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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여행. - 마음 여행자의 트래블 노트
최반 지음 / 컬처그라퍼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서툴다' 익숙하다의 반대말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무엇을 하던간에 애초에 익숙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부모의 도움으로 옷을 입고, 밥을 먹고, 걸음마를 한다. 그러다가 차차 그러한 것들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여러가지에 익숙해지지만 그렇지 않은것이 있는거 같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삶은 너무도 서툰 것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사람을 상대한다는것은 더더욱 그러하다. 매번 보는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알 수가 없고, 어떻게 사람을 대해야하는게 좋은지 매번 고민한다. 이외에도 서툰것은 너무도 많다. 공부도 일도 사랑도 나에게 있어선 너무도 서툰것들이다. 아마 몇 살이 되던지간에 이러한 나의 서툼은 계속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여행' 역시 서툼의 연속이다. 여행을 통해서 익숙함을 찾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떠나는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서툼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낯선 장소들, 낯선 사람들, 낯선 음식들 등등 여행은 익숙함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왜 사람들은 익숙함을 거부하고 낯섬, 서툼을 찾아 떠나는 것일까? 그 낯섬, 서툼을 통해서 일상에서 발견하지 못한 여러가지 것들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통해서 새로운 힘을 키워나가고 또는 아픔을 치유할 수 있기에 낯섬, 서툼을 찾아 떠나는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인도로 서툰 여행을 떠났다. 인도 나에게 있어서 그리 익숙한 곳은 아닌거 같다. 카레의 나라, 석가모니의 나라, 인더스 갠지스 문명의 나라, 중국 다음의 많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 그리고 최근에 IT강국으로 떠오르는 나라 이 정도가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인도의 전부인거 같다. 나의 편견일수도 있지만 인도는 왠지 우리나라에 비해서 못사는 나라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 책의 저자는 하고많은 나라들중에서 인도로 떠났을지 궁금했다. 석가모니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듯이 저자 역시 인도에서 무엇을 깨닫고 느낀것일지 알고 싶어졌다.
저자는 처음 인도 여행을 다녀온 후 네 번에 걸쳐 인도를 다시 찾았다고 했다. 인도가 그렇게 매력적인 곳이란 말인가. 아마도 내가 알지 못하는 매력을 인도는 지니고 있는거 같았다. 이 책에는 저자가 인도에서 찍은 많은 사진들을 담고 있었는데 인도의 유명 관광지라던지 가볼만한 곳을 찍은게 아니라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을만한 평범한 모습들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평범한 사진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져 있는거 같았다. 꽃잎을 뿌리며 활짝 웃는 아이의 모습에서 즐거움을 느낄수가 있고, 바닷가 모래위에서 혼자 그네를 타는 아이에게서 쓸쓸함을, 강가의 평상에 누워있는 사람을 통해서는 편안함을, 수련중인 사람에게서는 경건함을 느낄수 있다. 또한 저자의 서툰 여행 속에서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도 있는거 같다.
이 책을 통해서 본 인도의 모습은 왠지 정겹게 느껴지는거 같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고 이곳저곳 가보길 희망하고 있었지만 인도는 나의 관심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인도라는 나라는 나에게 가깝게 다가온거 같다. 일상에 치여서 지치고 힘들때 인도는 나의 마음속에 가득한 불순물들을 깨끗하게 씻어줄것만 같다. 언젠가 인도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서 메 쿠시 홍(나는 행복합니다)이라고 인사하는 피노키오 할아버지를 만나 행복 바이러스를 받고 싶고, 악수 한번에 3개월간 행복할거라는 사나이를 만나 그 행복을 선물 받고 싶다. 저자의 인도 여행은 서툴지만 그 서툼속에서 편안함과 즐거움 그리고 따뜻함을 전해주는 여행인거 같다. 나도 서툼 속으로 떠나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