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어의 7번째 기능
로랑 비네 지음, 이선화 옮김 / 영림카디널 / 2018년 3월
평점 :
1. 바로 전 독후감에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끄적거린 적이 있습니다.. 비스므리한 감상이 들어 다시 한번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참 대단한 존재감입니다.. 뭔가 생각할 수 있고, 배울 수있고 그것을 행동과 사고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인간이 만들어가는 세상의 모든 사회적 방법론으로 볼때 개인적으로는 전 우주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존재일 지도 모를 일이라 생각합니다.. 뭐 전 우주의 어느 지점에 우리보다 뛰어난 존재들이 있는 지는 모르니 그러려니 하세요, 인간 스스로가 이끌어낸 무수한 이념과 성향과 사상과 행동과학과 수많은 이성적 판단과 정신적 영역의 모든 지식적 연결고리는 우주적인 시간적 개념으로다가 찰나의 순간에 이룩해놓은 것이고 또 빠른 속도로 진화해나가고 있는 것이죠, 단순히 생각과 사고와 동족의 종간의 일반적인 소통만 존재한다면 어느순간 그 단계를 넘어서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인간은 언어라는 대단히 지능적이고 관계지향적인 학습의 지름길인 언어를 스스로 만들어냅니다.. 단순한 소통의 단계에서 머물지 않고 그것을 자신들만의 기호적 언어로 서로 소통하고 그 증거를 남기기 시작한 것이죠, 이로서 인간은 자연의 기본적인 삶의 단계를 넘어서는 존재로 성장하였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러한 언어적 소통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학습과 생각의 반복을 이끌어내는 바탕이 되었을테니까요,
2. 사실 인간이 역사적으로 언어라는 소통의 방식을 자연적 종들간의 소통적 행위를 넘어 스스로 그 기록을 남기고 자신들만의 언어로 진화시킨 지는 아시겠지만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았습니다.. 뭐 제가 역사학자도 아니고 교과서에서 그렇다고 배운 기억이 납니다.. 일종의 상형문자를 기준으로 그들만의 방식과 기준에 걸맞는 언어의 영역으로 진화하면서 지역마다 그 틀들이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하기까지 과거를 되짚어보더라도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을겝니다.. 멀리보지말고 건너 중국을 기준으로 살펴보시더라도 거북이 등껍질에 기록을 남긴 지가 한3천년정도 전인가요, 아님 말구요, 여하튼 인간이 이러한 언어를 자의적으로 창조함에 따라 비약적인 발전과 엄청한 수준의 진화를 한순간에 이룩하죠, 말그대로 3천년만에 우린 거북이 등껍질에서 디지털 문자를 엄지손가락으로 쳐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러한 지식적 영역의 발전은 위대한 지식인들의 연구와 사상적 고찰들이 끝없이 이어짐에 따라 사회적 틀로 자리를 잡아온 것이죠, 그 중심에는 20세기 초중반의 유럽의 지식인들의 영향력이 지대했음을 또 우린 교과서에서 배웠습니다.. 그 배경의 중심이 되는 나라가 파리를 비롯한 주변 지역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닐겝니다.. 19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과학과 기술의 창의적 세상이 열리기 시작하고 1차대전과 2차대전을 걸치면서 수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새로운 이성과 지성들이 세상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를 혹사시키고 그들만의 지식적 기준을 만들어 서로 경쟁하고 보완하고 세상의 울타리를 촘촘하게 엮어나갔던 것이죠, 그런 사상과 이념과 철학과 구조과학과 문학적 이성들이 한곳에 모인 곳이 프랑스였습니다.. 그중에서 언어적 영역의 사회적 이론과 구조적 기호학에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었던 인물이 롤랑 바르트였구요, 그 롤랑 바르트가 1980년 교통사고로 사망을 합니다.. 근데 이 사망사건에 대한 소설적 음모를 로랑 비네라는 작가가 흥미를 가진 모냥입니다.. 이전 2차대전 당시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라는 나치를 르포적 방식으로 그려낸 'HHHH'라는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소개된 작가인데 이번에도 이런 역사적 팩트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끄집어냅니다.. 제목은 "언의의 7번째 기능"이라 명명되어 있습니다.. 제목부터 뭔가 고급진 느낌으로 보입니다..
