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아데나 할펀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내 나이 스물아홉에 난 뭘하고 있었나를 먼저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스물아홉.. 우리나라의 남성의 입장에서는 이제 막 뭔가를 시작할 나이쯤으로 받아들여지는 또래의 나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대학 4년에 군대 2년 6개월을 보내고 막 졸업하면 내 나이 스물여덟이 됩디다.. 물론 민증상의 나이인거죠.. 중간 복학하는 시점과 휴학이나 재수가 한번쯤 걸리면 딱 저 나이가 됩니다.. 스물 아홉.. 뭔가 시작해야될 나이.. 사회에 발을 내딛는 일반적인 나이.. 여지껏 내다보던 세상과 막상 부딪히는 세상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나이.. 참 지랄맞은 나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내가 원하는 세상과 나를 원하는 세상의 현격한 차이를 제대로 인식했던 나이였으니까요..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고 좌절했던 나이입니다.. 뭔가를 시작할 시점에 뭔가에 좌절부터 하게되더군요.. 그리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누군가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활기찬 시간의 젊음이라고 하더만 닐리리 맘보같은 나이였다는 생각이 먼저 앞서네요.. 전 그랬다는겁니다.. 그때 내가 원하는 취직이 될수만 있었다면 길가에 돌맹이 수천개는 와그작 씹어먹을 준비가 되어있었더랬습니다.. 뭐 혹자는 돌맹이를 씹어도 즐거운 나이라카긴하더만(설마?).. 독서실에서 꾸질한 츄리닝 차림으로 취직공부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돌맹이는 커녕 집에 식은밥 한끼 얻어먹기도 눈치보이던 시절이었거덩요.. 그러니까 전 그랬다는겁니다.. 참 부정적이죠?..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된장맛나던 시절을 보낸 후 현재의 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뭐 긍정의 마인드로다가 생각해볼때 그렇게 나에게 나쁜 시절이 아니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전히 세상은 스물아홉의 젊음을 찬미하고 있나봅니다..

 

"스물아홉"이라는 번듯한 제목에 걸맞게 활기찬 소설입니다.. 남성이 아닌 여성의 스물아홉의 나이를 가르킵니다.. 전적으로 여자사람들의 감성과 사랑과 과거와 인생을 다룬 소설작품이라고 보시면 되시지 싶네요.. 그런 작품을 40대 아저씨가 읽은거지요.. 사실 소설의 주인공인 엘리의 나이는 일흔 다섯의 할머니신데 말이죠.. 생일날 우연히 하루만 스물아홉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소원을 빌게 됩니다.. 그리고 다음날 몸이 스물아홉으로 돌아가 있는거죠.. 대강 짐작이 가시죠?..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죠?.. 그렇습니다.. 예상하시고 낌새를 느끼시고 조짐을 가지신 그런 부류의 작품인 것입니다.. 75세의 할머니가 29세의 섹시하고 매력적인 여인으로 바뀐 뒤에 벌어지는 부산스럽고 즐거운 사건을 다룬 작품이니 말이죠..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위의 내용만 보시더라도 아하,라고 하시지 싶어서 길게는 적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75세의 할머니가 29세의 젊은 매력녀로 바뀌었지만 그 마음이나 삶의 경험은 그대로이라는 것이죠.. 겉모습을 제외한 모든 것은 변함없는 할머니라는 점이 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지 싶네요..

 

소설 자체의 구성적 재미보다는 상황이 주는 재미가 많습니다.. 헐리우드 로맨틱 영화 한편 보는 느낌 딱 그대로입니다.. 문장이 그림처럼 영상처럼 그대로 투영되어 나오니까 말이죠.. 심리적 묘사도 중요하지만 상황적 묘사가 안겨주는 독서의 재미가 상당합니다.. 즐겁죠.. 금방 읽힙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 성향의 묘사방법도 상당히 감칠맛나게 잘 만들어 주셨구요.. 그래서 인물들의 모습들을 살피는 재미도 만만찮습니다.. 특히나 엘리 할머니의 딸 바바라의 모습은 정말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멋진 캐릭터의 맛을 살려주신 듯 하더군요.. 밉쌀스러우면서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50대 후반의 아주머니의 역할을 잘 묘사해 주셨더군요.. 꼭 울 어무이처럼 말이죠..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이 바바라여사의 캐릭터가 작품의 재미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입니다.. 소설적 구성의 흐름은 별볼일 없는 반면 상황적 재미를 만들어내는 부산스러운 캐릭터의 맛깔스러움이 너무나 좋았거덩요.. 단순한 소설적 구성만 놓고보면 무지 재미없는 흔하디흔한 상황적 연결이라는 느낌이 큽니다.. 수천번을 울궈먹은 상황들이니까요.. 하지만 바바라나 프리다같은 캐릭터가 엮어내는 상황적 재미는 그 수천번의 되새김질의 장면일지라도 소설적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작품임이 시작부터 끝까지 나타납니다.. 여성분들이 읽으시면 무척이나 재미있어 하실만한 작품인거죠.. 읽는동안 흐뭇하고 읽고 나서도 그 즐거운 느낌이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그런 소소한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남자인 저도 참 흐뭇하더라구요.. 그리고 돌이켜 제 나이 스물아홉의 짜증스러움(?)도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것도 같구요.. 혹시라도 이 글과 이 책을 보실 아직 서른이 넘지 않으신 수많은 스물아홉 즈음의 여인네들에게 또는 남정네에게 혹시라도 지금이 힘들고 지치고 짜증스러운 나이의 인생일지라도 - 저에게는 아주 생각하기 싫은 나이였습니다만 - 앞으로 펼쳐질 당신의 세상은 당신이 만들어 나가는대로 다가온다는 점을 알려드리고 싶네요.. 지금 당장은 참 눈물나는 나이일지는 몰라도 돌이켜보면 가장 가치있는 나이가 될 것 같기도 하군요.. 스물아홉, 당신의 인생을 시작하고 만들어 나가는 가장 활기찬 시간이 되었으면 하네요.. 아마 작가인 아데나 할펀씨도 그런 의도로 작품을 집필하신게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스물아홉보다 조금 더 나이를 먹은 제가 돌이켜본 세상도 대강 그러한 것 같습니다만.. 아님 말구요..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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