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4
송윤경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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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트래블 시리즈 덕분에 살면서 가보지 못할 나라들, 세계사 시간에 배운 각 나라들을 여행하는 것 같아 생각보다 더 재밌고 즐겁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포르투갈이다!

 

내가 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내용 중 포르투갈에 대한 부분을 머리 속에서 힘겹게 끄집어 내보니, 중세시대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서로 땅따먹기를 하느라 엄청나게 경쟁했다.’, ‘포르투갈이 희망봉을 발견했다.’ 정도 였다. 더 끄집어 내고 싶어도 배운지 너무 오래되서 이미 머리속에서 사라진지 오래 ㅠㅠ..이 나이에 저 두가지라도 기억하는 게 어디냐! 라며 스스로 자랑스러워 했다는게 함정이다ㅋㅋ

 


대항해 시대

소금 가득한 바다여,

얼마나 많은 그대의 소금이 포르투갈의 눈물인가.

그대를 건너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아들들이 헛된 기도를 하고

어머니들이 눈물을 흘렸는가.

얼마나 많은 처녀들이 신부가 되길 기다리며 죽었는가.

그대가 우리의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속에서, 바다여.

-P 004 페르난두 페소아의 서사시 메시아

 

세계사적으로 보자면 희망봉발견을 시점으로 시작된 대항해 시대는 정말 중요한 시대였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을 비롯한 서구 세력이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로 넘어오는 계기가 되었고, 그렇게 넘어온 아시아 국가에서 식민지배를 시작하였다. 근대 제국주의가 시작된 것이다. 핳하하하..

 

이 책에 대항해 시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 나도 그냥 잊었을 지도 모르는, 뭐 그런 이야기!

 

어김없이 목차를 보았다. 포르투갈 여행에 대한 Q&A를 비롯하여 포르투갈에서 해봐야 할 모든 것’, ‘포르투갈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그리고 책 제일 뒷페이지에는 포르투갈 여행 준비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포르투갈 여행 전 제일 궁금한 질문 7가지! 그 중에서도 소매치기에 대한 질문이 2개나 있어서 슬며서 옮겨본다.

Q. 포르투갈에는 소매치기가 많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예방해야 하나요?

A. 유럽여행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소매치기다. 포르투갈 소매치기는 특히 리스본의 트램에서 많이 발생한다. 트램이나 지하철에서 안전하 곳은 제일 뒤 칸 벽면이다. 벽면에 몸을 기대고 가방을 안고 있으면 가져가기 힘들고, 출입문과 떨어져 있는 것이 좋다. 지퍼가 달린 가방에 당일 필요한 짐만 가볍게 넣고 자물쇠, 옷핀으로 고정하자. 휴대전화는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하고 테이블 위에 올려두는 것을 피하자.

 

Q. 소매치기를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여행보험을 들었다면 보상받을 수 있다. 가까운 경찰서로 가서 폴리스 리포트를 작성한다. 여권 또는 여권 사본이 있다면 들고가자. 이름, 생일, 국적, 여권번호, 숙소 주인의 개인정보 등을 적고 소매치기 당한 날짜, 시간, 장소, 방법, 물품 등을 적는다. 경찰관의 사인, 도장을 찍고, 사본을 받은 뒤 한국에서 보험사에 제출한다.

 

이럴 땐 새삼 우리나라 치안이 좋다는 것을 느낀다. 카페나 식당 그 어느 곳이든 테이블 위에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올려놓고 잠시 자리를 비워도 소매치기는 커녕, 건드린 흔적도 없으니까! 물론 아주 완벽하게 소매치기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유럽 소매치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정말 최고다.

 

 

Mission in Portugal

포르투갈에서 꼭 해봐야 할 모든 것

 

포르투갈 추천 여행 코스로는 1주와 2주짜리 코스가 실려있다. 1주 짜리 코스로는 리스본과 리스본 근교 도시를 여행하며 자연&문화를 관광하는 코스, 세계문화유산을 구경하는 코스, 신혼여행 테마로 어울리는 로맨틱 코스 등이 있다. 2주 짜리 코스는 그야말로 포르투갈 완전 정복 코스 이다.

 

이 책에서는 포르투갈 여행 중에서도 특히 놓치면 후회할 장소, 꼭 봐야할 장소도 별도로 선정했다. 예를들어 포르투에 위치한 해리포터 서점이라던가, 대표 성지 파티마, 세상의 끝 카보 다 호카가 그 것이다. 세계문화유산은 더 말할 것도 없고!

 

Enjoy Portugal

포르투갈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보다 깊이 있는 포르투갈 여행을 위해 도시별로 여행정보를 나눴다. 리스본, 리스본 근교지역, 포르투, 브라가, 기마랑이스, 아베이루, 코스타 노바, 코임브라, 파티마, 나자레, 오비두스, 에보라, 라구스, 사그레스, 파루. 포르투갈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여행 할 지역이 많은 나라였다.

 

각 도시별 첫 장에는 한국에서 포르투갈 해당 지역으로 오는 방법과, 도시 내에서 이용하는 교통 수단 그리고 제일 중요한 도시별 추천 일정이 있다.

 

포르투 지역에 위치한 일명 해리포터 서점! 정말 사진만 봐도 해르미온느가 나와서 책을 고를 것만 같은 디자인이었다. 헌데 알고보니 해리포터 시리즈를 지은 조앤 K 롤링 작가가 바로 이곳 포르투에서 신혼을 보냈으며, 심지어 호그와트 계단을 만들 때, 이곳 렐루 서점의 계단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더 놀라운 건.. 이 서점은 입장료가 있다는 것 ㄷㄷㄷㄷ 물론 책을 구입하면 입장료는 환불해준다고 하지만, 서점을 입장료 내고 들어간다는 사실에 적잖이 충격을 먹었다. 근데 그도 그럴 것이 이 서점은 1881년에 지어졌다고. 서점자체가 일종의 문화재 같은 느낌?!