3. 1980년 2월 25일 롤랑 바르트는 향후 프랑스의 대통령이 될 프랑수아 미테랑과 점심식사를 한 후 자신의 사무실로 오던 중 다가오는 트럭에 부딪혀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그리고 병원에 입원하죠, 하지만 바르트는 저명한 지식인인데다가 대단한 인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그의 교통사고를 조사하기 위해 수사관 바야르가 사건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과는 전혀 별개의 세상인 지식인들의 영역으로 들어서죠, 롤랑 바르트에 대한 주변 인물에 대한 탐문수사를 하던 중 바르트와 관련된 수업을 진행하는 시몽 에르조그라는 강사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가 추리하는 단서적 능력에 바야르는 그를 수사의 파트너로 끌어들이죠, 이렇게 이들은 바르트의 사건에 대해 조금씩 다가가게 됩니다.. 뱌야르는 사고 당시 바르트가 소지하고 있는 문서가 사라진 것을 알게 되고 그 문서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인가를 조사합니다.. 그리고 이 사고와 사건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인 지스카르 데스탱의 명령에 따라 움직게 됩니다.. 그 역시 롤랑 바르트라는 저명한 사회적 인사의 사고에 어떠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한 모냥입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해 있던 롤랑 바르트는 소설속에서 누군가에 의해 죽음을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단순한 교통사고에 대한 사건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한순간 살인사건으로 바뀌어버린 것이죠, 바야르와 시몽은 미셀 푸코와 바르트의 주변인물들과 관련된 단서를 하나씩 파악하기 시작하며 도대체 왜 그가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지식이 주는 또다른 세상속으로 파고듭니다.. 아마도 그 중심에는 로만 야콥슨의 언어의 6가지 기능과 함께 비밀스럽게 숨겨져있던 7번째의 기능을 롤랑 바르트가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도대체 이 언어의 7번째 기능이 무엇이길래 바르트를 죽음으로 내몰고 그 문서에 관련된 인물들이 위험속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요, 그 진실을 따라가보다보면 뭔가 대단히 고급진 공부와 지식의 향연을 머리속에 담게 되는 느낌입니다..
4. 이 작품은 로랑 비네 작가가 내세우는 서술적 방식인 특유의 역사적 팩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정확한 역사적 사실에 기인한 인물들인것이죠, 그리고 이 인물들의 행동과 상황들 역시 거의 대부분 역사속의 실제 벌어졌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가는 가상의 주인공들을 그 역사적 배경과 사실의 틈사이에 작가적 상상과 허구적 스토리를 끼워넣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판단할때에는 이 작품에서 가상의 인물은 바야르와 시몽외에는 없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은 롤랑 바르트라는 프랑스가 자랑스러워하는 역사적 지식인의 이야기입죠, 그리고 그 이야기속에는 그들이 함께 살아갔던 그리고 현재까지 살아오고 있는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또한 스릴러추리 독자라면 거의 모든 대중이 알만한 인물이 이 작품속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움베르토 에코라는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을 집필한 20세기 최고의 기호학자이자 언어학자가 등장합니다.. 그외에도 이 작품의 제목에서 비롯된 로만 야콥슨, 쥘리아 크리스테바와 그녀의 남편 솔리테르를 비롯해 미셀 푸코 등등과 그 시대의 사회적 역사적 사실들이 하나의 틀속에서 그려집니다.. 이들 모두 롤랑 바르트의 죽음과 그의 삶에 연결되어 있는 아주 중요한 인물들이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읽어감에 있어서 인물들 검색하는 시간이 읽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습니다.. 지식적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 독서였다고 보면 될 듯,
