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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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 붕붕거리며 스타워즈의 제다이의 기사를 흉내내던 시절이나 엑스칼리버랍시고 작대기 들고 설쳐대며 동네 골목대장이나 된 듯 고함치고 댕기던 시절이 있었지 않나요.. 남정네 여러분들은 대부분 그런 기억들 하나씩은 가지고 계실 듯 합니다.. 국민학교(그시절은 그렇게 불렀습니다)에 들어가서 내 눈에 축구공이나 야구방망이가 눈에 띄기 전까지는 우리의 손에는 작대기가 칼인 마냥 칼부림을 쳐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일종의 영웅이 되고 싶고 모험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특히나 그당시 현재와는 달리 크게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체들이라는게 어린이용 고전소설이나 TV만화가 유일한 낙이었던 시절에는 더욱더 그런 영웅주의적 감상에 잘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에 놓인 작품중 하나가 바로 삼총사라는 고전 소설이 아닌가 싶어요.. 남자들에게는 영웅적 모험의 판타지가 머리속에 그려지고 여자들에게는 삼총사가 뿜어내는 이상형적 관심을 증폭시켜 주는 그런 중세의 기사도(프랑스에서는 총사라 하나?)가 담긴 작품이니 말이죠..

 

하나의 고전작품이 가져다주는 영향력은 상당히 지대합니다.. 그래서 고전이라 불리우고 걸작이라 칭하는 것이겠지요.. 특히나 그 시대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대중적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던 작품이라면 더 오랫동안 후대에 이름을 오르내릴 것입니다.. 그런 작품들을 우린 지금 고전이라 부르며 지금도 즐겨 찾습니다(뭐지?.. 했던 말을 또하는 이 어설픈 문장은??).. 하여튼 날씨가 추워서 머리가 잘 안돌아가나봅니다.. 근데 여태껏 보았던 - 절대적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 고전이라는 작품들이 대부분 번역이 되면서 재해석이 되거나 우리의 입맛이나 연령층의 관심과 집중을 목적으로 추리고 알맹이만 뽑아서 즐거움을 주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게 다 여태껏 나이 먹어면서도 고전작품 하나 제대로 읽지 않았다는 개인적 실토가 되겠지만 역시 이번에 이렇게 삼총사라는 작품의 완역본을 읽어보니 그동안 제가 알던 삼총사의 내용보다 더욱더 대단한 작품이자 걸작이라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기존의 단순한 흥미위주의 내용과 형태나 영화나 어린이용 작품의 내용을 보고서 안답시고 떠들어댔다면 상당히 남사스러울뻔했네요...이젠 아니까 좀 떠들어도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19세기 작품이죠 - 내용상으로는 재정시대인 16세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 세기로 따져보면 200년이 다 된 작품인거죠.. 대단합니다.. 읽는동안 시대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의 재미를 선사해주셨으니 말이죠.. 물론 애초부터 뒤마선생께서 대중성과 오락성의 감각에 중심을 두시고 당대의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끔 집필하셨다는 뭐 그런 이야기도 있습디다만 역시나 현재의 저에게도 무척이나 즐거움을 선사해주시더군요.. 사실 고전이라카믄 뭐랄까요, 조금은 지루하고 설명위주와 가르칠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과 역시나 고차원적이고 철학적인 메타포와 사상이 담긴 작품들이 워낙 많은지라 역시나 이 작품도 실상은 그렇지 않을까 싶은 대단히 뻘스러운 예감이 정통으로 대치되는 결과를 가져다주었으니 전 바보이로소이다라고 외치고 싶네요..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아주 흥미롭고 빠른 진행과 속도감으로 지금의 스릴러소설 못지 않은 감각을 보여주면서 특히나 하드보일드하고 장르적 감성이 넘쳐나는 하편의 느낌은 시대만 살짝 바꿔놓으면 여전히 최고의 베스트셀러로서 세계의 장르시장을 장악하지 않을까싶을 정도라고 초큼 오버를 하게 되네요.. 근데 줄거리를 설명을 하려드니 다 아실거 같아서.. 일단 달타냥이 주인공인건 아시죠.. 워낙 많은 달타냥이 있어서.. 심지어 개 달타냥도 있지 않았나요?.. 삼총사 완역본의 상편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삼총사의 내용이 이어집니다.. 달타냥이 총사의 일원이 되기전 프랑스 왕가의 심상찮은 내막과 비밀스러운 연애와 권력의 양분인 루이 13세와 리슐리외 추기경과의 알력과 왕비와 버킹엄 공작과의 애닳은(?) 밀애가 중심이 되고 있죠..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과연 그들의 운명은...이라고 정리를 하면 대강 아하, 전에 봤던 삼총사군화!라고 하실겝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하지만 하편으로 넘어가면 상편에서 대강 물밑작업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던 밀레디의 역할과 팜프파탈적 복수의 향연이 펼쳐지면서 수많은 남정네를 농락하고 파멸시키고 소설의 극적 재미를 선사해주게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잘 몰랐던 하편의 재미가 아주 솔솔하니 좋더군요.. 특히나 개인적 복수치정과 살벌한 죽음의 냄새가 장르적으로 풍겨나는 분위기는 저에게는 딱이더군요.. 물론 시대적인 부분에서 사건의 연결과 구성적인 면의 헐거움을 논하려한다면 끝도 없겠습니다만 고전이라는 이유로 이런 단점은 패쓰!~..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브라이언 아담스와 스팅과 로드 스튜어트의 걸쭉한 목소리가 담긴 올포원이라는 노래가 자꾸 떠올라서 말이죠.. 총사의 구호이기도 한 올포원 원포올(All for One, One for All)이 머리속에서 떠나가질 않더군요.. 아주 멋진 말이죠.. 해석은 대강 알아서들 해보시구요.. 영화적 재미와 소설적 취향까지 독자들에게 잘 어울리는 듯한 삼총사의 완역본을 이야기하고자 하면 울 뒤마 할배의 대강 약력과 시대적 상황도 말씀을 드려는게 옳겠습니다만 대강 보니 동시대를 함께 한 빅토르 위고와 비교되더군요.. 역시 시대를 양분한 대작가들답게 그들의 대중적 취향과 모습들이 후대에도 위대한 작가로 칭송을 하고는 있습니다만 시대는 보다 대중적이고 키치적 감성과 복고적 취향의 이상을 추구하던 뒤마의 모습에서 조금은 가벼운 느낌을 받게 되었는지 실질적인 인정 가치의 기준으로는 위고옹의 영향력이 보다 컸던 모냥입니다.. 19세기 중후반의 프랑스의 격변적 군중적 민주주의의 사상적 변화와 산업화에 봉건적이고 제정적 군주주의의 모습을 보여주던 뒤마의 모습보다는 시대적 상황에 걸맞은 레미제라블의 사회적 대변과 사상적 문제제시와 대중적 상상력이 보다 시대의 걸작으로서의 모습에 가까웠나 봅니다.. 쉽게 말씀을 드리면 위고옹은 레미제라블이라 노틀담의 꼽추같은 작품을 집필하였고 뒤마는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같은 흥미로운 모험담을 담은 가장 대중적이며 일반적인 작품을 추구하였으니까요.. 대강 감이 오시죠?..뭐 제가 프랑스 문학 역사에 대해 뭘 알아서 나불대겠습니까만 그렇답니다.. 아님 말구요..

