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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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이 책은 2005년 처음 출간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출간 당시에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거 같다.(아닌가?) 하지만 이 책이 사람들의 조명을 받는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2009년 MBC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이었다. 사실 그 드라마를 보기전까지 미실이란 인물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었다. 나름 우리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또래의 다른 이들에 비해 이런저런 경로로 역사를 많이 접해왔음에도 말이다. 그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고현정이란 배우가 출연하다고 했을때 당연히 주인공인 선덕여왕이 아닐까 싶었었다. 하지만 그녀의 배역은 미실이었다. 설마 그녀가 조연으로 출연할리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미실이란 인물은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아니지만 제법 비중있는 역할인가보다 생각했었다. 실제 드라마를 직접 만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더 미실은 중요한 인물이었고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그 드라마를 직접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실이란 인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만난 이 책은 무삭제 개정판이라고 했다. 처음 출간했을때 분량 조절을 위해 덜어냈던 부분을 다시 복원시켰고, 초판의 오기와 오류를 바로잡았다고 한다. 내가 초판을 만나보지 않아 어떻게 달려졌는지는 느낄수 없지만 하여튼 내용이 충실해졌다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읽을수 있을거 같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생각한 것은 과연 내가 알고 있는 미실과 어떻게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뭐 내가 알고 있는 미실이란 드라마를 통해 각인된 이미지이다. 그 드라마는 덕만공주 즉 선덕여왕이 주인공이고 미실은 그 대척점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기에 아무래도 부정적인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주인공을 부각시키기위해서는 어쩔수 없겠지만 드라마를 보면서 악독하단 생각을 여러번했었다. 그만큼 고현정씨의 연기가 뛰어났다는 말도 되겠지만 말이다.

 

 

책은 제목 그대로 미실의 삶을 다루고 있다. 미실이 태어나서 외조모이자 스승인 옥진으로부터 색공을 비롯한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사랑을 하고 권력을 잡게 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많은 사내들과 정을 나눈다. 어떻게 이런 얽히고 섥힌 관계가 이루어지는지 의문스럽기도 했지만 그 시절에는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듯 하다. 정식 혼인관계뿐 아니라 색공과 사통을 통해 결국 자신들의 혈통을 보존하고 이으려는 목적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성골의 대가 끊어지고 진골계가 왕위를 잇게 되는 것을 보면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는듯 하다. 

 

 

