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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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우연히 사촌누나집에서 발견한 한 권의 책을 쎄벼서 집으로 들고 왔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가 누군지도 어떤 내용인지도 모른체 마냥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좋아서 가져왔더랬죠.. 그리고는 펼쳐본 기억이 납니다.. 와타나베라는 이름이 아직도 머리속에 남아있네요.. 어린 나이에 얼마나 그 작품속의 내용을 파악하고 뭔가를 느꼈겠습니까만 - 물론 내용도 제대로 기억이 안납니다만 좀 야했나? - 그당시 뭔가 색다른 소설의 느낌을 받았던것 같아요.. 그 후로 생경했던  이 작가의 작품을 찾아볼려고 했으니 말이죠.. 읽어보면 읽을수록 감이 제대로 오지 않는 작가님이시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읽는 동안 웬지 모르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더라구요.. 그렇게 작가의 작품을 몇 편 읽어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책이라는 존재를 거의 외면하던 시기에 그나마 한 권을 한달에 거쳐 배아플때만(?) 읽던 시절이라 집중도가 워낙 떨어져버렸지만 그래도 책장에 꽂혀있는 몇 권 되지도 않는 책들이 다 이 분 책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명성은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어떻게 보면 일본 소설의 대명사 정도로 느껴질 정도의 파워력을 지니고 있죠.. 뭐 그 후로도 수많은 일본작가님들이 국내에 진출을 하셨습니다만 잘 알지 못하는 저의 입장에서도 수십년전부터 국내에 나름 불티나게 팔리는 일본작품들은 거의 하루키상의 작품이 아니었던가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일본문학에 대한 소통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또 이름이라고는 도끼로 이마까라상이나 내뺀또 니까무라상정도만 알던 저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이름은 일본문학 작품의 전체를 일컫는 대체어이기도 했죠.. 그만큼 개인적으로는 문학이라는 것을 읽기 시작할 쯔음에 일본 소설로서는 거의 처음으로 만나게 된 작가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기존의 타소설속에서 느꼈던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묘사들이 상당히 몽환적이고 비유적이고 간접적인 화법으로 하지만 감성만은 직접적으로 와닿는 뭔가 매력적인 문체를 가진 작가를 만난 것이지요.. 그렇게 만나게 된 첫 작품이 "노르웨이의 숲"(잡문집에서는 번역상의 오류등을 내세우며 노르웨이의 가구(?)가 될수도 있었겠더군요.. 그리고 원 제목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구요)이었고 국내 제목은 "상실의 시대" - 개인적으로는 이 제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 였습니다.. 우연히 아무런 사전지식도 없는 생경한 작가의 작품을 펼쳐들고 읽어내려가는 동안 이 작가가 얼마나 사람의 감정에 대해 직접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누나 소설 쎄벼서 말이죠.. 물론 돌려주진 못했습니다..

 

그 뒤로도 꾸준히(?) 몇 년동안 몇 권의 하루키 작가의 초기 작품들과 단편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는 일본을 대변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가장 탈일본적인 작품적 감성을 가진 작가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하루키가 만들어내는 소설속의 관점과 주제는 대중적인 세상속에 놓여진 관념과 비유적 철학이 담겨있는가 아닌가 싶더군요.. 그래서 저에게는 많이 어려웠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그렇다보니 어느순간 작가가 보여주는 세계관과 세상에 대한 간접적 묘사방법에 나름 질리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그렇게 멈춰버린뒤로는 한참동안 접해보질 못했습니다만 최근들어 그의 신작장편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노벨문학상에 거론되는 영광까지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되면서 재조명되는 분위기더군요.. 어쨌거나 저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는 대단한 소설가로 기억되고 있긴 합니다.. 그런 그의 느낌이 수십년동안 글을 집필하면서 잡다한 문장들을 모아놓은 수많은 글들중에서 발췌하여 하나의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잡문집을 만든거지요.. 일종의 에세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동안 하루키 작가의 에세이나 단편들을 보더라도 일종의 장편소설적 감성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문장들과 작가의 비유적이고 관념적인 생각이 드러나는 작품들도 많았던것 같더군요.. 타 작가군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무라카미표 독특감성이라고 보는거죠.. 아무나 쉽게 따라하거나 모방할 수 없는 그런 독보적인 감성적 문장들 있잖습니까?.. 뭐 그런거 같은데 이번 잡문집에서는 보다 쉽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해나갑니다.. 그냥 인생을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 하고 잡다한 일상과 취미와 생활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순간순간 떠올리고 느끼고 배우고 익힌 것들의 잡다한 지식과 그것들로 인해 만들어지는 경험들과 세상을 독자들과 소통하는거죠.. 뭐 그런거 있잖습니까, 동동주 한 댓박에 찌짐 부침개 펼쳐놓고 비오는날 작가 아저씨의 살아온 이야기 듣는 기분, 그리고  이 아저씨가 아는 젠체 하지 않으며서도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가르침을 듣는 기분,  무엇보다도 오랜세월 살아온 경험담에 대한 인생의 단편들을 새겨 듣는 기분같은거 말이죠.. 마침 비도 오는데 오늘은 김치전으로다가...

