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이웃님의 소개로 가볍게 시작하게 된 도파민 디톡스를.. 아직도 하고 있다는 소식.
휴대폰 사용과 tv시청, 가공식품, 외식, 음악을 철저히 멀리한 채로 일주일 도전을 무난히 마친 뒤 그 다음주는 업무 중 음악도 종종 듣고 저녁 식사 후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도 보고 했더니.. 애석하게도 그 전 주에 느꼈던 마음의 평온함과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기분이 확실히 덜 느껴졌다 ㅜ.ㅜ 다시 좀..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전두엽이 갈팡질팡하는 느낌?
그래서 보고 싶은 tv 프로그램은 주말 아침 집안일과 운동을 끝낸 후 낮잠을 청하기 전, 나에게 주는 선물로 몰아서 보기로 정했고, 신나는 음악은 운동 후 휴식시간에 (알려주신 라파엘님께 감사!!), 클래식이나 재즈는 아침에 집중이 필요한 시간에만 듣기로 했다 >.<
sns를 줄이는 대신 스쳐보내는 상념들을 알라딘 서재와 네이버 블로그에 비교적 긴 호흡으로 기록하고자 하며, 매일 감사일기를 쓰고 있다. 나이와 시간이란 건 유장한 우주의 흐름을 인간이 임의로 분절한 단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20대의 끝자락에 다다르니 지난 10년간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참 정신 없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아득하게 긴 터널을 빠져나온 기분이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혼란스럽고 막막한 순간들이 있지만, 실체가 없는 행복이나 막연히 될 것 같다는 믿음만으로 불안해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나의 매일이 너무 아깝다는 것을 깨달을만큼은 자란 것 같다.
스스로에게 잘해줄 것. 예비된 행복에 기대느라 (그런 건 없으므로 -.-;) 매일의 행복을 소홀히 하지 말 것. 그리고 매일의 행복은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는 매 순간, 주위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마음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 것. 단단해질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력!!!
어떻게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는지를 되짚는 것은 한번쯤은 해봄직하지만, 거기에 천착하는 것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왔냐는 과정보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그 사실 그 자체일 거다. (체력과 정신력이 좀 남아 있다면 ‘왜’ 그런 선택들을 하게 되었는지 짚어보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그들이 나에게 남기고 간 흔적들을 오래도록 매만지는 편이다. 북플은 비교적 최근에야 열심히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서재 이웃들과 따뜻한 말을 나누고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썩 즐겁다. 길고 긴 불안과 우울, 무기력으로 점철된 시간을 보내고 난 뒤 이제야 두 발로 서서 맑은 눈으로 나와 주변을 바라볼 수 있게 된 느낌이다.
도파민 디톡스를 계속 하고 있고, 효과가 좋다는 말로 시작했는데 어쩐지 감상에 잔뜩 젖어버렸다 -.-; 모두의 밤이 편안하길.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