책 앞부분에 보면 등장인물들의 혈연 및 혼인 관계를 그려놓은 그림이 등장하는데 언뜻봐도 참 복잡하다. 미실은 세종과 정식 혼인관계이지만 진흥왕과 진지왕, 진평왕 이렇게 세명의 왕과 색공을 했고 동륜, 설원 등과도 정을 통했다. 그 과정에서 점점 정치적 중심점에 가까이 가게 되고 여인으로서는 어느누구와도 대적하기 힘들 정도의 힘을 가지게 된다. 사다함과의 사랑과 이별 등의 아품도 겪게 되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스스럼없이 받아들였고 자신의 앞날을 스스로 헤쳐나가는거 같았다. 실제로 그녀가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고 어떻게 마음먹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책 속에서 본 그녀는 당당하고 강인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 하나만을 바라보는 순종적인 모습의 남성들이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미실에 대한 이야기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전해지는 것이 없고 <화랑세기>에 등장하고 있는데 화랑세기 자체가 진위 논란이 있기때문에 미실이란 인물에 대한 것 역시 논란이 있을수밖에 없다. 실제로 존재했든 아니든 간에 미실이란 인물은 어떤 인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크나큰 매력을 지닌 인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만약 그녀가 그 시대가 아닌 1500여년 후의 요즘 세상에 태어나 활동했다면 어떠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물론 지금 세상이 색으로 다른 이를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긴 하지만 그녀라면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원하는 것을 얻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 속에서 보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닌 미실이란 인물의 제대로 된 모습을 바라보게 된거 같아 기쁘다. 혹 드라마를 통해 미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권해주고 싶다. 물론 이 책이 무작정 미실을 옹호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어떤 인물인지 충분히 느낄수가 있을 것이다. 수많은 사내들 앞에서 호령하는 그녀의 모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거 같다. 흥미로운 책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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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탐식가들
김정호 지음 / 따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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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먹을것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돈만 있다면 못 사먹을 음식이 없다.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들뿐만 아니라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의 음식을 비롯해 유럽이나 미국 등 전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들을 손쉽게 접할 수가 있다. 이렇게 많은 음식들을 접하다보니 어떤이들은 그 요리들 중에서 좀더 특별한 무언가를 찾으려고 한다. 소위 말해 미식가라 불리는 이들이 그러하다. 사실 미식가라고 해서 특별할것은 없다. 자신만의 기호를 가지고 있고 자신의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먹는 사람이면 누구나 미식가로 불릴수가 있을테니 말이다. 이렇게 보면 미식가는 시대와 지역을 떠나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라 생각된다. 사람은 무언가 먹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는 존재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기 바로 직전에 존재했던 나라 조선은 어떠할까? 조선시대는 법적으로는 양천제로 구분된 사회였지만 실제로는 양반과 중인, 평민과 천민 이렇게 4개의 계급으로 구성된 사회였다. 그 중에서도 양반 즉 사대부 중심의 국가가 바로 조선이다. 성리학으로 똘똘 뭉쳐진 그들은 보통의 백성들과 자신들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온갖 혜택들을 향유해가며 살아가고 있었다. 당연히 먹는 것에 있어서도 일반 백성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이렇다보니 조선에서 미식가들을 찾는다면 일반 백성들보다는 양반 사대부에서 찾는게 옳은 방향인거 같다. 백성들이 먹을수 있는 음식은 한정된 반면 사대부들은 귀한 음식들을 접했을 것으로 추정되니 그렇다.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건국되면서 여러가지에서 변화가 생겨났는데 그중에는 육식 금지 해제가 있다고 한다. 고려가 성종 이후 유교를 숭상해왔지만 고려 사회 전반을 지배해온 사상은 불교였다. 불교에서는 살생을 금하므로 그 시대에 육식을 권장할지가 만무하다. 하지만 조선을 건국한 신진사대부는 성리학을 숭상했고 불교를 전면적으로 배척했기에 그들의 살생 금지를 따를 필요가 없었다. 사대부의 육식 열풍을 조선 정부는 '소 도살 금령'으로 통제하려 한거 같다. 농업사회에서 소는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소가 있고 없고는 농사에 있어서 하늘과 땅 차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소고기의 맛을 본 사대부가 그 맛을 쉽게 잊을리 만무하다. 나라가 금지한다면 당연히 밀거래가 성행할 것이고 실제로 <비변사등록>에는 남의 소를 강탈하여 도살장에 팔거나, 직접 밀도살하여 소고기를 유통하는 범죄 집단이 존재했음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소고기의 맛은 어떤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는거 같다. 

 

 

소고기뿐만 아니라 개고기 역시 조선시대에 많은 사랑을 받은 음식인거 같다. 비싸고 농사에 꼭 필요했던 소에 비해 개는 조선의 서민들이 즐겨먹던 육식이다. 그렇다고해서 사대부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음식디미방>, <원행을묘정리의궤> 등 다양한 서적에서 개고기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에도 개고기가 놓여졌다고 하니 왕실에서도 개고기는 애용되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가 있다.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은 개고기 애호가였다고 한다. 예전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려있던 글중에 다산이 유배지에서 손수 텃밭에 채소를 길러 먹는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이것은 다산이 채식주의자여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였다고 책은 말하고 있었다. 다산은 흑산도로 유배된 형에게 쓴 편지에서 산개를 잡는 묘안은 물론 개고기 삶는 법도 설명해주고 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개고기 마니아였는지 알 수가 있다. 또한 조선전기의 문신 김안로는 개고기를 워낙좋아했기에 그에게 개고기를 접대하며 벼슬자리를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실로 웃음이 지어졌다. 