 

읽어보다보면 중간중간 끊기는 듯한 느낌도 들고 또 사건의 구성이나 인물들의 맥락이 제대로 소통되지 않는 부분도 더러 보일 수 있겠습니다만 뒤마 할배께서 소설의 빠른 진행과 서사의 긴박감을 분명 염두에 두셨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지 않아 있을수도 있지 싶습니다.. 또한 그 시대에는 문학을 극작의 형태로 많이 만들어졌다던가 뭐 그럽디다.. 연재의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선보였다는 말도 하구요.. 그러니 독자들, 대중들의 선호에 맞게 꾸며지고 만들어지는게 정답인 것이겠지요.. 여러부분에서 소설의 진행을 위해 또는 상황적 반전을 위해 억지스러운 모습이 보여지기도 하지만 재미가 있는데 뭘 더 바라겠습니까, 게다가 고전이잖아요.. 고전이 이렇게 재미가 있다면 전 단점이 보이더라도 함구하겠습니다.. 언제 제가 위고옹의 레미제라블을 완역본으로 읽어볼 날이 올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뒤마 할배의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완역본이 있다면 꼭 읽어보고 싶군요... 그만큼 개인적인 고전의 취향에는 뒤마가 더 맞지 않을까 싶네요.. 혹시라도 삼총사가 고전이라 살짜쿵 외면중이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면 그 재미를 만끽하시지 않을까 싶네요.. 재미없어도 저한테 책값 물어달라고 하면 꽉 물어버린다아~..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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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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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우연히 사촌누나집에서 발견한 한 권의 책을 쎄벼서 집으로 들고 왔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가 누군지도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체 마냥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가져왔더랬죠.. 그리고는 펼쳐본 기억이 납니다.. 와타나베라는 이름이 아직도 머리속에 남아있네요.. 어린 나이에 얼마나 그 작품속의 내용을 파악하고 뭔가를 느꼈겠습니까만 - 물론 내용도 제대로 기억이 안납니다만 좀 야했나? - 그당시 뭔가 색다른 소설의 느낌을 받았던것 같아요.. 그 후로 생경했던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볼려고 했으니 말이죠.. 읽어보면 읽을수록 감이 제대로 오지 않는 작가님이시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읽는 동안 웬지 모르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더라구요.. 그렇게 작가의 작품을 몇 편 읽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책이라는 존재를 거의 외면하던 시기에 그나마 한 권을 한달에 거쳐 배아플때만(?) 읽던 시절이라 집중도가 워낙 떨어져버렸지만 그래도 책장에 꽂혀있는 몇 권 되지도 않는 책들이 다 이 분 책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명성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어떻게 보면 일본 소설의 대명사 정도로 느껴질 정도의 파워력을 지니고 있죠.. 뭐 그 후로도 수많은 일본작가님들이 국내에 진출을 하셨습니다만 잘 알지 못하는 저의 입장에서도 수십년전부터 국내에 나름 불티나게 팔리는 일본작품들은 거의 하루키상의 작품이 아니었던가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일본문학에 대한 소통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또 이름이라고는 도끼로 이마까라상이나 내뺀또 니까무라상정도만 알던 저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이름은 일본문학 작품의 전체를 일컫는 대체어이기도 했죠.. 그만큼 개인적으로는 문학이라는 것을 읽기 시작할 쯔음에 일본 소설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만나게 된 작가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기존의 타소설속에서 느꼈던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묘사들이 상당히 몽환적이고 비유적이고 간접적인 화법으로 하지만 감성만은 직접적으로 와닿는 뭔가 매력적인 문체를 가진 작가를 만난 것이지요.. 그렇게 만나게 된 첫 작품이 "노르웨이의 숲"(잡문집에서는 번역상의 오류등을 내세우며 노르웨이의 가구(?)가 될수도 있었겠더군요.. 그리고 원 제목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구요)이었고 국내 제목은 "상실의 시대" - 개인적으로는 이 제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 였습니다.. 우연히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는 생경한 작가의 작품을 펼쳐들고 읽어내려가는 동안 이 작가가 얼마나 사람의 감정에 대해 직접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누나 소설 쎄벼서 말이죠.. 물론 돌려주진 못했습니다..

