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빛 속으로 스마트한 문학관-한국 근대문학 베스트 19
김사량 / 논리와상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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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아쿠타가와 수상 후보작에 선정된 작품이라 할 만하다. 호수에 반사된 거울 같은 노을 빛이 눈부시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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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민지형 지음 / 나비클럽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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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종류의 카타르시스를 의도했는지는 알겠다. 그러나 기대한만큼의 풍자나 사캐즘은 읽을 수 없었다. 작가 내면의 ‘한남력’이 부족한 걸까? 상상할 수 있는 꽉 막힌 성차별주의자 중 가장 지고지순하며 여성에게 호의적인 남성을 그려냈다 하겠다. 그래서 너무나도 픽션같은, 어느 쪽의 심금도 울리지 못한 순한 맛 ‘한남’과 ‘미친 페미니스트’…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는 가부장적인 이 집안의 아들이자 손자로, 정확하게 그 위치에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들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수행해 왔다. 어쩌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 자리는 이미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벗어나고 싶긴 한 걸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그녀의 곁일까, 아니면 적나라하고 투박하지만 모든 것이 분명한 이 리조트 안의 공고한 세계일까.” -p.194

땡! 한남은 이런 생각 안 한다. (실제 한남 머릿속: 히히 잡채 맛있당) 하긴 1인칭 시점으로 이들을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그려냈으면 소위 ‘한남 문학’과 다를 바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치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날카로운 통찰력과 연출을 바탕으로 한 풍자가 보고 싶었던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 독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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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하
들개이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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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먹는 존재’를 너무 재미있게 봤는지 먹는 존재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이틀 정도 울적한 마음으로 지냈다. 좋아하는 작품의 마지막 장은 절대 읽지 않는다는 변태적인 습성에도 불구하고 저질러버린 과오였다(?)


그러나 그렇게 떠나보낸 유양이 금세 너무 그리워져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은 사 두고 읽지 않는다(??)는 두 번째 변태적 금기마저 깨고 다음 단행본인 <족하>에도 손을 뻗고야 말았다. (읽지 않는 건 아니고 몇 년이고 묵혀뒀다 아껴 읽는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만)


한 마디로 ‘들개이빨다운’ 작품이었다. 비혼주의자 은남이 조카의 탄생을 계기로 보조양육자로서, 그리고 ‘임출육’이라는 처절한 노동의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보게 된 관찰자로서 고민하고 생각한 바를 담고 있다. 먹는 존재처럼 짜릿한 재미는 덜하지만 어쩐지 유양의 조금 성장한 버전같은 은남을 보며 유양에 대한 그리움을 채울 수 있었다.


특유의 걱정->염세->자기비판->그러나 귀찮음->다시 걱정의 무한 궤도를 걷는 작가에게서 느껴지는 동류의 스멜! 픽션이지만 자전문학같은 친근한 느낌! 그러나 이런 질척하고 은근한 (일방적) 친밀감마저도 작가님이라면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는 예상에서 오는 일종의 안도감과 산뜻함! 작중 남성 캐릭터는 전부 곤충으로 표현되어 심지어는 인간의 말조차 구사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연출되는데, 그 의도까지가 분명히 와닿아서 아주 유쾌하고 더욱 ‘들개이빨답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은남의 입을 빌려 말하는 작가가 먹는 존재를 연재하던 시절보다 성장했다고 느껴지는 것은 여전히 스스로의 냉소를 자조하는 와중에도 조카를 위해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디까지나 보조양육자로서의 관찰자적 시점을 견지하는 자신에 대해 ‘변함이 없다’고 말하는 작가이지만 냉정한 비판과 일갈보다 헤아림과 실천적 고민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를 더해가는 은남의 모습에서 조금 낯설지만 달라진 그를 본다.


동시에 이제는 나도… 조금은 어른으로서의 자각을 가져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아동을 ‘싫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혐오입니다) ‘음.. 작은 인간..’ 정도로 생각하며 대충 냉담한 태도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내가 그들을 충분히 귀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연기하며, 마치 그것이 내가 또다른 인간을 길러낼 의지도 능력도 없는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인 양 생각하는 그런 태도 말이다. 이 *같은 세상에 이미 태어나버리고 만 수많은 죄 없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삐딱하고 세상에 불만 많은 어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슬슬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차기작을 만날 수 있을 때까지의 지난하고 긴 시간을 이걸로 조금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다음 작품이 정말 기대된다고 하고 싶은데 역시 이런 말들도 큰 부담일 수 있겠지.. 어디에 계시든 늘 무탈하고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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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북사랑 2021-09-23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덕분에 작가님 알게 되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책 실물 영접하는 날을.^^

적막 2021-09-23 21:11   좋아요 0 | URL
앗 ㅎㅎ 기대한만큼의 재미가 아니면 어떡하죠😂 모쪼록 그래도 읽는 동안 즐거우셨으면 좋겠어요!!>.<
 
