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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 것이었던
앨리스 피니 지음, 권도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1. 가끔 저는 거짓말을 합니다.. 아니죠, 자주 한다고 봐야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게 저를 위한 것이든, 주변의 다른 이를 위한 것이든, 거짓말은 늘 합니다.. 특히나 아이들과 관련되어 하는 거짓말은 수도 없죠, 솔직히 저 편할려고 아이들에게 하는 거짓말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여태껏 살면서 해온 거짓말만으로도 건물을 짓는다면 바벨탑을 쌓고도 남았을 법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거짓말은 자신을 방어하고 위로하고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타인을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손 치더라도 광의의 의도는 자신에게 이로운 방법으로 택한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렇듯 거짓말은 참으로 인간과 익숙합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러한 거짓말들은 인간의 삶속에서 자연스럽게 흡수되어지는 것들이죠, 알게 모르게 서로 이해하고 눈감아주는 그런 사소한 거짓말들입니다.. 보통은 서로에게 문제가 되지않을 상황적인 면을 해소하기 위한 단순한 거짓말이 대부분일테니 말이죠, 특히 저로서는 없는 살림에 아이들에게 한결같이 그들의 요구를 뒤로 미루는 거짓말을 애용합니다.. 그리고 어느순간 또다른 거짓말로 아이들은 납득시키죠, (아빠, 이거 사죠, 지금은 안돼, 나중에, 나중에 언제?, 아빠 월급 받으면, 아빠 왜 안사줘?, 아빠가 사줄려고 했는데 너네 그 돈가지고 여행갔잖아, 여행 재미 없었어?, 아니, 앞으로 두달은 참아야돼, 그럼 나중에 돈 있을때 꼭 사줘야돼?, 콜!)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가능하면 스스럼없이 소통하려고 하죠, 가능하면 약속은 꼭 지키려고 합니다.. 아이들이라고 자신들의 요구가 어떤 식으로 변질되는 지를 모르지는 않을겁니다.. 그들만의 어른들의 거짓말을 받아 넘기는 또다른 방법일테니까요, 물론 가능한 한 약속은 지킨다는 부모로서의 진실은 꼭 보여주는게 중요하겠죠, 그런 식의 아이들과의 친밀감과 가족으로서의 모든 것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의 삶의 기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가족이라는 것이 이 세상, 이 사회, 이 삶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관계적 원천일테니까요, 가족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서로 신뢰를 무너뜨리면 세상속에 놓인 존재는 언제나 불안하고 두렵고 외면당하기 일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으로서 좀 더 그런 생각이 짙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부와 형제, 가족간의 불안적 감성이 가져다주는 불신과 두려움은 아주 큰 상처로 자리매김하기도 하죠, 이 작품 "원래 내 것이었던"이라는 작품은 그런 인간의 내면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한 연약한 심리의 관계적 두려움을 가진 여성을 중심으로 심리적 불안감을 적절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원제처럼 가끔 나는 거짓말을 합니다..
3. 앰버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전문여성이죠, 과거 그녀는 방송국 리포터로서 활동을 했으나 현재는 라디오 방송의 서브 MC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출연하는 방송은 '커피 모닝'이라는 아침 프로그램으로 그 방송의 중심인 매들린이라는 중년의 여성은 아주 성격이 이중적이면서 가식적인 방송인의 전형이죠, 방송으로 보여지는 전문여성으로서의 매력과는 별개로 방송 밖에서는 아주 지랄맞은 이기적인 여성의 모습입니다.. 그런 매들린에게 앰버는 눈에 가시같은 존재인 모냥입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전 앰버는 피디인 매튜에게서 매들린이 자신과 함께 방송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통보를 받게 되죠,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조를 통해서 매들린에게서 자신이 쫓겨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을 모색합니다.. 그리고 또다른 챕터가 등장하죠, 갑자기 앰버는 코마에 빠진 의식불명의 상태로 정신만으로 주변을 파악하는 상황이 보여집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앰버가 크리스마스 이후 박싱데이에 사고로 현재 병원에 입원한 모습입니다.. 그녀는 의식이 또렷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그녀의 상태는 의식불명인 것처럼 보입니다.. 또 다음으로 이어지는 또다른 챕터는 과거의 한 여자아이의 일기장입니다.. 어떤 연관성이 있는 지는 뒤에 밝혀질 지 모를 일입니다.. 이 일기장에서는 자신의 부모와 마찰을 겪고 친구가 없는 외롭고 혼자인 아이의 모습이 자세하게 그려집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앰버라는 여성의 기준에서 펼쳐져나가죠, 과연 그녀가 코마에 빠진 이유가 뭘까요,