 

 

책을 읽다보니 음식에 대한 탐욕은 권력이나 재물에 대한 탐욕 못지않게 강하다는 것을 느낄수가 있다. 특히나 사대부의 나라로서 '예'를 중시하고 성리학의 명분론을 중시한 조선의 선비들이 먹을 것 앞에서 사족을 못썼다는 이야기는 놀랍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느껴졌다. 인간은 무언가를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고 또한 기왕 먹을것이라면 좀더 맛있는 요리를 먹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본능이 아닌가 싶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미식가와 탐식가를 구분하고자 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말을 빌려 탐식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이라 했고, 미식은 "음식에 담긴 삶을 맛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과연 이 책에 등장하는 조선의 사대부들은 미식가였을까, 탐식가였을까? 그리고 문전성시를 이루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수많은 사람들은 미식가일까, 탐식가일까?  

 

 

먹는 것을 워낙 좋아라하고 그래서 맛있는 것을 먹으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며 여행을 가더라도 먹는 것에 돈을 가장 많이 쓰는 나이기에 책 속의 사대부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만약 내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리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여유가 되는 사대부라면 양반의 체면을 체져두고 먹는 것에 집착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소 밀수 조직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조선 사회의 또다른 모습을 바라본거 같다. 혹자는 이러한 모습이 사대부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의 당연한 모습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더욱더 흥미롭게 그들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던거 같다. 또한 앞으로 음식을 먹으면서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소잿거리를 얻을수 있었던거 같다. 역시나 음식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임이 틀림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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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 외로움도 그리움도 어쩔 수 없다면 - 서른 살의 나를 위로하는 법
이하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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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나이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살 한살 나이가 더해질때마다 외모가 변하고 생각이 변하게 된다. 그런데 유독 스물 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는 그 한살은 여타 다른 한살과는 다르게 느껴지는거 같다. 이십대에서 삽십대로 넘어가는 그 시기는 인간에게 있어서는 큰 전환점이 되지 않나싶다. 20대일 때에는 무언가에 도전해서 실패도 맛보면서 이 사회에 적응하는 시기라면 삼십대는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면서 자신의 확실한 자리를 잡아야하는 시기인거 같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없이 20대였다가 단지 몇시간이 흘러 삼십대에 접어든 입장에서 갑작스레 20대 때와의 차이를 만들기란 쉽지가 않다. 단지 한살 많아졌을 뿐인데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게 되고 당사자는 그 시선을 마냥 편하게만 받아들일수 없다. 이 세상 수많은 사람들은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갔는지 궁금해진다.  

 

 