 

그 뒤로도 꾸준히(?) 몇 년동안 몇 권의 하루키 작가의 초기 작품들과 단편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는 일본을 대변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가장 탈일본적인 작품적 감성을 가진 작가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하루키가 만들어내는 소설속의 관점과 주제는 대중적인 세상속에 놓여진 관념과 비유적 철학이 담겨있는가 아닌가 싶더군요.. 그래서 저에게는 많이 어려웠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그렇다보니 어느순간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관과 세상에 대한 간접적 묘사방법에 나름 질리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그렇게 멈춰버린뒤로는 한참동안 접해보질 못했습니다만 최근들어 그의 신작장편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노벨문학상에 거론되는 영광까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되면서 재조명되는 분위기더군요.. 어쨌거나 저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는 대단한 소설가로 기억되고 있긴 합니다.. 그런 그의 느낌이 수십년동안 글을 집필하면서 잡다한 문장들을 모아놓은 수많은 글들중에서 발췌하여 하나의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잡문집을 만든거지요.. 일종의 에세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동안 하루키 작가의 에세이나 단편들을 보더라도 일종의 장편소설적 감성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문장들과 작가의 비유적이고 관념적인 생각이 드러나는 작품들도 많았던것 같더군요.. 타 작가군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무라카미표 독특감성이라고 보는거죠.. 아무나 쉽게 따라하거나 모방할 수 없는 그런 독보적인 감성적 문장들 있잖습니까?.. 뭐 그런거 같은데 이번 잡문집에서는 보다 쉽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해나갑니다.. 그냥 인생을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 하고 잡다한 일상과 취미와 생활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순간순간 떠올리고 느끼고 배우고 익힌 것들의 잡다한 지식과 그것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경험들과 세상을 독자들과 소통하는거죠.. 뭐 그런거 있잖습니까, 동동주 한 댓박에 찌짐 부침개 펼쳐놓고 비오는날 작가 아저씨의 살아온 이야기 듣는 기분, 그리고  이 아저씨가 아는 젠체 하지 않으며서도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가르침을 듣는 기분,  무엇보다도 오랜세월 살아온 경험담에 대한 인생의 단편들을 새겨 듣는 기분같은거 말이죠.. 마침 비도 오는데 오늘은 김치전으로다가...

