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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9. 당신은 얼마를 기부하실 건가요? 백만원?
길을 걸어가고 있는 당신에게 누군가 다가온다. 당신은 애써 외면하려고 하지만, 그는 결국 당신을 붙잡고 환한 얼굴로 잠깐 시간 되시는지 물어본다. '도를 아십니까?' 일까 봐 한숨을 쉬며 쳐다보는데 다행히 무슨 무슨 구호 단체에서 나왔다. 기근과 전쟁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기부금을 모금 중이라고 하면서 물어본다. "당신은 얼마를 기부하실 건가요? 백만원?" 당신은 백만원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아니 무슨 기부금을 백만원이나 십만원이면 몰라도. 착한 당신은 오만원을 기부하고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난다.
잠시 뒤, 누군가가 또 당신을 붙잡는다. 이번엔 또 뭐야 하면서 쳐다보니 다른 구호단체에서 모금 중이다. 하루에 두 번이나 만나다니 '오늘 운수 대통한 날이구나'라고 생각하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본다. 이번에도 아프리카 어디에 있는 아이들이 기근과 전쟁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당신은 얼마를 기부하실 건가요? 만원?"이라고 물어본다. 만원은 너무 작다는 생각에 그는 이만원을 기부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이 이야기를 차이를 알겠는가? 바로 닻 내리기 효과이다. 100만원이라는 닻과 1만원이라는 닻. 듣는 사람은 이 닻을 기준으로 자신의 기부금을 결정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지, 기부금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주식을 만원에 매수했는데 이만원이 되었다. 100% 수익이 난 것이다. 그런데 조정을 보이더니 18000원으로 조금 떨어졌다. 여전히 80% 수익인 셈이다. 그런데, 이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이미 닻이 2만원에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2천원을 손해 봤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분 좋게 팔고 80& 수익을 즐기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2만원을 생각하며 찝찝하게 매도를 하는 것이다. 이것이 닻 내리기 효과의 또 다른 측면이다.
10. 가정불화의 원인은 무엇인가?
갑자기 가정불화로 이야기가 넘어왔다. 책에서 말하는 이번 실험도 재미있는 결과와 해석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부부를 상대로 실험을 하였다. 남편과 아내에게 각각 가정에서 가사 기여도를 100퍼센트로 했을 때,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는지 조사하였는데 부부가 각각 작성한 기여도를 합쳤더니 100퍼센트가 넘었다는 실험 결과이다. 즉, 자신이 실제로 한 기여도보다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자신이 이만큼 했는데, 상대 배우자가 그것을 자신이 한 만큼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마음에서 가정의 불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남편은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 그리고는 이만큼 했으니 이제 충분하다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당연히 해야 될 일을 그저 남편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추가로 일을 더 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남편이 한 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면, 남편은 왜 이제 좀 쉬려고 하는데 왜 또 일을 시키냐고 화를 내고 아내는 무슨 일을 했길래 쉬냐며 티격태격하게 된다.
따라서, 항상 자신의 기여도가 실제로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낮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나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자도 충분히 많은 일을 하고 있고 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늘 일을 하면서도 투덜거리고 상대방과 싸울 거리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
11. 아 그때 그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주식하는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아 그때 그 주식을 샀어야 했는데...' 전날 이 주식 오를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다음날 급등하는 걸 보면 이 말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괜히 손해 본 느낌이 들고 기분이 안 좋아진다. 마치 실제로 손실을 본 것처럼. 게다가 그 주식 말고 다른 주식을 샀는데 매수한 종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그럼 그날 기분은 완전 망친 것이다.
그런데, 다시 천천히 시스템 2를 가동하며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전날 오를 것 같다고 생각했던 주식이 과연 그 하나인지. 보통은 한 열개 정도 관심종목에 넣고 보면서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다음 날 그중 하나만 오르면 오로지 그 오른 종목에만 집중하여 안타까워 하는 것이다. 실제로는 나머지 떨어지고 있는 9종목이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내가 봤던 종목 중 오를 확률은 10분의 1이라는 결론을 내려야 되는데. 사후 확신 편향과 결과 편향은 그런 사고를 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저, 그중 한 종목 오르면 그 종목 밖에 안 보이고 그것을 예측한 나의 판단이 엄청 뛰어난 것으로 사고가 흘러간다.
