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것에 대한 분노
베키 매스터먼 지음, 박영인 옮김 / 네버모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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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이가 들어갈수록 감정의 조절이 더욱 어려워집니다.. 특히나 분노가 슬픔과 관련된 감정은 참 제어하기가 어려워요, 오히려 온갖 기쁨과 즐거움을 무표정과 아닌 것처럼 꾸며댈 수 있는데 분노스럽거나 슬퍼지는 상황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죠, 왜 그럴까 생각해봤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이러한 슬픔이나 분노를 참아내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는데 그리고 기쁘거나 즐거움을 표현하는데 대한 거부감이 없었는데 세상에 대한 여유가 사라진 것일까요, 조금씩 세상속에서 자신의 삶과 생각과 감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생채기를 당하고 그 상처가 아물어 감정이 둔탁해진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세상속에서 내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씩 스스로와 주변에 대한 감정의 틈이 벌어져버린 것일수도 있구요, 아님 말그대로 감정의 포용력이 오히려 그동안 직시하지 못했던 세상의 분노와 슬픔에 대한 진정한 감응을 하게 된 것일지도 모를 일이지요, 그동안에는 세상속에서 분노하고 슬퍼해야할 일보다 나 자신의 삶의 좋은 것만 바라보고 살아온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서야 세상의 다른 곳도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조금이라도 세상속에 외면되어진 모든 죽어가는 것과 아파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제속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것일지도,


    2.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그렇게 나쁘고 슬픈 일인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죽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단지 늙어 스스로 힘이 딸리는 상황까지는 아니니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이겠지요, 여하튼 나이를 먹고 세상에 대한 시선이 한뼘 정도 넓어진 것에 대한 나이듬의 매력은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많은 책을 읽지는 못하지만, 물론 자계서나 인문서를 통한 사회적 지식을 쌓지도 못하지만, 나름의 대중소설과 장르소설이지만 그럭저럭 세상속의 여러 허구의 인물들을 통해 또다른 삶의 모습과 생각을 넓어짐을 어줍잖게 깨우칠 수 있으니 그 또한 나쁘지 않죠, 좋은 책, 똑똑한 책에 집착하는 남들은 이런 저를 우습게 여길지 몰라도, 여하튼 나이 듬은 그렇게 나쁘지 않더군요, 특히나 이런 작품을 읽을때면 더욱 나이 듬이 주는 매력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목조차도 매력적인 "죽어가는 것에 대한 분노"입니다.. 이 작품은 거의 환갑에 가까운 한 퇴직 FBI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격하고 잔인한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소설입죠, 좋습니다..


    3. 시작과 동시에 한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드러내는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는 그동안 몇명의 나이 든 여성을 납치하여 강간과 살인을 저지른 연쇄살인범인 듯 보입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암석을 줍는 한 여인에 집중하고 있죠, 그리고 그 여인에게 다가갑니다.. 여인을 납치한 남자는 제럴드 피질이라는 인물로 밴으로 그녀를 끌고가서 범죄를 저지를 작정입니다.. 하지만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여인과 그는 싸움을 벌이게 되죠, 그리고 시간은 열흘전으로 되돌아갑니다.. 아마도 동일한 여성인 브리짓 퀸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 여인은 평생을 FBI에서 활약한 후 어떤 용의자를 임의로 살해한 이유로 불명예 퇴직을 하죠, 그리고 뒤늦게 새로운 인생을 만들어나갑니다.. 그러던 중 과거 7년전 자신이 교육시키고 함께 사건을 담당했던 제시카 로버터슨의 실종사건에 대한 진범이 밝혀진 것이죠, 연쇄살인범으로 총 7건 가량의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잡지 못해 미결되었던 살인사건의 내막에 우연히 고속도로에서 한 남자를 체포했고 그 남자가 66번 고속도로 연쇄살인사건으로 명명한 미결 사건의 살인자임을 자백받은 것이죠,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렸던 제시카의 사체가 있는 곳으로 브리짓 퀸은 동행을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담당 수사관인 로라 콜먼은 현재 잡힌 살인자 플로이드 린치에 대한 의문을 브리짓에게 제시하죠, 그리고 브리짓은 자신의 책임과 과오로 인해 과거의 사건에 대한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역시 의구심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누군가에게 살해될 위협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이즈음에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제럴드 피질이라는 사이코패스와 브리짓의 싸움이 다시 연결되기 시작합니다.. 과연 이들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또 이후에는 어떤 사건으로 이어질까요,