 

솔직히 재미없습니다(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지는 마시라능ㅋㅋ).. 개인적으로 작품속에서 문구나 문장에 집중하고 즐겨 새겨놓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야기에 집중하고 전반적인 감성에 즐거움을 찾는 대중독자이다보니 이런 에세이류의 문장들과 글들에게서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쉽게 말하면 생각하는 문장들은 싫다는거지요.. 그냥 대강 읽어도 생각 안하고 내용만 훑어도 알 수 있는 단순함이 좋다는 그런 말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무라카미 하루키 아저씨의 작품을 가까이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아시다시피 단순한 작품을 만들어 내시진 않잖습니까?..(뭐 지금 한 제 이야기가 관점에 따라서는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하여튼 그랬습니다.. 이 잡문집도 사실은 그런 기본적인 재미면에서는 개인적으로 딱히 와닿는게 없습니다만(소설이 아니니깐요!!).. 말씀드린대로 인생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풀어낸 잡다한 이야기다 보니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하루키 아저씨의 내면을 약간 드러다볼 수 있었다는 뭐 그런 생각도 들구요.. 나름 멀게만 느껴지던 하루키라는 작가의 인간적인 소통의 한 단면을 공존하면서 괜히 약간 친해진 듯한 감정도 듭니다.. 어떻게 보면 독자로서는 우리 하루키 아저씨가 장편소설의 집필 중간중간에 단순한 서론이나 에세이, 해설, 잡문, 단편소설등을 이야기로서 자연스럽게 풀어낸 이런 이야기가 많이 잡문집 형태로 나와주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뭐 그동안 나왔을수도 있겠지만 전 무관심 했더랬습니다.. 여하튼 이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친근감과 소통되는 듯한 느낌을 이제서야 가지게 되네요.. 전 그러네요...

 

이 잡문집을 읽고서 드는 첫생각은 참 솔직한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린시절 이 아저씨의 작품 몇 권을 읽어보았다고 해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해 아는 척 해본적도 없지만(아는척할라고 했으면 파악하기 참 힘든 작가였겠습니다만).. 삼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작가로서 세상과 독자들과 후배작가들에게 끼친 영향력만은 아주 지대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름 자존심도 쎄고 자신의 현재의 입지에 대해서 기존의 자신에 대한 주위의 인식에 대해서도 약간은 우쭐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알고보니 참 소탈한 작가라는 생각도 더불어 들더군요.. 잡문집속에는 간단한 인사말부터 자신의 취미와 사회라는 구조속에서의 인간관계와 자신의 취미와 음악이라는 것에 대한 애착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인거지요.. 하지만 이 책을 펼쳐들때에는 소설가가 무슨 잡문(?!)이 이렇게나 많아라는 구시렁이 있었습니다만 역시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펼쳐내는 동안 하루키 아저씨는 그대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잡문들속에 쏟아내 주시더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아저씨의 소설속에서 가져보지못한 소통의 시원함을 조금 맛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딱히 어떤 문구나 문장을 되새기는 스타일은 아니라 따로 적어놓고 공감하고 하지는 않지만 한번씩 잡다한 생각이 들때나 배가 아플때나 또는 잠이 오지 않을때 수시로 곁에 두고 함께 하면 좋을 작품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하루키 아저씨를 무시해서 함부로 다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지는 마시구요..ㅋ 그동안 뜸했던 아저씨의 작품을 살짜쿵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참, 이 잡문집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한 존경을 가지신 분들이나 그의 책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는 필수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봐도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긴 합니다..ㅋ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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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가족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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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품안에서 세상으로 튀어나오는 순간 나에게 불어닥치는 세상의 모습은 참 좋습디다.. 한정된 만남의 생활들이 수많은 인간군상의 집합소로 들어가보니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낯설지만 앞으로의 삶이 흥미진진할 것이라는 뜻모를 자신감과 호기심도 들더라구요.. 물론 얼마안가 좌절이라는 처참한 상황이 생겨버리기는 했지만 말이죠.. 그러다가 다시 싹을 틔우게 되는거죠.. 사람을 알고 세상을 알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되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인간들의 대하는 방법과 그들의 모습을 파악하게 됩니다.. 누구는 정상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이면에는 무서운 증오가 담겨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고 또 다른 이들은 무척이나 난잡하고 색기가 넘치는 호색한같아도 실상은 순진무구의 결정체인 인물들도 있습디다.. 하지만 역시 이 다양한 세상과 함께 하다보면 그 속에 담겨진 아픔과 고통으로 우리 인간들의 정신은 타의에 의해 그리고 자의에 의해 뽀사지고 빠개지고 뭉개지고 쪼개지고 뽀개지기도 합니다..  누구나 자기만의 정신질환은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겉으로 드러나든 숨겨지든 말이죠.. 날이 추워서 그런지 뭔가 앞뒤가 안맞아 보입니다그려.. 춥지는 않은데 손이 얼어서 자판을 제대로 두드리지를 못하겠군요..

