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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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나라같은 경우에 베란다 창 너머의 타인의 집이 잘 보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거의 일반 주택들이 모여있던 시절이 아닌 현재의 우리의 주거형태는 거의 아파트 단지속에서 살아가죠, 그렇다보니 아래윗집의 층간 소음, 창을 통해 보여지는 마주보는 세대의 집들이 너무나도 좁혀져 있어 사생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할 지경입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층간 소음은 특히나 저로서는 가해자의 입장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많다보니 아무리 조용히시키고 조심을 시키고 심지어 저녁시간에는 앞발로만 걷게 하는 무리수를 두는대도 불구하고 한번씩 마주치는 아래층 분들의 표정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지레 제 발이 저리기고 합니다.. 욕실에서는 조용이 눈을 감고 있으면 아래윗집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웅웅거리며 귀속으로 들어오곤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존중되어져야할 나만의 공간이 침해되는 상황인거죠, 게다가 바라보이는 타인의 집 내부에 대해서는 딱히 관음증이 없는 상황임에도 호기심이 들 정도로 저녁시간 불을 밝혀놓은 그 곳을 우연히 바라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나 매력적인 여성이 있다면 더하겠죠, 괜히 멍하니 바라보다 스스로 깜짝놀라 고개를 돌리기도 하구요, 괜히 죄짓는 느낌이 들 수도 있으니까요, 뭐 제가 그랬다는거는 아니구요, 뭐 그런 적이 없다고도 말 못하겠지만, 여하튼 누군가가 날 지켜보고 날 관찰하고 날 감시하고 있다고 한다면 세상에 그것만큼 무서운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나 연예인들에게 이러한 공포는 얼마나 심하겠습니까?.. 대인공포와 공황장애들의 문제가 그냥 생기는 건 아닐겝니다..


    2. 뭐 사실 연예인까지 논할 필요는 없구요, 한 여름 열대야때문에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생활하잖아요, 가능하면 타인에게 나의 사생활을 보여주기 싫지만 어쩔 수 없는 환경때문에 우리는 신뢰하고 나만큼 타인들도 나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을려고 노력한다는 생각과 위안을 가지고 살아가는거죠,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사생활 보호가 나뿐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거죠, 또 그래야만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범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범죄는 그 죄질에 비해서 범죄적 기준이 현저히 낮은 것도 우리나라의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호기심으로 타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다손 치더라도 아주 강력한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또다시 그러한 상황은 재발될 것이고 이로 인해 최악의 범죄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왜 간과하는 지 저는 좀 의아해하곤 합니다..  이번에 읽은 작품은 이러한 관음증과 사생활 침해 및 이로 인한 폭력적 행위 그리고 무엇보다 남녀간에 발생하는 아주 빈번한 감정적 문제로 인해 확대된 범죄들의 모습들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각각의 인간군상들이 드러내는 그들만의 심리와 소름끼치는 서스펜스가 이 작품의 즐거움이었다꼬 전 생각합니다.. 역시나 이런 심리스릴러에 있어서는 일가견이 있으신 피터 스완슨의 "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입니다.. 제목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원제인 Her Every Fear라는 문구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직역을 할라치면 '그녀의 모든 공포' 뭐 이런 느낌입니다..


    3. 여기서 그녀는 이 소설의 주인공인 케이트 프리디입죠, 시작과 함께 그녀는 보스턴으로 오죠, 이유인즉슨 자신의 육촌인 코빈 델과 그녀가 6개월동안 자신의 집을 바꿔서 생활하기로 한 것입니다.. 코빈이 런던의 지사에 파견을 가게되어 이 참에 보스턴에서 새로운 삶을 가져보려고 하는 것이죠, 케이트는 과거 자신의 남자친구의 정신병적 집착으로 인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이제 조금 자신을 다스리기 시작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충격은 그녀가 천성적으로 가진 부정적 피해불안증세를 심각한 지경까지 몰고가죠, 그런 그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녀에게 수많은 공황증상을 발현시키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의 삶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키고자 보스턴으로 온 첫날부터 그녀에게 닥친 불행이 보여집니다.. 자신과 집을 바꾼 코빈 델의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그의  옆집인 303호의 여자가 실종된 것이죠, 문득 케이트는 그녀가 죽음을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듣게 된 그녀의 이름은 오드리 마셜이라고 합니다.. 형사가 방문했고 실종된 여인은 결국 케이트의 예상되고 죽은 체 발견된 것이죠, 그리고 코빈의 집에서 오드리의 집 열쇠가 발견됩니다.. 첫날부터 일어난 사건과 함께 케이트는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은 앨런이라는 312호에 사는 남자죠, 여기서 제목의 의미가 두드러지게 등장합니다.. 그렇습니다.. 312호에서는 303호가 보이죠, 그리고 앨런은 오드리를 볼 수 있었습니다.. 과연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그리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보고자 미국으로 온 케이트에게는 또다시 불운의 기운이,