 

난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종교와 얽힌 신비한 이야기는 꽤 좋아라 한다. 그러다보니 성모마리아와 만난 세명의 목동 이야기도 알고 있었는데, 그 장소가 바로 포르투갈이었다니! 심지어 이탈리아 바티간 시국 다음으로 많이 찾는 세계적인 가톨릭 성지라고 한다. 하긴 성모 마리아가 직접 나타난 장소니..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실린 파티마의 기적을 옮겨본다.

 

파티마의 기적

1917513일 파티마의 목동들 루시아와 프란치스쿠, 프란치스크의 동생이자 루시아의 사촌인 히야친타는 현재 망령들의 예배당 위치에서 성모 마리아의 발현을 목격했다. 성모는 기도를 많이 하고, 매달 같은 날에 같은 곳으로 나오라고 했다. 목동들은 6월과 7월에 이를 행했으나 8월에는 그럴 수 없었다. 정부 관리가 목동들을 감옥으로 데려가 고초를 겪었기 때문이다. 약속한 날의 6일 후 다른 곳에서 발현을 목격했고 9월이 지나 10월에는 약 7만 명의 사람들 앞에서 발현하는 기적을 보였다. 일명 태양의 춤이라 불리는 이 기적은 움직이며 굴곡이 지는 태양을 모든 사람들이 똑바로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한다. 목동 중 프란치스쿠와 히야친타는 당시 유행하던 전염병으로 죽고 루시아는 수도원으로 들어가 수녀로 살아갔다. 성모는 파티마의 비밀 3가지를 루시아를 통해 전하였다. 토요일에 가톨릭 미사의 예식 중 하나인 성체를 하고 죄인을 위해 기도하며, 묵주기도를 계속하면 러시아는 회개하여 평화가 올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종교를 박해하고 교황은 고통을 받으리라는 것이다. _P 217

 

여행가이드북은 간접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좋았는데, 요즘 들어! 특히!! 올 여름휴가가 없어서 더 눈물 나는 나에게!!! 더 없이 필요한 책이 되어버렸다. 나도....여름휴가 ㅠㅠ..보내...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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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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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최태성!!! (외쳐! BIG STAR) 이렇게 꼭 외치고 싶었다. 큰별쌤은 나를 모르겠지만 난 온라인에 산재한 수 많은 그의 제자 중 한명이니까 ㅋㅋㅋ 큰별쌤 EBS 강의를 보고 한능검1급을 쉽게 땄고, 그 당시 머리속에 쏙쏙 들어왔던 그 내용들과 필기했던 노트로 몇 년 뒤 관통사 국사시험도 수월하게 합격! 정말 진짜 내 학창시절 국사쌤이 큰별쌤이었다면, 조금 더 빨리 역사에 관심을 가졌거나, 혹은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바뀌지는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그래서 큰별쌤이 나오는 왠만한 방송은 지상파, 종편 할 거없이 거의 다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큰별쌤이!! 국사 문제집이 아닌 !!! 책을 출간했다고 하니 이건 안 읽어 볼 수가 없는 것!!!!

 

물론 구입 하자마자 바로 읽지는 못했다ㅎㅎ..이제사 시간이 되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내내 이 책을 다 읽어 가는게 너무 아까워서 정말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다.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너무 놀라운 사실 하나.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는 큰별쌤 말마따나 기전체의 관찬사서, 기사본말체의 사찬사서 등 형식적인 내용으로만 달달달 외웠었다. 조금 더 나아가면 한쪽은 왕의 명령으로 유학자가 쓴 역사서요, 또 다른 한 쪽은 스님이 쓴 야사라는 정도? 그런데..

 

그런데 우리 역사속에 이 쓸데없다는 것만 찾아 모은 분이 계세요. 바로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 입니다. ‘라는 한자에는 버리다, 유기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유사遺事라는 건 말 그대로 버려진 것들을 모은 역사입니다. 버려졌다는 말은 곧 이미 무언가를 취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선택된 것은 무엇이냐? 바로 삼국사기입니다. _P 018~019

 

당대 선택받은 이야기는 삼국사기였고, 버려진 이야기들은 삼국유사였다. 그런데 지금 잘 생각해보면 당대에 버려졌던 삼국유사지만, 현대에서는 삼국유사가 훨씬 쓰임새가 많은 책이 아닌가? 각 지역에 대한 전설, 설화 등 우리가 으레 판타지라고 칭하는 것들은 전부 삼국유사 안에 있다. 지자체 관광자원으로써도 손색이 없고, 각종 소설이나 드라마, 웹툰의 주제로 쓰여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각 지자체에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꽤 있고. 그 때는 쓸모 없다고 버려졌던 것의 부활이라고나 할까?!