 

강지영 작가를 흠모하는 독자로서 저보다 어린 연배이지만 전 누님으로 칭합니다.. 기존의 작품들에게서 제가 받은 장르적 즐거움이 많은지라 일종의 존경의 의미인거지요.. 장르적 상상력과 묘사적 흥미로움이 상당한 작가 누님이시라 이 작품에 대해서도 상당한 기대를 했습니다.. 제목은 "프랑켄슈타인 가족"입니다.. 이렇듯 제목에서부터 기존의 감성이 철철 넘치는 듯한 예감이 들어 흥분되더군요.. 표지에서 보여지는 캐릭터들이 사실상 소설속 내용의 주인공들입니다.. 이들의 주체적인 정신과 의사 김인구박사에게 정신질환에 대한 처방이나 상담을 하는 인물들인거죠.. 상당히 엽기적으로 보여지는 인물들이지만 뭐 실상 우리의 주변에 흔한 캐릭터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여자, 거식증에 시달리며 먹고 토하는 여자, 다중인격이라는 해리성 정체장애를 격는 남자, 이젠 밑바닥으로 내려온 연예인 여자, 심한 결벽증을 지닌 남자, 짝수에 집착하는 남자, 그리고 김박사의 전원주택이 이 소설의 주된 구성인거죠.. 사람들의 이야기인거죠.. 이야기인즉슨 김인구박사는 잘나가는 정신과의사입니다.. 테레비에도 나와서 상담도 해주는 인기인인거죠.. 아내와 딸은 영국으로 유학을 보냈습니다.. 기러기 아빠입니다.. 하지만 늘 착실합니다.. 그러다가 가족내에 사건이 터지고 새로 지은 전원주택으로 기존의 병원일을 그만두고 내려갑니다.. 일종의 은퇴인거죠.. 하지만 우연히 김박사는 감금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위에 있는 인물들이 한차를 타고 김박사의 전원주택에 자신의 정신상태에 대한 긴급성을 필요로 상담을 하러 무작정 찾아옵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 감금되어버린 김박사는 부재중이고 그들은 전원주택의 조경을 하러온 일꾼에게 가족행세를 하면서 사건은 부산하게 진행이 됩니다.. 별 내용은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벌이지는 인물들의 심리와 과거와 정신상태에 대한 뭐 그런 이야기이니까요..

 

너무 자초지종이 많습니다..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고 있는 인물들을 일종의 프랑켄슈타인 가족으로 일컫는 것은 알겠는데 각각의 인물들 - 위에 제시한 인물들만으로도 세줄씩이나 되는 - 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위주로 그들의 인생을 터놓고 있는 관계로 뭔가 큰 재미를 주지는 못하더군요.. 기존에 작가 누님에게서 받았던 장르적 감성은 캐릭터들의 구현속에 그럭저럭 묻어나 있습니다만 그거뿐이 아니었는가 싶네요.. 일반적이지만 특별한 그들의 모습속에 사회적 부조리와 인간적 단절과 소통의 부재가 엿보이기는 하지만 전 그런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를듣고 싶었던거지 그들이 왜 정신질환을 앓게 되었는지 왜 그들이 이렇게 모여서 뭔가의 희망을 찾게 되는지는 굳이 알 필요는 없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뭐 물론 이 요상한 프랑켄슈타인 가족이 도진개진인 그들만의 상호간 소통이 이루어지며 활력적 인생의 희망을 찾아가는 방법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기존의 작가님에게서 받았던 그런 충격적이면서 흥분되는 장르적 감성의 내용 전개는 없더라구요..

 

뭐 이렇게 이야기하실수도 있겠네요.. 야, 작가가 뭐 니 하나만 보고 작품 써냐?.. 또 작가가 이런 작품도 저런 작품도 집필하는거쥐.. 니가 가졌던 생각대로 작품이 안되었다고 까대면 안돼지!라고 말이죠.. 넵, 맞는 말씀입니다.. 오히려 이 작품이 기존의 강지영 작가님의 감성에 대한 거부감을 지닌 분들에게는 보다 유쾌한 내용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됩니다.. 하지만 전 이전이 좋다라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특히나 굿바이 파라다이스에서 보여준 단편소설속에 묻어난 장르적 감성은 쉽게 잊혀지질 않는군요.. 이후로 조금씩 엷어져가는 듯한 모습이긴 하지만 역시나 작품속 문장들이 주는 매력은 아직까지는 여전합니다.. 사실 이 작품속에서 생경한 부사어나 그런 단어들이 주는 어색함이 국어에 무지한 저의 부끄러움을 끌어내긴 했지만 읽는 재미하나만은 좋습니다.. 단지 자초지종이 너무 많아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다는거만 빼면 말이죠.. 뭐 그 자초지종이 단편적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군요.. 전 별로였지만 말입니다.. 그 자초지종속에 작가가 말하고자하는 작품속의 의도가 모두 담겨있긴 합니다.. 자초지종이 너무 많은가요?.. 그렇군요.. 너무많군요.. 자초지종을 말하려다보니 자초지종을 많이 적게 되는군요.. 하지만 왜 그들이 프랑켄슈타인 가족이 되어야하는지에 대한 자초지종은 알아야되지 않겠습니까?.. 알기싫으면 턴 오푸..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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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밀리언셀러 클럽 121
스콧 터로 지음, 신예경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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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혼을 하고 오랫동안 서로만 바라보고 살다보니 어느시점에서는 권태기란게 오게 되더랍니다(절대적 친구말).. 서로가 서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지고 자기의 입장만을 원하기만 하는 시기가 오는거죠.. 이 시기를 제대로 넘기게 되더라도 더이상의 사랑은 낯간지러워보이게 되고 정을 앞세우게 됩니다.. 물론 여전히 결혼을 하신 세상사람들의 대부분은 사랑으로 끼니를 때우시는 분들이시지만 말입니다.. 하여튼 오래되다보면 딴데로 눈이 돌아가기 마련일지도 모르죠.. 특히나 아내나 남편에 대한 동거동락이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 대체적으로 아이들때문에 헤어지지 못하고 적응하고 사는 경우도 많다죠?  아님 말구요 - 생활하게 되는 경우는 더욱더 눈이 핑핑 돌아갈겝니다.. 그러다가 그걸 행동으로 옮기면 바람이 나는겁니다.. 한번 바람 난 구석에는 땜방을 모질게 해도 바람 잘날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죠.. 남의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닥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있긴 합니다만 워낙 로맨틱 불륜이 많은 세상이다보니.. 잘나고 똑똑한(?) 저에게 바람이 불어올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지만 언제나 가족이라는 구성체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나만을 위한 구성체는 존재하질 않죠.. 늘 배려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것이니까요.. 만약 이것을 지키지 못하면 4주간의 숙려기간이 필요하든지 칼부림나는거니까요.. 뭐 그러려니하면서 사는것도 한 방법이긴 합니다만 쉽지않죠 부처님 가운데 토막같은 분들이 흔하진 않으니까 말이죠..