이 책의 저자 이하람은 스물 아홉의 마지막과 서른의 시작을 인도에서 보냈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때도 의문스러웠었다. 왜 하필 그녀가 선택한 곳이 인도였는지 말이다. 물론 내가 인도에 가본적도 없고 아는것도 별로 없지만 그곳이 나에게는 마냥 좋은 이미지만은 아닌거 같다. 예전에 어떤 TV프로그램에서 인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지저분한 거리와 위생과는 좀 동떨어져보이는 삶의 모습 거기다 법적으로는 금지된걸로 알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 사회를 지배하는 카스트 제도는 인도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책을 찬찬히 읽어보는데 그녀 역시 인도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20대에 갓 접어들었을때 생각했던 인도 여행을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인도 여행은 그리 편하기만한 여행은 아니다. 몸과 마음이 모두 편하기를 바랬다면 결코 인도행 비행기 티켓을 끊을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가 들려주는 인도에서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그렇다. 하지만 인도 그곳에는 그곳만의 매력이 있었고 그녀는 서서히 그 매력 속으로 들어가고 있어 보였다. 사실 우리의 아니 나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인도의 온갖 것들이 부정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들이 나의 삶의 방식에 간섭하지 않듯이 나 역시나 인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폄하할 자격은 없다. 그런 삶이 싫다면 그 삶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그만이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의 삶속에 한걸음 한걸음씩 들어가고 있었고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도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고 20대가 지나가고 30대가 다가오는것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쩌면 인도라는 나라는 스물아홉 서른의 시기에서 혼란에 빠져있던 저자에게 가장 적합한 여행지였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모든 그 시기의 사람들에게 인도가 최적의 공간일리는 없다. 사람에 따라 가지고 있는 생각은 다 다를것이니 말이다. 비록 인도와 인도사람들이 그녀에게 이래라저래라 직접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위로를 받았고 30대를 살아갈 에너지를 얻은듯 했다. 또한 나 역시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혼돈스럽고 힘들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뒷편으로 숨겨둘 수 있을거 같다. 요즘들어 하루하루 살아간다는게 참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주위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부담스럽고 그렇다. 나도 저자처럼 어디론가 훌쩍 떠날수 있다면 좋을텐데 역시나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현재 살고 있는 이 공간에서 이겨내야할거 같다. 지금 조금 힘들지만 언젠가는 웃으며 지금의 힘든 순간을 반추해볼 그런날이 반드시 올거라 생각해본다. 지금 시기에 이 책을 만나 조그만 힘을 얻을수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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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대단한 호주 여행기
빌 브라이슨 지음, 이미숙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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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던 때가 있었다. 친한 친구중 한명이 호주로 어학 연수를 다녀온 후 그곳의 매력에 빠진 나머지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었으니 말이다. 그 친구는 돈을 좀 벌어서 드넓은 호주 땅에서 살기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또한 대학교를 다니다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간 이후 그곳에 아예 정착해 살고 있는 친구도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끔 연락이 왔었고 그곳에 놀러오라고 권하는 통에 호주는 나의 첫 해외 여행지가 될뻔도 했던 곳이다. 이렇듯 큰 인연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소소한 인연을 맺고 있는 나라 호주. 캥거루와 코알라의 나라이면서 엄청난 면적을 자랑하는 반면 인구는 대한민국의 절반 수준인 그곳 호주가 궁금해진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빌 브라이슨이란 사람은 이름만 몇번 들어본 작가였다. 물론 그의 책을 접한 사람들에 따르면 참 재미있게 글을 쓴다는 말을 접해보기도 했었다. 그래서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도 했었는데 드디어 만나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책을 처음 받고 한번 뒤적거려보는데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여행 책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한장도 없는 것이었다. 뭐니뭐니해도 여행 책의 매력은 그곳의 다양한 사진이고 그 사진을 보면서 독자들은 저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고 믿고 있으니 말이다. 빌 브라이슨 이 사람 내 취향과는 좀 안맞는거 아닌가 싶었다. 그의 여행서는 원래 사진이 수록되어 있지 않는건지 아니면 이 책만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의 실망스런 마음을 가진 채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보니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지금껏 보았던 수많은 여행서들과 분명히 다르다. 여행지에 가면 어디가서 무엇을 보고 들어야하고 어떤 음식을 먹어야하는지 알려주는 책들이 외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면 이 책은 여행지의 내면을 보여주고 있는거 같았다. 사실 호주와 관련된 여행책들은 지금껏 몇 권 만나본적이 있다. 역시나 호주 시드니의 대표적 명소 오페라 하우스를 시작으로 지역별로 나누어 여행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여행을 계획중이고 실행에 옮기기 직전의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정보가 굉장히 유용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곳에 가볼 가능성이 낮은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이 책의 이야기들이 더욱더 흥미로울수 있겠구나 싶었다. 

 

 

호주는 시드니와 같은 도시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은 오지라 불릴수 있는 황무지가 차지하고 있다. 즉 호주를 제대로 느끼려면 드넓은 황무지를 만나봐야하는 것이다. 그 황무지들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곳들이 많고 그곳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많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 대도시에서 사람들을 보고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들만 접하는 것 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대륙을 접하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을 전해준다는 것을 빌 브라이슨은 말하고 있었다. 그 여행중에 그가 들려주는 호주의 이야기는 참으로 흥미로왔다. 정말 아는게 많구나 싶었고 책 한 권을 쓰기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겠구나 싶었다. 그렇기에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을수 밖에 없구나 싶기도 했다. 