족하
들개이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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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주의자 고모에게 조카가 생겼다! 아기와 함께 생활하며 스멀스멀 피어오른 보조양육자로서의 고민과 생각을 담은 생활에세이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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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오은영의 화해
오은영 지음 / 코리아닷컴(Korea.com)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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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닿는다면 애인과 결혼 정도는 해보고 싶지만 소위 말하는 ‘임출육’은 글쎄. 내 평생 인간 아기가 귀엽다고 느껴진 적도 없거니와 보통은 사랑스러 마지않는다던 첫 조카가 태어나던 순간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아기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작다’. 그 자그마함 뒤로 양육이라는 책임과 노동의 무게가 거대한 인영처럼 들러붙어 있음을 감지한 뒤론 그저 필사적으로 아기를 귀여워하는 척 연기를 해왔을 뿐이다. 꽤 어린 시절부터 ‘인간이 인간을 기른다(전문가도 아닌데!)’라는 개념에 회의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걸 보니 역시 이런 삐딱함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군. 어쩌면 그냥 비겁한 건지도 모르고 (현실적인 거라고 해 두자.)


그런 주제에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시절부터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 프로는 꼭 챙겨 본다. ‘작은 인간 기르기’에 어떤 매뉴얼이 있는 거라면 그것이 궁금했던 이유도 있고, ‘키워지는’ 입장에서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가 오은영 박사님의 입을 빌려 봉합되는 순간의 위안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틈틈이 챙겨보던 ‘우아달’은 종영을 하고 얼마 전부터 ‘금쪽같은 내새끼’를 이어 보고 있다. 모든 사연이 전부 다 꼭 내 이야기같을 수는 없지만 방송을 보며 내 안에 잊혀진 채 존재하던 상흔들을 발견하고 ‘오은영 힐링 패치’로 이것들을 누덕누덕 기워가고 있던 가운데, 문득 글로 쓰인 박사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오은영 박사님이 전하는 이야기는 한결같다. 아이는 죄가 없으나 다만 잘못된 ‘양육방식’이 있다는 것. 하지만 잘못된 양육방식으로 아이를 대했다 해도 양육자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 그러므로 언제나 잘못된 방식의 수정을 통해 양육자와 아동의 관계는 회복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독자들에게 (이 책은 오은영 박사님이 한국일보 정신 상담 칼럼의 지면을 빌려 사연자에게 답장을 하는 방식으로 연재한 글을 모은 책이다.) 오은영 박사님은 여기서 더 나아간 한 마디를 덧붙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상처를 준 양육자를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화해’는 양육자를 미워하고 또 이에 괴로워하고, 스스로를 보잘것 없는 사람이라 여겼던 지난 날의 자신과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 상처 받은 ‘나’를 다독이고 일으켜세워 함께 살아가는 것이 ‘어른’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400페이지 남짓한 책을 몇날 며칠에 걸쳐서 읽었다. 다시 한 번 듣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전 페이지로 돌아가서 또 읽고, 오은영 박사님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감각하며 읽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심하게 혼나고 방에 들어간 날이면 (부끄럽지만) 만화책에 등장하는 자상하고 다정한 ‘엄마’ 캐릭터를 떠올리며 울다 잠들곤 했다. 그때 느꼈던 외로움과 슬픔은 자라면서 마주한 다른 종류의 괴로움으로 점점 희미해졌지만, 이 책을 읽다 문득 그 때 그 시절의 어린 내가 방 안에서 몸서리치며 우는 모습이 눈에 그릴 듯 떠올랐다. 나는 책을 덮고 가만히 방문을 열고 들어가 울고 있는 나를 뒤에서 꼭 안아주었다. 내가 너의 쿄코 씨가 되어줄게, 하고.


어쩔 수 없이 벌어졌던 일들에 속수무책으로 마음이 다쳐도, 너무 외롭고 불안할 때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어도, 내가 나의 쿄코 씨가 되어주자는 마음으로 살자고 생각하니 조금 더 단단해진 내가 된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세상을 꿈꾸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발을 맞대고 한 침대에 누워서도 자려고 돌아누우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외로움이 사무칠 때가 있다. 그런 날도 있음을, 그래도 괜찮음을 속삭이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다독여주면 된다는 메시지를 오은영 박사님의 목소리로 직접 전해 들은 것만 같은 소중한 읽기 경험이었다.


비혼비출산을 다짐하는 2030 여성들, 역대 최저의 출생률을 기록하는 와중에도 20대 ‘금쪽이’들이 육아 프로에 젖어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속절없이 당했던 ‘나’와 화해하고, 이 사람들이 나를 망치면 어떻게 하지 했던 ‘나’와도 화해해야 합니다. 자신을 형편없이 생각했던 ‘나’와 화해하고, 자신을 비난했던 ‘나’와 화해하고, 자신의 나쁜 면에 진저리를 쳤던 ‘나’와 화해해야 합니다. ‘나’ 자신을 세상의 가장 초라하고 작은 존재라고 여겼던, 그래서 ‘나’는 어떤 것도 가질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던 ‘나’와 화해해야 합니다. - P341

그리고 이제는 힘도 있고 작지도 않은데 여전히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작은 아이에게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이제는 그만 일어나 새로운 창 앞에 서라고 말해 주세요.
나의 내면과 내가 손을 잡는 것이 ‘나와 화해’하는 시작입니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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