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생각에 관한 생각'은 심리학자 중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다니엘 카너먼 교수의 책이다. 2011년 10월에 출판되었으니, 벌써 5년 넘게 지났다. 따라서, 행동경제학은 그 이후 많은 발전을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지만, 행동경제학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다니엘 카너먼의 책이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 행동경제학의 주요 내용은 파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생각에 관한 생각'의 주제는 직관의 편향이다. 그리고 직관의 오류를 찾아내고 우리의 이해력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심리학 책이 경제를 해석하는데 영향을 주는 이유는 경제활동을 하는 인간의 심리가 어떠한지, 어떠한 오류가 있는지를 잘 해석해주기 때문이다. 책에서 저자는 여러 편향들을 설명하며 이러한 편향이 투자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 나타나는지를 설명해준다. 
 
책에서는 투자를 어떻게 하라는 것보다는 인간의 직관 때문에 투자에 실패할 가능성이 왜 높은지를 설명하고 있다. 즉, 필연적으로 투자에 실패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진 인간의 인지, 편향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생각에 관한 생각'을 인용하는 글들을 보면 대부분이 투자에 관한 글이다. 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글이 많이 있지만, 인지적 편향으로 설명하면 그 어떤 근거보다 명확하기 때문이다.

 

Thinking, fast and slow를 번역하면 빠르게 생각하기와 느리게 생각하기이다. 이 두 가지 생각 중, '빠르게 생각하기'를 시스템 1로 표현하며 직관적 사고가 여기에 해당된다. '느리게 생각하기'는 시스템 2로 이성적 사고를 특징으로 한다. 저자는 책을 소개하며 "이 책은 대부분 시스템 1의 작동 방식과 그것과 시스템 2사이의 상호 영향을 다루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즉, 인간의 직관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직관과 이서 사이에 어떤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지가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인간의 직관이 항상 옳게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저자가 수많은 실험을 통해 검증한 여러 편향들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삼성전자 주식을 사도 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 기업분석, 시장분석, 차트와 수급 분석 등 다양한 분석을 바탕으로 사야 될지 말아야 될지를 결정해야 한다. 즉, 한 마디로 어렵다. 그런데 사람들은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살 때 이런 어려운 질문을 쉬운 질문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즉, '주식을 사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삼성전자 제품을 좋아하는가?'로 질문을 바꿔 이에 대한 대답이 이미 머릿속에 들어 있어 선택을 조종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직관적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어려운 질문을 받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쉬운 질문으로 대체하여 그 쉬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조종한다. 이성이 활동하기 전에 이미 시스팀 1이 작동하여 은밀히 선택과 판단을 조종한다.

 

2. 스트레스가 많으면 담배 끊기가 힘들다.
 
스트레스와 담배는 관계가 있을까? 저자의 또 다른 실험은 이에 대한 힌트를 제공해주는 것 같다. 다니엘 카너먼은 자제력과 인지적 노력 모두 정신 작업이라서 까다로운 인지 작업과 유혹의 도전을 동시에 받으면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매우 중요한 일이니 1~2분 동안 7자리 숫자를 기억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숫자에 집중하는 동안, 건강에 해로운 초콜릿 케이크와 건강에 이로운 과일 샐러드라는 두 가지 디저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실험 결과를 보면 머릿속이 온통 숫자들로 가득 차 있을 때는 유혹적인 초콜릿 케이크를 선택할 확률이 더 높다. 시스템 2가 바쁘면 시스템 1이 행동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그 시스템 1은 단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그만큼 자제력에 힘과 에너지를 쏟을 수 없다. 주변에 보면 담배를 끊었다가 스트레스가 너무 많아서 다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한다고 표현하지만, 아마도 그동안 금연하며 자제했던 에너지를 복잡한 일과 스트레스에 다 소진시켜서 자제할 에너지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닐까?

 

"바우마이스터는 의지나 자제력 유지 노력이 피곤한 일임을 거듭 확인했다. 억지로 뭔가를 하도록 자신을 독려해야 한다면, 다음 도전이 닥쳐왔을 때 자제력을 발휘하려 하지 않거나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줄어든다. 이런 현상을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고 한다."

 

3. 시험 칠 때 사탕, 초콜릿은 필수?

 

수험생들이 시험 칠 때 엿, 초콜릿, 사탕 등을 챙겨가는 것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특히 엿은 수능 칠 때 덕담과 함께 선물로 많이 주고받는다. 왜냐하면 엿처럼 시험에 찰싹 붙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받은 수험생들이 시험 치면서 엿을 먹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이 글을 읽는 수험생들은 받은 엿과 초콜릿, 사탕을 꼭 챙겨가서 시험 중간에 틈틈이 먹어야 될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지적 사고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쉽게 축구나 수영 같은 신체적인 활동을 위해서만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아주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똑같은 에너지, 즉 포도당이 필요하다. 포도당을 검색해보면 나오겠지만, 대다수 생물의 가장 좋은 에너지원이다. 따라서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머리를 쓰는 일을 할 때도 지속적인 포도당 섭취는 필수인 것이다. 책에서는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신경 시스템은 다른 대부분의 신체 부위에 비해 더 많은 포도당을 소비한다. 노력이 필요한 정신 활동은 특히 포도당 소비를 늘리는 듯하다. 힘든 인지적 추론에 적극 개입하거나 자제력을 요하는 일을 할 때 혈당 수치는 떨어진다. 경주 도중 근육에 저장된 포도당 수치가 떨어지는 육상 선수의 사레와 비슷하다. 이 결과를 해석하면 포도당 섭취로 자아 고갈의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인데, 바우마이스터는 몇 가지 실험으로 이 가설을 확인했다... 직관적 오류는 자아가 고갈된 사람들 사이에서 훨씬 더 빈번하게 일어나며, 인공 설탕이 들어간 레모네이드를 마신 사람들은 예상되었던 자아 고갈 효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포도당이 들어간 레모네이드를 마신 사람들은 자아 고갈 현상을 보이지 않았다. 두뇌에서 확보 가능한 설탕 수준을 회복시켰더니 과제 수행 능력이 약화되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놀라운 결과이지 않은가? 일이 잘 안되는 회사원들이 있는가? 당장, 사탕이나 초콜릿을 하나 집어 들고 일에 다시 집중해보기를 바란다. 갑자기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풀리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솟아날지 누가 알겠는가? 어쨌든, 실험 결과는 과제 수행 능력이 지속되는 걸 도와준다고 나오니, 한 번 해보길 바란다. 수험생들도 마찬가지다. 시험 칠 때 꼭, 사탕이나 초콜릿을 챙겨가야 된다.
 
추가로,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재밌는 실험을 하나 더 소개한다. 판사들의 가석방 승인 비율을 따졌는데, 식사 직전에는 승인 비율이 거의 0퍼센트였고 식사 직후 가석방 승인 요청의 약 65퍼센트가 수용되면서 승인 비율이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즉, 피곤하고 배고픈 상황에서는 일단 가석방 요청을 쉽게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배고프면 몸에 힘이 없고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일단 먹고 하자"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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