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계곡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0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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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리즈를 읽는다는게 참 그러네요, 순서대로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게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야함에도 뒤죽박죽으로 시간적 개념이 없는 시리즈를 오랜 기간동안 읽어나간다는게 뭐랄까요, 좀 안타까운 느낌이 듭니다.. 게다가 번역작품의 경우 동시대적 작품의 시리즈를 만나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국내독자로서 참 거시기한 껄쩍지근함을 느끼곤 합니다.. 특히나 아주 뛰어나고 좋은 캐릭터의 작품을 꾸준히 만나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여러 국내 사정과 이유로 인해 제대로된 상황적 연결이 어려워진 출판문화를 대할때면 더욱 이러한 안타까움이 커지곤합죠, 뭐 이러튼 저러튼 그동안 십년 가까이 시리즈를 접해온 걸로 보이는 소장중이던 마이클 코넬리 작품의 어중간한 마무리를 이제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시리즈를 읽어오는 시간동안 앞뒤좌우 전혀 상관없이 혼란스러운 맥락을 수십번을 곱씹어보고 뜯어보고 난 뒤에야 이번에 읽은 작품이 아, 이 시절의 이 상황에 연이어 이루어지는 작품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이렇게 시리즈를 읽어나가는 것이 얼마나 맥락과 재미에 악영향을 미치는가를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의 작품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재미를 느꼈던 작품이 아무래도 "시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들 그러실거라 생각합니다.. 그 전에 제가 해리 보슈 시리즈의 1,2편을 십수년도 전에 읽어본 적이 있었지만 그 당시 코넬리횽의 표지사진은 말그대로 뽀글한 머리의 젊은이였던 기억이 납니다.. "시인"에서부터 코넬리횽은 듬직한 중년의 아저씨더군요, 그래서 갸가 갸인줄은 몰랐던 기억이 납니다..


    2. 그렇게 국내에서 나름 "시인"이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시켜주고 나서 나온 작품이 해리 보슈의 시리즈의 하나인2004년작인 10편 "시인의 계곡"입죠, 그때까지만해도 국내 스릴러시장의 특성상 단행본을 위주로 살째기 분위기를 띄우는 입장으로 발을 한번 담궈보고 션찮으면 빼버릴 생각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시인"이라는 작품이 주는 아주 대단한 추리와 스릴러와 코넬리 특유의 상황적 긴장감과 충실한 내용적 구성이 여러 독자들에게 어필한 면이 있었던 모냥입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시인의 계곡"인 해리 보슈 시리즈의 중간정도 되는 작품이 어떻게 보면 제대로된 출간의 시작점을 맞은 것이죠, 그 뒤로 시리즈가 꾸준이 이어져나왔지만 저로서는 이 처음같은 "시인의 계곡"을 가장 마지막에 읽게 되는 아이러니를 가지게 된 것입니다.. 고로 십년 가까이 묵혀놨던 작품으로 소장 작품의 피날레를 만든 것이죠, 거의 처음 시작이 "시인"이었던 것처럼 형식상으로 마지막 작품으로 제가 펼친 것이 "시인의 계곡"이란점은 우연찮게도 이런 연속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아무 쓰잘데기없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국내 장르스릴러대중문학시장에서 이처럼 시리즈가 나름 잘 형성되어 나온 작품도 드문 현실이니 혹여라도 저같은 분이 있으시면 부디 처음부터 시간별로 이어지는 작품의 내용으로 이어가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고로 제가 예전에 올린 코넬리의 작품 연대기( https://blog.naver.com/nanjappans/220926342425 )를 한번 보시고 시간상으로 국내 출시 작품이 이제서야 어느정도 구색을 맞춰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시고 독서를 해보시면 좋으실 듯 싶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전 지금 "드롭"이라는 작품을 생전 처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3. 