 

먼저 이 작품 "이노센트"를 말씀드리기전에 스콧 터로 작가의 전작인 "무죄추정"이라는 작품에 대해 대강의 언급이 필요하지 싶습니다.. 전작의 내용을 물론 다 파악할 필요는 없지만 "이노센트"의 전체적인 흐름상 무죄추정이라는 전작의 내용이 상당수 작용하기 때문에 말입죠.. 주인공은 동일합니다.. 러스티 사비치라는 판사입니다.. 전작에서는 검사였을겁니다.. 법조인입죠.. 무죄추정에서 러스티는 살인죄 누명(?)을 쓰고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모든 정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고 사실상 살인자의 증거 그대로인거죠.. 그리고 무죄를 위해 법정에서 다툽니다.. 그리고 무죄로 입증이 되고 풀려나죠.. 상당히 긴박하고 법정 드라마와 추리적 미스터리에 충실한 내용을 가진 알찬 작품이었습죠.. 그래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가 되었답니다.. 국외에서요.. 또한 영화로도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까지는 아니더라도 흥행은 한 모냥이더군요.. 전 TV로 본 기억이 납니다.. 해리슨 포드의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나왔답니다.. 확인들 해보시구요.. 마지막 반전이 제법 그럴싸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일단 프롤로그에서 러스티 판사의 아내인 바바라가 죽습니다.. 그리고 그 상태로 하루가 지나고 - 하루동안 판사는 무슨 일을 한 것일까요?가 소설의 쟁점 - 아들 냇에게 러스티 판사는 전화를 겁니다.. 다른 어느누구에게도 미리 알리지 않고 아들을 먼저 부르는거죠.. 그리고 바바라의 죽음 이후 하루가 지난 시점에 경찰에게 신고를 하게 되면서 사건은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바바라의 죽음을 기점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는 진행이 됩니다.. 일단 살인사건의 1년전부터 죽음의 시점까지의 내용은 대강 이러합니다.. 러스티는 항소법원의 법원장이 되어있고 주 대법원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대단한 권력축에 들어가는 자리인거죠.. 그리고 여전히 바바라와 외동아들 냇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과거의 시점).. 하지만 무죄추정에서도 자신의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벌어진 살인사건으로 곤욕을 치루었지만.. 이번 이노센트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바람 잘날이 없는 집구석은 어느 구멍이든 바람이 불어제끼니까요.. 불어오는 바람을 막지 못하고 역시나 러스티 판사는 바람이 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름의 욕망을 잘 다스려 잘 마무리지으려고 하죠..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내 맘대로 됩디까?.. 한번 발 잘못 담궈놓으면 후회할 일 천지인거죠.. 암요.. 그리고 바바라가 죽게 되죠.. 자연사로 보이는 죽음입니다.. 하지만 20년전 러스티의 살인사건의 검사로 활약하고서 패배를 맛 본 토미 몰토와 그측근의 검사는 여전히 러스티 판사를 의심합니다.. 그리곤 살인사건의 정황을 포착하게되죠.. 이제 법정으로 살인사건을 끌어드립니다.. 본격적인 드라마가 펼쳐지는거죠.. 차곡차곡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충실한 내용으로 독자들을 집중시켜줍니다.. 그리고 결말은?..

