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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금요일의 괴담회 - 전건우 공포 괴담집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1년 9월
평점 :
또 속았다!!!!! 😡😡😡🤬
구매자 리뷰가 나쁘지 않길래 전자책이 나오길 기다렸다 구매했건만 으이구 또 속냐 적막아!!!!
첫 장 읽고 강하게 환불을 받고 싶어졌다. 하기도 민망한 이야기지만 작가님, 스스로를 ‘소설가’라 칭하면서도 독서는 많이 안 하시는 듯.
“매실이 뭐에 좋은지도 모르면서 도시 사람들은 매실액이다 매실주다 잘도 담가 먹더구먼. 거기다가 설탕인지 사카린인지 모를 것들을 푹푹 처넣어가지고. 매실의 역할은 따로 있어. 덜 익은 매실의 고 시큼하고 떫은맛이 악귀가 붙는 걸 막아준다 이 말이여. (…) 역시 애새끼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아. 정말로 뭔 일이 터지기 전에는 말이야.” P45
“그날은 푹푹 찌는 한여름이었지. 내가 똑똑히 기억하는구먼. 며칠만 있으면 방학이라 우리 모두 반쯤 풀어진 상태였지. 남자 새끼들은 일찌감치 멱을 감으러 가고 여자애들은 고무줄에 공기놀이에 정신이 팔려 있었지. 아이고, 그러다 고개를 들어보니 해가 꼴딱꼴딱 넘어가는 거 아니겠어? 우리는 큰일 났다 싶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집으로 내달렸지. 산을 넘는 것도 무섭지만 어머니 지청구 들을 생각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어.” P46
이것이 지금… 노인이 구사할만한 어휘와 말투인가…? 출처를 알 수 없는 사투리와 어색한 구어체에 짜증이 밀려온다.
“봉자가 바투 다가오며 내 손을 꼭 잡았소. 나는 그 손을 뿌리쳤지. 이년들이 장난을 한다 싶었소.” P69
놀랍게도 동일한 화자가 동일한 청자에게 하는 말이다. 너무 많아서 다 가져올 수도 없는데 한 페이지 안에서도 말투가 오락가락한다. 화자의 말투와 작가의 어투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이 책이 이대로 무사히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소설가는 손으로 악어 입모양까지 만들어 가며 열변을 토했다. 직업이라 어쩔 수 없지만 규선은 기본적으로 말 많은 인간들, 특히 말 많은 전문가들을 싫어했다. 그런 이들은 뭔가를 다 알고 있는 듯 떠들어댔는데 소설가나 작가라는 이름만으로 누군가에게 잘난 척할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하는 것만 같아 짜증이 났다.” P9
뿐만 아니라 서사와 정말 아~~~~~무 관련도 없는 독백이 맥락 없이 튀어나온다. 언급한 대목을 작가 본인은 꽤 위트있다고 생각하고 쓴 것 같다는 점이 더 짜증스럽다. 새 집에 이사를 와서 겪게 되는 이상한 일에 대한 이야기인데 해당 대목이 어떤 쓸모를 가지는지 납득할 수 없다.
가볍게 읽는 장르 소설에 대단한 문학적 완성도를 기대하는 것은 물론 아니나, 그래도 이야기를 활자화해서 책으로 찍어내려면 적어도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이나 블로그에 가볍게 써갈기는 글보다는 유려하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직전에 읽었던 일본 웹 괴담을 번역해 엮은 도서가 훨씬 짜임새있게 전개된다. 정말 환불받고 싶다. 이런 책을 출판한 출판사에게도 종이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오염시킨 데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
“병원에서 의식을 차렸을 때 의사는 “자살하려면 좋은 줄로 해야죠. 그래야 상처가 안 남지”라고 말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좋은 사람이다, 이 의사는.” P89
ㅋㅋㅋㅋㅋㅋㅋ 책장에서 삭제하기 전에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몇 장 더 넘기다가 발견한 대목인데 그냥 할 말이 없다. 종이책으로 샀으면 냄비받침으로라도 쓸 수 있었을 것 같다. ‘괴담’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종종 보이는 작가여서 이 정도로 처참한 수준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책을 안 읽고 쓰기 연습을 하지 않아도 ‘작가’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일단 남성으로 태어나라, 그러면 똥을 싸도 주위에서 대충 칭찬해줄 것이다.’ 다른 의미로 오싹해지는 책.
내용 추가 10-12-2021:
그래도 끝까지 읽어는 봐야 내가 적은 내용에 정당성이 생기지 않겠나 싶어서 결국 완독했다. (나에게 박수)
말도 안 되는 구어체를 참아 넘기고 나면 괴롭히는 상사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자살하는 npc, 학교 괴담, 자유로 귀신, 장기매매 괴담까지 한번쯤은 흔히 들어봤을만한 도시 괴담이 실려 있다. 소재 자체가 참신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적절한 문장력을 갖추고 밀도 있게 재구성했으면 재밌을 수도 있을 뻔했다고 생각한다. 뒤로 갈수록 덜해지지만 여전히 맥락과 관계 없는 묘사들이 너무 많아 거슬린다.
많은 이야기에서 누군가를 꾀어내고 속여 가해하는 대상이 여성으로, 이 여성에 의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남성으로 표현된 것은.. 이제와 새삼 시대착오적이라고 해야 할지… 할 말을 잃게 한다. 같은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그 아래 깔려있는 공포감의 기제를 잘 살려낼 수 있다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는데 ‘피씨’하지도 못하고 재미도 없는 작품에 이렇게까지 텍스트를 할애할 일인가 지금 글을 적으면서도 현타가 밀려온다.
결국 작가의 세계 속 남성 화자와 독자에게 와닿는 공통의 공포심이란 대부분 ‘교활한 여성’에게 꼬드김을 당해 자신의 신변에 위협이 생기는 일이란 거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여성이 가까운 남성의 손에 죽어가는 와중에 이것이 어디서 기인하는 공포심인지를 떠올려본다면 결코 즐거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갈 수가 없다. 와중에 여자친구에게 속아 죽음이 닥쳐온 순간에 여자친구의 가슴을 만졌던 일을 떠올리는 남자의 이야기는 메타적 장치로 이해해야 하나?? (그럴리가 ㅋㅋ) 게으른 사고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피로하게 하는지. 작가님, 지금 2021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