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 - 트럼프가 직접 쓴 아메리카 퍼스트를 위한 제언
도널드 트럼프 지음, 이은주 외 옮김 / 미래의창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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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1년 처음 집필을 시작한 이 책은 미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철학이 잘 드러나 있다. 그는 2011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에 나올 계획이었으나, 동시간 법칙(미국의 강 방송사가 후보들의 방송 노출 시간을 동일하게 허용)이 발목을 잡아 출마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 트럼프가 TV 쇼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시간 법칙을 적용하여 다른 후보자들도 동일한 시간의 방송 출연을 허락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 당시 최초로 이 책을 집필한 다음, 2015년에 개정판을 내고 2016년 대선을 준비했다. 
 
그는 성공한 사업가이자, 유명한 방송인이고, 여러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세계 No.1 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저 중에서 한 가지만 이루어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라고 불릴 만한데 그는 그것을 한 인생에서 다 이룬 것이다. 물론, 그 모든 것을 성공적으로 이루었는지는 사후에 판단할 문제이지만, 일단은 누가 보더라도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현재 위치이다. 

 

이 중에서 그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그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는 '사업가'로서의 트럼프이다. 그는 책의 서두에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히고 있다.

 

"나는 사업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책에서 그는 당당히 사업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조금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트럼프는 전략적으로 솔직한 사람이고 전략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전략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그는 나름 치밀한 계산을 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책을 읽는 내내 받았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책을 어렵게 쓰지 않았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썼다. 그리고 통계를 많이 인용하고 있는데 통계도 어렵게 인용하지 않고 간단하게 쓰고 있다. 통계를 이용하면 괜히 복잡해지고 해석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는 그것들을 잘 요리하여 적절한 숫자를 가지고 자신의 논조를 강화하고 있는 듯하다. 한 마디로 '전략적'이다. 아마도 그가 공략 타깃으로 잡은 유권자가 저학력 백인 노동자 계층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의 미국에 대한 생각은 다음 글에 집약되어 있다.

 

"우리가 그간의 물렁물렁한 태도를 버리고 강경하게 나간다면 미국은 다시 부국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계약 건을 성사시키는 데 앞장설 수 있는 대통령만이 미국을 다시 부유한 국가로 만들 수 있다. 대통령이 기업인도 아니고, 무슨 계약을 성사시키느냐고 할지 모르나 사실 따지고 보면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큰 거래가 성사되도록 만드는 유능한 협상가일 뿐이다. 요컨대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해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를 성사시켜야 할 최고위 협상가다."

 

그는 외교도 경제의 틀 안에 집어넣으며, 크게 두 가지 축을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바로, 경제와 복지이다. 오바마 정부는 경제적 위기를 가지고 왔고 그 원인은 잘못된 외교 방식과 과도한 복지라고 꼬집어 이야기한다. 그 당시 현직 대통령을 이렇게 힐난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트럼프의 질책은 수위가 높다. 오바마'대통령'이라 부르지 않고 '오바마'라고만 부르는 장면도 책 곳곳에 나타난다. 
 
트럼프는 외교를 경제에 넣어서 해석할 만큼 모든 일을 경제 논리로 즉, 이익과 비용 측면에서 철저하게 제로 베이스에서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적으로 간주되고 제대로 이익을 얻지 못한 오바마 정부를 비난한다. 그리고 이라크와 한국, 리비아 등과의 관계도 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OPEC의 독점도 제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불법 이민자, 복지도 사실 경제의 논리 선상에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경제 논리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명확히 나타나 있다.

 

"우리는 중동에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 이 지구 상에서 잘못된 일이 벌어진다 해도 그것이 다 미국의 책임은 아니다. 사실 미국은 전 세게에 자유의 가치를 전하는 자유의 상징이자 본보기 같은 존재다. 이 부분에 관한 한 어느 국가도 미국을 따라올 수 없다. 우리에게는 뜨거운 심장이 있고 주저하지 않고 올바른 일을 실행에 옮길 용기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 그럼에도 꼭 그 역할을 해야 한다면 공짜가 아니라 그에 타당한 대가를 받고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미군의 도움으로 자국을 방위하고 있다면 해당 국가가 당연히 그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그가 말하는 것은 딱 하나다. 손해 보는 일은 하지 말자는 것이다. 해도 경제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비용만 발생하는 일, 즉 남 좋은 일을 왜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불법 이민자 문제도 그렇다. 그는 불법 이민자가 교도소 감옥에 얼마나 많이 수감되어 있는지를 통계를 인용해 알려주며, 도움이 되는 이민자만 선별해서 받아야 한다고 강력히 말한다. 그리고 그 예로 캐나다의 이민자 선정 기준을 든다.

 

트럼프의 강점은 단순히 감정적인 주장을 한다는 것이 아니다. 나름 통계와 상식을 들고 와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듯이, 항상 비판적인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고 실제 그러한가 찾아보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몇 가지 의문은 다음과 같다. 
 
트럼프는 완전 기업 중심의 대통령이다. 기업이 잘되면 경제가 잘 돌아가고 일자리가 늘어나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기업과 가계의 소득 차이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빈부격차가 계속 심해지는 상황에서 과연 부의 이동이 가능할 것인가? 기업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제한하지는 않을까? 등등 여러 질문이 떠오른다. 그는 성장을 통해 자연스러운 분배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했는가?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표현하는 것처럼, 기업의 '이익 극대화'는 다른 말로 하면 '분배의 최소화'이다. 따라서 기업이 잘 돼서 미국이 강해진다고 그 혜택이 꼭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국제관계에서도 비용을 따진다. 위에 인용한 것처럼 미국이 국제경찰을 할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선 그에 받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현재 전 세계 공용어는 영어이다. 미국인들은 제2언어를 배울 필요가 없다. 그냥 모국어로 전 세계 사람들과 대화하고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달러는 기축통화이고 미국은 그 달러를  찍어낼 수 있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 중국이 애를 쓰는 것을 보면 자국 통화가 기축통화가 될 때 엄청난 장점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렇기에 이 두 가지만 하더라도 미국이 받는 혜택은 엄청난 것이고 이미 충분히 비용으로 지급되고 있지 않는가. 세계 경찰이 되고 싶지도 않고 그저 세계의 한 나라로 미국이 잘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면 저 두 가지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케어 시행 이후 실제로 일자리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확인해보아야 한다. 이 책은 2011년에 쓰였고 오바마케어는 2014년에 시행되었으니 충분히 추적이 가능하다. 오바마의 정책들이 더디 가도 함께 가기 위한 정책인지, 아니면 트럼프의 말대로 정말 돈만 낭비한, 표를 얻기 위한 쇼맨십이었는지도 찾아봐야 한다. 트럼프는 모든 것을 돈과 비용으로 계산하고 있다. 물론 과도한 복지는 남용되고 오용될 수 있으며 노동하려는 의지를 꺾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트럼프의 주장이 단순 매도인지 아니면 사실인지는 파악해야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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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지 2017-10-24 09: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이득과 자신의 이득을 저울질 한다면 치밀한 계산과 함께 후자를 택할 게 빤한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나라에 힘으로 한계치까지 월권을 행사하고도 양심에 터럭하나 거리끼지 않을 자라는 것은 점점 자명해지고 있지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데굴데굴 2017-10-24 10:27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절대적으로 사업가 마인드로 모든 일에 접근할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다른 나라보다는 미국 미국보다는 자신이 가장 먼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