 

이승만 대통령이나 자유당 의원들, 그리고 억지 논리에 힘을 실어준 지식인의 행동을 떠올릴 때마다 저는 개인의 선택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여러 대통령이 그토록 수없이 헌법을 바꾼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초대 대통령의 선택에 있지 않을까요? _P 057

 

소오름 돋았다. 큰별쌤은 여기서 미국 대통령 재임기간도 같이 이야기 하였다. ‘미국은 대통령 임기에 대해 1회에 한하여 재임을 허락한다. 유일한 예외가 있는데 그게 바로 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당시는 2차 대전이라는 전시 상황이라 네번 이나 연임하였고, 그 사후에 1회에 한하여 재임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생겼다. 그렇다면, 왜 루즈벨트 이전 대통령들은 3, 4선에 도전하지 않았나?’ 이 것은 바로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영향이라는 것. 조지 워싱턴은 정계를 떠나고자 하는 내 선택이 주의와 분별의 잣대에 비추어 바람직할 뿐 아니라 애국심의 잣대에 비추어서도 그릇되지 아니한 선택이라 믿는다라는 명 연설을 하며 대통령직을 내려 놓는 선택을 하였다. 그래서 이후 미국 대통령들도 당시 연임제한 조항이 없었음에도, 너무나 당연하게 재선까지만 하고 백악관을 나왔다는 것. 첫 단추가 왜 중요한지 비로소 깨달았다.

 

이승만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끝은 가히 좋지 못했다. 다들 권력에 눈이 멀어, 그 권력을 영구히 쓰고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이 피를 흘리는 경험도 했다. 분명 나름의 업적이 있었을건데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건 바로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조지 워싱턴 처럼 아름답게 내려왔다면, 권력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분열된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지금같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해도 모자랄 시국에 한국땅에서, 한국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으로 우리 일본정부’, ‘일한관계등의 망언을 뱉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역사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잉카제국을 몰락시킨 스페인. 그 선봉장에 있던 피사로. 나에게 그는 한 문명을 몰락시키고, 원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황금을 약탈했으며, 죄 없는 원주민들을 몰살시킨 아주 나쁜놈이다. 근데 이 과정에서 달리 생각하는 점이 있었으니..!

 

180명의 군사에 제국이 무너진 것은 피사로의 치밀함도 한몫 했지만 잉카 황제 아타우알파의 오만과 무지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아타우알파는 적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어요. 모를 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전혀 없었죠. 그저 나에게는 수만의 군대가 있다, 나는 태양의 신이다, 우리는 주변 부족과 싸워 항상 이겼다, 우리는 최강이다라는 생각에 파묻혀 있었을 겁니다. 아타우알파는 관성에 따라 늘 하던 대로 사고하고 늘 하던대로 행동했습니다. 그 안일함에 오랜 시간 쌓아온 문명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 것은 아닐까요? _P100

 

조선 말, 고종과 오버랩 되었다. 고종 역시 무지했고, 알아볼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자기 왕권을 지키기에 급급했다. 아타우알파는 피사로에게 자기 목숨을 살려주면 자기가 갇혀있던 그 방을 황금으로 가득 채워주겠다고 했다.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가는 대신 그들에게 이것저것 주었다. 그 곳에 있던 1년간 미국과 러시아에게 금광채굴권을, 프랑스에게 경의선 철도 부설권을, 또 러시아에게 벌목권을 주었다.

 

큰별쌤은 관행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를 이야기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관행에 빗대어 고종을 이야기 해본다면, 그 역시 대대로 내려온 관행에 의해 백성들이 일으킨 동학농민운동은 그저 반란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그건 관행에 어긋다는 일이기 때문에, 앞서 선조들이 했듯 총, 칼로 진압하려 했을 것이다. 독립협회에서 입헌군주제를 이야기 하는 순간, 조선의 관행과는 너무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독립협회를 깡그리 부순 것이다.

 

그리고 그 결말은 나라를 통채로 일본에 넘기고, 본인은 죽게 된 것 그리고 백성들을 지옥으로 밀어넣은 것이었다. 아무리 고종이라도 아주 조금 그 관행에서 벗어날 생각을 했다면, 조금이라도 변화하려고 했다면 어쩌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다른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입니다. ‘왜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걸까? 독재 정권으로 돌아가자는 거야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의 시간을 상상해보고 이해한다면 세대 갈등이 갈등을 넘어 혐오로 번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_145

 

큰별쌤은 말했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태극기 부대의 어르신들이 살았던 시기는 박정희라는 지도자와 미국이라는 우방이 소위 말하는 빨갱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주는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다고. 그래서 젊은 세대가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하는 건, 마치 자신들의 세계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 걸지도 모른다고. 나도 불과 얼마 전 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 한 기사에서 보았던 내용 중 경악할 만한 내용이 있었다. “일본은 과거사도 반성했는데 왜 자꾸 괴롭히느냐라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물론 저 태극기 부대에서 나온 말이었다. 저 말을 듣는 순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했던 그 마음조차도 싹 사라져 버렸다. 저런말까지 하면서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 한다는 건, 난 정말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 없다.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자신의 일생을 다 바쳐가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알려준 사람, 정도전과 김육 그리고 이회영.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고 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백성을 위해 혹은 나라를 위해 살았다. 정도전은 자기 일생을 바쳐 조선을 만들었다. 김육은 자기 일생을 바쳐 대동법이 전국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회영은 자기 일생을 바쳐 신흥학교를 설립하여 많은 독립운동가를 양성하였고, 본인 또한 독립운동을 하였다.

 

그렇다고 이들 처럼 나라를 위해 살아라? 그건 아니다. 다만 한번 뿐인 인생이라면 단순히 ○○○이 되고 싶다라는 명사형 꿈 보다는 □□를 하는 ○○○이 되고 싶다동사형 꿈을 꾸는 것이, 또 이왕 꾸는 꿈이 라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꿈을 꾸는 것이 좋지 않냐는 것이다.

