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
니시와키 슌지 지음, 이은혜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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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예민러’가 바로 나다. (사실 이 표현도 여러가지 이유로 좀 거슬린다.) 어린 시절부터 촉각 후각 청각 등의 정보에 지나치게 예민해서 편식을 하거나 못 입는 옷이 있거나 조금만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곳에 가면 울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았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고등학생 시절에는 급식을 먹고 나니 머리카락에 밴 음식 냄새를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울며불며 기숙사로 돌아가 머리를 감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던 일도 있었다. 같은 이유로 옷이나 머리칼에 냄새가 밸 만한 음식점에 앉아서 식사하는 일은 아직도 기피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작은 소음에도 남들의 몇 배나 예민해서 노이즈캔슬링 이어폰/헤드폰 없이는 지금도 일을 거의 못 한다. 행동이나 목소리, 발걸음이 큰 사람은 부담스럽고, 이들이 내는 소음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학창 시절에는 그냥 내가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외부 자극과 소음으로부터 나를 분리하려는 무의식적 시도였음을 깨닫게 된 순간이 있었다.

이런 예민함을 끌어안고 평생을 타인과 또 외부세계와 부딪혀왔기에, 체력이 받쳐주거나 컨디션이 좋을 때는 다양한 방법으로 스트레스가 되는 외부 자극을 피해 ‘나이스한 인간’을 연기하지만, 컨디션이 나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고통과 불안의 구렁텅이를 헤매곤 한다. 외향형 인간이 많으며 외향성 가치를 높게 쳐주는 미국 사회에서는 나의 이런 성향이 배로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도 있다.

따라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고자 매우 예민한 사람 (Highly Sensitive Person, HSP)과 관련해서 시중에 나와 있는 원서와 번역서들을 많이 찾아 읽었는데, 주로 현상과 기제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라 다 읽고 나서 나만의 고통이 아니라는 잠깐의 위안을 받게 되는 것 말고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책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채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사실 일본 저자들 특유의 사실판단을 놓고 감성에 호소하는 방식의 서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일본어로 쓰인 교양서, 특히 교양 심리학 도서는 기피하는 편인데 어쩌다보니(?) 구매하게 되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독서가 결론적으로 올해 가장 잘 한 일이 된 건 스스로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

물론 ‘water is wet’ 식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당사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예민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힘들이지 않고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개선법을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직접 시도하고 싶은 부분들을 메모하고 복기해가면서 읽다 보니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완독까지 일주일 정도가 소요되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나와 비슷한 문화권의 사람이 제안하고 설명하는 방법들이라 그런지 미국인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들보다 피부로 와닿는 부분이 있다고나 할까, 조금 낯간지러운 표현들도 지금의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어 주었다. 얼마 전에 시작한 도파민 디톡스와 운동과 더불어 실제로 매일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 두고두고 종종 읽을 듯하다.

타고난 배려심을 사소한 걱정에만 쓰지 말고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넓은 시점으로 생각해보자.
가족과 회사, 지역, 사회를 위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 P283

다른 사람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섬세하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만이 가진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는 순간일 것이다.

모두가 역경에 부딪혔을 때 예민한 사람의 힘이 필요하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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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08 06: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친구중에도 예민한 사람이 있는데, 평소에 내색을 안하지만 많이 힘들어하는 상황이 있더라구요. 그런걸 보면서 예민하게 살아가는 것도 정말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적막님은 매우 예민하시다니 더 힘드실거 같아요. 아이디도 적막이라니 소리에 많이 민감하실 거 같아요. 책이 많은 도움이 되신다니 아주 다행입니다~!!

적막 2021-09-08 07:54   좋아요 2 | URL
앗 그러네요!!! 적막이라는 단어가 주는 고요하고 먹먹한 느낌이 좋아서 사용했는데 제가 눈치채지 못했던 뭔가를 발견해주셨네요 *.* 넘 신기하고 기뻐요!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 ˘▽˘ 후후

2021-09-09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9 21: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