다니엘 카너먼은 이를 이렇게 표현한다. " ... 이처럼 특정 사건의 결과를 보고 난 후, 자기는 이미 진작부터 그런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고 있었다고 믿는 현상을 '사후 확신 편향Hhindsight bias'이라고 한다... 이런 사후 확신 편향은 의사결정자들의 평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과정의 건전성이 아니라 결과의 좋고 나쁨에 따라 결정의 질을 평가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12. 주식하는 당신, 착각하지 마세요
주식하는 사람들이 눈여겨봐야 되는 대목이다. 책에 나오는 몇 가지 이야기를 소개할 테니 주의 깊게 보고 마음에 새기기를 바란다.
먼저, 어제 일어난 주식시장을 잘 해석할 수 있다고 하여 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경제 기사를 보면 매일매일 주가 등락에 이유가 존재한다. 어제는 유가가 하락해서 주가가 떨어졌다느니, 금리 인상 발언으로 주가가 하락했다느니 등등. 사실 이런 이유들은 갖다 붙이기 나름이다. 왜냐하면 어느 날은 금리 인상 발언으로 인해 주가가 떨어졌다고 하고, 어떤 날은 기존 금리 인상 발언 수준이기 때문에 안심한 투자자들로 인해 주가가 올랐다고 하는 등, 같은 이유로 두 가지 현상을 다 설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해석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 해석으로 미래를 판단하려고 든다. 즉, 잘못된 해석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과거를 이해한다는 착각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과신한다."
나아가 책에서는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최종 결정은 공식에 맡기라고 한다. 주관이 개입될수록 예측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사실, 이것은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주식하는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왜냐하면, 자신이 분석하고 연구해서 그 결과로 수익이 날 때 보람도 느끼고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다. 자신의 주관과 판단 없이 공식대로 한다는 것은 재미도 없고 흥미진진하지도 않고 따분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주식을 하는 이유는 게임처럼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최종 결정은 공식에 맡겨야 한다.
따라서 투자하기 전에 이 두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먼저 함부로 예측해서는 안된다. 주식이 오를지, 내릴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백 퍼센트 성공 매매기법은 존재하지 않지만, 성공 확률이 그나마 높은 방법으로 매매를 하되, 그 매매 방법을 주관이 아님 정량적인 방법으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주관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채, 매매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잦은 매매를 하는 투자자보다 적은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수익률이 더 높았다. 다르게 표현하면, 투자자의 경우 너무 자주 자신의 매매내역 및 주가 그리고 뉴스를 확인하면 그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이다. 약간의 손실만 나도 감정적으로 팔고 싶고 견디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뉴스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해서 매매를 하는 것도 수익에 마이너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투자 관련 정보에, 의도적으로 신경을 끄거나 줄여야 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손실 난 종목보다 수익 난 종목을 파는 걸 더 선호한다. 이를 처분 효과라고 한다. 그래서 손절이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손절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여러 종목을 들고 있고 새로운 종목을 매수하고 싶을 때, 본능적으로 수익 난 종목을 팔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의지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즉, 손실 난 A종목과 수익이 난 B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면, 지금 손실인지 수익인지와 관계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A와 B종목 중 어떤 종목을 매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수하지 않을 종목을 매도하고 새로운 종목 C를 매수해야 한다. 이러한 합리적인 사고를 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13.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결론적으로, 인간의 직관은 인지적 편향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이 시스템 1의 작동을 개선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노력을 한다고 해도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시스템 1에서 기원하는 오류들을 막는 방법은 원칙적으로 보면 간단하다. 당신이 인지적 지뢰밭에 있다는 신호를 인식하고, 속도를 줄이고, 시스템 2에게 더 많은 도움을 요구하라."
즉, 판단을 할 때 빠르게 판단하지 말고 최대한 천천히 이리저리 따져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시스템 1과 시스템 2의 작동원리를 알게 되면 상대방의 행동과 판단, 선택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고 타인의 오류를 인식하는데 더 큰 도움을 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결국, 상대방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이 시스템의 원리를 설명하고 필요할 때 적절한 조언을 구하는 관계를 만든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이란 존재는 혼자서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서로의 오류를 알려주고 상부상조할 때 이런 사고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