 

 

그의 여행을 보고 있자니 미지의 그곳으로 떠나보고 싶어진다. 사람이 북적북적 거리는 유명한 장소보다는 자연의 위대함을 볼 수 있는 조용한 곳을 선호하는 나의 취향에 맞는거 같아서 더욱 그렇다. 이런 여행은 돈주고 고생한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를 그런 여행이다. 예측 불가능한 돌발적인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하지만 그만큼 갚진 경험을 선사해줄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렇듯 사진 한장없이 나를 호주에 빠지게 만드는 빌 브라이슨의 글 솜씨는 정말 대단한거 같다. 그의 색다른 여행기는 정보 제공에 목적을 둔 보통의 여행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전해줄것이 분명하다. 왠지 그의 이야기속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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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00배 즐기기 : 부암동.북촌.인사동.신사동.한남동.이태원 외 - 2011~2012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권현지.윤혜진.장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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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내가 사는 곳은 아니지만 제법 익숙한 곳이다. 많이 가봐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TV를 비롯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워낙 많이 접하고 있어서 그러하다. 하지만 막상 서울에 대해 이야기 해보라고 누군가 나에게 말한다면 몇마디 못하고 말문이 막히지 않을까 싶다. 서울에 가더라도 매번 가는 익숙한 곳만 찾다보니 그렇다. 서울은 대한민국 최대의 도시인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그만큼 가볼만한곳도 많은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같은 곳만 반복해 가면서 좋아하는 내 모습은 서울을 매력을 경시하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모르는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사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곳의 모든 면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서울은 세계 어느 나라의 도시에 견주어도 뒤쳐지지 않을 만큼의 거대한 도시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그럴진데 타 지역에 사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서울을 단편적으로 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서울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책은 총 6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가장 먼저 프롤로그를 통해 서울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를 알려준다. 시간이 많지 않다던지 구체적으로 어딜가야할지 고민이 된다면 프롤로그의 1일 코스중에서 선택해보면 좋을거 같다. 그리고 파트 2에서 교통에 대한 정보를 얻은 다음 본격적으로 지역별, 테마별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책을 보고 있으니 서울이 얼마나 큰 도시이고 내가 얼마나 서울에 대해 모르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지방에 사는 것 치고는 나름 서울에 자주 가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즐겨 찾았던 곳은 책 속에서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내 취향이 특이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만큼 서울을 즐기기에 좋은 곳을 피해왔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사실 사람이 많고 복잡한 곳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 좀 피하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조용하고 편안하게 즐길수 있는 곳도 많이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근처만 갔다가 되돌아온 곳도 여럿 보였는데 그때 가볼걸 싶기도 했다. 뭐 앞으로 시간을 내서 가보면 되는 것이기에 이제서라도 이런 매력을 지닌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게 다행이다 싶다. 

 

 

나는 버스를 타고 낯선 동네를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한 두시간씩 여러 노선의 버스를 타면서 바깥 구경도 하곤 했었다. 서울에서도 한번 해본적이 있다. 그냥 마음이 내키는대로 아무 번호를 선택해 탑승했었는데 내가 버스에 승차한 지역이 출발지에서 그리멀지 않은 지역이었던지 종점 근처에 도착할때까지 제법 오랜시간 버스안에서 서울을 구경할 수가 있었던거 같다. 다음에 시간이 된다면 또다시 일반 버스를 타고 싶기도 하지만 책에서 소개하는 시티투어버스도 한번 타보고 싶다. 원하는 관광 명소를 선택해 승하차를 한다면 좀더 편하게 서울을 즐길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은 조선시대부터 수도의 지위를 가져온 만큼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 많다.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가 바로 서울인 것이다. 시간 가는줄 모를만큼 재미있는 곳들이 많고 또한 맛있는 먹을거리가 많아서 눈, 코, 입, 귀 어느 한 부분이 심심하게 느껴질 틈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의 도움을 받는다면 낯설게만 느껴지던 서울이 익숙해질 것이고, 서울의 구석구석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요즘 추운 날씨라서 집밖으로 나가기가 좀 귀찮게 느껴진다. 그래서 날씨가 좀 따뜻해지면 서울 구경을 다녀봐야겠다. 매번 갔던 곳이 아니라 가보지 못한 새로운 지역으로 말이다. 그곳을 거닐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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