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큰 기대를 하고 읽었는데 실망했다. 기존의 가부장적 일대일 독점관계의 연애를 전제로 주체와 객체의 위치만 바꿔 상정한 채로 논지를 전개하는 것도 젠더에 대한 작가의 이해부족을 여실히 드러내주지만, 말하고자 하는 핵심 없이 중언부언 같은 문장의 변주를 열거하다 책이 끝난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얻게 되는 인사이트가 있을까? 굳이 시간을 들여 읽지 않을 것을 추천하는 책.
여성주의이론과 퀴어이론은 나에게 항상 위로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앎과 삶을 연결짓는 일은 예상과는 달리 쉬이 체득되지 않았고, 나는 내가 발 딛고 있는 삶과 책 속에서 내가 얻은 지식의 괴리에 휘청거렸다. 이 책은 앎과 삶의 경계에 다리를 놓아준다. 나는 이제 내 삶을 말할 언어를 얻었다. (+)(섹슈얼리티에 대한 이분법적 시각, 유성애중심주의적 서술에 불편감을 느낀 부분이 있었으나 그럼에도 굳이 짚고 넘어가지 않으려했던 이유는 이 책은 어디까지나 작가가 자기자신의 ‘독방‘을 비추어보며 자신의 언어로 풀어내는 자서전 형식의 글이라는 이해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 부분을 지적하며 이 책의 ‘부족함‘/‘피씨하지 않음‘이 언급되는 것이 불편해 사족을 단다.)
<리버럴이 쓴 빠순이 ‘옹호‘ 서적>--인용구가 아닌 문장을 찾아볼 수 없으며 다분히 시혜적인 시선으로 빠순이 문화를 조망한다. 논리적 게으름이 엿보인다. 별 하나가 아닌 이유는 그럼에도 유의미한 지적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이며 (비록 유의미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여러 매체에 산재해있던 <빠순이>에 대한 연구/보도를 한 데 망라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