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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는 최태성!!! (외쳐! BIG STAR☆) 이렇게 꼭 외치고 싶었다. 큰별쌤은 나를 모르겠지만 난 온라인에 산재한 수 많은 그의 제자 중 한명이니까 ㅋㅋㅋ 큰별쌤 EBS 강의를 보고 한능검1급을 쉽게 땄고, 그 당시 머리속에 쏙쏙 들어왔던 그 내용들과 필기했던 노트로 몇 년 뒤 관통사 국사시험도 수월하게 합격! 정말 진짜 내 학창시절 국사쌤이 큰별쌤이었다면, 조금 더 빨리 역사에 관심을 가졌거나, 혹은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바뀌지는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좋아하는 선생님이다. 그래서 큰별쌤이 나오는 왠만한 방송은 지상파, 종편 할 거없이 거의 다 섭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큰별쌤이!! 국사 문제집이 아닌 !!! 책을 출간했다고 하니 이건 안 읽어 볼 수가 없는 것!!!!
물론 구입 하자마자 바로 읽지는 못했다ㅎㅎ.ㅎ.ㅎ 이제사 시간이 되서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내내 이 책을 다 읽어 가는게 너무 아까워서 정말 천천히 곱씹으며 읽었다.
쓸데없어 보이는 것의 쓸모
너무 놀라운 사실 하나.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스님의 『삼국유사』는 큰별쌤 말마따나 기전체의 관찬사서, 기사본말체의 사찬사서 등 형식적인 내용으로만 달달달 외웠었다. 조금 더 나아가면 한쪽은 왕의 명령으로 유학자가 쓴 역사서요, 또 다른 한 쪽은 스님이 쓴 야사라는 정도? 그런데..
그런데 우리 역사속에 이 ‘쓸데없다’는 것만 찾아 모은 분이 계세요. 바로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 입니다. ‘유遺’라는 한자에는 ‘버리다, 유기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유사遺事’라는 건 말 그대로 ‘버려진 것들을 모은 역사’입니다. 버려졌다는 말은 곧 이미 무언가를 취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선택된 것은 무엇이냐? 바로 『삼국사기』입니다. _P 018~019
당대 선택받은 이야기는 삼국사기였고, 버려진 이야기들은 삼국유사였다. 그런데 지금 잘 생각해보면 당대에 버려졌던 삼국유사지만, 현대에서는 삼국유사가 훨씬 쓰임새가 많은 책이 아닌가? 각 지역에 대한 전설, 설화 등 우리가 으레 ‘판타지’라고 칭하는 것들은 전부 삼국유사 안에 있다. 지자체 관광자원으로써도 손색이 없고, 각종 소설이나 드라마, 웹툰의 주제로 쓰여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다. 실제로 각 지자체에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꽤 있고. 그 때는 쓸모 없다고 버려졌던 것의 부활이라고나 할까?!
이승만 대통령이나 자유당 의원들, 그리고 억지 논리에 힘을 실어준 지식인의 행동을 떠올릴 때마다 저는 개인의 선택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여러 대통령이 그토록 수없이 헌법을 바꾼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초대 대통령의 선택에 있지 않을까요? _P 057
소오름 돋았다. 큰별쌤은 여기서 미국 대통령 재임기간도 같이 이야기 하였다. ‘미국은 대통령 임기에 대해 1회에 한하여 재임을 허락한다. 유일한 예외가 있는데 그게 바로 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 당시는 2차 대전이라는 전시 상황이라 네번 이나 연임하였고, 그 사후에 1회에 한하여 재임이 가능하다는 조항이 생겼다. 그렇다면, 왜 루즈벨트 이전 대통령들은 3선, 4선에 도전하지 않았나?’ 이 것은 바로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영향이라는 것. 조지 워싱턴은 “정계를 떠나고자 하는 내 선택이 주의와 분별의 잣대에 비추어 바람직할 뿐 아니라 애국심의 잣대에 비추어서도 그릇되지 아니한 선택이라 믿는다”라는 명 연설을 하며 대통령직을 내려 놓는 선택을 하였다. 그래서 이후 미국 대통령들도 당시 연임제한 조항이 없었음에도, 너무나 당연하게 재선까지만 하고 백악관을 나왔다는 것. 첫 단추가 왜 중요한지 비로소 깨달았다.