 

 

아휴, 꽉찬 느낌이라고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말씀드렸다시피 바바라의 죽음(캐릭터상으로 상당히 중요합니다.  20년전에 나온 전작인 무죄추정이나 이노센트 모두의 내용에서 말이죠)을 기점으로 1년전부터 벌어져온 내용과 죽음 이후에 벌어진 사건의 법률적 판단의 진행이 착실하면서도 매력적인 구성으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으니 말이죠.. 어떻게 보면 상당히 더딘 진행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상황적 판단을 이끌어내는 설명을 하기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였겠는가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상황적 부연 설명들이 생각보다 상당히 재미가 있습니다.. 물론 지루하게 느끼실 분들도 제법 있으시겠다는 예상과 함께 말이죠.. 잘나가는 한 남자의 인생이 어떻게 변화되고 뭉개져버리는가에 대한 일탈적 상황과 심리적 묘사가 구체적으로 보여지니까 개인적으로는 아주 즐거웠습니다..  

 

각각의 챕터는 네명의 인물들의 관점에서 일정별로 사건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소설의 주인공인 러스티 사비치 판사가 있구요.. 그리고 검사장 대리이며 이 사건을 법정과 살인이라는 범죄로 이끌어내는 토미 몰토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대립되는 인물 두사람은 앞서 무죄추정에서도 대립각을 세웁니다.. 그리고 러스티의 아들 냇의 관점에서도 이야기는 진행이 됩니다.. 사실상 이야기의 구조상 냇의 역할은 그렇게 크지가 않습니다만 이야기의 객관화와 주관화를 번갈아 보여주는 인물로서는 딱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애나라는 여인의 관점이 드러납니다.. 누구일까요?.. 그리고 소설은 1.2부는 바바라의 죽음을 전후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3.4부는 바바라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법정으로 끌어드려 이전 콤비인 샌디 스턴과 러스티를 피고로 두고 검사인 토미 몰토와 그의 똘마니(?!) 짐 브랜드가 살인사건의 증거와 법률적 진행을 긴박감있게 그려내고 있죠.. 전반부는 설명위주고 상황 위주이다보니 조금 지체되고 루즈해질 가능성과 공산이 큽니다.. 진행이 빠르질 못하거덩요.. 하지만 3부에 들어서면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있어집니다.. 흔히들 법정소설의 대가라카면 그리샴 형님을 생각하시겠지만 국외적으로는 오히려 터로 아저씨를 더 쳐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뭐 그렇답니다.. 제 말이 아니니까 그리샴 형님을 살앙하시는 분들은 저한테 뭐라카아지 마시라능.. 그만큼 법정 스릴러의 영역에서 탁월한 재미를 선사해주시는 분이시라는 그런 이야기입죠.. 아주 상세하고 꼼꼼하고 군더더기 없이 법정속의 이야기를 펼쳐내 주시는데 재미가 좋습니다요.. 전 그렇더군요..

 

상당히 두꺼운 분량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차곡차곡이라는 부사어를 생각하시면서 그 느낌을 잘 살려 이야기의 진행을 꼼꼼히 살펴보신다면 아주 재미있게 읽어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사실상 마무리 부분에서의 감흥은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 되는 전작인 무죄추정의 느낌만큼은 아니지만 역시나 20년이라는 연륜이 그대로 묻어나는 강점을 가진 마무리였지 않나 싶구요.. 무엇보다도 앞으로도 러스티 사비치라는 복잡다단미묘애매모호야리빠꿈한 법정캐릭터를 계속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예상도 해봅니다.. 그러길 바란다는 제 바램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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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아데나 할펀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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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나이 스물아홉에 난 뭘하고 있었나를 먼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스물아홉.. 우리나라의 남성의 입장에서는 이제 막 뭔가를 시작할 나이쯤으로 받아들여지는 또래의 나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대학 4년에 군대 2년 6개월을 보내고 막 졸업하면 내 나이 스물여덟이 됩디다.. 물론 민증상의 나이인거죠.. 중간 복학하는 시점과 휴학이나 재수가 한번쯤 걸리면 딱 저 나이가 됩니다.. 스물 아홉.. 뭔가 시작해야될 나이.. 사회에 발을 내딛는 일반적인 나이.. 여지껏 내다보던 세상과 막상 부딪히는 세상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나이.. 참 지랄맞은 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내가 원하는 세상과 나를 원하는 세상의 현격한 차이를 제대로 인식했던 나이였으니까요..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좌절했던 나이입니다.. 뭔가를 시작할 시점에 뭔가에 좌절부터 하게되더군요.. 그리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누군가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활기찬 시간의 젊음이라고 하더만 닐리리 맘보같은 나이였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네요.. 전 그랬다는겁니다.. 그때 내가 원하는 취직이 될수만 있었다면 길가에 돌맹이 수천개는 와그작 씹어먹을 준비가 되어있었더랬습니다.. 뭐 혹자는 돌맹이를 씹어도 즐거운 나이라카긴하더만(설마?).. 독서실에서 꾸질한 츄리닝 차림으로 취직공부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돌맹이는 커녕 집에 식은밥 한끼 얻어먹기도 눈치보이던 시절이었거덩요.. 그러니까 전 그랬다는겁니다.. 참 부정적이죠?..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된장맛나던 시절을 보낸 후 현재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뭐 긍정의 마인드로다가 생각해볼때 그렇게 나에게 나쁜 시절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세상은 스물아홉의 젊음을 찬미하고 있나봅니다..