    4. 제가 피터 스완슨의 작품을 몇권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러한 시점적 구성은 그가 가장 잘하는 스릴러의 방식인가 봅니다.. 또 독자로서 개인적으로 이러한 인물적 시선의 교차적 방식은 무척이나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각각의 인물에게 주어진 진실의 이야기를 독자들만 쉬잇하면서 몰래 알려주는 이러한 방식은 스릴러가 주는 참재미중 하나입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상황적 심리 서스펜스의 모양새는 이 작가 피터 스완슨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인 듯 싶습니다.. 독자들은 그가 보여주는 상황과 인물의 이야기에 흠뻑 빠진 체 그가 인도하는 서사의 흐름속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헤엄을 치며 즐기게 됩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제가 전작들에서 봤던 두명 또는 관계되는 소수의 인물들의 상황적 시선의 교차방식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전보다는 조금 더 확장된 상황의 줄기속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진실의 갈래를 만나게 되죠, 특히나 생각치도 못한 인물의 등장과 그로 인한 급류의 연결은 아주 대단한 가독성과 집중도를 보여줍니다.. 잘은 모르겠으나 제가 느끼기로는 작가는 끊임없이 인간이 가진 이중적 속성과 폭력적 본능에 대한 가장된 진실과 거짓에 대해 남녀간의 관계를 통해 폭로하려고 하는 듯 합니다.. 우린 언제나 사랑이라는 아주 위대한 감성적 진실 혹은 거짓때문에 자신을 지키기도 하고 잃어버리기도 한다는 점을 작가는 드러내고 싶은 듯 합니다..


    5. 이 작품은 요즘 온갖 뉴스에 등장하는 사회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현대의 삶의 범죄적 양상의 대표적인 문제이기도 하죠, 앞서 말했다시피 데이트 폭력, 관음증, 사생활 침해, 심지어는 인간관계속에서의 불안과 공포, 일반적 스토커의 두려움등입죠, 작가는 어느 하나 놓치지않고 작품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을 통해 이러한 주변적 장치와 설정을 자극적으로 드러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전작들과는 달리 각각의 인물들이 이야기와 시선에 할당된 분량이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어느정도의 선을 넘어가면 웬만한 독자라면 전체의 흐름과 반전적 의도에 대한 예상을 짚을 수 있을 정도죠, 전작들에게서 받았던 임팩트있는 충격적 반전의 느낌은 조금 덜하다고 보는 편이 아쉬움으로 남죠, 전 개인적으로 케이트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인만큼 전반적은 틀의 중심을 케이트로 이어지는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서사해주셨다면 더 상황이 주는 긴장감과 심리적 서스펜스를 느낄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들더라구요, 케이트는 트라우마를 가진 심각한 심리적 공포로 힘겹게 자신을 지켜나가는 주체적 여성처럼 보였으니까요, 부정적 삶의 불안한 자아를 가졌지만 그런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자신만의 주체적 자아를 찾고자하는 이중적 인물의 성향이 전 오히려 좋았는데 조금 모자라는 느낌이어서 안타까웠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작품이 주는 재미는 이런 아쉬움과 별개로 무척이나 흥미롭게 진행이 됩니다.. 마지막까지 그 재미는 놓치지 않을꺼예요,


    6. 누구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죠, 특히나 대중소설 작가의 입장에서는 더욱 중요한 부분일겝니다.. 제가 보기론 피터 스완슨 작가는 이러한 인간의 어두운 면과 부정적이면서도 이중적인 가식적 진실과 여성적 심리의 공감가는 묘사에 있어서는 아주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시는 작가님이 아니신가 싶습니다.. 국내에 출시된 전작들 "죽여 마땅한 사람들"(대단히 매력적인 작품이자 충격적인 반전을 가진 작품)에서 국내 독자들은 이 작가의 등장에 깜짝 놀랬습니다..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의 교차된 심리와 이야기로 인해서 알게되는 진실은 무척이나 멋졌죠, 그리고 "아낌없이 뺏는 사랑"(아마도 데뷔작인데 국내에서는 대박작품 다음 출시됨)에서도 이러한 자신의 의도는 이어갑니다.. 물론 앞뒤가 바뀌었다손 치더라도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스토리구성적 능력을 확장시켜나가는 듯 합니다.. 이번 작품 "312호 남자~"에서도 충분히 이러한 즐거움은 가득하죠, 남녀간의 관계에서 보여질 수있는 가장 두렵고 공포스러운 범죄적 양상이 이 작품속에 가득 담겨 있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이에 공감하고 함께 감응하는 대중스릴러의 본질에 충실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작품이 주는 가벼움이 대중스릴러 이상의 걸쭉함은 좀 더 기다려봐야겠다는 생각이네요, 혹시 집에 있는 얘들 망원경보고 사람들이 오해하면 안되는데,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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