이승만 대통령 이후 역대 대통령들은 끝은 가히 좋지 못했다. 다들 권력에 눈이 멀어, 그 권력을 영구히 쓰고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이 피를 흘리는 경험도 했다. 분명 나름의 업적이 있었을건데도 불구하고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건 바로 이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조지 워싱턴 처럼 아름답게 내려왔다면, 권력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분열된 대한민국은 없었을 것이다. 심지어 지금같이 모두 힘을 모아야 해도 모자랄 시국에 한국땅에서, 한국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으로 ‘우리 일본정부’, ‘일한관계’ 등의 망언을 뱉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역사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잉카제국을 몰락시킨 스페인. 그 선봉장에 있던 피사로. 나에게 그는 한 문명을 몰락시키고, 원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황금을 약탈했으며, 죄 없는 원주민들을 몰살시킨 아주 나쁜놈이다. 근데 이 과정에서 달리 생각하는 점이 있었으니..!
약 180명의 군사에 제국이 무너진 것은 피사로의 치밀함도 한몫 했지만 잉카 황제 아타우알파의 오만과 무지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아타우알파는 적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어요. 모를 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해 알아볼 생각도 전혀 없었죠. 그저 ‘나에게는 수만의 군대가 있다, 나는 태양의 신이다, 우리는 주변 부족과 싸워 항상 이겼다, 우리는 최강이다’ 라는 생각에 파묻혀 있었을 겁니다. 아타우알파는 관성에 따라 늘 하던 대로 사고하고 늘 하던대로 행동했습니다. 그 안일함에 오랜 시간 쌓아온 문명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 것은 아닐까요? _P100
조선 말, 고종과 오버랩 되었다. 고종 역시 무지했고, 알아볼 생각이 없었다. 그저 자기 왕권을 지키기에 급급했다. 아타우알파는 피사로에게 자기 목숨을 살려주면 자기가 갇혀있던 그 방을 황금으로 가득 채워주겠다고 했다.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가는 대신 그들에게 이것저것 주었다. 그 곳에 있던 1년간 미국과 러시아에게 금광채굴권을, 프랑스에게 경의선 철도 부설권을, 또 러시아에게 벌목권을 주었다.
큰별쌤은 ‘관행’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를 이야기 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관행에 빗대어 고종을 이야기 해본다면, 그 역시 대대로 내려온 관행에 의해 백성들이 일으킨 동학농민운동은 그저 반란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그건 관행에 어긋다는 일이기 때문에, 앞서 선조들이 했듯 총, 칼로 진압하려 했을 것이다. 독립협회에서 ‘입헌군주제’를 이야기 하는 순간, 조선의 ‘관행’과는 너무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에 독립협회를 깡그리 부순 것이다.
그리고 그 결말은 나라를 통채로 일본에 넘기고, 본인은 죽게 된 것 그리고 백성들을 지옥으로 밀어넣은 것이었다. 아무리 고종이라도 아주 조금 그 ‘관행’에서 벗어날 생각을 했다면, 조금이라도 변화하려고 했다면 어쩌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다른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입니다. ‘왜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걸까? 독재 정권으로 돌아가자는 거야’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의 시간을 상상해보고 이해한다면 세대 갈등이 갈등을 넘어 혐오로 번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_145
큰별쌤은 말했다. 우리가 말하는 소위 ‘태극기 부대’의 어르신들이 살았던 시기는 박정희라는 지도자와 미국이라는 우방이 소위 말하는 ‘빨갱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주는 절대적인 존재로 인식되었다고. 그래서 젊은 세대가 박정희 대통령을 부정하는 건, 마치 자신들의 세계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 걸지도 모른다고. 나도 불과 얼마 전 까지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 한 기사에서 보았던 내용 중 경악할 만한 내용이 있었다. “일본은 과거사도 반성했는데 왜 자꾸 괴롭히느냐”라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물론 저 ‘태극기 부대’에서 나온 말이었다. 저 말을 듣는 순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했던 그 마음조차도 싹 사라져 버렸다. 저런말까지 하면서 박정희 시대를 그리워 한다는 건, 난 정말 이해할래야 이해할 수 없다.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 것인가.
