함은 우리의 판단에 영향을 주며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지적 긴장감을 유지할 때 우리는 시스템 2의 작동으로 오히려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실험자들은 프린스턴 학생 40을 모집해 CRT를 보게 했다. 절반에게는 흐릿하고 작은 글씨도 인쇄된 시험지를 주었다. 읽기에는 큰 불편이 없었지만 워낙 글자가 작아 학생들에게 인지적 긴장감을 유발했다. 결과는 명백했다. 보통 글씨로 인쇄된 CRT를 본 학생 중 90퍼센트가 적어도 한 문제 이상을 틀리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읽기 힘들게 인쇄된 CRT를 본 학생 중 실수를 저지른 비율은 35퍼센트로 적었다. 글자 상태가 좋지 않을 때 시험 성적은 오히려 더 좋았다. 인지적 긴장감은 그 출처와 상관없이 시스템 2를 활성화시키는데, 이로 인해 시스템 1이 제안한 직관적 대답을 거부하고 재고할 가능성이 커진다."
즉, 읽기 힘들수록 인지적 긴장감으로 인해 더 꼼꼼하게 읽는다는 것이다. 시험 치는 학생 입장에서는 인쇄 상태가 안 좋거나 글자가 조금 작은 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답안지를 작성할 때는 최대한 깨끗하고 보기 좋은 글씨로 작성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글씨가 삐뚤삐뚤해서 알아보기 힘들게 쓰면, 채점자는 인지적 긴장감을 가지고 답안을 채점하기 때문에 더 꼼꼼하고 비판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예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친구가 최대한 빠르고 예쁘게 글자를 쓰는 연습을 한다고 했는데,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따라서 논술 시험의 정확한 채점을 위해서는 컴퓨터로 타이핑을 해서 같은 크기의 글자로 인쇄를 해서 채점하는 것이 공정하다. 논술에 있어서 악필이냐 아니냐가 점수에 영향을 주는 것은 논술의 목적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7. 좋은 분위기에서 일할 때 주의할 점
서 있을 때 넘어질까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시험 칠 때 문제가 너무 쉬워 덤벙대다가 실수해서 틀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좋은 분위기에서 시스템 1이 활발히 작동하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좋은 분위기, 직관, 창조성, 멍청함은 함께 움직이고 슬픔, 경계심, 의심, 분석적 접근법, 노력 확대가 함께 움직인다. 후자는 시스템 2와 관련된 것이다.
주의해서 봐야 될 것이 좋은 분위기와 창조성이다. 창조성이 필요한 대표적인 것이 예술 영역이다. 또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기 위해서도 창조성이 필요하다. 이런 창조성이 필요한 일들을 할 때, 먼저 음악을 듣는다든지,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린다든지 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라는 것이다. 그럴 때, 창조성이 올라가서 일의 능률을 올릴 수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동시에, 이런 좋은 분위기는 실수할 가능성도 동시에 높여준다. 따라서, 분석이 필요한 일을 할 때는 업된 기분을 인위적으로 다운시킬 필요가 있다.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고 경계할 때 분석력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하는 일에 따라서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될지 잘 판단해야 일의 능률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무조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한다고 해서 만사형통하지는 않다고 책은 말한다.
'당신이 오늘 기분이 아주 좋은가? 그렇다면 오늘 당신의 시스템 2의 기능은 평소보다 약하기 때문에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고 저자는 요약해서 설명한다.
8. 확증편향
주식을 하는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정보의 홍수를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내가 산 회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혹은, 사람들이 올린 의견을 열심히 읽어본다. 특히, 매수가에 비해서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 간절히 검색을 하고 글들을 읽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글은 딱 하나다. 바로 '곧 오를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이다.
엄밀히 말하면 그들은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다. 위로를 받고 싶은 것이다.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거만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생각(주식이 오를 것이다)과 맞는 정보만을 고르고 고르게 된다. 이 정보는 그들이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와는 별로 관계가 없는 정보들이다. 그저, 글을 읽고 마음이 편안해지고 위로를 받고 싶을 뿐이다.
이 확증편향은 객관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원래 이상적인 것은 회사에 대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정보를 수집하여 내가 매수를 잘못했다면, 당장 손절을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확증편향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자신이 매수한 회사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정보를 무시할 것이 아니라,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팩트'를 따져가며 분석해야 하는 것이다.
애써 외면하려고 하지만, 그는 결국 당신을 붙잡고 환한 얼굴로 잠깐 시간 되시는지 물어본다. '도를 아십니까?' 일까 봐 한숨을 쉬며 쳐다보는데 다행히 무슨 무슨 구호 단체에서 나왔다. 기근과 전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금을 모금 중이라고 하면서 물어본다. "당신은 얼마를 기부하실 건가요? 백만원?" 당신은 백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아니 무슨 기부금을 백만원이나 십만원이면 몰라도. 착한 당신은 오만원을 기부하고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난다.
잠시 뒤, 누군가가 또 당신을 붙잡는다. 이번엔 또 뭐야 하면서 쳐다보니 다른 구호단체에서 모금 중이다. 하루에 두 번이나 만나다니 '오늘 운수 대통한 날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본다. 이번에도 아프리카 어디에 있는 아이들이 기근과 전쟁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당신은 얼마를 기부하실 건가요? 만원?"이라고 물어본다. 만원은 너무 작다는 생각에 그는 이만원을 기부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이 이야기를 차이를 알겠는가? 바로 닻 내리기 효과이다. 100만원이라는 닻과 1만원이라는 닻. 듣는 사람은 이 닻을 기준으로 자신의 기부금을 결정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기부금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주식을 만원에 매수했는데 이만원이 되었다. 100% 수익이 난 것이다. 그런데 조정을 보이더니 18000원으로 조금 떨어졌다. 여전히 80% 수익인 셈이다. 그런데, 이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이미 닻이 2만원에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2천원을 손해 봤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분 좋게 팔고 80% 수익을 즐기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2만원을 생각하며 찝찝하게 매도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닻 내리기 효과의 또 다른 측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