 

살아가는데 직업은 무척 중요합니다. 어떤 직업을 가질 지 고민하는 만큼 뭉서을 위해서 그 직업을 원하는 지도 생각해 봐야 해요. 도전도, 용기도 좋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위한 도전이고, 무엇을 위한 용기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 최종 종착지는 동사의 꿈이었으면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_P214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들춰보면 정말 쓸대 없는 논쟁이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 바로 조선조 현종 때 펼쳐진 예송논쟁이다. 1차 예송은 효종이 죽었을 때

 

자의대비는 상복을 몇년간 입어야 하는가 였고 2차 예송은 효종비 인선왕후가 죽었을 때 자의대비는 상복을 몇년간 입어야 하는가 였다. 정말 지금의 눈으로 보았을 때 하등 쓸데없는 논쟁이다. 아마 당대 백성들 기준에서도 쓸데없는 논쟁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이런 논쟁을 할 여력이 있으면, 병자호란 후 피폐해진 백성들을 더 돌봐야 하지 않았을까.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러 논쟁거리가 있습니다. 어떤 논쟁은 엄청나게 뜨거워요.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다른 사람 사이에 살벌한 말들이 오가지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게 그만큼의 에너지를 쏟을 정도로 우선순위에 있는 일인지 말이죠._P267

지금 현대에 떠오르는 논쟁이 100년 뒤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 생각해보았다. 적어도 논쟁 같지도 않은 논쟁을 만들어 내고 있는, 한국에 살면서도 일본인의 마음으로 살며 갈등을 부추기는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금의 내가 예송을 바라보듯 부정적인 시각으로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다.

 

서인과 남인의 이념 싸움처럼 허무한 싸움에 나의 열정을 쏟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나의 뜨거움이 많은 사람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사하는 의미있는 것이라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향하는 곳으로 힘을 더하는 일이라면 더욱 온도를 높여 뛰어야 하죠. _P268

 

정말 이 책을 읽는 내내 큰별쌤이 직접 강의를 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더더욱 학교에서 큰별쌤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만약 내 학창시절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나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큰별쌤에게 직접 배운 제자들이 마냥 부러워진 하루였다.

 

 


​그런데 우리 역사속에 이 ‘쓸데없다’는 것만 찾아 모은 분이 계세요. 바로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 입니다. ‘유遺’라는 한자에는 ‘버리다, 유기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유사遺事’라는 건 말 그대로 ‘버려진 것들을 모은 역사’입니다. 버려졌다는 말은 곧 이미 무언가를 취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선택된 것은 무엇이냐? 바로 『삼국사기』입니다. - P19

이승만 대통령이나 자유당 의원들, 그리고 억지 논리에 힘을 실어준 지식인의 행동을 떠올릴 때마다 저는 개인의 선택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여러 대통령이 그토록 수없이 헌법을 바꾼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초대 대통령의 선택에 있지 않을까요? - P57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다른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입니다. ‘왜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걸까? 독재 정권으로 돌아가자는 거야’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의 시간을 상상해보고 이해한다면 세대 갈등이 갈등을 넘어 혐오로 번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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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1
유진선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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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휴가 시즌! 이 맘 쯤에는 여름 휴가 여행지를 이미 선택하고, 계획을 짜느라 들떠있어야 할 시간이지만, 올해의 나에겐 해당사항이 없나보다 ㅠㅠ 하 내 이야기지만 너무 슬픈 이야기... 직장인에게 제일 중요하디 중요한게 여름휴가인데!!!!!!!!!에잇 퉷퉷!!!!!!!!!!!!!!! 여름휴가를 못가는 아쉬움을 언제나처럼 여행가이드북과 함께하는 간접 여행으로 달래본다ㅜㅜ


그래서 이번에 선택한 간접여행지는 무려 북유럽이다. 이렇게 습하고 푹푹 찌는 날씨에 그 이름을 듣기만 해도 시원한 빙하, 북극을 체험할 수 있는 곳!

 

이 책에서는 북유럽 6개국에 대한 여행 정보가 담겨있다. 그 시작은 안데르센과 인어공주의 나라 덴마크, 최대 규모 이케아 매장이 있는 스웨덴, 최상급 연어가 나오는 나라 노르웨이, 무민의 나라 핀란드, 나는 잘 모르는 나라 에스토니아(..), 오로라의 나라 아이슬란드. 6개국 중 유독 한 나라는 생소하지만, 나머지 5개 국가는 TV에서 자주 봐서 그런가, 뭔가 익숙하다면 익숙하다!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보며 어떤 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예상을 할 수 있다. ‘북유럽에서 꼭 해봐야할 모든 것에는 북유럽 여행에 필요한 기본 정보등이 있을 것이고, ‘북유럽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에는 6개국에 대한 세부 정보가 있겠지?

 

Mission in Northern Europe

북유럽에서 꼭 해봐야할 모든 것

 

이 챕터에서 내 기준 제일 중요한 정보는 추천여행 일정이다. 북유럽, TV에서 아무리 많이 봤다고 하더라도 딱 거기까지일 뿐, 생소한 지역이니 초심자라면 이런 추천 여행일정을 따르는 게 좋다. 북유럽 6개국 기본루트는 1921일 일정이 실려있는데, 직장인에겐 정말 무리한 일정! 이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이 책에는 직장인들의 휴가에 맞춘 10일 이내 일정을 소개하고 있다.

 

 

직장인을 위한 10일 일내 일정이라는 것도 참 마음에 드는데, 심지어 테마별로 있다. ‘디자인과 쇼핑’, ‘도시와 자연’, ‘각 나라별 중심(노르웨이, 스웨던, 핀란드)’, 그리고 북극권’. 요새는 리프레쉬라는 명목으로 주 5(일주일) 간 휴가를 쓸 수 있는 회사가 많이 늘어 났다고 한다. 뭐 명목상으로는 우리 회사도 그렇긴 하다. 명목상이 아닌, 실질적으로 저런식으로 쉴 수 있는 회사도 많을테니 토일월화수목금토일이런 식으로 휴가를 쓰게 되면, 위의 추천일정으로 충분히 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회사 부럽 ㅜㅜ)

 

추천 일정 외에도 북유럽에 가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것들, 쇼핑 노하우, 저렴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 Q&A등이 실려있다.

