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권위자이다. 그는 현재 불평등은 자본주의 때문이 아니라 경제를 지배하는 규칙들 때문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현재 지배하는 규칙들은 바로 공급 측면 경제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세금과 복지의 부담, 정부의 규제가 경제 성장을 방해한다는 관점이다. 결국, 이는 규제완화와 고소득자의 세율 인하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한 성장을 먼저 해서 파이를 키운 다음, 낙수효과를 통해 분배를 하자는 논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거의 판명되었다. 공급 측면 경제학은 가진 자들은 더 가지게 만들었고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나아가 불평등의 심화는 수요의 약화와 성장의 둔화를 뜻하며, 교육과 연구 개발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의 감소를 뜻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오히려 경제적 성장을 해치게 된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저자는 여러 나라에서 나타난 새로운 증거들을 통해 경제적 성과를 촉진하면서도 불평등을 줄여나가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성장과 분배 중에서 하나만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간에서부터 경제를 키워나가는 방식이 성공할 확률이 크다고 말한다. 즉, 평등과 경제적 성과는 '상호보완적'관계라는 점이다.
먼저 부의 불평등 원인에 대해서 짚고 넘어간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자본에 돌아가는 수익률이 전체 경제 성장률보다 큰 것이 불평등에 대한 원이라고 분석한다. 그러나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는 정확한 설명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불평등의 원인은 바로 고정 자산의 가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러한 부동산 가치 증가의 일부는 도시화에 따르는 자연적 결과다. 하지만 그 가치 증가의 큰 부분은 경제의 <금융화>에 연유한다. 금융화에 동반하는 것이 신용 공급의 증가이며, 그 전형적인 형태는 이미 부를 소유하는 사람에게로 흘러가는 신용이다."
추가로, 토지 지대 외에도 독점 이윤, 의약품 가격 책정, 특허를 비롯한 여타 지적 재산권 등이 다른 형태의 지대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이러한 지속적인 지대는 미래 가치를 반영하여 프리미엄이 붙게 되고 이것이 부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즉, 생산 능력과 전혀 관계없는 부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러한 부와 구분하여 자본 증가만이 성장을 촉진한다고 말하고 있다.
높은 지대와 동시에 미국에서 일자리는 크게 줄어들었고 임금은 하락 압력을 받았다. 공급 측면 경제학의 주도로 규제가 완화되어 임금이 하락되어도 보호할 장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임금 하락과 동시에 고용 안정성도 떨어졌다. 결국 저자는 이러한 특징은 네 가지 단어로 축약한다. 바로 높은 지대, 높은 착취, 낮은 임금, 낮은 고용이다.
저자는 본격적으로 현재 경제체제를 분석하며 빙산에 비유하여 설명한다. 빙산의 맨 꼭대기는 불충분한 복지 수당, 불안한 미래와 같이 눈에 보이는 불평등 현상들이다. 수면 바로 밑에는 불평등을 창출하는 법규와 정책들이다. 즉, 세금 정책, 기업에 대한 느슨한 규제, 어린이와 노동자를 지원하는 규칙과 정책의 폐지 등이다. 빙산의 맨 밑에는 현대 경제의 기저에서 움직이는 거대한 세계적 요인들인 기술, 세계화, 인구 구성 등이다. 그리고 우리가 싸울 수 있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로 빙산의 중간 구조물인 노동법, 기업 거버넌스, 금융 규제, 무역 협정, 법제화된 차별, 통화 정책, 조세와 같은 테크노크라트적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지적 재산권은 정부가 기업에게 시장 지배력을 만들어 준 대표적 사례이다. 지적 재산권은 특허와 저작권을 일정 기간 보호하여 혁신자의 독점적 수익을 보장하여, 적절한 동기를 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여러 연구 결과는 지적 재산권이 혁신과 생산성에 기여하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는 혁신가들에게 금전적 동기만 중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적 재산권은 지식의 확산을 제한하기 때문에 혁신을 방해할 수 있다.