4. 이 작품은 아주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작품입니다.. 읽는 내내 왜 다쳤지라는 전제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기는 느낌이 매우 재미진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이러한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 각각의 시간적 구성을 달리하여 독자들에게 다가옵니다..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벌어진 사건에 대한 농밀한 사전계획과 함께 갑툭튀처럼 펼쳐진 충격적인 코마상태의 사건 발생후의 이야기가 그려지죠, 단순히 이 두가지의 내용만으로도 독자들은 충분히 궁금할터이지만 작가는 한번 더 나아갑니다.. 근원적인 궁금증을 들춰내기 위해 작가는 누군지 알 수 없는 한 여성의 과거 어린시절의 일기장을 제시합니다.. 우린 읽는내내 이 일기장의 주인이 앰버라는 인물이라는 상상으로 궁금증을 이끌어나가지만 진실은 그녀일 수도, 아님 또다른 누구일지도 모릅니다.. 단지 우린 이 일기장의 인물에 대한 감성적 박탈감과 환경적 두려움을 현재의 인물들과 함께 엮어보려고 노력할 뿐이죠, 그리고 후반부에 후두부를 강하게 내리치는 듯한 반전의 묘미는 상당히 뛰어납니다.. 앰버라는 인물의 성향과 그녀의 삶을 토대로 이야기는 아주 섬세하고 구체적이고 농밀한 감정선을 긴장감 넘치게 엮어갑니다.. 특히나 코마상태의 아무것도 파악할 수 없는 그녀의 의식의 흐름만으로 이어지는 챕터는 대단한 심리적 스릴러의 즐거움을 주기도 합니다..
5. 개인적으로 근래 읽어보게되는 영국 심리스릴러의 작품들이 보통 여성적 시선과 심리를 중심으로 하는 작품적 경향이 짙습니다.. 사회적 약자의 개념을 전제로 한 여성의 모습들 속에서 이런저런 이중성과 허울을 비롯한 사회적 부조리를 드러내는 작품들을 개인적으로는 많이 읽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혼란스러운 여성의 심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대단히 심도깊게 그려내는 작품들이 많았죠, 이 작품 또한 그런 느낌이 짙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동안에 제가 접한 심리스릴러보다는 좀 더 개인적이고 사생활적 엿보기를 중심으로 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재미는 있으되 이로 인한 반향이 오랫동안 남는 작품은 아니라고 느꼈구요, 개인적으로는 여느 작품들과 다른 이 작품만의 매력은 딱히 눈에 띄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물론 의도된 반전에 즐거움을 느꼈긴 하지만 그 또한 예상가능한 시나리오의 1순위가 그대로 반영된 상황인지라 그러려니 했던 느낌이구요, 대단히 끈끈하게 이어나가던 궁금증을 유발하는 긴장감 넘치는 심리적 연결은 어느샌가 헐거워져 자연스럽게 풀어져버리는 느낌이어서 조금 안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6.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무척 매력적인 심리스릴러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이정도 독자적 궁금증으로 소설의 내용에 집중시키는 작품도 그렇게 많지는 않을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한 여성의 일기장에 나오는 이야기대로 이 작품이 좋은 이유 세가지를 정리한다면, 첫째 쫀득쫀득한 심리적 압박감이 적절하게 그려진 매력적인 심리 스릴러라는 점, 둘째 앰버라는 여성이 보여주는 혼란스러운 감성과 심리적 불안이 궁금증을 유발시킨다는 점, 셋째 무엇보다 짧고 굵고 깔끔한 심리스릴러라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 뭐 이정도로 이 작품의 매력을 갈음할까 합니다.. 근데 요즘 국내에 출시되는 이런 여성적 시선의 혼란스러운 감성적 불안감을 중심으로 스릴러적 감각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유행인가 싶기도 하네요, 아무래도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범죄적 성향의 크라임스릴러의 양상에서 조금은 더 개인적이고 공감적 동조가 가능한 심리적 스릴러의 대중성이 더 와닿는 모냥입니다.. 하지만 너무 과하면 식상해질 우려는 염두에 두면 좋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충분히 즐겁긴 하지만, 땡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