국내에서는 같은 시기에 출시가 되었지만 원래는 "시인"이 나온 이후 8여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시인의 계곡"이 나왔죠, 국내에서는 그 시간을 뛰어넘고 바로 시인을 다시 대면하는 것이었습니다.. 뭐 결과론적으로 저로서는 시간적 간격이 이리저리 맞게 작품을 읽은 경우가 되었지만 여하튼 국내 출시 영미번역 스릴러소설은 시간적 배경이 뒤죽박죽이라는 점은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냥 줄거리로 갑시다.. 그렇게 "시인"이라 불리운 연쇄살인마는 누구인 지, 전작인 "시인"에서 밝혀졌던 모냥입니다.. 그리고 그 작품속에서 "시인"이 제대로 죽었는 지는 확인되지 않았죠, 그리고 이번 작품 "시인의 계곡"에서는 그가 살았다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그 당시 사건의 수사 당사자인 레이첼 월링이 이번 작품의 중심 인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해리 보슈 시리즈죠, 주인공은 보슈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현재까지 집필된 시리즈의 딱 중간정도 되는 작품입죠, 이 작품에서 해리 보슈는 경찰은 은퇴한 후 사립탐정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예전 자신이 함께 일한 적이 있던 테리 매켈럽의 아내가 찾아오죠, 테리가 심장발작으로 죽음을 당한 후(정말, 갑자기) 그의 사인이 사고사가 아닌 타살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테리가 유일하게 믿는 살마인 해리 보슈에게 진실을 밝혀달라고 합니다.. 해리는 그러겠다고 하죠, 그리고 동시간의 레이첼 월링에게는 FBI가 비밀리에 수사중인 연쇄살이사건의 살인마가 드러낸 증거에서 레이첼을 끌어들이는 형태를 띕니다.. 그들은 이 연쇄살인자가 예전의 죽지 않은 "시인"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레이철을 수사상황으로 불러들이죠, 이렇게 두가지의 사건은 맞물려 흘러갑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는 해리의 입장에서 테리가 수집하던 사건의 내막과 그로 인해 발생했을 지도 모를 타살에 염두를 두고 하나씩 상황을 짜맞춰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테리가 복용하던 심장약이 어느순간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누군가가 그의 약을 바꿔놓은 것이죠, 그리고 테리가 스크랩해놓은 사건의 양상과 메모를 따라 진실을 찾아가던 중 해리 보슈는 뜻밖의 사건과 마주치게 됩니다.. 뚜둥,  "시인"이 등장하는 것이죠, 자.. 이제 달려봅시다..


    4. 시간상으로는 해리 보슈가 이러저런 활약을 펼치다가 경찰에서 은퇴한 시점 즉, 이 소설을 접하신 독자분들은 경찰의 보슈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데 이 시간을 건너 뛰고 시인을 다시 만나는 설정부터 시작된 셈이죠, 그렇다 칩시다.. 굳이 시리즈를 이어볼 필요는 없다지만 그 당시에는 그러했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는 시작부터 "시인"의 감성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느낌을 그대로 받습니다.. 굳이 나쁠 건 없죠, 그렇게 보슈와 시인과 레이첼과 죽은 테리는 만납니다.. 여전히 해리 보슈만의 페이소스를 장착하고 있죠, 보슈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께는 충분히 납득 가능한 보슈의 외롭고 고독한 정의적 감성이 역시나 이 작품속에서도 등장합니다.. 끝까지 자신이 견뎌내는 상황적 해결책을 이어나갑니다.. 그에게는 모든 것이 중요하거나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셈이죠, 코넬리의 성향답게 차근차근 이야기를 아주 매력적으로 풀어냅니다.. 독자들을 하나에서 부족함 없이 설명하는 타입의 코넬리식의 스릴러의 방식은 개인적으로는 무척이나 선호하는 부분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연쇄살인마인 "시인"의 등장과 테리의 죽음을 오버랩으로 크로스 시키면서 어찌보면 대단히 혼란스러운 상황을 간결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다음 챕터로 넘기곤 합니다.. 독자들이 원하는 딱 그대로의 설명과 추리적 해석으로 스릴러의 긴장감을 이토록 꾸준히 이어나가는 작가는 드물지 않을까하는게 늘 제가 읽는 코넬리 작품의 느낌인거죠, 이 작품 "시인의 계곡" 역시 끊기는 맥이 어느지점에도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진실의 영역이 확대되어갑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단순한 감각적 추리가 아니라 자료와 증거와 묻혀진 진실이 끊임없이 단서로 등장하는 것이죠, 이것이 해리 보슈적 방법론입니다..