기업과 관련해서는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기업은 더 이상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연구와 개발에 투자하지 않는다. 단기적인 시각에서만 접근하고 주가 부양에만 힘쓸 뿐이다. 단적으로 책에서는 2008년 9월 금융 시장 붕괴 되기 전 1년 동안에 평균적으로 기업 이익의 107퍼센트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 지급에 사용하였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기업의 자본잉여금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노동자의 실질임금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비용 절감이 최우선인 기업에 의해 임금 상승이 억제되고 이에 따라 생활 수준이 하락하여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기업이 얻은 모든 이익이 낙수효과로 인해 근로자들에게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기업 홀로 그 모든 이익을 독식하고 있었다. 오로지 최고 경영자의 소득은 점점 증가하였는데, 문제는 보수와 성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인종차별, 성차별 등에 대해서도 저자는 날카롭게 지적한다. 결국 이러한 경제 시스템의 이러한 모든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도와 법의 개정을 통한 총체적인 솔루션을 마련하지 않으면 현재의 경제 시스템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 모든 부분의 개혁과 혁신을 추구하는 것은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싸워볼 만한 것이고 우리가 유일하게 공략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저자는 희망을 걸고 있다.
저자는 구체적인 접근 방향을 두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는 지대 추구 행위를 누그러뜨리는 것이고 둘째는 중산층의 안전과 중산층에 진입할 기회를 보장해 주는 규칙과 제도를 복원하는 것이다. 완전고용 복원, 사회간접자본 투자, 노동자 보호, 공교육과 의료, 육아 서비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대 중 하나인 지적 재산권에 대해서는 특히 미국이 먼저 나서야 된다고 말한다. 미국과 무역 상대국 모두 지적 재산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인명을 구하는 의약품과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 등 다양한 혁신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지대와 관련하여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금융부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다음과 같이 금융과 관련된 다양한 의제를 소개한다. 이것을 전부 개혁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그렇다고 지대 추구를 통해 불평등을 야기하는 이렇게나 많은 시스템에서 계속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현행 금융 시스템이 경제 전반에 유발하는 위험을 제한하고 소비자에게 대놓고 손해를 끼치는 금융 행태들을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 목표를 위해 우리가 제안하는 의제는 <대마불사>의 종식, <그림자 금융>의 위험 축소, 금융 시장의 투명성 제고, 신용 카드와 직불 카드의 수수료 제한 및 경쟁 향상을 통한 더 효율적인 지급 결제 메커니즘의 구축, 더 엄격한 처벌을 통한 규칙의 집행, 연준의 거버넌스 개혁이다."
기업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우리는 기업이 자본 장비와 연구 개발 그리고 노동력 육성에 투자할 동기를 유발하고, 그를 통해 경제의 활력과 혁신을 촉진하는 의제를 제안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최고 경영자의 동기를 유발하는 보수 체계를 재편하고, 단기 매매를 억제할 금융 거래세를 입법하며, 장기적인 이해 당사자들에게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최고 경영자 보수와 관련해서는 스톡옵션을 포함한 주식에 대한 세금 우대를 줄이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한 최상위 소득층의 한계 세율을 높이고, 모든 소득 공제를 세액 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트럼프 정권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다음으로 중산층의 규모를 키우는 부분이다. 먼저 연준은 완전 고용에 중점을 두기 위해 통화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 연준은 오로지 물가만을 통제하기 위해 힘을 쏟았는데 이로 인해 완전 고용, 안정적인 산출량, 때로는 금융 안정성마저 희생시켰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또한, 교육과 기술, 사회 간접 자본에 대한 공공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사회 간접 자본이 다른 나라에 비해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항공, 철도, 도로 운송, 대중교통, 항구 및 내륙 수로, 수자원과 에너지, 통신과 인터넷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자 급여와 관련해서는 최저 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또한, 시간 외 수당을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소득 상한선을 올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유급 병가와 육아 등 유급 가사 휴가를 법제화해야 한다.
경제적 안전과 기회 확대와 관련해서는 먼저 조기 교육과 고등 교육에 대한 접근 확대, 의료 서비스 비용 낮추기 등을 제안한다. 또한 보육 수당, 가정 방문 등 어린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목표로 삼는 사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의 정착을 위해 투표하기 쉽게 만들어야 하고 거액 기부금의 영향력을 낮출 수 있는 선거 자금 조달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다.
정리하고 나니, 전혀 간단하지가 않다. 현재 경제 시스템에서 손봐야 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싹 다 뜯어고쳐야 하는 것이다. 법과 제도가 새로 정비되어야 하는데 그 영역이 너무나 광대하다. 저자는 우리가 싸워볼 만하고 개혁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오히려 "말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친기업 정책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이는 불평등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트럼프 정권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그 미래는 어떨지 가히 상상하기 두렵다. 어쩔 수 없이 10년, 20년 뒤를 바라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지금 중고등학생들, 대학생들이 바른 관점을 가지고 무엇이 옳은지에 대해 제대로 배워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이후에 정치과 경제의 리더로 서서 모든 것을 변화시켜야 한다.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여전히 희망은 있다. 저자도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