 

"스물아홉"이라는 번듯한 제목에 걸맞게 활기찬 소설입니다.. 남성이 아닌 여성의 스물아홉의 나이를 가르킵니다.. 전적으로 여자사람들의 감성과 사랑과 과거와 인생을 다룬 소설작품이라고 보시면 되시지 싶네요.. 그런 작품을 40대 아저씨가 읽은거지요.. 사실 소설의 주인공인 엘리의 나이는 일흔 다섯의 할머니신데 말이죠.. 생일날 우연히 하루만 스물아홉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몸이 스물아홉으로 돌아가 있는거죠.. 대강 짐작이 가시죠?..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죠?.. 그렇습니다.. 예상하시고 낌새를 느끼시고 조짐을 가지신 그런 부류의 작품인 것입니다.. 75세의 할머니가 29세의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인으로 바뀐 뒤에 벌어지는 부산스럽고 즐거운 사건을 다룬 작품이니 말이죠..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위의 내용만 보시더라도 아하,라고 하시지 싶어서 길게는 적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75세의 할머니가 29세의 젊은 매력녀로 바뀌었지만 그 마음이나 삶의 경험은 그대로이라는 것이죠.. 겉모습을 제외한 모든 것은 변함없는 할머니라는 점이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지 싶네요..

 

소설 자체의 구성적 재미보다는 상황이 주는 재미가 많습니다.. 헐리우드 로맨틱 영화 한편 보는 느낌 딱 그대로입니다.. 문장이 그림처럼 영상처럼 그대로 투영되어 나오니까 말이죠.. 심리적 묘사도 중요하지만 상황적 묘사가 안겨주는 독서의 재미가 상당합니다.. 즐겁죠.. 금방 읽힙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 성향의 묘사방법도 상당히 감칠맛나게 잘 만들어 주셨구요.. 그래서 인물들의 모습들을 살피는 재미도 만만찮습니다.. 특히나 엘리 할머니의 딸 바바라의 모습은 정말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멋진 캐릭터의 맛을 살려주신 듯 하더군요.. 밉쌀스러우면서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50대 후반의 아주머니의 역할을 잘 묘사해 주셨더군요.. 꼭 울 어무이처럼 말이죠..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바바라여사의 캐릭터가 작품의 재미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입니다.. 소설적 구성의 흐름은 별볼일 없는 반면 상황적 재미를 만들어내는 부산스러운 캐릭터의 맛깔스러움이 너무나 좋았거덩요.. 단순한 소설적 구성만 놓고보면 무지 재미없는 흔하디흔한 상황적 연결이라는 느낌이 큽니다.. 수천번을 울궈먹은 상황들이니까요.. 하지만 바바라나 프리다같은 캐릭터가 엮어내는 상황적 재미는 그 수천번의 되새김질의 장면일지라도 소설적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작품임이 시작부터 끝까지 나타납니다.. 여성분들이 읽으시면 무척이나 재미있어 하실만한 작품인거죠.. 읽는동안 흐뭇하고 읽고 나서도 그 즐거운 느낌이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남자인 저도 참 흐뭇하더라구요.. 그리고 돌이켜 제 나이 스물아홉의 짜증스러움(?)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도 같구요.. 혹시라도 이 글과 이 책을 보실 아직 서른이 넘지 않으신 수많은 스물아홉 즈음의 여인네들에게 또는 남정네에게 혹시라도 지금이 힘들고 지치고 짜증스러운 나이의 인생일지라도 - 저에게는 아주 생각하기 싫은 나이였습니다만 - 앞으로 펼쳐질 당신의 세상은 당신이 만들어 나가는대로 다가온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지금 당장은 참 눈물나는 나이일지는 몰라도 돌이켜보면 가장 가치있는 나이가 될 것 같기도 하군요.. 스물아홉, 당신의 인생을 시작하고 만들어 나가는 가장 활기찬 시간이 되었으면 하네요.. 아마 작가인 아데나 할펀씨도 그런 의도로 작품을 집필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스물아홉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제가 돌이켜본 세상도 대강 그러한 것 같습니다만.. 아님 말구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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