 

9개의 Q&A 중 필수 정도 2개만 꼽아보자면..!

Q. 오로라를 잘 보기 위한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A.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밤이 긴 겨울, 그리고 조용하고 불빛이 적은 곳입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9월 중순 이후부터 4월까지, 그리고 북극권 지역에서는 10~3월까지가 적기이며, 특히 맑은 날씨, 불빛이 적은 작은 마을이나 국립공원 지역이 관찰의 최적의 조건이 되겠죠.

 

Q. 공공장소에서 화장실은 어떻게 해결할까요?

A. 북유럽에서는 화장실 사용에도 예외 없이 돈을 받아요. 기차역, 버스터미널, 백화점, 쇼핑몰 등은 전부 유료이며,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영수증에 적힌 번호를 눌러야만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요.

 

 

Enjoy Northern Europe

북유럽을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위에서도 언급했듯 이 책은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아이슬란드 6개 국가에 대해 각 챕터별로 소개하고 있다.


 

우선 각 나라 별로 주요정보를 첫 페이지에 할애했다. 해당 국가의 수도나, 인종, 공휴일 등 기초 정보부터 시작해서 해당 나라를 가면 꼭 알아야 할 간략한 역사, 그 나라에서 유명한 위인들에 대해서 알려준다. 그리고 여행 시 제일 중요한 !! 정말정말 중요한 여행하기 제일 좋은 시기, 대중교통 이용방법, 전화 및 인터넷 사용법 등이 있다.

 

안데르센과 인어공주의 나라 덴마크. 덴마크에 대해서는 크게 코펜하겐, 코펜하겐 근교, 로스킬데, 오덴세, 레고랜드를 주제로 소개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고 싶은 장소를 콕 집어 보자면 코펜하겐에 있는 인어공주 동상이다. 뭐랄까, 인어공주 동상은 ....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춘천에도 인어공주 동상이 있다. 의암호 주변에.

 

춘천, 그곳은 할머니가 계신 시골이었던지라, 시골을 갈 때마다 인어공주 동상을 볼 수 있었다. 너무 어려서부터 보았기 때문일까? 정말 그 때는 진짜 인어공주가 그 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꼭 이 길을 지나갈 때마다 아빠, 인어공주 동상 보고 갈래!’ 라며 차를 세우고 꼭 보고 갔더랬다. 그 때는 정말 동심가득한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내 머리통이 커지면서 시골을 가는 횟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어쩌다 시골을 내려가도 인어공주가 상상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였기 때문에, 그 곳에 인어공주 동상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그런 나에게 책 속에 나타난 덴마크 인어공주 동상은 어린시절, 인어공주가 정말 있을거라고 믿었던 어린 내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각 나라 간 챕터 사이 사이에는 짧다면 짧은 한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 에세이라고 해야하는게 맞는 걸..? 에세이처럼 보이는 이 짧은 글 안에는 북유럽 여행자에게 필요하지만, 가이드북에는 실려있지 않는 소소한 팁들도 들어있다. 예를 들어..

 

다양한 군것질거리, 복권과 시내 교통권 및 우표판매는 기본 중 기본이다. 중략심지어 스웨덴의 대표 편의점인 프레스뷔론의 일부 매장에서는 기차표, 장거리 버스표까지 구입 가능하고 무선 인터넷도 무료이다. 중략하지만 편의점이라고 24시간 영업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물론 시내 중심가의 일부 매장은 늦게까지 영업하지만 대부분 밤 11시 이전에 문을 닫는다. _P118~119

 

북유럽 4개국 중 덴마크는 편의점과 슈퍼마켓에서 제한없이 다양한 맥주를 살 수 있고 가격도 괜찮다. 하지만 나머지 3개국에서는 나름의 법적 제한조치가 있어, 이를 피해 싸게, 많이 맥주를 마시려는 다양한 천태만상이 펼쳐진다. 중략그러면 덴마크를 제외한 나머지 나라에서, 밤 늦게 맥주가 마시고 싶어지면 어떻게 해야될까?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알코올 3.5도 이하, 노르웨이에서는 3도 미만의 라트욀이라는 낮은 도수의 맥주를 구입할 수 있다. _P242~243

 

한국에서 커피 없이 몬 산다 싶은 사람르은 북유럽에서 만세를 부르고도 남을 것이다. 커피값도 생각보다 많이 비싸지 않고 (물론 다른 유럽처럼 테이크아웃이 더 저렴하지만), 판매하는 원두 종류도 많은 데다 가격도 한국보다 더 싸다. _P375

 