    5. 자꾸 제가 시리즈의 시간적 흐름이나 출시 기준을 언급하는 이유가 뭐냐면 사실 코넬리의 작품세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요즘 유행하는 마블시네마유니버스의 스타일처럼 각각의 인물들의 연결적 관계가 아주 뛰어납니다.. 과거부터 이러한 코넬리식의 세계는 하나의 가상적 현실로 구축된 느낌입니다.. 각각의 작품들이 동일한 단독성을 띄지만 각 시리즈는 늘 연결이 되어있죠,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이러한 연속성은 더욱 구체적으로 등장합니다.. 처음 말씀드린 단행본으로 등장했던 "시인"과 또 다른 작품 "블러드 워크"의 주인공들이 그러하죠, 그들은 해리 보슈의 시리즈에서 함께 합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각각의 시리즈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잊혀지지 않게 만들어내고 있죠, 이번에는 말 그대로 테리 매컬럽과 레이첼 월링이 나온다는 겁니다.. 특히나 시작부분부터 죽음을 맞이한 테리 매컬럽의 인물적 방법론은 독자로 하여금 허탈함과 동시에 끝까지 그의 존재감을 그가 남겨놓은 수많은 프로파일러 자료를 통해서 그를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현실에서 블러드워크를 감독한 클린트 동림옹의 영화화된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풍자와 조롱도 작가의 비꼼으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40대의 매컬럽을 할배인 동림옹이 연기를 했으니 오죽했겠습니까, 그런 현실과 가상적 현실의 조우는 이 작품이 주는 리얼리티에 대단한 만족도를 올려줍니다.. 독자들은 이같은 배경적 현실에 대한 구분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거라고 확신합니다.. 말그대로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대로 르포식의 추리적 스릴러로 옮겨놓은 듯한 즐거운 작품처럼 느껴지니까요, 분명 미국에는 "시인"이라고 불리운 연쇄살인마가 있었을꺼얌,


    6. 늘 평균 이상의 즐거움과 소설적 내용들의 꽉참이 독자들을 흥분케 하죠, 이 작품도 다름없습니다.. 단지 그동안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조금 더 속도감과 내용적 매력이 이어지지만 전반적으로 짧은 느낌과 급박하게 끝나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는 점이죠, 시인과 대적하는 대칭적 관계의 측면에서 이런저런 수사와 단서찾기와 레이첼과의 관계성이 중심이 되다보니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시인"의 영역이 축소된 느낌은 안타깝게 다가오더라구요, 좀 더 적대관계의 맞수처럼 해리와 시인의 머리싸움과 이를 프로파일러하는 레이철의 영역이 구체적으로 이어졌다면 하는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그동안의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 성향에서 보아온 착실한 내용적 스토리와 꽉찬 구성상의 연결고리가 이 작품속에서도 이어지지만 딱히 뜯어보고 구체적으로 살펴볼짝시면 뭐랄까요, 출판사에서 이 작품을 다른 시리즈보다 앞서 출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라는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냥 이 작품은 해리 보슈의 시리즈로 확인되지만 시인에 이은 후속작으로 판단해도 무방한 "시인1,2" 정도로 정리해봐도 큰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해리 보슈의 전작인 "로스트 라이트"를 보신 후 다시한번 "시인"을 살펴보시고 이 작품 "시인의 계곡"을 읽으신다면 가장 좋은 독서의 조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만 이렇게 멋진 시리즈의 구성을 이어오신 입장에서 앞으로도 현재까지 출시된 "드롭" 이후의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도 꾸준히 선보여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살면서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같이 힘들고 지치고 괴로운 삶의 세상에서는 이렁거라도 좀 즐거우면 좋게쓰읍,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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