자신의 일생을 다 바쳐가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알려준 사람, 정도전과 김육 그리고 이회영.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고 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백성을 위해 혹은 나라를 위해 살았다. 정도전은 자기 일생을 바쳐 조선을 만들었다. 김육은 자기 일생을 바쳐 대동법이 전국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회영은 자기 일생을 바쳐 신흥학교를 설립하여 많은 독립운동가를 양성하였고, 본인 또한 독립운동을 하였다.
그렇다고 이들 처럼 나라를 위해 살아라? 그건 아니다. 다만 한번 뿐인 인생이라면 단순히 ‘○○○이 되고 싶다’라는 명사형 꿈 보다는 ‘□□를 하는 ○○○이 되고 싶다‘ 동사형 꿈을 꾸는 것이, 또 이왕 꾸는 꿈이 라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꿈을 꾸는 것이 좋지 않냐는 것이다.
살아가는데 직업은 무척 중요합니다. 어떤 직업을 가질 지 고민하는 만큼 뭉서을 위해서 그 직업을 원하는 지도 생각해 봐야 해요. 도전도, 용기도 좋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엇을 위한 도전이고, 무엇을 위한 용기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 최종 종착지는 동사의 꿈이었으면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삶에서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_P214
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역사를 들춰보면 정말 ‘쓸대 없는 논쟁’이었다고 생각되는 것이 있다. 바로 조선조 현종 때 펼쳐진 예송논쟁이다. 1차 예송은 효종이 죽었을 때
자의대비는 상복을 몇년간 입어야 하는가 였고 2차 예송은 효종비 인선왕후가 죽었을 때 자의대비는 상복을 몇년간 입어야 하는가 였다. 정말 지금의 눈으로 보았을 때 하등 쓸데없는 논쟁이다. 아마 당대 백성들 기준에서도 쓸데없는 논쟁 중 하나이지 않았을까. 이런 논쟁을 할 여력이 있으면, 병자호란 후 피폐해진 백성들을 더 돌봐야 하지 않았을까.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러 논쟁거리가 있습니다. 어떤 논쟁은 엄청나게 뜨거워요. 입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이념이 다른 사람 사이에 살벌한 말들이 오가지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게 그만큼의 에너지를 쏟을 정도로 우선순위에 있는 일인지 말이죠._P267
지금 현대에 떠오르는 논쟁이 100년 뒤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 생각해보았다. 적어도 논쟁 같지도 않은 논쟁을 만들어 내고 있는, 한국에 살면서도 일본인의 마음으로 살며 갈등을 부추기는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지금의 내가 예송을 바라보듯 부정적인 시각으로 매우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을까 싶다.
서인과 남인의 이념 싸움처럼 허무한 싸움에 나의 열정을 쏟을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나의 뜨거움이 많은 사람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사하는 의미있는 것이라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향하는 곳으로 힘을 더하는 일이라면 더욱 온도를 높여 뛰어야 하죠. _P268
정말 이 책을 읽는 내내 큰별쌤이 직접 강의를 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더더욱 학교에서 큰별쌤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만약 내 학창시절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나은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큰별쌤에게 직접 배운 제자들이 마냥 부러워진 하루였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725/pimg_7440571782254331.jpg)
그런데 우리 역사속에 이 ‘쓸데없다’는 것만 찾아 모은 분이 계세요. 바로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 입니다. ‘유遺’라는 한자에는 ‘버리다, 유기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유사遺事’라는 건 말 그대로 ‘버려진 것들을 모은 역사’입니다. 버려졌다는 말은 곧 이미 무언가를 취했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선택된 것은 무엇이냐? 바로 『삼국사기』입니다. - P19
이승만 대통령이나 자유당 의원들, 그리고 억지 논리에 힘을 실어준 지식인의 행동을 떠올릴 때마다 저는 개인의 선택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여러 대통령이 그토록 수없이 헌법을 바꾼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초대 대통령의 선택에 있지 않을까요? - P57
역사를 공부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내 옆에 있는, 나와 다른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입니다. ‘왜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걸까? 독재 정권으로 돌아가자는 거야’라고 단정하기 전에 그들이 살아온 삶의 시간을 상상해보고 이해한다면 세대 갈등이 갈등을 넘어 혐오로 번지는 것만은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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