 

솔직히 재미없습니다(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지는 마시라능ㅋㅋ).. 개인적으로 작품속에서 문구나 문장에 집중하고 즐겨 새겨놓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야기에 집중하고 전반적인 감성에 즐거움을 찾는 대중독자이다보니 이런 에세이류의 문장들과 글들에게서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쉽게 말하면 생각하는 문장들은 싫다는거지요.. 그냥 대강 읽어도 생각 안하고 내용만 훑어도 알 수 있는 단순함이 좋다는 그런 말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무라카미 하루키 아저씨의 작품을 가까이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네요.. 아시다시피 단순한 작품을 만들어 내시진 않잖습니까?..(뭐 지금 한 제 이야기가 관점에 따라서는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만) 하여튼 그랬습니다.. 이 잡문집도 사실은 그런 기본적인 재미면에서는 개인적으로 딱히 와닿는게 없습니다만(소설이 아니니깐요!!).. 말씀드린대로 인생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풀어낸 잡다한 이야기다 보니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하루키 아저씨의 내면을 약간 드러다볼 수 있었다는 뭐 그런 생각도 들구요.. 나름 멀게만 느껴지던 하루키라는 작가의 인간적인 소통의 한 단면을 공존하면서 괜히 약간 친해진 듯한 감정도 듭니다.. 어떻게 보면 독자로서는 우리 하루키 아저씨가 장편소설의 집필 중간중간에 단순한 서론이나 에세이, 해설, 잡문, 단편소설등을 이야기로서 자연스럽게 풀어낸 이런 이야기가 많이 잡문집 형태로 나와주었더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뭐 그동안 나왔을수도 있겠지만 전 무관심 했더랬습니다.. 여하튼 이전에는 접하지 못했던 친근감과 소통되는 듯한 느낌을 이제서야 가지게 되네요.. 전 그러네요...

 

이 잡문집을 읽고서 드는 첫생각은 참 솔직한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어린시절 이 아저씨의 작품 몇 권을 읽어보았다고 해서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해 아는 척 해본적도 없지만(아는척할라고 했으면 파악하기 참 힘든 작가였겠습니다만).. 삼십년이 넘는 세월동안 작가로서 세상과 독자들과 후배작가들에게 끼친 영향력만은 아주 지대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름 자존심도 쎄고 자신의 현재의 입지에 대해서 기존의 자신에 대한 주위의 인식에 대해서도 약간은 우쭐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만 알고보니 참 소탈한 작가라는 생각도 더불어 들더군요.. 잡문집속에는 간단한 인사말부터 자신의 취미와 사회라는 구조속에서의 인간관계와 자신의 취미와 음악이라는 것에 대한 애착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인거지요.. 하지만 이 책을 펼쳐들때에는 소설가가 무슨 잡문(?!)이 이렇게나 많아라는 구시렁이 있었습니다만 역시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펼쳐내는 동안 하루키 아저씨는 그대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잡문들속에 쏟아내 주시더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아저씨의 소설속에서 가져보지못한 소통의 시원함을 조금 맛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딱히 어떤 문구나 문장을 되새기는 스타일은 아니라 따로 적어놓고 공감하고 하지는 않지만 한번씩 잡다한 생각이 들때나 배가 아플때나 또는 잠이 오지 않을때 수시로 곁에 두고 함께 하면 좋을 작품인 것은 확실합니다.. 그렇다고 하루키 아저씨를 무시해서 함부로 다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지는 마시구요..ㅋ 그동안 뜸했던 아저씨의 작품을 살짜쿵 다시 찾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참, 이 잡문집은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한 존경을 가지신 분들이나 그의 책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는 필수품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제가 봐도 소장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긴 합니다..ㅋ 땡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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