5. 그렇습니다.. 너무 모르는게 많고 사실 이 작품속의 이야기중에 아는 것은 바야르가 순간순간 드러내는 무지한 심리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대단히 공감가는 바야르입니다.. 이 작품속에서 바야르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언어학과 기호학과 구조학과 포스트모더니즘..... 20세기를 통틀어 사회적 철학과 사상과 이념속에서 지식적 정립을 이끌어내던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속의 이야기는 고농도의 지식적 퀄리티를 담고 있다고 봐야겠죠, 그렇다보니 읽는데 어려움이 좀 있었습니다.. 게다가 끊임없이 이들의 이야기의 주제들이 언어와 철학과 기호적 방법의 사회적, 정치적, 사상적 연결고리를 찾아나가는 틀을 가지고 언어라는 기능이 가진 대단한 영역적 권능을 드러내고자 하기때문에 쉽게 따라잡기 어려웠죠, 사실 언어라고 하지만 이 단어의 뜻을 찾아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단순히 말과 글로 알아들었던 이전과는 달리 언어의 정의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래야지만 이 작품의 의도를 적확하게 인지할 수 있을것만 같아서요, 그래서 찾아보니 언어란 제가 알고 있는 말과 글을 나타내거나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필요한 생각이나 느낌등에 따른 음성, 문자, 몸짓등의 수단으로 일종의 사회적 관습체계중 하나라는 것이죠, 거창하지만 인간관계에 있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소통의 시스템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회적 관계를 이어나가는 소통의 중심인 언어가 가진 능력은 단순한 정보교환과 서로의 말과 글의 전달이 아닌 대단히 중요한 기능이 있다는 것이죠, 자, 여기서 로만 야콥슨의 언어의 6가지 기능을 간단하게 알고 넘어갑시다.. 그는 언어가 가진 기능을 정보전달, 감정표현, 명령, 친교, 메타언어, 시적 기능으로 분류를 했습니다..(정확한것은 함 찾아보시길,) 현재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서 언어가 주는 대체적인 기능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빠진 7번째 기능이 이 작품의 이야기구요, 그 중심에는 지식인들의 힙합배틀과도 같은 대단히 흥미로운 로고스클럽의 모임이 있습니다.. 이 로고스클럽이라는 모임을 이 소설속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또 비밀스럽게 이어집니다..
6. 이 소설은 그 시대, 즉 1980년 초반의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중앙유럽의 시대상을 대단히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린바와 같이 이 시대와 상황들은 역사적 팩트라는 점이 중요하죠, 작가인 로랑 비네는 역사적 사실을 중심으로 개인과 비밀스러운 삶의 영역에 국한된 상상의 이야기를 덧입힙니다.. 롤랑 바르트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죽음을 당한 역사적 사실속에 작가 자신이 그려낸 사회적 음모와 국가적 음모가 담긴 것이죠, 그게 진실이든 허구이든 상관은 없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소설이니까요, (물론 얼마전 역사적 인물인 프랑스의 한 여성 지식인 -소설속에서도 중심이 되는 주변인물입죠- 의 숨겨졌던 진실이 드러남에 따라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의 음모가 거짓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로랑 비네라는 작가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바야르의 시선만 따라가면 재미집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 작품의 제목을 고민하고 그 영역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너무 많은 지식적 상황을 배치할 수 밖에 없었나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일반 대중독자로서는 읽어나감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굳이 이런 지식적 인물들의 여러 역사적 상황을 끝없이 보여줄 필요까지 있었나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20세기를 살았던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시대의 지식인에 대한 이름만의 인지일 뿐이라도 알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이 주는 교육적(?!) 역할은 충분히 고마웠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교육이 재미지진 않죠, 그러나 꼭 필요한 부분이긴 합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대중적인 인문역사소설정도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로 전 이 작가 로랑 비네의 작품적 구성과 조사와 고찰과 지식적 능력에 따른 고생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라는 점에서 조금 좋은 평가를 해야되지 않을까 싶은데 재미는 없습니다..그러나 아무나 이런 작품을 집필하진 못할 것 같아요, 흠, 말이 많군, 그냥 별점 작게 주면될걸,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