북유럽은 한여름에도 시원한 날씨가 지속된다고 한다. 일부 남쪽 도시들은 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긴 하지만, 지금 한국 땅에서 일어나는 폭염에 비하면 그 정도는 애교 수준! 무엇보다 공기 질이 다르다는 점!!! 이번 태풍이 오기 전 까지 우리 나라 하늘, 잿빛 하늘이었다ㅠㅠ 미세먼지도 정말 심각했다. 다가오는 여름휴가에는 단 열흘이라도 폭염을 벗어나,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다면... 북유럽 여행도 꽤 좋은 선택지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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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지음 / 열림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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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읽은 에세이, 아니 산문. 요즘은 너무 당연하게 이런 수필을 에세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데, 이 책은 산문이라고 했다. 그저 영어와 한글의 차이일 뿐인데 묘하게 산문이라고 칭해서 좋았다. 저자가 단어 하나에도 마음을 담아 글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랬을까? 읽기도 전인데 그냥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일기 혹은 그 날의 기분을 끄적였던 메모,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엮은 책이다. 이야기가 시간순으로 배열된 것도 아니다. 그저 나를 부른 이름’,‘너와 부른 이름’,‘우릴 부른 이름들이라는 큰 주제로 묶여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이름이라는 단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난 그 의미부여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지금도 듀스의 <여름 안에서>를 들으면, 열다섯, 이마에 좁쌀 여드름이 잔뜩 난 내 얼굴과 교실 바닥을 비질하던 뒷모습이 떠오른다. 이따금 내 뒤에 다가와 제 키를 재어보고 좋아했던, 이제는 피곤한 얼굴의 도시 노동자가 되어 있을 한 남자아이도. 그 애도 이제는 나처럼 예전보다 모든 일에 재미를 덜 느끼고 또 덜 놀라는 어른이 돼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서 그 시절 행복했니? 물으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라고 대답할 것맡 같지만. _ P 023

 

이마에 좁쌀 여드름이 나던 그 시절 들었던 그 노래. 듣기만 하면 그 시절이 눈 앞에 자동재생 되는 그런 노래. 나에게도 그런 노래가 있다. 그리고 지금도 tv에서 그 노래를 부르던 가수를 보면, 그 때가 생각난다. 뭣모르고 철 없던 나와 내 친구 A,B. 나는 신화를 좋아했고 AGOD를 좋아했고, B는 클릭비를 좋아했다. B는 당시 학교 방송반이기도 했기에, 매 점심시간 마다 노래를 틀어주는 역할을 맡았는데, 이게 나름의 권력이었을까? B는 자기가 좋아하는 클릭비 노래, 내가 좋아하는 신화, B가 좋아하는 GOD 노래를 매일 매일 번갈아 가면서 틀어 주었다. 지금은 아주 많은 시간이 흘렀고, 내가 그 가수를 좋아했다는 감정마저 사라졌지만, 그래도 그 때의 노래를 들으면 철없던 그 때가 떠오른다. 친구들과 함께 좋아하는 가수 이야기를 하며 들떴고, 점심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왔다는 이유만으로 행복했던 그 때가.

 

그러니 만일 제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린 제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지금 네가 있는 공간을, 그리고 네 앞에 있는 사람을 잘 봐두라고. 조금 더 오래보고, 조금 더 자세히 봐두라고. 그 풍경은 앞으로 다시 못 볼 풍경기고, 곧 사라질 모습이니 눈과 마음에 잘 담아두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_P133

 

내 자취가 남아 있는 공간이 사라지고, 사라진 그 모습을 본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이 공간이 사라질 거라고 미리 알았더라면, 그 곳에 있을 때 조금 더 소중히 여겼을텐데. 내가 이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여러 기록을 남겼을 텐데. 하지만 이건 뒤 늦은 후회일 뿐이다. 그 때의 나는 이 공간이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니까. 당연히 이 자리에 있을 거라 생각했었으니까.

 

사람에 대해서도 그렇다. 내 곁에 있는 이 사람은 평생 내 옆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한다.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나의 오만일 뿐. 사람은 어떤식으로든 헤어진다. 살아가는 중에 헤어질 수 도 있고, 죽음으로 헤어질 수 도 있다. 그러니 이 사람은 항상 내 옆에 있을 거라 당연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변함 없어서 지루할지도 모르는 이 일상이, 이 공간에서 이 사람과 보내는 이 시간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이니 그냥 흘려보내지 말자.

 

이해란 비슷한 크기의 경험과 감정을 포개는 게 아니라 치수 다른 옷을 입은 뒤 자기 몸의 크기를 다시 확인해보는 과정인지도 모르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작가라 이해를 당위처럼 이야기해야 할 것 같지만 나 역시 치수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다. _P252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정말 어렵다. 나는 이 사람을 이해한다고 했는데, 정작 이 사람은 나의 그런 이해를 되려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 만큼 누군가를 이해하기란 어렵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이해해주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 역시도 나를 이해한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어느 면에서 나를 이해했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투성이니까. 온전히 그 사람이 되지 않고 서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데, 대체 왜 이해라는 말이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

 

여느 때와 다름 없는 20144월 어느 날이었다. 난 그 날도 회사에 있었다. 그날 오후 우연히 실검에 떠있던 세월호라는 단어를 보았고, 그제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었다. 바다 한 가운데 커다란 배 한척이 고꾸라져 있었다. 그 배에는 많은 사람들이 탑승해있었고, 심지어 수학여행을 가는 고등학생들도 있었다고 했다. 전부 구조 되었겠지? 라는 생각은 필요가 없었다. 뉴스에서는 탑승객 전원 구조라고 대문짝 만하게 발표를 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비뚤어져있던 당시 정권에 잘 보이려는 거짓말이었다. 처음엔 전원이었던 구조 인원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 사이 배는 계속 가라 앉았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우리 정부는 사고 수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우리가 본 것과 같은 걸 아이들이 봤다. 배 안에서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걸. 다투어 생명을 지켜야 할 시간에 권리를 외치고 이익을 도모한 모습을. 도모를 가능하게 한 이 세계의 끔찍한 논리를. 아이들봤다. 어른들이 있는데서도, 없는 데서도. 그리고 자신들의 본 것의 의미를 알았다. _P260

 

이 사건은 해양사고로 다뤄지는게 아닌, ‘정치사건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누구의 의도였을까?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이 사고는 정치적 사건으로 변질되었고, 심지어는 희생자들을, 희생자 유가족들을 희화화 하기 시작했다. ‘해양사고’, ‘구조에 초점을 맞췄어야 했었을 이 사건은 이상하게 변질되어 갔다. 그리고 이 역시 잊혀져 갔다.