    4. 매우 빠른 속도감과 상황적 스릴감이 가득한 작품입니다.. 물론 무엇보다 이 작품의 캐릭터가 주는 매력이 가장 중심이 되는 작품이기도 하죠, 이 작품은 1인칭 시점으로 퇴직한 FBI 수사관인 브리짓 퀸이라는 여성의 심리와 시점을 따라가는 구도로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그녀의 감성과 심리와 상황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노년의 수사관의 입장을 바탕으로 세상에 대한 직관을 아주 담담하면서도 침착하고 차분하게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어떤 위협과 상황적 위기가 닥치더라도 퀸은 자신이 수십년동안 만들어온 영역속에서 자신이 해야할 상황적 역할을 아주 현실적으로 잘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작가는 이 여성으로 하여금 그녀가 현재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인생의 영역과 과거 그녀를 지탱해온 범죄의 영역에 대한 대비적 감성과 혼란을 무척이나 실감나게 표현해내고 있죠, 이로 인한 독자적 공감도 상당히 뛰어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럼에도 진지하게만 흘러가진 않습니다.. 60세에 가까운 여성임에도 이 작품속의 브리짓이라는 캐릭터의 성향은 매우 활동적이며 젊음이 묻어나는 속도감이 가득한 매력이 철철 흘러 넘치는 역할을 작품의 끝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5. 흥미롭고 속도감 넘치는 가독성이 가득한 스릴러소설이라는 점은 이 작품의 큰 장점입니다.. 일반적인 캐릭터가 아닌 상황이 주는 매력도 대단하구요,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흐름과 사건의 개연성도 그렇게 나쁘지 않아서 꽉찬 스릴러소설로서의 즐거움이 있죠, 하지만 뭐랄까요, 다 좋은데 뭔가 조금은 아쉬움이 드는건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여성 브리짓 퀸을 보면서 마이클 코넬리의 테리 매케일럽이나 나이 든 해리 보슈를 떠올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보니 독자로서 코넬리의 작품 성향적 진행이 자꾸만 머리속에 그려졌던 것일지도 모르겠구요, 매스터먼 작가님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가 느낀 코넬리의 소설속의 구성적 조사방법이나 내용들이 주는 꼼꼼함이 이 작품속에서는 조금 허술하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대단히 꽉찬 상황적 구성이 진행되어지지만 미스터리한 연쇄살인마를 찾아나가는 방법적 측면에서 로라 콜먼이 제시한 단서와 플로이드 린치로부터 시작되어 이어지는 사건의 연결 자체가 조금 전문적이지 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FBI라는 내부적 갈등과 과거를 어떻해서든 봉합하려는 조직의 진실 은폐 의도를 설명하긴 했지만, 또한 브리짓을 수십년간 보아온 주변인물들의 시선과 역할적 고립을 이끌어가나는 방식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일겝니다.. 이제는 나이가 들고 감성이 여려진 여성의 입장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상황에 대한 동질적 감응이겠죠,


    6. 솔직히 이 작품에서 불평이나 불만을 제시할 정도의 나쁜 점을 찾지는 못했어요, 그냥 읽다보니 더 좋았으면 하는 요구적 독후감이 나왔을 뿐이죠, 무척이나 매력적인 캐릭터의 진행과 향후 이어진 작가의 시리즈가 궁금한 이유만으로도 이 작품이 저에게 전해준 감상은 매우 즐겁습니다.. 중간에 읽으면서 이 캐릭터 자주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작가의 이력을 한번 훑어보니 역시나 브리짓 퀸이 다음의 작품들에서도 꾸준히 등장하더군요, 그래서 읽으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이 작품의 다음 시리즈도 볼 수 있겠구나싶었습니다.. 모르겠어요, 이렇게 세상의 단짠을 모두 겪은 인물로 엮인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젊고 매력이 넘치는 활동적이고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을 지도 모를 세대의 활약도 좋지만 아무래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삶이 어떻게 이어지는 지를 조금이라도 인식하는 연륜의 범죄 전문가가 그려내는 사건 해결기가 저에게는 더 적합한 지도, 그래서 저로서는 이 작품속의 브리짓 퀸이나 코넬리의 해리 보슈나 테리 매케일럽을 조금 더 가치있게 여기는 것일 지도, 그래서 좋습니다.. 이 작품이 주는 모든 감성과 액션과 스릴러와 범죄적 파괴성마저도, 무척이나 생생하고 현실적인 노년의 여성 퇴직 FBI의 감성 짙은 상황적 공감도 말이죠,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하기사 요즘 시대에 60살이면 거의 젊은 축에 들어가죠, 환갑잔치한다면 욕먹을 시대입니다.. 최소 잔치는 팔순부터,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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