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가지 방법 - 프로 사진가 스가와라 이치고의 따뜻한 기술
스가와라 이치고 지음, 김욱 옮김 / 한빛미디어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카메라가 귀한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시세로 제법 가격이 나갔었기에 카메라는 고가품에 속했고 선뜻 새 제품을 장만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금은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어있다. 필름 카메라 시대를 지나 디지털 카메라 시대가 되면서 보편화되었고, 한 집에 하나 꼴이 아닌 개개인이 하나씩 가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리고 휴대폰이 발명되고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을 가지게 되면서 카메라는 더욱더 익숙해졌다. 초창기 휴대폰에는 카메라가 장착된 경우가 드물었지만 요즘은 카메라 장착은 기본 사양이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진을 찍을수가 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란 쉽지가 않은거 같다. 사진과는 친숙해졌지만 그만큼 멋진 사진과는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오랜 시간 사진과 함께 살아온 프로 사진가 스가와라 이치고가 자신의 사진 노하우를 이야기한다. 전문가의 노하우라고 하면 기술적인 부분을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기술적인 부분 보다는 뭐랄까 자신이 사진을 찍으면서 느꼈던 감정을 전달하고 있는거 같았다. 물론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고, 저자 역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찬찬히 보다보면 기술적인 것 보다는 다수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생각들과 그에 따른 습관이랄까 이런것을 보여주고 있는거 같다. 책을 보고 있으면 저자가 사진 찍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고 즐거워하는지 알 수가 있다. 그러한 감정들이 사진속에 녹아들면서 느낌이 살아있는 멋진 사진들을 탄생시키는거 같았다.
저자의 이야기 속에는 공감가는 내용들이 참 많았다. 특히 마지막 8장 <휴대전화로 사진을 더 좋아하게 됩니다>는 더욱더 그러했다. 사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횟수보다 휴대전화로 찍는 경우가 더 많다. 카메라는 평소에 가지고 다니지 않지만 휴대전화는 어디서 무얼하든 항상 곁에 두고 있기에 일상생활의 모습을 담을수가 있고, 뜻하지 않았던 모습도 담을수가 있다. 그래서 사진이 휴대전화를 간직해야 할 물건으로 만들기도 한다. 지금도 내 서랍장에는 6년여정도 사용했던 구형 휴대폰이 고이 모셔져있다. 여기저기 부딛히고, 떨어뜨려져서 깨지고 긁힌 휴대폰이지만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 바로 사진때문이다. 그 휴대폰 속에는 기억하고픈 사진들이 담겨져있다. 가끔씩 배터리를 충전해서 사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예전 생각도 난다. 이럴때면 정말 사진의 가치를 새삼 느끼게 되는거 같다.
사진을 정말 좋아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만나다보니 어느덧 나도 사진을 좀더 좋아하게 된거 같다. 나의 카메라에 매력적인 피사체를 담고 싶어진다. 사진을 찍으면 마음에 드는 사진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이 더 많은게 사실인데 나만의 느낌을 사진속에 담기위해 좀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손쉽게 자신만의 느낌을 담아내는 사진을 찍을수 있다면 이 책의 저자와 같은 프로 사진가는 존재가치가 없을테니 말이다. 일반 카메라든 휴대전화 카메라든 간에 그 렌즈 속에 어떤 모습을 담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빨리 셔터를 눌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