 

이런 식으로 시간의 힘을 빌어 얼마나 많은 이름들이 잊혀졌을까?

나는 얼마나 많은 이름을 잊어버렸을까?

내가 잊어버린 그 이름들이, 그때의 나에게 얼마나 커다란 이름들이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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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여성, 최초의 여성, 최고의 여성 -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를 정면돌파한 여성 100인
나탈리 코프만 켈리파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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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치 않게 좋은 사람에게 선물을 받은 최악의 여성, 최초의 여성, 최고의 여성. 그렇지 않아도 읽고 싶었던 책이 었다. 내 독서 취향이라면 취향이랄까,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정확히는 한, , 일 역사 속의 인물들) 역사 속 인물에 대한 책이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읽고 싶었는데!! 특히나 내 눈길을 끌었던 제일 큰 이유는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이 역사 주류에 서 있는 남성이 아닌, 언제나 역사 뒷편에 있었던 여성들이라는 점이었다.

 

지금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물론 아닌 나라도 꽤 많지만) 과거에 비하면 정말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여성의 권리가 높아졌다. 과거에는 그저 남편의 대를 이어주는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니었던 그런 역할에 그쳤다면, 지금은 그런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과거에는 여성의 정치 참여는 상상도 못할 일이 었다면, 지금은 여성이 나라의 수장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이러한 세상이 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희생되었을까?’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희생된 그녀들 덕분에 나는 이런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일텐데..

 

목차를 찬찬히 살펴보니, 책에 실린 100인의 여성은 대부분이 서양인이었다. 아무래도 프랑스인인 저자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동양보다는, 본인이 살고 있는 유럽을 포함한 서양 역사에 접근하는게 훨씬 편했을 테니. 나만해도 동양, 우리나라 역사 속 여성에 대해서는 꽤 많이 알고 있는 반면 서양 역사 속 여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 않나. 그런 저자가 우리 역사 속 인물인 선덕여왕을 이 책에 실었다는 것은 실로 놀랍기 그지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역사 속 인물이 더 소개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선덕여왕 말고도 최악이든, 최초든 이 책에 실릴 만한 여성들이 많이 있는데 말이다 ㅠㅠ

 

뭐 아쉬운건 아쉬운거고! 내가 과연 얼마나 많은 인물을 알고 있나 세어봤더니 이게 왠 걸! 고작 7명이다. 선덕여왕을 포함하여 아라곤의 캐서린, 서태후, 마리 퀴리, 아가사 크리스티, 마릴린 먼로, 미셸 오바마. 이렇게 딱 7.

 

서태후는 청나라 멸망사에서는 절대로 빼먹을 수 없는 여인이기에, 그녀와 관련된 책도 여러번 읽은 적이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추리 소설에서는 절대 빼 놓을 수 없는 작가이기도 하고, 나 역시 학창 시절 아가사 소설을 진짜 미친듯이 읽기도 했다. 마리 퀴리는 노벨상으로, 마릴린 먼로는 한 시대를 대표한 섹시 심벌이기에 당연히 알 수 밖에 없었다. 이래저래 이들에 대해서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해 나름 알고 있었다.

 

반면 아라곤의 캐서린이나 미셸 오바마는 오롯이 그녀들에 대해 알려고 한게 아니라, 그녀들의 남편 때문에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라곤의 캐서린은 그녀의 남편 헨리 8세의 미친 결혼력(...) 때문에 알게 되었고, 미셸 오바마는 당연히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그녀의 남편 버락 오바마 때문이었다. 그나마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이 두 사람에 대해서는 그 사람 자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게 아닌, 그녀들의 남편이 워낙 유명해서 곁가지(?)로 알게 된 것이었다. 참 뭐랄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묘하게 반성이 되는 부분이었다.

 

1.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를 선언하다: 올랭프 드 구주

전혀 몰랐던 이야기가 책 앞장에 나왔다. ‘올랭프 드 구주라는 여성이 발표한 여성과 여성 시민의 권리 선언. 그 면면을 들여다 보면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당시에는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 였다. 이 모든 권리를 주장하기에는 여성은 사람이었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였다는 이야기다.

 

프랑스 대혁명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성공을 이뤘지만, 혁명 세력은 권력을 잡자마자 온갖 수단을 동원해 여성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냈다. 루이 16세를 베르사유궁에서 끌어내 파리로 데려온 것도 파리 여성들이었다. 여성들은 프랑스 대혁명에 많은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여성들은 이내 실망했다. 프랑스 대혁명은 보편적 인권을 내세운 대혁명이었지만, 정치영역에서는 여성을 완전히 제외시킨 것이다. _P089

 

프랑스 대혁명을 담은 소설 레미제라블에서도 혁명군에서 여러 역할을 하는 여성들을 볼 수 있었다. 나에겐 프랑스 대혁명은 딱 거기까지 였다. 이후에는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정치가 있었고, 로베스 피에르는 본인이 만든 단두대에서 본인이 죽었다. 이정도?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메인 줄기로 만들어진 소설이나 만화가 많았기에, 딱 그런 것들 위주로만 봐서 그 뒤에 가려진 여성의 이야기는 솔직히 잘 모르고 있었다. 그냥 막연하게 그 당시에 많은 인권 신장이 일어났을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표면적으로만 그렇게 보였을 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바뀌지 않는 현실에 낙담하지 않았던 올랭프 드 구주는 오히려 더욱 목소리를 높여 여성의 권리선언을 발표를 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그녀는 그녀가 원하는 여성이 권리 신장을 보지 못했다. 로베스 피에르에 의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으니까.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은 그녀는 이 땅에 없지만, 그녀가 바라는 세상이 되었다는 점이다.

 

 

2. 최초로 왕의 공식적인 정부라는 지위를 부여 받은 여인 : 아녜스 소렐

프랑스 땅에서 진행된 영국과 프랑스의 전쟁, 백년 전쟁. 이때 샤를 6세는 자기 아들에게서 왕위 계승권을 빼앗았다. 샤를 왕세자는 그렇게 한 순간에 계승권을 박탈당한 비운의 왕자가 되어버렸다. 삶의 의지가 사라진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그런 샤를 왕세자가 아녜스 소렐이라는 여인을 만나고 변했다. 아녜스를 만나고 샤를 왕세자는 한 사람의 남자로써, 그리고 당당히 샤를 7세로 왕위에 올랐다.

 

샤를 7세의 총애를 받았으며 지성 또한 갖췄던 아녜스는 왕의 총애라는 영향력을 행사해 왕이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도왔다. 이리하여 광기에 빠진 샤를 6세의 폐위된 아들은 충성받은 왕’, ‘승리왕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게 된다. _P054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아녜스는 실의에 빠졌던 한 남자를 모두가 우러러 보는 왕으로 바꾼 여자라 칭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닥 부각되지 않았던, 아녜스로 인해 피눈물을 흘린 여성이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녜스는 왕비가 아니라 정부. 국어사전에서 정부를 검색하면 아내가 아니면서 정을 깊이 두고 사귀는 여자라는 사전적 의미가 나온다. 말 그대로 내연녀라는 점! 물론 이건 불법은 아니었다. 중세 유럽, 이 시기의 왕들은 이상하게도 정부를 참 많이 뒀다.(그 유명한 마담 퐁파두르도 루이15세의 정부이기도 했고) 뭐 여튼! 아녜스도 정식 왕비가 아닌, 샤를 7세의 정부였다. 샤를 7세를 제대로 된 왕으로 만들었다는 공로는 그녀의 권력이 되었다. 권력을 휘두르는 아녜스 뒤에서 눈물을 삼킨 여성이 있었으니, 그녀는 샤를7세의 부인, 마리 왕비다.

 

마리왕비만 있는게 아니다. 샤를 7세가 왕에 오를 수 있었던 제일 큰 이유 중 하나는 백년전쟁의 승리를 쟁취할 수 있게 했던 영웅, 잔다르크의 존재였다. 하지만 잔다르크는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불 길 속에서 그 명을 달리했다. 물론 잔다르크의 죽음에 아녜스가 관련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를 7세가 제대로 된 왕권을 행사하고, 아녜스가 그 권력을 누리는 데 못해도 왕비 마리와 잔다르크라는 두 여성의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아녜스는 최초로 왕의 정부라는 지위를 인정 받았으며, 샤를 7세라는 왕을 만든 최고의 여성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승자의 관점에서 일 뿐, 적어도 마리 왕비나 잔다르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녀는 최악의 여성일 지도 모른다.

 

3. 그리고..

이 책은 출현의 시대, 주장의 시대, 요구의 시대, 용기의 시대, 참여의 시대, 희망의 시대6 개의 시대로 구분하여 100인의 여성에 대해 기술한다. 시대 구분으로 보자면 고대 ~ 현대까지의 시대를 세분화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요구의 시대 까지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읽으면서 그녀들의 희생에 감사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점점 시대가 올라가면서 어느새 1800년대 후반을 지나 1900년대 초반의 여성들이 나타났고, 이 즈음부터 책을 읽는 내 마음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는 우리나라 역사로 구분하자면 아주 정확하게 조선 말기 ~ 일제강점기였기 때문이다.

 

무언가로 머리를 맞은 느낌이랄까? 다시 요구의 시대로 넘어와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곱씹고 보니 이미 이때부터 서양의 제국주의가 요동치기 시작했고, 영토를 확장한다며 여러 나라에 식민지를 세우기 시작하는 그 시기였던 거다. 그들의 제국주의는 아시아까지 넘어왔으며 어떤 나라는 그들의 식민지가 되었다. 또 어떤 나라는 그들의 제국주의를 자기들 방식으로 받아들여 나라를 개혁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웃나라를 침범했다.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제국주의를 들먹이며 조선을 침략했고, 그렇게 이 땅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 때 우리나라는 여성의 인권을 울부짖기는 커녕, 한 사람으로써의 인권조차 없었다. , 책 속에 나와 있는 당대 서양의 여성들은 여권을 신장한다는 이유로 자신을 희생한 위대한 사람이 되는 동안, 동시간대 우리나라는 여성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국민들이 서양에서 만든 제국주의 피해자로 전락했다는 사실이다.

 

뭔가, 책을 읽기 전에는 역사 속에 가려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는 다는 사실에 중점을 두었는데, 정작 읽으면서는 이 여성들이 활동하던 그 시대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이 시대 우리나라는 어땠지?라는 생각에까지 도달했다. 고대 ~ 중세까지는 가볍게 읽었다면 근대로 넘어오는 시기 부터는 가볍게 읽을 래야 가볍게 읽히지가 않았다. 특히 우리가 그런 암흑기에 이르게 된 제일 큰 이유가 일본이라는 건 빼도 박도 못하는 제일 큰 이유지만, 그 저변에는 서양의 제국주의가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책에 나온 모든 이들을 부정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그녀들이 위대한 영웅이 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수 많은 참극이 떠올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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